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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든 흙기사! 현해남교수님

‘흙이 숨을 쉬고, 아프기도 한다고?’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현해남 교수님은 우리가 매일 밟고 있는 흙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인 것처럼 말씀하세요. 흙이 건강해야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쌀과 각종 야채, 과일을 재배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교수님은 1999년부터 무려 13년 동안 농민들에게 건강한 흙의 중요함을 알리고 계신대요. 게다가 알기 쉽게 만화로 그려 연재까지 하고 계세요.



 

 
가장 오래된 언어, 만화로 전하는 흙 이야기

‘만화로 이해하는 흙과 비료 이야기’는 현해남 교수님이 신문과 잡지에 연재한 만화를 모아 펴낸책이에요. ‘어린이과학동아’에 등장하는 캐릭터와는 다르지만 깔끔한 선과 풍부한 표정을 가진 캐릭터가 현 교수님의 만화를 본 첫인상이었어요. 교수님은 어떻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신 걸까요?


교수님, 그림 실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그리셨나요?

어렸을 땐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게 전부였어요. 제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건 대학 교수가 되고 난 뒤였답니다. 농업과 관련된 흙을 연구하는 학자다 보니 농민들에게 강의할 일이 많은데, 어려운 말이 많아서 그런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꾸벅꾸벅 조는 농민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알기 쉽게 강의할까 고민하다가 ‘만화’를 떠올리게 된 거예요. 수천 년 전 우리 선조들이 동굴 벽면에 그린 그림을 본 적 있나요? 그림은 언어가 생기기 전부터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예요. 게다가 그림에 스토리를 더한 만화는 재미있기까지 하죠! 그래서 전 농민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강의할 수 있도록 만화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그리기 시작한 만화를 농민신문에 연재하면서 책까지 내게 되었답니다.




 
➊ 몽골에서 발견된 7세기 청룡 벽화(추정). ➋ 약 3만 년 전에 그려진 프랑스 쇼베동굴 벽화. 사자들이 들소를 사냥하는 모습.





현해남 교수님이 그린 ‘흙과 비료이야기’.

와…. 대단해요! 만화의 반응은 어땠나요? 농민들이 흙 이야기를 잘 이해하게 됐나요?

그럼요. 신문에 만화를 연재한 날이면 전화를 10통 이상 받아요. 농민들이 만화를 보고 자기가 농사짓는 땅에 대해 물어 보죠. 그런 전화를 받으면 제가 그리는 만화가 농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람을 느낀답니다. 또 그분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는 제 연구에도 큰 도움이 돼요. 전국의 땅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농사를 짓는 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현해남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과학자예요. 제주대학교에서 흙과 비료를 연구하고 농민들이 알기 쉽도록 만화로 그려 연재하고 있어요.


흙이 살아있다고?

‘흙’을 연구하시는 현해남 교수님 연구실은 흙보다 화학약품이 많아 마치 화학 실험실 같아 보였어요. 흙을 연구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요? 또 교수님 만화에는 ‘흙이 살아 있다’고 하는데 그건 무슨 뜻일까요? 정말 살아 있다는 걸까요?


흡! 교수님, 연구실에서 다슬기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여긴 흙 연구실이 아닌가요?

맞아요. 그 화학 약품들은 흙을 연구하는 데 쓰는 물질이에요. 흙에는 칼슘, 마그네슘, 철 등 다양한 원소가 들어 있어요. 뿐만 아니라 흙 1g 속에는 약 10억 마리나 되는 미생물이 살고 있답니다. 이 생물들이 호흡하면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흙도 살아 있다고 하는 거예요. 이 곳에 있는 화학약품들은 흙의 성분과 흙 속에서 일어나는일을 알아보는 데 사용해요.

아~. 흙이 살아 있다는 말이 그런 뜻이었군요! 그러면 흙 속에 사는 생물들이 튼튼해야 건강한 흙이겠네요?

맞아요. 흙 속 생물들이 튼튼해야 흙도 건강하고, 그 흙에서 자라는 식물도 건강하죠. 만약 흙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흙에서 자라는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과 사람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새들은 본능적으로 건강한 흙에서 자란 식물을 알아보고 먹이를 가려 먹는다고 해요. 우리 조상들은 ‘농사직설’이라는 농사책에 좋은 흙과 나쁜 흙을 구별하는 방법을 기록했는데, 맛을 보고 단맛이 나면 좋은 흙이고 쓴맛이 나면 나쁜 흙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 방법은 과학적으로도 맞는 말이에요. 나쁜 흙은 미생물이 죽어서 물질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쓴맛이 나거든요. 요즘은 맛을 보는 대신 이산화탄소 측정기로 흙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측정해 좋은 흙과 나쁜 흙을 구별한답니다.




내용이 짜임새 있는 만화가 좋아요!

"저는 허영만 작가의 ‘꼴’과 ‘식객’이라는 만화를 좋아해요. 만화에 들어 있는 정보가 정확할 뿐 아니라 내용 전체도 아주 짜임새 있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만화

꼴, 식객 (허영만)



 







 

현해남 교수님이 ‘어린이과학동아’ 인터뷰를 그린 그림



 
끝으로 과학과 만화를 좋아하는 ‘어린이과학동아’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저는 어린 시절 식당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흙 연구도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흙을 연구하고, 만화를 그리는 과학자가 된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어린이과학동아’ 독자 친구들도 저처럼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창의성도 쑥쑥 자라고, 하고 싶은 일에 몰두 할 수 있게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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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 PDF없음 정보

  •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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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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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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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다빈 참여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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