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이런…, 또 실패야! 아무리 다시 만들어 봐도 원하는 맛이 나오질 않아. 왜 내가 만든 요리는 다 맛이 없는 거지? 주방장님 말대로 정말 소질이 없는 건가….
잠깐, 근데 이게 무슨 냄새지? 음~, 군침이 도는 걸! 나 말고 주방에 있는 사람이 또 있나? 킁킁~, 냄새를 쫒아….
엥? 쥐? 쥐가 요리를 하고 있는 거야?

요리와 과학의 만남, 분자 요리


그런데 저 쥐, 뭘 만드는 거지? 모양이 굉장히 독특한데, 겉으로 봐서는 무슨 재료를 썼는지 전혀 모르겠어. 가만, 주방에 쥐라니! 생쥐 녀석! 꼼짝마랏!

워워~, 진정하라구. 지금 분자요리를 만들고 있잖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갔다구~. 난 ‘레미’라고 해. 절대미각의 요리천재지. 그나저나 지금 그 표정은 뭐야? 분자요리를 전혀 모르는 거야? 영국잡지 <;더 레스토랑>;이 뽑은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개 중 1, 2, 3위가 모두 분자요리 레스토랑인데? 요리를 못하는 이유가 있었구만. 에효~, 어쩔 수 없다. 내가 분자요리의 대가들에게 배운 지식을 좀 전수해 주지.

 
해초를 거품 형태로 만들어 채소와 생선에 곁들인 분자요리.

분자요리란, 재료와 조리 과정을 분자단위로 보고 요리하는 걸 말해요. 분자는 물질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최소의 단위랍니다. 재료의 분자 배열은 보통 굽고 조리고 익히는 과정에서 바뀌어요. 따라서 고유의 맛과 향이 사라지기 일쑤지요. 분자요리는 원재료의 맛과 향을 가장 잘 전달하면서 재료를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로 조리해요. 그러려면 우선 재료의 특성과 조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당근이나 깻잎은 85℃이상에서 요리하면 채소의 아삭아삭한 느낌이 없어지면서 흐물흐물해져요. 하지만 이보다 낮은 83℃로 요리하면? 시간은 8~10배 정도 더 걸리지만 사각사각한 채소의 맛을 느낄 수 있지요.
이렇게 각 식재료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적합한 온도를 찾아내 요리하는 것도 분자 요리법 중 하나예요. 이 때 쓰는 게 실험용 액체 온도 조절장치예요. 온도를 0.1℃ 단위로 세밀하게 조절해 유지시켜 주죠.
이 밖에도 주사기나, 스포이트 등 화학도구와 액화질소, 알긴산 등 화학약품도 이용하지요.

 

무엇보다 겉모양만 보고는 맛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분자요리의 매력이에요. 재료의 맛은 최대한 살리면서 화학반응을 이용해 씹는 느낌이나 형태를 완전히 바꿔놓거든요. 베이컨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포크로 찍어먹는 수프가 그 예지요.
요즘 스페인에서는 분자요리에 대한 연구가 아주 활발해요. ‘알리시아’라는 요리과학연구소에서는 요리사와 과학자, 영양학자가 함께 모여 분자요리를 연구하고 있어요.

개성만점 분자요리

이제 분자요리가 어떤 건지 좀 알겠어? 때마침 내 요리도 다 됐군. 된장국동그랑땡이야. 스승님께 특별히 전수받은 분자요리지. 한 번 먹어 봐~.

이게 된장국이라고? 계란 노른자처럼 생겼는데? 앗! 씹는 순간 된장국이 터져 나오네! 이건 어떻게 만든 거야? 나도 좀 가르쳐 주라~. 요리는 못해도 열정은 있군. 좋아, 스승님께 특별히 전수받은 분자요리 레시피를 공개하지. 집중해서 들어야 할 거야. 모두 화학반응을 이용한 요리거든.

