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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서 과학으로 그림 속 동물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시대에 따라 다른 의미가 있었어요. 고대의 그림에는 화려했던 일상에서 볼 수 있었던 동물이, 종교가 발전했던 중세에는 구원을 의미하는 동물이 등장했지요. 과학이 발달하면서는 동물 그림도 실제와 같은 모습으로 발전했어요. 어떤 그림들이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반 얀 에이크, <;아르놀피니의 결혼>;, 1434년, 패널에 유채, 82.2 ×60㎝, 영국 런던 국립박물관.

벽화에 등장한 고대 이집트의 동물들

이집트 사람들은 영혼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죽은 후에도 살아 있을 때처럼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무덤을 온갖 사치품으로 꾸몄지요. 무덤의 벽면에는 살아 있을 때의 생활을 자세하게 그려 놓은 벽화가 있어요.
<;네바문의 정원>;은 당시 귀족들이 살던 저택의 정원을 보여 줘요. 이집트 사람들은 집 가까이에 네모꼴의 작은 연못을 꾸미고 과일과 채소, 물고기 등을 길렀어요. 그림을 보면 연못에 넓적한 물고기가 있고, 집오리 한 쌍이 거닐고 있네요. 혹시 이 그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않았나요?
이집트 사람들은 모든 사물을 특징이 드러나는 정확한 각도에서 그리고자 했어요. 그래서 나무와 물고기, 새는 옆에서, 연못은 위에서 본 것으로 그렸어요. 그 결과 한 그림이 여러 가지 *시점을 담게 되었답니다.
*시점 : 어떤 대상을 보는 방향.
 
<;네바문의 정원>;, 고대 이집트 신왕국 시대 제18왕조, 기원전 1400년경, 회철벽 채색, 72 × 82㎝, 이집트 테베의 고분 벽화, 런던 대영박물관 소장.


물고기 암호의 의미는?

그리스 초기부터는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림에 물고기가 놓인 큰 접시가 자주 등장했어요. 이탈리아의 산타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에 있는 <;최후의 만찬>; 모자이크가 그 예지요. <;최후의 만찬>;을 보면 물고기 두 마리가 식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화가는 어떤 뜻으로 이 물고기를 그렸을까요? 고대 로마가 권력을 휘두를 무렵 그리스도교가 금지되자, 그리스도인들은 암호를 주고받았어요. 그것이 바로 ‘물고기’였지요. 그리스어로 ‘하느님의 아들이자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머리글자를 따서 모으면 물고기라는 뜻의 ‘익투스’가 되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물고기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어요. 16세기에 활동한 피터 브뢰헬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 동안에 부자는 더 부유해진다’는 속담을 바탕으로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는 작품을 그렸어요. 즉, 물고기는 인간의 탐욕을 의미하지요. 이 그림에서 큰 물고기들의 입에서 작은 물고기가 쏟아지는 동안 큰 물고기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지쳐서 뭍에 누워 있어요. 모자를 쓴 작은 사람이 거대한 칼로 물고기의 배를 가르자 수많은 물고기들이 쏟아지지요. 인간의 탐욕을 주제로 한 브뢰헬의 작품이 당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면서 그의 작품을 모방한 그림들도 크게 유행했답니다.
 
<;최후의 만찬>;, 6세기 초, 이탈리아 라벤나. 산타폴리나레 누오보 성당 모자이크.
 
피테르 반 데르 헤이덴, 피터 브뢰헬의 <;큰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를 모방한 작품, 1557년.

코끼리, 상상화에서 과학 도감으로!

시간이 흘러 중세시대에는 사슴, 소, 코뿔소 등 동물을 그린 책이 유행했어요. 역사가이자 삽화가 였던 매튜 패리스는 코끼리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어요. 프랑스의 왕 루이 9세가 1255년에 영국의 왕 헨리 3세에게 선물로 주었던 코끼리가 그 주인공이에요. 그림 속 코끼리는 조금 엉성한 듯 보여도 중세의 새로운 경향을 잘 보여 주고 있어요. 그것은 화가가 정확한 비례로 코끼리를 그리려고 무척 고민했다는 사실이에요. 코끼리의 다리 사이에 있는 라틴어는 ‘여기에 그려진 사람의 크기를 보고 당신은 이 짐승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뜻이랍니다.
과학이 발전하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동식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이 많이 선보였어요. 1400년대에 얀 반 에이크가 그린 <;아르놀피니의 결혼>;의 강아지를 보면(100쪽 그림) 털 하나까지 손에 잡힐 듯해요. 이렇게 정교한 묘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이 발전하면서 유화가 발명된 덕분이었어요. 이전까지는 달걀 노른자와 색채 가루를 섞은 ‘템페라’를 썼기에 붓질이 어려웠거든요. 이처럼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 시대까지 화가인지 과학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세한 그림이 그려졌어요. 이런 그림들은 과학 도감으로도 손색이 없어서 후세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답니다.
 
매튜 패리스, <;아프리카산 코끼리>;, 1255년, 영국, 코퍼스 크리스티 칼리지(Corpus Christi College), 파커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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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공하린 과학 저술가
  • 진행

    성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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