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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조운선 ‘마도 1호선’
함박눈이 내려 무릎까지 쌓인 날, 어린이과학동아 기자단이 전라남도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찾았어요. 이곳에 복원된 배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연구소에 있는 전시관인 ‘고려선실’에 들어서자, 가운데 있는 커다랗고 길쭉한 나무들로 만든 판이 먼저 눈에 띄었어요. 놀랍게도 오목한 이 나무 판이 2009년에 충남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선박이었답니다.
이 배가 마도 해역 수심 15~21m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 남아 있는 배 아랫 부분(저판)의 크기는 길이 10.8m, 너비 3.7m였어요. 바다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선박 중에 가장 큰 규모였지요. 이 배는 발견된 해역의 이름을 따 ‘마도 1호선’이라고 이름지어졌어요. 당시 배의 저판과 함께 800여 점의 도자기를 비롯해 약 50kg의 석탄, 벼와 밀 등의 곡물, 젓갈, 생선 등이 함께 발견됐답니다.
발굴 중에는 ‘죽찰’, ‘목간’이라고 부르는 화물표 69점이 나오기도 했어요. 죽찰과 목간에는 화물 종류, 수량, 발신자, 발송지 등이 적혀 있었지요. 이 중에는 역사서에도 기록돼 있는 김순영 대장군의 이름이 새겨진 죽찰 6점도 나왔답니다. 죽찰과 목간 덕분에 마도 1호선이 1208년에 물건을 실고 개경으로 항해하던 중에 침몰된 배라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이로써 마도 1호선은 정확한 항해 년도가 밝혀진 최초의 고려시대 선박으로 기록되었답니다.
선박 복원의 비밀을 밝혀라!
바다나 강 등 물속에 남겨진 물건 중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을 ‘수중 문화재’라고 불러요. 보통 물속에서 발견되는 문화재는 육지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보존 상태가 더 좋은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발굴에서 복원까지의 과정에 노력과 시간이 아주 많이 들지요. 마도 1호선 역시 발굴에서 복원까지 약 3년이 걸렸어요. 기자단 친구들은 실제 크기로 복원된 마도 1호선을 둘러보며, 홍순재 연구사님께 선박 복원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어요.
“조사단은 탐사용 선박을 타고 수중문화재를 찾아 나서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바다로 탐사를 나가지요. 만약 문화재로 보이는 물건들이 감지되면 수중고고학자와 잠수부들이 발굴선을 타고 해당 지점에 다시 간답니다. 그리고 직접 바다 속에 들어가 자세하게 살펴보고, 옛날 선박이라고 판단되면 인양 작업을 시작하지요.
크기가 큰 배는 각 조각의 위치가 바뀌지 않도록 잘 표시한 뒤에 하나씩 건져 올려요. 그 다음엔 잘 썩고 무른 나무의 성질을 없애기 위해, 보존 약품인 폴리에틸렌글리콜 용액이 담긴 탱크에 집어넣는답니다. 이를 꺼내 건조시킨 뒤 각 부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선박의 모습을 유추해 낼 수 있지요.”
여기에 과거 선박 모습을 기록한 역사서 등을 참고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선박 설계도를 그린다고 해요. 그리고 공학적 분석을 거쳐, 3D 프린터로 각 부품을 찍어내면 선박 축소 모형을 만들 수 있지요. 모형을 바탕으로 실제 크기로 선박을 만들면 복원 끝!
배 타고 과거 여행 떠나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는 마도 1호선을 비롯한 고려시대 선박 말고도 중국 원나라의 배와 문화재 등이 전시된 신안선실이 있어요. 신안선은 1975년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한 어부가 중국 도자기를 발견하면서 찾게 된 옛날 선박이에요. 발굴 조사 결과 신안선은 중국 원나라의 무역선으로, 일본으로 가는 길에 침몰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답니다. 당시 향신료와 약재, 금속공예품, 중국도자기 등이 함께 발굴됐어요.
어촌민속실에서는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의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자산어보는 우리나라 해양 생물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지요. 기자단 친구들은 선박사실에서 우리나라 전통 배인 ‘한선’의 역사를 살펴보고, 선사시대부터 1900년대 고기잡이배까지 우리나라 배의 역사를 공부하기도 했답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지하에는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해양문화체험관이 있어요. 게임을 하면서 수중 유적을 발굴해 보고, 모형 배 위에서 노를 젓고 닻을 내리는 체험도 할 수 있지요.
전시는 야외에서도 이어져요. 연구소 앞에 있는 바다에는 조선시대부터 1990년대까지 사용한 새우잡이배와, 조선시대에 세금으로 거둔 곡물을 한양으로 운반하던 조운선 등이 떠 있답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수중문화재를 발굴하고 전시하는 유일한 기관이에요. 오랜 세월을 거쳐 바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우리 문화유산을 통해 과거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