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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어느 날. 경기도의 한 초등학생이 스마트폰을 고발한다. 스마트폰을 만나고부터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는 이 학생은,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서 영원히 떨어뜨려 놓으라고 재판부에 요청한다. 재판부는 긴급히 스마트폰을 구속하고,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중계 재판이 열리는데….

 

첫 번째 쟁점 스마트폰은 어린이 건강을 해치는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어린이과학동아’ 배심원단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 스마트폰 고발 사건을 맡은 섭섭판사라고 합니다. 원고 측과 피고 측의 이야기를 잘 듣고 스마트폰이 죄가 있는지, 어린이들 로부터 떨어뜨려 놓을 정도인지 판단해 주세요.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에 따라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합니다. 검사, 발언해 주세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휴대전화는 암흑이 같은 어린이들에게 매우 위험한 기계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나오는 전자파가 뇌에 종양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무서운 발암물건을 하루라도 빨리 어린이들에게서 떨어뜨려 놓아야 합니다!

 

 

변호사


잠깐만요! 지금 검사님은 휴대전화 전자파의 위험을 과장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DNA를 망가뜨릴 만큼 에너지가 크지 않습 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경고한 발암 가능성도 고작 ‘2B 등급’으로,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수준이란 말입니다. 스마트폰이 유죄라면, 도로에 돌아다 니는 자동차들도 모두 감옥에 가야 한단 말입니까?

 

검사


등급이 높지 않다고 해서 결코 휴대전화를 안전한 물건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는 지금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전자파가 얼마나 위험한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몸에 좋지 않다는 건 분명하니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는 뜻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유죄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들이 많습니다. 함께 보면서 말씀드리죠.

 


어떤가요? 이렇게 명백한 증거들이 있는데 어딜 발뺌하려고 듭니까? 어린이 건강에 특히 나쁜 스마트폰을 당장 감옥에 집어 넣어야 합니다!

첫 번째 쟁점부터 양쪽의 신경전이 치열하군요. 그런데 저 친구는 왜 저렇게 뛰어다니는 거죠? 여보세요, 원고, 원고! 자리에 앉으세요!


여긴 놀이터가 아니라고요~!



두 번째 쟁점 스마트폰은 ADHD를 유발하는가?


어휴…, 법정에서 뛰어다니는 친구는 처음 봤군요. 다음 쟁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원고가 저렇게 산만하고 정신없이 행동하는 게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나요?

존경하는 섭섭판사님과 배심원단 여러분, 원고처럼 어린 아이가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면ADHD에 걸린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금 제 손에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낱낱이 폭로한 스마트폰의 범죄 사실이 들어있습니다. 증거 자료로 제출하겠습니다.
 

섭섭판사님, 이의 있습니다! 임산부가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태아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반대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저희 쪽 증인 요청합니다. 변호인은 계속 구경만 하고 있나 했는데 드디어 변론을 하는군요. 증인 요청 받아들입니다.


안녕하세요. 증인으로 출석한 하미나 교수라고 합니다. 저희 연구팀에서 조사한 바로는 임신했을 때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태아가 특별히 ADHD에 많이 걸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은 임산부가 휴대전화를 사용했을 때 태아에게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아기가 태어난 지 6개월, 12개월, 36개월 별로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을 조사했는데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완전히 무죄란 말은 아닙니다. 어린이들이 직접휴대전화를 사용했을 때는 결과가 또 다릅니다. 어린이가 하루에 1분 이상 음성통화를 할 경우, 휴대전화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어린이에 비해 ADHD발생 위험이 30% 정도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자, 잠깐만요. 하 교수님, 당황스럽네요. 예전에 말씀하시기로는 ADHD가 생기는 게 휴대전 화 전자파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면서요.

 

물론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가정환경 같은 다른 이유로 ADHD가 먼저 발병해서 휴대전화에 집착하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지요. 상호작용이 있긴 할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세 번째 쟁점 스마트폰은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변호인은 왜 증인과 싸우고 그러세요, 참…. 그런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보니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가 다 위험한 것 같은데, 검사 측은 왜 유독 스마트폰을 고발했습니까?