분자요리 레시피

딸기를 거품으로, 레시틴


식재료의 맛을 한결 부드러우면서도 생생하게 살리려면? 재료를 거품 형태로 만들면 돼요. 방법은 간단해요. 딸기를 갈아 만든 주스에, 레시틴 분말을 넣어 저어 주는 거지요. 여기서 공기거품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 단백질이에요. 단백질은 평소에는 실타래처럼 꼬여 있다가, 힘을 가하면 쫙 퍼지면서 공기방울을 감싸안는답니다. 하지만 순수한 물은 표면장력이 강해서 거품을 오래 유지할 수 없어요. 이 때 콩에서 얻은 레시틴을 넣으면 물 표면에서 표면 장력을 낮춰 줘요. 그 결과 거품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답니다.

고기의 부드러운 맛을 그대로, 수비드

수비드는 진공 저온 조리법을 말해요.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열에 강한 비닐팩에 고기를 넣고 51~60℃ 의 저온에서 익히는 거지요. 고기의 씹는 맛은 고기의 근섬유다발에 있는 액틴과 미오신이 결정해요. 벌어져 있던 액틴과 미오신이 열을 받으면서 서로 엉켜 붙어 고기가 질겨지는 거지요. 하지만 수비드는 저온에서 가열하기 때문에 미오신과 액틴이 덜 달라붙게 돼요. 또 진공상태로 가열하기 때문에 육즙이 증발하지 않아요. 그 결과 부드러운 육질에 풍부한 육즙까지 맛볼 수 있답니다.

망고주스를 캐비어로, 알긴산

망고주스로 만든 캐비어예요. 액체는 형태가 없기 때문에 요리하기가 불편해요. 다른 식재료들과 섞이거나 흘러들어가기 쉽죠. 이 때 ‘알긴산’을 써요.
알긴산은 다시마나 파래와 같은 갈조류의 세포막을 이루는 물질이에요. 끈적끈적한 물질에 들어 있죠. 아무 맛도 없고 색도 없어서, 재료의 형태만 바꾸고 재료의 맛에는 아무 영향도 주지 않아요.
그런데 알긴산은 칼슘과 만나면 응고하는 성질이 있어요. 따라서 망고주스에 알긴산을 섞어 염화칼슘 용액 속에 담그면, 액체인 망고가 고체인 젤리형태로 변신하지요. 한편 구연산나트륨은 pH를 조절해요. 표면만 얇게 젤리처럼 만들어 씹는 맛을 더욱 좋게 해 준답니다.

만드는 과정

❶ 볼에 망고주스와 알긴산, 구연산나트륨을 넣고 잘 섞어 망고주스 혼합액을 만든다.
❷ 또 다른 통에 염화칼슘을 넣고 물에 녹인다.
❸ ❶에서 만든 망고주스 혼합액을 주사기에 넣고, 한 방울씩 ❷에 떨어뜨린다.
❹ 체로 건져 찬물에 헹군다.
 


요리는 인류 진화의 원동력

분자의 상태가 조금만 바뀌어도 음식의 맛과 향이 변하다니, 멋진 요리사가 되기 위해선 과학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어! 그런데 넌 언제부터 배운 거야?

난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에게 쫓겨다니는 게 너무 싫었어. 그래서 무엇이 인간을 저렇게 크고 똑똑하게 만들었을까 늘 궁금해 했지. 그러던 어느 날, 하수구 속에서 누군가가 떨어뜨린 논문 한 편을 발견했어. 하버드 대학교 영장류학자인 리처드 랭햄 교수의 논문이었지.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어. ‘인류가 이렇게 진화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요리 때문이다…!’

❶ 뇌 크기의 증가

*고 호모사피엔스는 현생인류의 뇌용량인 1200cc보다 조금 작은 1150cc 크기의 뇌를 가지고 있었다. 현생인류는 왜 뇌가 더 커진 걸까? 과학자들은 그 이유로 요리를 주목하고 있다. 요리와 뇌의 크기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뇌는 평소 쓰지 않은 근육보다 20배가 넘는 에너지를 쓴다. 늘 바쁘게 신경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가 큰 쪽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분이 필요하다. 불로 익혀먹는 요리를 하면서 인류는 질긴 날 고기 대신 부드러운 고기 요리를 먹게 되었다. 또한 섬유질이 많아 날로 먹기 힘들었던 식물 뿌리나 덩이줄기 등도 불로 익혀 쉽게 씹을 수 있게 되었다. 요리가 인류에게 영양분이 많은 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고 호모사피엔스 : 50~30만 년 전에 살았던 전 현생인류

