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세 번째, 아름답고 푸른 행성 ‘지구’. 우리 모두가 사는 곳입니다. 공기와 물이 있고, 태양으로부터 거리도 알맞은 ‘천혜의 환경’을 갖춘 이곳에서 어느 날 생명체가 태어났습니다. 작디 작은 미생물에서 시작된 생명은 약 30억 년이 넘는 진화를 거쳐 인류에까지 도달했지요.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지 않나요? 과연 생명체는 지구에만 있는 걸까요? 외계에 또 다른 생명체는 없는 걸까요?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저 치르치르는 외계생명체를 찾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과연 이 여행의 끝에서 외계생명체를 만날 수 있을까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jpg)
1장_ 숨만 쉬면 다 생명체?
2장_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까, 없을까?
3장_ 태양계 밖의 세상으로
4장_ ‘슈퍼지구’를 찾아서
5장_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극한미생물
1 숨만 쉬면 다 생명체?
외계생명체를 찾기 전에 꼭 풀어야 하는 의문이 하나 있어요. 대체‘ 생명체’가 뭘까요? 그래서 생명의 정의에 대해 알려 줄 생물학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생명, 대사하고 전달하는 세포
1994년 여러 과학자들은 의견을 모아 생명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어요. ‘스스로 유지되는 화학 시스템으로 다윈식 진화 능력을 갖고 있는 존재’. 응? 좀 어렵다고요? 나도 동의해요.
인간을 한 번 생각해 보죠.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영양분을 얻어 생명을 유지해요. 그리고 몸 안에 들어온 영양분은 소화, 순환, 호흡, 배설 기관이 합동해 필요한 만큼 쓰고 필요 없는 것은 버리죠. ‘물질대사’라고도 하는데 이게 바로 스스로 유지되는 화학 시스템이에요. 미생물부터 인간까지, 지구에 사는 생물은 모두 물질대사를 하며 살아간답니다.
다윈식 진화는 유인원이 인류가 되는 과정 같이 큰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DNA와 RNA 같은 유전물질을 자손에게 물려 주며 이어가는 것을 포함한 말이지요. 지구에 최초로 등장했다고 알려진 단세포 생물도 유전 정보는 갖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에요. 옆과 같은 세부적인 조건을 갖춰야 비로소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답니다.
★ 탄수화물, 지질, 핵산,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 유기체다.
★ 단세포, 또는 다세포로 이루어진다.
★ 물질대사를 한다.
★ 번식을 하며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
★ 종 단위로 진화한다.
지구의 생명 - 언제, 왜, 어떻게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순간이 어떠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약 45억 년 전에 탄생한 직후의 지구는 1200℃에 달하는 아주 뜨거운 대기 아래에 아직 물렁물렁한 지각과 마그마가 들끓는 지옥 같은 곳이었지요. 지각이 식고 대기의 온도가 내려 가며 대기 속의 수증기가 비로 쏟아져 내린 뒤에야 비로소 지구는 우리가 아는 것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었답니다. 그리고 약 38억 년 전, 세포와 핵산을 갖춘 최초 의 생명체가 등장했지요.
시아노박테리아는 약 35억 년 전에 출현한 단세포 생물로 세포핵도 없지만 인간과 똑같이 4종류의
뉴클레오티드 염기로 구성된 DNA를 갖고 있다. 번식을 하며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는 의미다.
또 세포 안에 있는 엽록소로 광합성을 하며 물질대사를 한다. 100조 개가 넘는 세포로 이뤄진 인간이나 시아노박테리아나 모두 근본적으로는 같은 ‘생명체’다. 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의 시아노박테리아 군집 (스트로마톨라이트).
생명은 외계에서 왔을지도?
아, 그래요. 외계생명체라…. 아까 아미노산 이야기를 했었죠? 그런 데 지구의 생명체가 갖고 있는 아미노산에는 이상한 특징이 있어요. 아미노산의 분자 구조는 비대칭적인데 이런 특성을 ‘카이랄성’이라고 해요. 생김새는 ‘오른손’ 형태와 ‘왼손’ 형태 두 종류가 있지요. 그런데 생명체에 있는 필수 아미노산 20개는 죄다 왼손 형태랍니다. 만약 두 형태가 골고루 섞여 있다면 현재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어요. 이게 우연일까요? 지난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에서는 우리 몸을 이루는 아미노산 20개 가운데 약 절반이 발견됐어요. 이 가운데 ‘이소바린’이 라는 아미노산을 조사했더니 왼손형이 18% 더 많았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운석을 바탕으로 왼손형 아미노산이 우주에서 와서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되었다
고 주장해요. 우리가 애초에 외계생명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운석은 보통 태양계 내의 행성이나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돌덩어리니까 외계생명체의 기원을 찾으려면 다른 행성으로 가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유리-밀러 실험
1953년 시카고 대학의 헤럴드 유리 교수와 대학원생 스탠리 밀러는 초기 지구의 대기성분이라고 생각한 물질인 물, 메탄, 암모니아, 수소를 밀봉된 플라스크에 넣고 가열한 뒤 여기에 번개 같은 불꽃을 튀겼다. 그러자 그 안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이 생겨났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유전 정보가 있는 핵산이 합쳐져 최초의 생물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2.jpg)
지구에 있는 아미노산의 절반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머치슨 운석. 미생물 같은 흔적도 발견됐지만 정체가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3.jpg)
? 그러고 보니 화성에서 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지금 누가 나가 있더라?
2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까, 없을까?