휴대전화 중에서도 스마트폰은 특히 죄질이 나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저희 쪽 증 인이 이야기해 줄 겁니다.

저는 암흑이 담임선생님이에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나서 암흑이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났어요. 수업 시간에도 통 공부를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SNS 와 게임만 한다니까요! 심지어 요새는 스마트폰이 학교폭력도 부추기고 있답니다. 원, 세상에!


스마트폰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 중독성 보여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발표한 ‘2011년 스마 트폰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 자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 중독성을 보였다.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으로, 스마트폰을 끊임없이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답했다. 또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게임이 PC 게임보다 중독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이 학교폭력에 영향을?


수원청소년상담센터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147곳에서 학생 19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이 학교폭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56.6%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으로 폭력물을 보고 따라하거나 온라인에서 집단따돌림을 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무죄를 주장합니다!


저는 피고 측 특별 변호사입니다. 스마트폰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은데요, 기계를 올바르게 다루지 못하는 우리의 습관을 바꿔야지 스마트폰을 잡아넣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은 잘만 사용하면 교육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귀뚜라미 탐사대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귀뚜라미 노래를 녹음하고 사진촬영도 했습니다. 또 GPS나 온도처럼 탐사에 꼭 필요한 정보들까지 기록할 수 있어 어디서든 쉽고 편하게 자연탐사를 즐길 수 있었답니다. 교육을 도와 주는 스마트폰을 부디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피고의 최후변론을 듣겠습니다.

양 측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정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요, 최근 과학특별시 지방법원에서는 이와 비슷한 ‘휴대전화 고발 사건’에 대해 이렇게 판결한 선례가 있습니다. 당시 법원에 서는 휴대전화를 절제하지 못하고 마구 사용한 잘못이 더 크다고 보고, 원고인 어린이에게 아홉 가지 사항을 권고 조치했습니다.


과학특별시 지방법원의 판례


원고 어린이에게 아래 아홉 가지 사항을 권고합니다
➊ 어린이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➋ 통화할 때는 휴대폰을 얼굴에서 조금 떼어요.
➌ 통화는 짧게 할수록 좋아요.
➍ 통화시간이 길어질 때에는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사용해요.
➎ 통화보다 문자 메시지를 이용하세요.
➏ 휴대폰 사용 시 이어폰 마이크를 사용하세요.
➐ 휴대폰의 안테나 수신표시가 약하면 전자파가 더 많이 발생하니 주의하세요.
➑ 잠잘 때는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지 마세요.
➒ 휴대폰 전자파 차단제품을 믿으면 안 돼요.


스마트폰이 남긴 눈물의 최후변론서

어린이 배심원단 여러분, 저 스마트폰이에요. 게임 중독에 빠져서 건강을 해친 친구들을 보면 저도 정말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제발 절 버리진 말아 주세요. 여러분이 잘만 사용하면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기능들을 많이 가지고 있단 말이에요.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바로 신고하거나 상담받을 수 있는 어플도 있고요, 어린이 친구들에게 해로운 정크푸드(고열량•저영양음식)를 골라내는 어플도 있단 말이에요. 자동번역 어플로 여러분이 외국인 친구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도 있어요. 저도 나쁜 친구보다는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답니다. 그런데 여러분을 보는 게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흑흑…, 제발 절 버리지 말아 주세요~.

그럼 마지막으로 피고인에게 최후 변론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피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요…, 저는 그냥 어린이 친구들이 좋아서 같이 게임도 하고 놀고 싶었을 뿐이걸랑요…, 좀 억울하기도 하고요…, 암흑이 저 친구가 저렇게 될 줄은 몰랐단 말이에요…, 한 번만 봐 주세요, 으앙~.


어험, 피고, 울지 마세요. 뚝! 자, 그럼 이제 ‘어린이과학동아’ 배심원단의 결정을 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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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하미나 교수
  • 장이권
  • 주세영
  • 변지민
  • 최형도 팀장
  • 이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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