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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맺힌 나비와 소리없는 대화를 속삭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중에서


13년 전 어느 새벽길, 영롱하게 빛나는 아침이슬에 반사된 나비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세상의 거친 비바람에도 끝까지 순수를 지킬 수 있을 것만 같은 나비를 쫓아다니며 작가는 수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나비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비와의 소리 없는 대화를 카메라로 기록한 ‘꿈의 대화’를 들어보자.



 


 
톱니바퀴에 빨대를 꽂을까

긴꼬리명주나비가 톱니바퀴처럼 생긴 쑥부쟁이 주변으로 모여들어 맛을 볼 준비를 하고 있다. 도시가 점점 늘어나면서 갈 곳 잃은 긴꼬리명주나비는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나비는 방울방울

동그란 물방울마다 노랑나비와 분홍장미가 담겨 있다.노랑나비가 물방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 하는 건 아닐까. 작은 물방울들은 마치 굴절된 빛을 담은 렌즈처럼 빛난다.


 
 
비오는 밤, 검은 망토

검은 망토를 두른 사나이들이 형형색색 불빛이 빛나는 도시를 습격하고 있다. 연꽃 밭으로 날아든 제비나비를 조명을 이용해 촬영했다. 물이 흘러내리는 유리판으로 비가 오는 장면을 만들었다.


 
사진기로 그린 그림

파스텔 느낌을 주는 나비 날개와 흔들린 꽃잎, 동그랗게 반사된 물방울이 마치 유화로 그린 그림 같다. 나비와 물방울만으로 최고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번 겹쳐서 찍는 ‘다중촬영’ 기법을 사용했다.


 



 
잠깐! ‘다중촬영’이란
필름카메라에서 한 번 사진을 찍은 필름 위에 다시 촬영하는 기술을 말한다. 요즘은 컴퓨터 기술이 발달해 사진을 쉽게 합성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필름을 오려붙이는 방법 외에는 다중촬영이 유일하게 사진을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필름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한 번 찍으면 인화하기 전까지 사진을 확인할 수 없다. 다중촬영은 물체의 위치와 색깔 등을 정확히 기억하고 계산하는 능력이 필요한 고난이도 촬영기술이다.



 
쏟아지는 빛줄기

한참 맛있게 꿀을 빨아먹던 호랑나비가 갑자기 내리는 비에 당황했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보라색 투구꽃을 꼭 잡고 매달려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백목련 피는 봄이 오면

백목련을 만난 호랑나비가 기쁨의 춤을 추고 있다. 겨울 내 땅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던 호랑나비에게 백목련이 피는 시기는 인생의 절정일 것이다. 물방울이 도넛처럼 동그랗게 보이는 건 ‘반사렌즈’라는 특수렌즈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이미 순수한 몰입이 주는 기쁨을 충분히 맛보았다고 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어린이과학동아’ 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고 하자, 망설임 없이 “주변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색다르게 보는 연습을 해 보라”고 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가운데 자신만의 개성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작가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나비를 바라 본 사진전 ‘꿈의 대화’는 6월 20일부터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김부연 사진작가(현대사진연구회 회장)

2012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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