저는 화성으로 날아왔습니다. 지난해 8월 화성의 게일 분화구에 무사히 착륙 한 이후 1년 넘게 토양 탐사를 하고 있는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를 만나러요.
왜 하필 화성?
우리 태양계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인 1AU를 기준으로 0.95~1.37AU 안에 있는 행성에 생명이 살 가능성이 높지요. 이 거리를 ‘생명체 거주 지역’이라고 해요. 화성은 생명체 거주 지역 가장자리를 조금 벗어난 위치에 걸쳐 있지요. 화성을 보면 예전에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있어요. 옅지만 대기가 있고, 단단한 지각에는 물이 흘렀던 흔적도 있거든요. 제 목적도 화성에서 생물체의 흔적을 찾고, 생물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하는 거랍니다.
큐리오시티의 성과
2013년 10월 미국 렌셀러 폴리테크닉대학교의 로리 레신 교수 연구팀이 제가 채취한 화성 토양에서 물을 확인했어요. 레신 교수는 특수한 시료기를 이용해 화성토양 1㎥ 에 약 0.94L의 물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 양을 토대로 계산하면 화성 토양의 약 2%가 물이랍니다. 레신 교수는 이 정도의 물이면 인간이 살 수 있을 만큼 풍부하다고 판단했답니다. 물론 아직 생명체를 직접적으로 찾은 건 아니지만 실마리는 잡은 셈이지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은 더 있어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는 두꺼운 얼음층으로 덮여 있는데 이 아래에는 깊이 100㎞에 달하는 ‘바다’가 있고 따뜻한 물도 솟아나는 것으로 생각돼요. 그래서 2020년쯤 ESA(유럽우주기구)와 NASA(미국항공우주국)가 함께 유로파로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래요. 또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의 대기는 질소와 메탄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건 초기 지구의 상태와 같거든요. 수십억 년 전 지구에 나타났던 초기 미생물 같은 존재가 타이탄에도 있
을 수 있답니다. 아니면 2030년, NASA를 중심으로 한국 등 12개 나라가 참여할 화성유인탐사에서 인류와 화성 생명체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것도…, 지금 당장 외계생명체를 만나고 싶다고요? 태양계 안
에서는 안 나왔으니 바깥의 상황을 확인해 보는 건 어때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4.jpg)
“화성 가자!” 20만 명 돌파!
지난 4월 네덜란드의 벤처 업체 ‘마스 원’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화성 거주인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선발자 10팀은 7년간의 훈련을 받은 뒤 2023년부터 차례로 화성으로 ‘이사’간다. 문제는 화성에 도착해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고, 한 번 떠나면 두 번 다시 지구에 돌아올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현재 신청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과연 화성에서 인간이 살수 있을까?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5.jpg)
1976년 화성에 착륙한 NASA의 탐사선 바이킹은 최초로 컬러 사진을 찍었을 뿐만 아니라 ‘미생물’ 같아 보이는 존재도 찾아 화제를 불렀다. 그러나 바이킹이 찾은 것이 생명체인지는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6.jpg)
2008년에 떠난 화성 탐사선 피닉스는 확실한 얼음과 물을 찾았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준 발견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7.jpg)
과학자들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메탄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바다에서 고유한 생명체가 탄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 태양계 밖 상황은 누구에게…. 아! 태양계를 완전히 탈출한 탐사선이 있었지!
3 태양계 밖의 세상으로
생각보다 여행의 규모가 커지는군요. 어쨌든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난 보이저 1호를 만나러 왔습니다. 시속 6만㎞ 속도로 날고 있는 탐사선을 따라잡다가 기절할 것 같아요!
성간우주로 나간 최초의 ‘지구산’ 물체
2013년 9월, NASA는 ‘보이저 1호가 1년 전 태양권 계면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어. 나는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 로 나간 최초의 지구 물체’가 됐지. 36년 간 열심히 날아온 결과라
네. 난 1977년 9월 5일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출발했지. 원래 내 목적은 토성과 목성의 고리와 위성 탐색이었다네. 1989년 행성 탐사 미션은 끝났지만 그 후 성간 임무를 새로 수행하고 있는 중
일세. ‘스윙바이’와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할 때 발생하는 열을 전력으로 바꾸는 플루토늄 전지 덕분에 끈질기게 비행하고 있지. 지금도 나는 묵묵하게 성간우주를 항해하고 있다네. 성간은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항성 사이의 공간이야. 즉 태양의 영향을 벗어나 다음 별과의 사이에 있다는 이야기지.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8.jpg)
보이저 1호의 원동력은 중력, 스윙바이!
원래 보이저 1호의 추진력으로는 목성까지 가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스윙바이’를 이용하면서 토성부터 태양계 바깥까지 먼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우주선이 포물선을 그리며 행성의 중력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으로 접근하면 행성의 공전 속도만큼 속도가 늘어나 마치 새총을 쏘는 것처럼 튕겨 나간다. 이 때문에 NASA는 외행성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서 스윙바이 효과를 가장 강하게 얻을 수 있는 1977년에 보이저 1호를 발사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9.jpg)
보이저 1호 발사 당시 NASA의 연구원이 그린 그림. 스윙바이를 하기 위해 행성에 진입하는 각도가 표시돼 있다.
이 공간에는 아무 것도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씨앗’들이 자라나고 있다지. 별이 폭발하면서 나온 수소, 헬륨, 탄소, 산소 등은 새로운 별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하지만 생물을 만드는 데도 쓰이거든.
