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로 보티첼리, <;봄>;, 1481~1482년경, 패널에 템페라, 203×314㎝,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110/C201110N008_img_99.jpg)
그림에 식물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기원전 8세기 경 로마시대부터였어요.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식물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지요. 그러다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16세기에는 정교한 세밀화로 발전했답니다. 화가들은 식물을 어떤 모습으로 그렸을까요?
중세 화가가 백합을 그린 까닭은?
중세 시대에는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한 그림이 많았어요. 그 가운데 백합과 같은 식물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지요. 세 장으로 이루어진 <;수태고지 세 폭 제단화>;를 볼까요? 가운데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있네요. 여기서 탁자 위의 백합은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상징해요. <;구약성경>;에는 아름다움과 *다산을 상징하는 영적인 꽃으로 백합에 대한 구절이 많거든요.
<;천지 창조와 낙원에서 추방>;에는 오른쪽에 꽃들이 무성하게 핀 초원이 있어요. 여기에도 백합이 있답니다. 이 그림에서 백합은 노동의 괴로움이 없는 에덴동산을 의미하지요. 그림 속 초원에 핀 카네이션은 그리스어로 ‘신의 꽃’이라는 뜻이고, 딸기꽃은 낙원의 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림에서 우주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에 따라 동심원으로 묘사되었어요.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행성이 돌고 있다고 생각한 그리스의 천문학자예요. 지구는 초록색의 물, 파란색의 대기, 붉은 색의 불로 둘러싸여 있고 황도 십이궁을 대표하는 일곱 개의 행성들이 있네요
*다산 : 아이를 많이 낳음.
![로베르 캉팽, <;수태고지 세 폭 제단화>;, 1425년경, 패널에 유채, 64.1×63.2㎝,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110/C201110N008_img_01.jpg)
![조반니 디 파올로, <;천지 창조와 낙원에서 추방>;, 1445년경.패널에 템페라와 금, 46.4×52.1㎝,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110/C201110N008_img_02.jpg)
➊ 카네이션
➋ 백합
➌ 딸기꽃
보티첼리의 수수께끼
1480년대 초에는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이른바 ‘신플라톤주의’로, 이상적인 세계를 중시했던 플라톤에 대한 관심은 그림에도 영향을 미쳤지요. 이런 영향을 받아 당시 보티첼리라는 화가는 <;봄>;(98쪽 그림)이라는 작품을 그렸어요. 그림에는 신화 속 인물들과 함께 다양한 식물들이 등장해 이상 세계를 표현하고 있어요. 서풍의 신이자 봄바람인 제피루스를 피해 달아나던 클로리스가 놀라 비명을 지르려고 하지만, 입에서 장미꽃이 뿜어져 나오네요. 봄의 신 플로라가 치마에 가득 담고 있는 장미꽃은 부귀영화를 상징하고 있어요.
한편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에 등장하는 풍경은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했어요. 숲의 오렌지 나무는 *메디치가를 상징하는 과일이고, 배경의 월계수 나무는 메디치가 사람들 중 한 명을 뜻했죠. 이처럼 보티첼리는 탁월한 학식을 바탕으로 그림 속에 수많은 수수께끼를 담았어요.
<;비너스의 탄생>;에도 서풍의 신이자 바람둥이인 제피로스가 아내인 꽃의 여신 플로라를 안고 찔레꽃을 흩날리고 있어요. 오른쪽에 계절의 여신인 호라는 영광을 상징하는 월계수 나무 앞에서 수레국화 문양의 드레스를 입고, 장미꽃으로 만든 허리띠를 두르고 있어요. 또 목에 매화 화환을 장식하고, 데이지 문양이 수놓아진 붉은색 외투를 비너스에게 건네고 있네요. 학자들은 보티첼리의 그림에 숨겨진 의미를 지금도 연구하고 있답니다.
*메디치가 : 15~16세기 피렌체공화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았던 시민 가문. 문화와 예술을 후원했다.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1485년경, 캔버스에 템페라, 184.5×285.5㎝,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110/C201110N008_img_03.jpg)
생생한 꽃그림과 식물 분류학
16~17세기 유럽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들인 희귀 외래종 꽃을 정원에 심거나 식물 표본으로 남기는 취미가 유행했어요. 이 때 등장한 세밀화들은 직접 관찰한 식물의 형태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지요.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의사인 레온하르트 푹스는 식물의 온전한 부분만을 그리곤 했어요. 이렇게 이상적인 형태로 세밀화를 그린 뒤 생김새와 특징에 따라 분류해 ‘식물사’라는 책을 썼답니다.
반면 전문적인 꽃그림 화가인 자크 르 모웬 드 모르그의 꽃그림집은 조금 달랐어요. 그는 식물학 연구의 표본으로서가 아닌 꽃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거든요. 그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일생에 걸쳐 필사본, 수채화, 목판화로 꽃그림집을 만들었어요. 제비꽃, 데이지, 딸기, 장미 등을 그리고, 수채화 물감을 사용해 꽃의 색을 가장 실제에 가깝게 그리려고 했답니다.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과학과 미술은 함께 발전하고 있었어요. 식물을 실제와 같이 세밀하게 그린 덕분에 식물의 생김새와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것도 가능해졌지요. 그 덕분에 훗날 생태학과 분류학이 발달하는 데 도움이 됐답니다.
![레온하르트 푹스, 『식물지』 중에서(바젤, 1542), 워싱턴, 덤바튼 옥스 도서관.](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110/C201110N008_img_0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