 
음식을 익혀먹으면서 인류의 번식력과 생존율도 높아졌다. 날 음식에 있던 기생충이나 병원균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❷ 큰 체격에 S라인 몸매

과학자들은 요리가 몸집을 키우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익힌 음식은 씹기 편해졌고, 그 결과 잘게 부서진 음식은 몸 속에서 빠르게 소화되고 흡수됐다. 자연히 배고픔도 빨리, 자주 찾아왔고, 그 결과 음식을 자주 먹게 되면서 인류의 몸집이 점차 커졌다는 것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소화흡수가 쉽도록 가공한 사료를 6개월 동안 먹은 쥐는 가공하지 않은 상태의 사료를 먹은 쥐보다 몸무게가 30% 더 나갔다.
요리의 발달로 부드러운 고기를 맘껏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생김새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딱딱한 음식을 위한 큰 이빨과 턱이 사라진 것이다. 몸매도 S라인이 됐다. 소화가 쉬워지면서 허리 쪽에 있던 소화기관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날 사람의 소화기관은 영장류 평균의 60% 크기다.

인류 최초의 요리사는 호모에렉투스?

“그동안 호모에렉투스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두 배가 넘는 큰 뇌를 가졌다는 것은 고기를 먹었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가설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죽은 고기를 먹었거든요. 그런데 뇌의 크기는 여전히 침팬지와 비슷하답니다. 턱이 줄어든 것도 이해가 가질 않아요. 호모에렉투스가 처음 등장할 시기에는 불이 발견되기 않았거든요. 고기를 먹었다면 당연히 날 것으로 질겼을 거예요. 그런데 턱이 커지긴 커녕 작아졌다니요! 그래서 생각했죠. 불을 사용한 흔적보다 앞서 호모에렉투스가 불을 이용해 요리를 한 게 아닐까하고요. 왼쪽 페이지의 연표를 보면 뇌가 커진 시기와 불을 사용한 시기도 비슷하답니다."
리처드 랭햄 (하버드대학교 교수, 영장류학자)
 


요리가 바꾼 유전자 

인류의 지능부터 생김새까지 요리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이 엄청나구나!

놀라긴 일러~. 요리가 바꾼 건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거든. 유전자도 바꿔놨다구. 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쥐 통신원들이 보내온 뉴스를 보라구!

쌀을 먹는 민족, 아밀라아제 유전자 개수 많아

일본에 있는 ‘밥조아’ 통신원이무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학교 나다니엘 도미니 교수팀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일수록 아밀라아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의 개수가 많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밀라아제는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효소로 침에 섞여 있습니다.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한다면 아밀라아제가 풍부할수록 유리한 거죠.
연구팀에 따르면, 밥 같은 탄수화물을 주로 먹는 일본인은 아밀라아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6개 이상 가졌다고 해요. 생선을 주식으로 하는 북극의 야쿠트족의 두 배인 셈이죠. 연구팀은 사냥과 낚시로 먹을 것을 얻는 북극 사람은 주로 단백질을 섭취하기 때문에 아밀라아제 효소가 많이 필요치 않다고 설명했답니다.

우유가 주식인 유목민, 젖산분해효소가 풍부해

몽골에서 우유짱 기자입니다. 과거 우유나 치즈 등 유제품을 주식으로 했던 민족은 어른이 돼도 젖산분해효소 유전자가 활발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나빌 데나타 교수팀이 밝혀냈습니다. 사실 아시아인에게 우유는 소화하기 어려운 식품입니다. 우유에 포함된 젖산이라는 물질이 장에서 설사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목생활을 하던 유럽계 민족과 중앙아시아와 몽골 지역민은 우유를 잘 소화시킵니다.
데나타 교수팀은 우유를 주식으로 하는 유목민에게 우유를 소화시키는 효소의 활성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고 설명했어요.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가 살아남아 전달된 결과라는 거죠.

술이 강한 러시아인, 추위 때문

러시아나 폴란드 같은 북방민족이 술에 강한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알코올은 몸 속에서 분해돼 아세트알데히드를 거쳐 물로 분해됩니다. 연구결과, 일본인의 30%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물로 분해하는 효소가 잘 활성화 되지 않아 술을 조금만 먹어도 금방 취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반면 러시아인은 잘 활성화 돼 독한 술도 잘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학자들은 추운 겨울을 나야 했던 조상들에게 이런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부지방은 겨울에 영하 40℃까지 내려갈 정도로 춥습니다. 즉, 조상들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술을 마셔 몸에 열을 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아추워스키 기자였습니다!