외계인을 만나면 인사를
참, 외계생명체가 궁금하다고 했지? 내게는 동그란 판이 하나 실려 있어. 녹이 슬지 않고 안정된 물질인 금으로 만든 이 판 에는 그림 115개, 자연의 소리, 지구 곳곳의 사진, 고대 수메르어부터 한국어까지 55가지 언어의 인사말 등 지구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네. 판의 뒷면에
는 태양계의 위치나 구성 등 지구의 물리적 특성을 알리기 위한 그림도 있지. 그래, 이건 만에 하나 내가 외계생명체를 만나게 됐을 경우에 그들에게 전하는 ‘지구의 메시지’야. 물론 만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워. 하지만 언젠가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리지 않아?
내 여행의 공식적인 끝은 아마도 2025년, 늦어도 2030년에는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게 될 걸세. 플루토늄 전지가 완전히 바닥 나 스스로 이동도, 통신도 불가능 하게 되거든. 하지만 진공이라 속도를 줄일 마찰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나는 그저 묵묵히 떠가겠지. 뱀주인자리를 향하고 있는 진행방향과 현재 속도를 보면 다음 항성인 기린자리의 ‘AC+79 3888’을 지날 때까지 약 4만 년이 걸릴 거라네. 그
러니까 지금 당장 외계생명체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보다 훨씬 빠른 존재에게 물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0.jpg)
보이저 1호 금판. 왼쪽 아래 사방으로 뻗어가는 그림은 태양계의 각 행성들을 의미한다.
4 슈퍼지구’를 찾아서
빛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물질로 은하 너머 우주까지 방문할 수 있어요. 마침외계행성 부근에서 출발한 빛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외계행성은 빛으로 찰칵
외계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 주변을 도는 지구나 화성 같은 행성이야. 중심 이 되는 별이 태양이 아니니 외계행성이라고 하지. 1988년 최초의 외계행성을 찾 은 뒤 지금껏 찾은 외계행성 수는 모두 999개나 된다는 말씀~! (2013년 10월 21일 기준) 과학자들은 외계행성을 찾으려고 우주에 케플러망원경을 보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적외선이나 자외선 같은 빛을 찾아서 분석하기도 해. 깜빡이는 빛인 펄사 로 관측하기도 하지. 이 가운데 충북대학교의 외계행성연구단이 사용하는 미시 중력렌즈효과가 흥미로웠어. 항성이 만들어 내는 중력렌즈 가운데에 행성이 있으면 꺾여서 통과하던 빛의 경로가 또 바뀌거든. 대칭적으로 잘 오던 빛의 진로 가 뒤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행성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지. 1만 광년 이상 떨어진 먼 거리의 행성도 뚝딱 찾아낼 수 있다고~!
외계행성이 제2의 지구가 되기 위한 조건
지금까지 찾은 외계행성은 대부분 목성형 행성이래. 이런 행성은 항성처럼 수소, 헬륨 같은 가벼운 가스로 구성 돼 있기 때문에 생명체에 필요한 질소나 산소가 충분하지 않고 정착해서 살 공간도 없대나. 그래서 지각과 함께 질소, 탄소, 산소 같은 필수 요소가 풍부한 대기가 있는 지구형 행성이 생명체가 살기에 딱 좋다고 하더라고~.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1.jpg)
중력렌즈효과는 아주 커다란 항성이나 은하의 주변공간이 큰 중력 때문에 뒤틀려서 생긴다. 이곳을 통과하는 빛은 마치 거대한 렌즈를 지나가는 것처럼 굴절되기 때문에 뒤쪽 천체의 상이 여러 개로 갈라지거나 동그랗게 변해서 나타난다. 사진은 중력렌즈효과로 둥글게 찍힌 거대 은하단인 ‘퀘이사’의
모습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2.jpg)
현재까지 발견된 외부 태양계는 759개이며, 이 가운데 169개가 우리 태양계처럼 여러 개의 행성이 한 항성 주변을 도는 ‘복합 태양계’다. 복합 태양계 중 하나인 ‘게자리55 태양계’의 상상화.
근데 문제는 지구형 행성이라고 다 생명체가 살만한 공간은 아니래. 모성이 되는 항성의 크기와 밝기, 그리고 행성까지의 거리 삼박자가 잘 갖춰져야 하거든. 예를 들어 지구와 똑같은 크기와 중력을 가진 행성이 있다고 쳐. 하지만 모성인 태양이 수십, 수백 배로 크고 밝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물은 증발해 버리고 대기 온도는 엄청 뜨거워지겠지. 반면 모성이 태양보다 작고 아주 어두운 항성이면 꽁꽁 언 세상이 될 거야. 모성이 태양과 똑같다고 할지라도 항성과 행성의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멀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응, 응. ‘생명체 거주지역’! 그게 중요하다고. 이렇게 여러 조건을 따져서 찾아낸 ‘지구와 환경이 비슷하고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은’ 슈퍼지구는 10개 미만이라고 해.
찾기만 하냐? 받기도 한다! - SETI
아예 외계에 신호를 보내거나 오는 신호를 찾는 사람들도 있대. 인류 같은 지적인 외계생명체가 있다면 빛 또는 전파를 이용할 것이라는 가정이 바탕이지. 여러 대 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전 세계적인 생명체 탐사 계획 ‘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가 그거야. 재미있는 건 전 세계의 가정이나 직장의 컴퓨터 수백만 대를 연계해 신호를 분석한다는 거야.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내려 받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지 뭐야! 또 별도 행성도 없는 공간에 전파를 보내 봤자 낭비니까, 생명체가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을 향해 안테나를 돌린대. 예를 들면 슈퍼지구가 있는 방향 말이야. 그래서 슈퍼지구에서 생명체를 만날 수 있냐고? 글쎄…. 일단 내가 출발한 곳 에는 외계생명체가 없었어. 오히려 지구 안에서 외계행성에서나 살 것 같은 생명체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던데? 몰랐어? 어서 가서 확인해 봐!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3.jpg)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앨런전파망원경단지(ATA). 전파망원경 42개가 외계의 신호를 찾고 있다.
