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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숭례문, 무슨 일이 있었나요?

어라? 불에 탔던 숭례문이 레고로 다시 살아났잖아! 지붕과 누각의 예쁜 곡선과 아름다운 색깔도 예전 그 모습 그대로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레고로 부활한 숭례문?

놀랐나요? 후훗. 진짜 숭례문과 헷갈릴 정도로 비슷하게 만들긴했지요. 이건 사실 저희 ‛브릭인사이드’라는 레고동호회에서 만든 숭례문 미니어처예요. 진짜 숭례문은 올해 12월을 목표로 아직 복구중이랍니다. 하루 빨리 숭례문이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에 이렇게 레고로 미니어처를 만들어 봤어요.   김성원 (브릭인사이드 대표)

깜빡 속을 뻔 했네요! 그런데 저기 진짜 숭례문에도 레고 블록처럼 알록달록 색깔이 들어가 있는데요?

이건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숭례문을 이루는 돌과 나무들의 나이를 알아낸 다음, 나이에 따라 다른 색깔을 입힌 지도랍니다. 레고 블록처럼 알록달록 여러 색깔이 섞여 있는 건 숭례문의 아픈 과거 때문이랍니다.

숭례문의 아픈 과거요?


 






과학 분석방법으로 속살을 들여다보다


“으으으으윽~.” 헉! 이게 무슨 소리지? 세상에나…, 숭례문이 신음 소리를 내고 있잖아?
숭례문아 무슨 일이야? 뭐라고…! 지금처럼 크게 다친 게 처음이 아니라고?



상처투성이 숭례문의 아픈 과거

2008년처럼 크게 불이 난 건 처음이지만, 숭례문은 600년역사에 걸쳐 여러 번 다치고 상처를 치료한 흔적이 있어요. 특히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때 상처는 이번 못지않게 컸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숭례문 통로로 전차를 다니게 하기 위해 주변 성곽을 모두 허물고 통로에 흙을 높게 쌓았어요. 또 2층 누각의 창문을 없애고 감시용 망루를 설치하는 등 숭례문을 크게 훼손했답니다. 한국 전쟁 때는 포탄과 총알받이 신세가 됐고요. 숭례문을 이루고 있는 돌과 나무들의 나이가 제각각인 건 그만큼 숭례문을 여러 번 수리했다는 사실을 말한답니다.


 





바코드처럼 정확한 나이테!

숭례문의 윗부분을 이루고 있는 나무기둥들은 단단하고 곧은 소나무를 재료로 사용했어요. 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목재를 교체한 흔적이 나이테 분석에서 드러났어요. 한 지역에 자라는 나무는 시대별로 독특한 나이테 패턴을 가진답니다. 나이테는 매년 1개 층씩 늘어나는데, 그 해 날씨와 강수량 등에 따라 얇게 생기기도 하고 굵게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충북대 박원규 교수팀은 숭례문 화재 때 떨어져 나온 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한 다음, 1170년부터 2010년까지 840년 치의 한반도 소나무 나이테 패턴과 비교해 연대를 측정했어요. 박 교수팀이 분석한 자료는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과도 거의 일치해요.


 


초음파 쏘아 돌의 나이 알아낸다

숭례문의 아랫부분에 사용한 돌은 단단한 화강암이에요. 쉽게 손상되는 돌은 아니지만 두 차례 큰 전쟁을 겪으며 많은 돌이 파괴되었어요. 1907년 일본이 조선 군대를 해산시키려 하자 조선 군인들이 반발해 일본 군대와 맞붙었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군인들이 쏜 기관총에 성벽이 파괴되었어요. 두 번째는 한국 전쟁 때 포격과 총격을 받아 숭례문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이후 받침돌 수십 개를 교체해야 했답니다. 이렇게 상처를 입을 때마다 교체한 돌은 예전에 있었던 돌과 다르겠죠? 교체한 새 돌과 원래 있던 헌 돌을 구별하기 위해 초음파를 쏘아 보았더니 그 차이가 바로 드러났어요.
 

오랫동안 숭례문을 지켜온 돌일수록 속에 작은 균열과 틈새가 많아 초음파 속도가 느려진답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돌의 나이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요.


"왜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서 나무와 돌의 연대를 측정하는지 궁금하시죠? 숭례문이 과거에 어떤일을 겪었는지, 복구 과정에서 시대별로 어떤 특징이 나타났는지 알아야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죠.” 박원규 (충북대학교 목재· 종이과학과 교수)


철저히 전통기술로 복원한다!


문화재청은 숭례문의 ‘국보1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작업을 ‘한국 전통방식’으로 복구한다는 원칙을 세웠어.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지. 지붕에 쓰는 기와는 30년 가까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기와만 쓰고 있던 상황이었거든. 불행 중 다행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통기와 제작방식을 고수하고 있던 한형준 선생님이 계셨어. 숭례문에 올라가는 기와 2만 2천장은 모두 한형준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거야. 현재 부여의 한국전통문화학교에 설치한 기와가마에서 열심히 기와를 굽고 있는 중이지.


색깔이 변하는 전통기와?

현재 전통가옥이나 절, 궁궐의 지붕에서 볼 수 있는 기와는 검은색의 공장용 기와예요. 그런데 숭례문에 올라갈 전통기와는 은빛에 가까운 기와랍니다. 검은색 페인트를 칠한 공장용 기와와 달리 전통기와는 연을 먹여서 자연스러운 은회색을 띄거든요. 전통 기와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서 기와 색깔이 변한다는 놀라운 사실! 비가 올 땐 물을 머금어 진해지고, 건조할 땐 반대로 물을 내뿜어 연해지거든요. 또 수분이 빨리 배출돼서 기와 아래 있는 나무를 보호하는 기능도 있답니다. 그리고 무게가 가벼워서 지붕을 받치는 나무기둥에 부담이 적다고 해요.



 


잠깐! ‘연’을 먹인다?


우리 조상들은 기와를 굽는 마지막 과정에서 나무에서 나오는 연기를 이용해 기와에 자연스러운 은회색을 입혔어요. 가마에 산소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모두 틀어막고 불을 때면 나무가 불완전연소하면서 반응성이 높은 일산화탄소(CO) 기체가 나오거든요. 이 기체가 기와 속에 있던 산소(O)와 만나면 기와 표면에 탄소(C)가 코팅되면서 검은색이 나타나는데, 이 과정을 ‘연을 먹인다’고 표현한답니다.


늠름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숭례문


지금 숭례문 복구현장에서는 한창 기와를 올리는 중이야. 일제 강점기때 허물어진 주변 성곽도 복원하는 중이고. 친구들도 지붕의 색깔이 사시사철 변하는 멋진 숭례문을 얼른 보고 싶지? 온갖 상처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600년이라는 긴 시간을 견뎌온 숭례문아, 늠름한 모습으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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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 도움

    박원규 교수
  • 도움

    조상순 학예연구사
  • 도움

    김창대 전수조교
  • 도움

    김성원 대표
  • 사진

    변지민 기자
  • 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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