잠깐!  ADHD는 햄버거 때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빵과 우유, 고기 등을 먹는 서양식 식습관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호주 텔레손 아동건강연구소의 웬디 오디 박사는 2,868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14살까지의 식습관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서양식 식습관을 가진 아이들이 곡물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아이들에 비해 ADHD의 발생율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오디 박사는, 서양식 식단에는 뇌 기능, 특히 주의력과 집중력에 필요한 필수미량영양소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또한 ADHD와
연관이 있는 색소와 첨가제가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답니다.

미래의 요리는 우리가 주인공!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요리가 미래 내 자손들의 유전자를 바꿀 수도 있다는 거잖아. 정말 요리의 힘은 놀라워! 그런데 미래에는 어떤 식재료를 쓰려나…. 지금과 비슷하겠지?

얘가 정말 요리사 맞아? 지구가 이렇게 더워지고 있는데 당연히 식재료도 변하지! 앞으로 100년 뒤엔 지금 쓰는 식재료는 찾아보기 힘들 거야. 한국도 아열대성 어류와 채소가 밥상에 오를 거라구~.

뜨거워지는 한반도, 식재료가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6개 도시의 평균 기온이 1.7℃가 올랐어요. 전세계 평균인 0.74℃보다 2배나 높지요. 지금 이 속도라면 앞으로 100년 뒤엔 4~6℃ 정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태국과 같은 열대기후로 바뀌는 거지요.
기온이 높아지면서 과일과 채소의 품질이 떨어지고 수확량도 줄고 있어요. 고추는 기온과 함께 높아진 이산화탄소 농도 탓에 열매의 수가 줄고, 열매를 맺는 시기도 늦어지고 있답니다.
기후가 변하면서 갈색여치나 꽃매미 등 새로운 해충까지 나타나 사과와 복숭아, 콩 등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어요. 해조류와 패류의 수도 줄고 있어요. 수온이 따뜻해지면서 먹이가 줄었기 때문이에요.

 

100년 뒤의 밥상은?

"미래의 밥상에 오를 식재료를 가장 먼저 만나 볼 수 있는 곳은 제주도예요. 가장 먼저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는 곳이거든요.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연구센터는 2010년 6월부터 9월까지 제주 연안 해안인 사계, 옹포, 행원, 산천 등 4개 지역에서 잡힌 어류를 분석했어요. 잡힌 70종의 어류 중 40%인 28종이 아열대성 어류였답니다. 19%였던 2006년과 비교하면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셈이지요.
제주도에 있는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사탕수수와 망고 등 아열대 채소 10종과 과일 15종을 시험 재배하고 있어요. 지구온난화에 따른
먹을거리의 변화를 준비하는 거지요. 아티초크와 쓴오이, 오크라는 이미 세 번 이상의 시험재배를 마치고 제주도 농가에서 직접 재배해 생산하고 있답니다. "
김동환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 연구센터 농업연구관)
 

미래 식탁엔 나노푸드가 온다!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요 몇 년 망고나 아스파라거스, 차요떼 등 아열대 작물을 쓰는 레스토랑이 많이 늘어났어. 그런데 미래에는 직접 만든 요리 대신 하루에 섭취해야 할 영양소만 모아둔 알약 같은 걸로 식사를 대신하지 않을까? SF 영화에서 보면 많이들 그러잖아.

노노~, 알약은 포만감을 느낄 수 없잖아. 밥 한 공기보다 열량이 높은 초콜릿을 먹었다고 해서 배가 안 고픈 게 아닌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내 생각엔 나노기술을 이용해 영양을 더 높이면서 맛은 더 좋은 나노푸드가 인기일 것 같은데?

나노 캡슐로 영양은 높이고, 맛은 살리고!