? 답이 오히려 지구에 있었다니, 외계생명체는 파랑새였단 말인가! 어쨌든 지구로 돌아가 보자.
5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극한미생물
다시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우주에서나 살 것 같은‘ 극한미생물’을 만나러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왔지요. 캄캄한 이곳은 마치 우주 같네요.
황을 먹고 에너지 꺼억
좀 덥죠? (보글보글보그르르) 보기도 안 좋고 귀찮기도 하니까 괄호 안은 앞으로 생략할게요. 여기는 수심 3000m가 넘는 심해저 해령에 있는 열수구예요. 마그마의 열기로 데워진 평균 300℃의 ‘열수’가 넘치는 곳이지요. 바깥에서는 지옥이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 저희 황박테리아에게는 천국이랍니다. 1977년 미국의 심해유인잠수정 앨빈 호가 갈라파고스 제도 근처 깊이 2500m 심해에서 저희를 처음 발견했어요. 빛도, 충분한 산소도 없는 데다 황화수소가 가득한 뜨거운 물을 뿜어내는 열수구 부근에도 다양한 생물이 산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게 엄청 충격이었나 봐요. 저희로서 굳이 독성 가득한 산소를 먹는 바깥 생물들이더 이해하기 어렵지만요. 환경에 맞춰 사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저는 광합성을 하지 않고 열수에 있는 황화수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요. 그러면 심해게나 조개, 새우 같은 동물들이 저…, 아니 저희들을 다시 먹지요. 먹힌 친구들을 위해 잠시 묵념. 광합성이나 산소에 의존하지 않고 화합물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열수구 생태계는 ‘화학합성생태계’라고 불러요.
해저 열수구의 황화수소를 이용한 화학합성생태계는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수심 1만1034m)에서도 발견된다.
열수구 지도
‘중앙해령 연구를 위한 국제협력기구(InterRidge)’가 2010년까지 조사한 전 세계 해저 열수구의 위치. 맨틀의 활동이 활발하고 해저 지각이 갈라지는 해령 부근에 대부분의 열수구가 몰려 있다. 붉게 표시된 부분이 현재도 활동 중인 열수구다.
“인이 없어? 비소를 먹으면 되잖아~!”
지난 2010년 NASA는 우주생물학자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의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동쪽에 있는 모노 호수에서 찾아낸 미생물 ‘GFAJ-1’의 존재를 발표했다. 모노 호수는 염분이 매우 높고 강 알칼리성이며 독극물 인 비소 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극한 환경이다. 연구팀은 GFAJ-1이 인 이 없는 호수 환경에서, 몸속의 인을 비소로 대체해 살아간다고 밝혔다. 인은 생명체의 필수 물질로 손꼽히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생명체에 대 인식을 뒤엎는 새로운 발견으로 많은 화제와 논란을 불렀다
![미생물 GFAJ-1](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6.jpg)
![모노 호수](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7.jpg)
남극 얼음 속은 미생물의 ‘따뜻한 우리집’
저희랑 반대로 엄청 추운 데서도 잘 사는 친구들이 있어요. 1970년 남극 연구자들은 빙하 3750m 아래에 높은 압력으로 녹은 물이 고인 ‘보스토크 호수’를 발견했어요. 호수의 온도는 영하 3℃. 게다가 빙하 밑에 깔려서 빛 한 줄기 들지 않고 영양분은 거의 없어요. 또 산소는 너무 많지요. 과학자들은 이런 환경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1996년 미국 몬태나주립대학교 존 프리스쿠 교수가 호수 안에서 미생물을 발견했답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8.jpg)
NASA가 발표한 목성 위성 유로파의 상상화. 두꺼운 얼음층 밑에 깊이 100㎞에 달하는 바다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극과 유사한 환경이기 때문에 남극의 미생물 발견과 연구는 유로파의 외계생명체
탐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생물 GFAJ-1(위)와 모노 호수(오른쪽). ⓒNASA
과학자들은 극한미생물을 연구하면서 그들에게서 새로운 능력을 찾아내고 있어요.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연구팀은 환경이 좋을 때는 당을 먹다가, 용암동굴 같은 극한 환경에서는 철분을 이용해 물질대사를 하는 미생물을 찾아냈답니다. 환경에 따라 능력을 꾸는 거지요. 또 미국과 독일 공동 연구팀은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뜨거운 온천 속에 사는 홍조류인 갈디 에리아가 극한 환경의 박테리아 유전자를 ‘훔쳐서’ 중금속이나 염분이 가득한 환경에서도 견디는 능력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이렇게 환경에 맞춰 진화한 독특한 생명체가 외계에도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요. 우주의 생명체를 탐
구하는 ‘우주생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역시 극한미생물 연구에 몰두할 정도니까요. 생명의 정의나 생명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포용력을 기르면 외계생명체를 찾는 눈도 훨씬 넓어지지 않을까요?
