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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을 못 견디고 피서, 아니 피한(避寒) 온 닥터 그랜마예요. 여기는 아프리카 케냐~, 파란 하늘 아래 기린과 영양이 풀을 뜯는 그림 같은 사바나~. 뭐라고? 그렇게 피한 다닐 만큼 팔자 좋지 않을 거라고? 그래요. 사실은 비행기 불시착으로…, 가 아니라!
어쨌든 이왕 왔으니 구경이나 할까~, 하고 돌아다니는데 풀 속에서 뭔가 시큼한 냄새가 나는 거예요. 잠깐 멈춰 서서 풀숲에 머리를 박고 있자니 뒤에서도 마찬가지 냄새가…! 강한 호흡, 날카로운 눈빛, 야생의 기운. 으악! 하이에나다!

오지 마, 먹지 마, 나 맛없어! 으헝헝!

여기 우리 팀 모이라고 표시해 뒀는데 어디서 침입자가…. 이런, 바보 같은 인간이잖아? 그럼 당연히 내가 남긴 ‘메시지’를 읽지 못했겠군. 이런 사바나 구석까지 인간이 들어오다니, 오늘 일진 참 안 좋네. 아, 난 지금 배가 부른 상태니 너무 겁먹지는 마슈.

이 냄새가 영역 표시였구나~. 키우던 개가 온 동네에 오줌으로 영역 표시를 하곤 했는데, 너도 개과였어?

생긴 건 개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하이에나 과에 속하는 별개의 동물이우. 분류하자면 고양이 쪽에 더 가깝지. 인간들은 내가 사자나 치타가 잡은 사냥감을 도둑질해서 먹는다며 욕을 하지만, 사실은 사냥 하는 능력도 뛰어나다오.
아무튼 개가 자신의 배설물로 영역 표시를 하듯 고양이도 영역 표시를 한다고 들었수. 수염 옆에 있는 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나무 같은 물체에 묻혀서 ‘여기는 내 영역!’이라고 알린다고 하우.
나도 마찬가지로 시큼한 냄새가 나는 덩어리를 풀 위에 남겨서 영역 표시나 자기주장을 하지. 게다가 그 냄새 속에는 종류, 성별, 번식기 여부 같은 여러 가지 정보도 함께 들어 있다우~. ‘아이를 갖고 싶어요~. 수컷 어디 있나요? - 암컷 하이에나’ 같은 식으로 말이우. 하이에나 식 페이스북 같은 ‘SNS’인 셈이지.

응? 냄새만으로 그걸 알아낼 수 있어? 어떻게?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케빈 테시스 박사 연구팀이 연구한 결과로는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 덕분이라고 합디다. 테시스 박사는 초원에 사는 점박이하이에나와 건조한 바위 지대에 사는 줄무늬하이에나의 취선, 즉 냄새를 내는 분비샘에 어떤 미생물들이 사는지 조사했수. 그 결과 분비샘에서 냄새를 내는 ‘휘발성 지방산’이라는 물질의 구성이 그곳에서 사는 미생물들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고, 두 하이에나의 휘발성 지방산과 미생물이 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우. 같은 점박이하이에나라고 해도 성별에 따라서 냄새와 미생물이 또 달라졌지. 번식기인 하이에나와 그렇지 않은 하이에나도 마찬가지로 미생물의 종류가 달랐고. 다시 말해서 우리가 남긴 시큼한 덩어리 속에 있는 미생물들에 따라 덩어리가 전달하는 정보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지.

미생물에 의존하지 말고 언어를 배우는 게 어때?

인간도 마찬가지면서 뭘 잘난 척을 하는 거유? 인간마다 똥에서 사는 미생물이 다 다르기 때문에 똥만 보고도 주인이 누군지 바로 알 수 있다고 합디다. 2008년 1월 15일자 ‘어린이과학동아’에도 나온 내용이라고! 의심되면 오늘 당장 화장실 변기에 코 박고 냄새 한번 맡아 보슈,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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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은영 기자
  • 기타

    조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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