아이스크림이나 마요네즈가 부드러운 이유는 그 만큼 지방이 많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칼로리가 높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나온 게 지방 대신 물을 넣은 저지방 마요네즈예요. 칼로리가 낮아진 대신 지방을 줄인 탓에 부드러움이 줄어들면서 맛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요. 그런데 나노캡슐을 이용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어요. 지방으로 만든 300~500*nm 크기의 지방 캡슐 안에 물을 감추는 거지요. 칼로리는 반으로 줄여도 캡슐은 지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맛과 씹을 때의 부드러움은 일반 마요네즈와 같답니다.
나노 캡슐은 막이 반응하는 온도와 pH의 특성을 조절해 원하는 소화기관에서 캡슐을 터뜨려 해 물질을 방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1nm : 나노미터=1억 분의 1m.

맛과 효과를 최대로! 나노입자

영국의 이스트미드랜드 나노기술연구소는 2008년, 소금을 나노크기로 만들어 이용하면 감자칩에 사용되는 소금을 90% 줄이고도 맛은 그대로 낼 수 있다고 발표했어요.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단위부피당 표면적은 오히려 넓어진다는 원리를 이용한 거지요. 양은 줄었어도 결국 혀에 닿는 입자의 표면적은 늘어나 소금의 짠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거예요.
몸에 좋은 인삼 등 한약재를 수 나노미터의 작은 입자로 만들어 초콜릿이나 사탕성분을 코팅하면 초콜릿맛 한약도 만들 수 있답니다. 나노크기로 작아진 입자는 부피당 표면적이 늘어나 소화효소의 작용을 많이 받기 때문에 우리 몸에 흡수도 잘 돼요. 또 물뿐 아니라 기름에도 잘 녹아 우리 몸 곳곳에서 큰 효과를 낸답니다.
 

잠깐!  나노푸드, 위험하진 않나요?

나노물질은 워낙 작기 때문에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해요. 5~10nm 크기의 입자는 세포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지요. 그렇게 혈관 속으로 침투한 나노물질은 우리 몸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이런 경우 우리 몸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에요. 또 물질이 나노크기로 변하면 그 성질이 변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에요. 과학자들은 나노푸드의 안전성이 10년 안에 검증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화학반응뿐 아니라 이제는 나노기술까지, 과학이 이렇게 요리와 가까운 줄은 정말 몰랐어! 이제 무작정 굽고, 튀기기 전에 과학 공부부터 해야겠어! 레미!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가르쳐 줄 거지?

앞으론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에게 물어 봐. 이제 다들 요리를 보면 과학부터 떠올릴 테니까~. 친구들! 앞으로 나 대신, 링귀니를 부탁해! 난 새 메뉴 개발이 바빠서 이만! 휭~.

특집 한 걸음 더!

도전! 분자요리
오미자동그랑 땡, 함께 만들어 봐요!


만드는 과정
재료

오미자물 300g, 카라기난 4g, 물 550ml, 칼슘락테이트 20g 
 

❶ 오미자 물 300g에 카라기난을 넣으세요.
❷ 핸드블랜더를 사용해 섞어 주세요. 충분히 섞기 위해 냉장고에 하루 정도 넣어 두는 것이 좋아요.
❸ 물 500g에 칼슘락테이트를 섞으세요.
 

❹ 카라기난을 넣은 오미자물을 스푼으로 떠서 칼슘액에 넣으세요.
❺ 응고 반응이 있을 때까지 잠시 두세요.
❻ 칼슘액에서 꺼내 물에 행구세요.

카라기난은 ‘아이리시 모스’라고 하는 홍조류에 뜨거운 물을 부어 얻는 물질이에요. 칼슘과 만나면 응고하는 성질이 있지요. 또 수분을 잘 유지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물처럼 흐물흐물해지거나 딱딱하게 굳지 않아요. 오미자동그랑땡이 시간이 지나도 촉촉하게 원래 형태를 유지하는 이유랍니다.
오미자는 오미자나무의 열매로, 지름 약 1㎝에 짙은 붉은 색을 띠고 있어요. 신맛이 강해 차갑게 먹으면 여름철 영양 간식으로 안성맞춤이랍니다.
 

2011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화영 기자
  • 도움

    김동환 농업연구관
  • 도움

    이승종 연구원
  • 사진

    김기호 대표
  • 사진

    곽해수 교수
  • 진행

    박순구
  • 진행

    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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