“드넓은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거대한 낭비”
결국 외계생명체를 찾지 못하고 여행이 끝났네요. 사실 외계생명체가 있다고 해도 지구의 생물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확률은 0에 가깝겠지요. 특이한 미생물일 수도,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정의를 내려야 하는 ‘생명체’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너무 먼 다른 은하에 있는 지적 생명체들이 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우리가 신호를 받는 데 지구 나이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어쩌면…, 이미 여러분 옆에 있을지도 모르지요. 이상, 외계생
명체를 찾는 ‘지구 거주’ 외계생명체 치르치르가 전해드렸습니다. 뾰로롱~!
? 아~, 빨리 나 말고 다른 외계생명체를 만나고 싶다~. 심심해!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jpg)
1장_ 숨만 쉬면 다 생명체?
2장_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까, 없을까?
3장_ 태양계 밖의 세상으로
4장_ ‘슈퍼지구’를 찾아서
5장_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극한미생물
1 숨만 쉬면 다 생명체?
외계생명체를 찾기 전에 꼭 풀어야 하는 의문이 하나 있어요. 대체‘ 생명체’가 뭘까요? 그래서 생명의 정의에 대해 알려 줄 생물학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생명, 대사하고 전달하는 세포
1994년 여러 과학자들은 의견을 모아 생명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어요. ‘스스로 유지되는 화학 시스템으로 다윈식 진화 능력을 갖고 있는 존재’. 응? 좀 어렵다고요? 나도 동의해요.
인간을 한 번 생각해 보죠.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영양분을 얻어 생명을 유지해요. 그리고 몸 안에 들어온 영양분은 소화, 순환, 호흡, 배설 기관이 합동해 필요한 만큼 쓰고 필요 없는 것은 버리죠. ‘물질대사’라고도 하는데 이게 바로 스스로 유지되는 화학 시스템이에요. 미생물부터 인간까지, 지구에 사는 생물은 모두 물질대사를 하며 살아간답니다.
다윈식 진화는 유인원이 인류가 되는 과정 같이 큰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DNA와 RNA 같은 유전물질을 자손에게 물려 주며 이어가는 것을 포함한 말이지요. 지구에 최초로 등장했다고 알려진 단세포 생물도 유전 정보는 갖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에요. 옆과 같은 세부적인 조건을 갖춰야 비로소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답니다.
★ 탄수화물, 지질, 핵산, 단백질 등으로 구성된 유기체다.
★ 단세포, 또는 다세포로 이루어진다.
★ 물질대사를 한다.
★ 번식을 하며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
★ 종 단위로 진화한다.
지구의 생명 - 언제, 왜, 어떻게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순간이 어떠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약 45억 년 전에 탄생한 직후의 지구는 1200℃에 달하는 아주 뜨거운 대기 아래에 아직 물렁물렁한 지각과 마그마가 들끓는 지옥 같은 곳이었지요. 지각이 식고 대기의 온도가 내려 가며 대기 속의 수증기가 비로 쏟아져 내린 뒤에야 비로소 지구는 우리가 아는 것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었답니다. 그리고 약 38억 년 전, 세포와 핵산을 갖춘 최초 의 생명체가 등장했지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1.jpg)
뉴클레오티드 염기로 구성된 DNA를 갖고 있다. 번식을 하며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는 의미다.
또 세포 안에 있는 엽록소로 광합성을 하며 물질대사를 한다. 100조 개가 넘는 세포로 이뤄진 인간이나 시아노박테리아나 모두 근본적으로는 같은 ‘생명체’다. 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의 시아노박테리아 군집 (스트로마톨라이트).
생명은 외계에서 왔을지도?
아, 그래요. 외계생명체라…. 아까 아미노산 이야기를 했었죠? 그런 데 지구의 생명체가 갖고 있는 아미노산에는 이상한 특징이 있어요. 아미노산의 분자 구조는 비대칭적인데 이런 특성을 ‘카이랄성’이라고 해요. 생김새는 ‘오른손’ 형태와 ‘왼손’ 형태 두 종류가 있지요. 그런데 생명체에 있는 필수 아미노산 20개는 죄다 왼손 형태랍니다. 만약 두 형태가 골고루 섞여 있다면 현재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어요. 이게 우연일까요? 지난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에서는 우리 몸을 이루는 아미노산 20개 가운데 약 절반이 발견됐어요. 이 가운데 ‘이소바린’이 라는 아미노산을 조사했더니 왼손형이 18% 더 많았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운석을 바탕으로 왼손형 아미노산이 우주에서 와서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되었다
고 주장해요. 우리가 애초에 외계생명체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운석은 보통 태양계 내의 행성이나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돌덩어리니까 외계생명체의 기원을 찾으려면 다른 행성으로 가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유리-밀러 실험
1953년 시카고 대학의 헤럴드 유리 교수와 대학원생 스탠리 밀러는 초기 지구의 대기성분이라고 생각한 물질인 물, 메탄, 암모니아, 수소를 밀봉된 플라스크에 넣고 가열한 뒤 여기에 번개 같은 불꽃을 튀겼다. 그러자 그 안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이 생겨났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유전 정보가 있는 핵산이 합쳐져 최초의 생물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2.jpg)
지구에 있는 아미노산의 절반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머치슨 운석. 미생물 같은 흔적도 발견됐지만 정체가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3.jpg)
? 그러고 보니 화성에서 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지금 누가 나가 있더라?
2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까, 없을까?
저는 화성으로 날아왔습니다. 지난해 8월 화성의 게일 분화구에 무사히 착륙 한 이후 1년 넘게 토양 탐사를 하고 있는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를 만나러요.
왜 하필 화성?
