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기울어진 지구 자전축이 태양 쪽을 향하는 봄이 오면 동강할미꽃이 깨어나지요. 강원도 동강 곁에만 산다는 희귀종 동강할미꽃은 봄을 알리는 전령사. 북반구에 자리 잡은 한반도에서 밤낮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되면 하얀 털로 곱게 꽃잎을 감싸고, 조용히 고개 숙여 이른 봄을 알리지요. 마음 급한 새싹은 따뜻한 봄비 한 번에 아지랑이처럼 하늘로 하늘로 피어오르네요.
어느 곳에 숨어 있었는지 봄비가 지나간 자리에 생명이 움터 오릅니다. 추운 겨울을 넘긴 씨앗에 금이 생겼어요. 일 년 열두 달 축축한 그늘 밑에 숨어 사는 이끼도 오늘만큼은 날 좀 봐 달라며 고개를 내밉니다.
연못에 알알이 맺힌 봄의 흔적
봄에 물든 연못에 개구리가 기지개를 폅니다. 겨울을 넘기는 생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를 아는 일이지요 무사히 봄을 맞은 개구리가 온기 가득한 봄바람에 신이 나서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경칩을 반깁니다.
일찍 깨는 개구리는 얼른 짝을 찾는 행운을 잡지만, 자칫하면 꽃샘추위에 얼어붙을 수 있지요. 늦잠을 자는 개구리는 걱정 없는 베짱이 팔자.
하지만 부지런한 개구리가 먹고 남은 것뿐이죠.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자연 속 모든 생명체가 그렇지 않은가요? 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니까요.
꽃물결에 밀려온 봄
꽁꽁 얼어 있던 개울물이 녹아 흐르기 시작할 때 꽃송이는 함빡 물을 머금고 두 잎 벌려 반긴다. 물에 비친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꽃꿀을 빨아먹는 것도 잠시 잊은 호랑나비를.
자외선은 알면서 노란색은 모르는 철없는 꿀벌은 노란 꽃가루를 온몸에 바르고 바쁘게 수정하며 봄을 퍼뜨립니다. 얌체 같은 나비는 수분이 급한 봄꽃의 심정은 아랑곳 않고 우아하게 긴 빨대를 달콤한 꿀에 꽂아 쪽쪽 맛있게 빨아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