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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설날! 시골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뵈러 가기 위해 예쁜 옷도 입고, 아빠 차도 번쩍번쩍 깨끗하게 세차를 한 뒤 출발했어.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깨끗한 우리 차에 약을 뿌리고 하얀 가루를 날리지 뭐야? 시골에 도착해서는 옆집 송아지랑 병아리를 보러 가려고 했는데, 옆집 할아버지가 가까이 오지도 말라고 쫓아내시는 거 있지?
작년에는 잘 왔다며 맛있는 홍시도 주셨는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전국이 가축들의 무덤
역대 구제역 피해 현황
(자료 제공 : 농림수산식품부, 2011년 1월 30일 오전 8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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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쫓아내신 건 다름 아닌 구제역이라는 가축 전염병 때문이었어. 소가 구제역에 걸리면 걸린 소는 물론, 주변 500m 이내의 모든 소를 처분해야 한대.(①) 2010년 11월 28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2011년 1월 30일까지 전국에서는 300만 마리에 가까운 가축들이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 되었다고 해. 피해액도 2조원이 넘고 말야. 이건 이전에 구제역이 발생했던 그 어느 때보다도 엄청나게 큰 피해 규모야.
병에 걸린 것도 아프고 힘들 텐데, 치료도 못 받고 죽어야 한다니…. 옆집 할아버지는 귀여운 송아지에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매일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신대.
*살처분 :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거나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동물을 죽여 없애는 행위. 우리나라에서는 안락사시킨 후 땅에 묻는다.
구제역, 그 정체를 밝혀라!
매일 뉴스에서 소와 돼지가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 됐다는 소식이 들려. 도대체 구제역이 뭐기에 이렇게 난리인 걸까?
구제역을 부추긴 한파
구제역은 소나 돼지와 같이 발굽이 2개로 갈라진 동물이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전염병이에요. 구제역은 입 주변이나 발굽 등에 물집을 만들고, 어린 동물은 10마리 중 5마리 이상이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병이랍니다.
우리나라는 원래 구제역이 없는 나라였어요. 1934년 구제역보고가 된 이후 2000년 봄까지 66년 동안 단 한 번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구제역 국가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우리나라까지 전파되었답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 되는 이유는 크기가 20*㎚정도로 작아서 먼지에도 붙을 수 있고, 3~5개월까지 살아남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올해 구제역이 기승을 부리는 데는 추운 날씨도 한몫했어요. 구제역 바이러스는 4℃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더 잘 살아남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겨울은 그야말로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예요. 올해는 특히 소독약 조차 얼 정도로 기온이 너무 낮아서 바이러스를 없애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답니다.
*㎚ : 나노미터. 1㎜의 100만분의 1크기이다.
![수분과 만나면 고온의 열을 발생하는 생석회를 뿌려 바이러스를 소독한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104/C201104N007_img_02.jpg)
알쏭달쏭, 구제역이 궁금해!
올 겨울, 왜 이렇게 구제역이 기승을 부리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아. 그런데 아직도 구제역에 대해 헷갈리는 게 많아. 수의학 교수님께 궁금한 점을 여쭤 보자!
1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꼭 죽여야만 하나요?
외국에서는 구제역에 걸린 동물을 치료하기도 해요. 하지만 확실히 구제역을 치료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우유가 잘 안 나오는 등 생산성이 크게 낮아져요. 살처분하는 것에 비해 치료할 때까지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고요. 또한, 구제역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구제역에 걸린 가축으로 연구해야 하는데, 전염성이 워낙에 높기 때문에 연구 환경을 만들기도 어렵답니다.
2 소시지가 구제역을 퍼뜨리기도 한다는데 사실인가요?
열에 약한 구제역 바이러스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햄이나 소시지에 들어 있을 수도 있어요. 익히지 않고 말려서 만드는 살라미 소시지에서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400일까지도 살 수 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항에서는 외국에서 가져온 육류 제품을 압수하는 거예요.
3 구제역 바이러스가 있는 고기를 먹으면 사람도 구제역에 걸리나요?
소나 돼지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세포막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런 세포막을 통해 구제역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 증식하게 되면 구제역에 걸리는 거지요. 하지만 사람이나 강아지와 같은 생물의 세포막은 소나 돼지와 다르게 생겼어요. 이 때문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기를 먹어도 구제역에 걸리지 않는답니다
구제역은 이미 온 나라에 퍼져서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있어. 가족같이 키우던 동물들을 한순간에 땅에 파묻는 농민은 물론, 동물을 살처분하는 공무원들도 힘들어 하고 있지. 전문가들은 구제역이 걸린 가축을 살처분하는 것보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방역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우리 모두가 구제역에 대해 정확히 알고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다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도록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