우리 태양계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인 1AU를 기준으로 0.95~1.37AU 안에 있는 행성에 생명이 살 가능성이 높지요. 이 거리를 ‘생명체 거주 지역’이라고 해요. 화성은 생명체 거주 지역 가장자리를 조금 벗어난 위치에 걸쳐 있지요. 화성을 보면 예전에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있어요. 옅지만 대기가 있고, 단단한 지각에는 물이 흘렀던 흔적도 있거든요. 제 목적도 화성에서 생물체의 흔적을 찾고, 생물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하는 거랍니다.
큐리오시티의 성과
2013년 10월 미국 렌셀러 폴리테크닉대학교의 로리 레신 교수 연구팀이 제가 채취한 화성 토양에서 물을 확인했어요. 레신 교수는 특수한 시료기를 이용해 화성토양 1㎥ 에 약 0.94L의 물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이 양을 토대로 계산하면 화성 토양의 약 2%가 물이랍니다. 레신 교수는 이 정도의 물이면 인간이 살 수 있을 만큼 풍부하다고 판단했답니다. 물론 아직 생명체를 직접적으로 찾은 건 아니지만 실마리는 잡은 셈이지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은 더 있어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는 두꺼운 얼음층으로 덮여 있는데 이 아래에는 깊이 100㎞에 달하는 ‘바다’가 있고 따뜻한 물도 솟아나는 것으로 생각돼요. 그래서 2020년쯤 ESA(유럽우주기구)와 NASA(미국항공우주국)가 함께 유로파로 탐사선을 보낼 예정이래요. 또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의 대기는 질소와 메탄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건 초기 지구의 상태와 같거든요. 수십억 년 전 지구에 나타났던 초기 미생물 같은 존재가 타이탄에도 있
을 수 있답니다. 아니면 2030년, NASA를 중심으로 한국 등 12개 나라가 참여할 화성유인탐사에서 인류와 화성 생명체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것도…, 지금 당장 외계생명체를 만나고 싶다고요? 태양계 안
에서는 안 나왔으니 바깥의 상황을 확인해 보는 건 어때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4.jpg)
“화성 가자!” 20만 명 돌파!
지난 4월 네덜란드의 벤처 업체 ‘마스 원’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화성 거주인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선발자 10팀은 7년간의 훈련을 받은 뒤 2023년부터 차례로 화성으로 ‘이사’간다. 문제는 화성에 도착해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고, 한 번 떠나면 두 번 다시 지구에 돌아올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현재 신청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과연 화성에서 인간이 살수 있을까?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5.jpg)
1976년 화성에 착륙한 NASA의 탐사선 바이킹은 최초로 컬러 사진을 찍었을 뿐만 아니라 ‘미생물’ 같아 보이는 존재도 찾아 화제를 불렀다. 그러나 바이킹이 찾은 것이 생명체인지는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6.jpg)
2008년에 떠난 화성 탐사선 피닉스는 확실한 얼음과 물을 찾았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준 발견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7.jpg)
? 태양계 밖 상황은 누구에게…. 아! 태양계를 완전히 탈출한 탐사선이 있었지!
3 태양계 밖의 세상으로
생각보다 여행의 규모가 커지는군요. 어쨌든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난 보이저 1호를 만나러 왔습니다. 시속 6만㎞ 속도로 날고 있는 탐사선을 따라잡다가 기절할 것 같아요!
성간우주로 나간 최초의 ‘지구산’ 물체
2013년 9월, NASA는 ‘보이저 1호가 1년 전 태양권 계면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어. 나는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 로 나간 최초의 지구 물체’가 됐지. 36년 간 열심히 날아온 결과라
네. 난 1977년 9월 5일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출발했지. 원래 내 목적은 토성과 목성의 고리와 위성 탐색이었다네. 1989년 행성 탐사 미션은 끝났지만 그 후 성간 임무를 새로 수행하고 있는 중
일세. ‘스윙바이’와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할 때 발생하는 열을 전력으로 바꾸는 플루토늄 전지 덕분에 끈질기게 비행하고 있지. 지금도 나는 묵묵하게 성간우주를 항해하고 있다네. 성간은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항성 사이의 공간이야. 즉 태양의 영향을 벗어나 다음 별과의 사이에 있다는 이야기지.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8.jpg)
보이저 1호의 원동력은 중력, 스윙바이!
원래 보이저 1호의 추진력으로는 목성까지 가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스윙바이’를 이용하면서 토성부터 태양계 바깥까지 먼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우주선이 포물선을 그리며 행성의 중력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으로 접근하면 행성의 공전 속도만큼 속도가 늘어나 마치 새총을 쏘는 것처럼 튕겨 나간다. 이 때문에 NASA는 외행성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서 스윙바이 효과를 가장 강하게 얻을 수 있는 1977년에 보이저 1호를 발사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09.jpg)
보이저 1호 발사 당시 NASA의 연구원이 그린 그림. 스윙바이를 하기 위해 행성에 진입하는 각도가 표시돼 있다.
이 공간에는 아무 것도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씨앗’들이 자라나고 있다지. 별이 폭발하면서 나온 수소, 헬륨, 탄소, 산소 등은 새로운 별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하지만 생물을 만드는 데도 쓰이거든.
외계인을 만나면 인사를
참, 외계생명체가 궁금하다고 했지? 내게는 동그란 판이 하나 실려 있어. 녹이 슬지 않고 안정된 물질인 금으로 만든 이 판 에는 그림 115개, 자연의 소리, 지구 곳곳의 사진, 고대 수메르어부터 한국어까지 55가지 언어의 인사말 등 지구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네. 판의 뒷면에
는 태양계의 위치나 구성 등 지구의 물리적 특성을 알리기 위한 그림도 있지. 그래, 이건 만에 하나 내가 외계생명체를 만나게 됐을 경우에 그들에게 전하는 ‘지구의 메시지’야. 물론 만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워. 하지만 언젠가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리지 않아?
내 여행의 공식적인 끝은 아마도 2025년, 늦어도 2030년에는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게 될 걸세. 플루토늄 전지가 완전히 바닥 나 스스로 이동도, 통신도 불가능 하게 되거든. 하지만 진공이라 속도를 줄일 마찰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나는 그저 묵묵히 떠가겠지. 뱀주인자리를 향하고 있는 진행방향과 현재 속도를 보면 다음 항성인 기린자리의 ‘AC+79 3888’을 지날 때까지 약 4만 년이 걸릴 거라네. 그
러니까 지금 당장 외계생명체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보다 훨씬 빠른 존재에게 물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0.jpg)
4 슈퍼지구’를 찾아서
빛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물질로 은하 너머 우주까지 방문할 수 있어요. 마침외계행성 부근에서 출발한 빛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외계행성은 빛으로 찰칵
외계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 주변을 도는 지구나 화성 같은 행성이야. 중심 이 되는 별이 태양이 아니니 외계행성이라고 하지. 1988년 최초의 외계행성을 찾 은 뒤 지금껏 찾은 외계행성 수는 모두 999개나 된다는 말씀~! (2013년 10월 21일 기준) 과학자들은 외계행성을 찾으려고 우주에 케플러망원경을 보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적외선이나 자외선 같은 빛을 찾아서 분석하기도 해. 깜빡이는 빛인 펄사 로 관측하기도 하지. 이 가운데 충북대학교의 외계행성연구단이 사용하는 미시 중력렌즈효과가 흥미로웠어. 항성이 만들어 내는 중력렌즈 가운데에 행성이 있으면 꺾여서 통과하던 빛의 경로가 또 바뀌거든. 대칭적으로 잘 오던 빛의 진로 가 뒤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행성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지. 1만 광년 이상 떨어진 먼 거리의 행성도 뚝딱 찾아낼 수 있다고~!
외계행성이 제2의 지구가 되기 위한 조건
지금까지 찾은 외계행성은 대부분 목성형 행성이래. 이런 행성은 항성처럼 수소, 헬륨 같은 가벼운 가스로 구성 돼 있기 때문에 생명체에 필요한 질소나 산소가 충분하지 않고 정착해서 살 공간도 없대나. 그래서 지각과 함께 질소, 탄소, 산소 같은 필수 요소가 풍부한 대기가 있는 지구형 행성이 생명체가 살기에 딱 좋다고 하더라고~.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1.jpg)
중력렌즈효과는 아주 커다란 항성이나 은하의 주변공간이 큰 중력 때문에 뒤틀려서 생긴다. 이곳을 통과하는 빛은 마치 거대한 렌즈를 지나가는 것처럼 굴절되기 때문에 뒤쪽 천체의 상이 여러 개로 갈라지거나 동그랗게 변해서 나타난다. 사진은 중력렌즈효과로 둥글게 찍힌 거대 은하단인 ‘퀘이사’의
모습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2.jpg)
현재까지 발견된 외부 태양계는 759개이며, 이 가운데 169개가 우리 태양계처럼 여러 개의 행성이 한 항성 주변을 도는 ‘복합 태양계’다. 복합 태양계 중 하나인 ‘게자리55 태양계’의 상상화.
근데 문제는 지구형 행성이라고 다 생명체가 살만한 공간은 아니래. 모성이 되는 항성의 크기와 밝기, 그리고 행성까지의 거리 삼박자가 잘 갖춰져야 하거든. 예를 들어 지구와 똑같은 크기와 중력을 가진 행성이 있다고 쳐. 하지만 모성인 태양이 수십, 수백 배로 크고 밝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물은 증발해 버리고 대기 온도는 엄청 뜨거워지겠지. 반면 모성이 태양보다 작고 아주 어두운 항성이면 꽁꽁 언 세상이 될 거야. 모성이 태양과 똑같다고 할지라도 항성과 행성의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멀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응, 응. ‘생명체 거주지역’! 그게 중요하다고. 이렇게 여러 조건을 따져서 찾아낸 ‘지구와 환경이 비슷하고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은’ 슈퍼지구는 10개 미만이라고 해.
찾기만 하냐? 받기도 한다! - SETI
아예 외계에 신호를 보내거나 오는 신호를 찾는 사람들도 있대. 인류 같은 지적인 외계생명체가 있다면 빛 또는 전파를 이용할 것이라는 가정이 바탕이지. 여러 대 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한 전 세계적인 생명체 탐사 계획 ‘SETI(Search for Extra Terrestrial Intelligence)’가 그거야. 재미있는 건 전 세계의 가정이나 직장의 컴퓨터 수백만 대를 연계해 신호를 분석한다는 거야.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내려 받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지 뭐야! 또 별도 행성도 없는 공간에 전파를 보내 봤자 낭비니까, 생명체가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을 향해 안테나를 돌린대. 예를 들면 슈퍼지구가 있는 방향 말이야. 그래서 슈퍼지구에서 생명체를 만날 수 있냐고? 글쎄…. 일단 내가 출발한 곳 에는 외계생명체가 없었어. 오히려 지구 안에서 외계행성에서나 살 것 같은 생명체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던데? 몰랐어? 어서 가서 확인해 봐!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3.jpg)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앨런전파망원경단지(ATA). 전파망원경 42개가 외계의 신호를 찾고 있다.
? 답이 오히려 지구에 있었다니, 외계생명체는 파랑새였단 말인가! 어쨌든 지구로 돌아가 보자.
5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극한미생물
다시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우주에서나 살 것 같은‘ 극한미생물’을 만나러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왔지요. 캄캄한 이곳은 마치 우주 같네요.
황을 먹고 에너지 꺼억
좀 덥죠? (보글보글보그르르) 보기도 안 좋고 귀찮기도 하니까 괄호 안은 앞으로 생략할게요. 여기는 수심 3000m가 넘는 심해저 해령에 있는 열수구예요. 마그마의 열기로 데워진 평균 300℃의 ‘열수’가 넘치는 곳이지요. 바깥에서는 지옥이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 저희 황박테리아에게는 천국이랍니다. 1977년 미국의 심해유인잠수정 앨빈 호가 갈라파고스 제도 근처 깊이 2500m 심해에서 저희를 처음 발견했어요. 빛도, 충분한 산소도 없는 데다 황화수소가 가득한 뜨거운 물을 뿜어내는 열수구 부근에도 다양한 생물이 산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게 엄청 충격이었나 봐요. 저희로서 굳이 독성 가득한 산소를 먹는 바깥 생물들이더 이해하기 어렵지만요. 환경에 맞춰 사는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저는 광합성을 하지 않고 열수에 있는 황화수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요. 그러면 심해게나 조개, 새우 같은 동물들이 저…, 아니 저희들을 다시 먹지요. 먹힌 친구들을 위해 잠시 묵념. 광합성이나 산소에 의존하지 않고 화합물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열수구 생태계는 ‘화학합성생태계’라고 불러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4.jpg)
열수구 지도
‘중앙해령 연구를 위한 국제협력기구(InterRidge)’가 2010년까지 조사한 전 세계 해저 열수구의 위치. 맨틀의 활동이 활발하고 해저 지각이 갈라지는 해령 부근에 대부분의 열수구가 몰려 있다. 붉게 표시된 부분이 현재도 활동 중인 열수구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5.jpg)
지난 2010년 NASA는 우주생물학자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의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동쪽에 있는 모노 호수에서 찾아낸 미생물 ‘GFAJ-1’의 존재를 발표했다. 모노 호수는 염분이 매우 높고 강 알칼리성이며 독극물 인 비소 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극한 환경이다. 연구팀은 GFAJ-1이 인 이 없는 호수 환경에서, 몸속의 인을 비소로 대체해 살아간다고 밝혔다. 인은 생명체의 필수 물질로 손꼽히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생명체에 대 인식을 뒤엎는 새로운 발견으로 많은 화제와 논란을 불렀다
![미생물 GFAJ-1](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6.jpg)
![모노 호수](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7.jpg)
남극 얼음 속은 미생물의 ‘따뜻한 우리집’
저희랑 반대로 엄청 추운 데서도 잘 사는 친구들이 있어요. 1970년 남극 연구자들은 빙하 3750m 아래에 높은 압력으로 녹은 물이 고인 ‘보스토크 호수’를 발견했어요. 호수의 온도는 영하 3℃. 게다가 빙하 밑에 깔려서 빛 한 줄기 들지 않고 영양분은 거의 없어요. 또 산소는 너무 많지요. 과학자들은 이런 환경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1996년 미국 몬태나주립대학교 존 프리스쿠 교수가 호수 안에서 미생물을 발견했답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1321N001_img_18.jpg)
NASA가 발표한 목성 위성 유로파의 상상화. 두꺼운 얼음층 밑에 깊이 100㎞에 달하는 바다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극과 유사한 환경이기 때문에 남극의 미생물 발견과 연구는 유로파의 외계생명체
탐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생물 GFAJ-1(위)와 모노 호수(오른쪽). ⓒNASA
과학자들은 극한미생물을 연구하면서 그들에게서 새로운 능력을 찾아내고 있어요.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연구팀은 환경이 좋을 때는 당을 먹다가, 용암동굴 같은 극한 환경에서는 철분을 이용해 물질대사를 하는 미생물을 찾아냈답니다. 환경에 따라 능력을 꾸는 거지요. 또 미국과 독일 공동 연구팀은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뜨거운 온천 속에 사는 홍조류인 갈디 에리아가 극한 환경의 박테리아 유전자를 ‘훔쳐서’ 중금속이나 염분이 가득한 환경에서도 견디는 능력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이렇게 환경에 맞춰 진화한 독특한 생명체가 외계에도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요. 우주의 생명체를 탐
구하는 ‘우주생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역시 극한미생물 연구에 몰두할 정도니까요. 생명의 정의나 생명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포용력을 기르면 외계생명체를 찾는 눈도 훨씬 넓어지지 않을까요?
“드넓은 우주에 우리만 있다면 거대한 낭비”
결국 외계생명체를 찾지 못하고 여행이 끝났네요. 사실 외계생명체가 있다고 해도 지구의 생물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확률은 0에 가깝겠지요. 특이한 미생물일 수도,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정의를 내려야 하는 ‘생명체’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너무 먼 다른 은하에 있는 지적 생명체들이 신호를 보내는 바람에 우리가 신호를 받는 데 지구 나이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어쩌면…, 이미 여러분 옆에 있을지도 모르지요. 이상, 외계생
명체를 찾는 ‘지구 거주’ 외계생명체 치르치르가 전해드렸습니다. 뾰로롱~!
? 아~, 빨리 나 말고 다른 외계생명체를 만나고 싶다~. 심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