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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조리 꼼꼼 자연을 그린 그림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어요. 계곡물이나 바닷물에 풍덩 빠지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하지만 여름은 덥기만 한 계절이 아니에요. 울창한 나무와 풀, 시원하게 흐르는 물과 새하얀 구름이 우리의 시각을 왕성하게 자극하는 계절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자연을 그림속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컨스터블은 구름에 대한 그림을 그린 뒤에는 항상 과학자처럼 ‘기상일지’를 남겼어요. <;건초수레>;에도 “햄스테드, 1821년 9월 11일 아침 10~11시. 따뜻한 대지 위에 은회색 구름, 약한 남서풍이 불고 온종일 맑음. 그러나 한때 비가 오고 밤에는 순풍.”이라고 적어서 그린 장소와 시간, 날씨를 남겼답니다.

❶ 존 컨스터블, <;건초수레>;(부분), 1821년, 130×185㎝, 캔버스에 유채, 영국 런던 국립 미술관


몽글몽글~ 솜사탕 구름!

왼쪽 그림은 약 200년 전 영국에서 활약하던 화가인 존 컨스터블의 풍경화 <;건초수레>;예요.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그림이지요. 그런데 이 그림은 당시에는 특이한 그림이었어요. 당시에는 풍경화도 상상을 통해 그렸는데, 이 그림은 사실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에요. 컨스터블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화가였어요. 들과 계곡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마치 과학자처럼 관찰했어요. 그리고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그렸지요.
컨스터블의 그림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건 구름이에요. 기상학자에 버금갈 정도로 하늘을 자세히 관찰하며 대기의 변화를 관찰하고 탐구했거든요. 심지어 왕립 과학 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할 때 과학자들 앞에서 “왜 풍경화를 자연과학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없을까?”라고 물을 정도였다고 해요.

가로로 넓게 펼쳐진 이런 구성을 ‘파노라마식’ 구성이라고 해요. 풍경화가인 컨스터블은 이렇게 파노라마식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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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존 콘스터블, <;위벤호 공원>;, 1816년, 56.1×101.2㎝, 캔버스에 유채, 영국 런던 국립미술관

 

➌ 존 컨스터블, <;햄스테드에서 구름 연구>; 1821년, 24.2×29.8㎝, 캔버스에 유채, 영국 런던 왕립 예술 아카데미

 

➍ 존 컨스터블, <;비구름이 있는 바다 풍경화 연구>;, 1827년, 22.2×31.1㎝, 종이에 유채, 영국 런던 왕립 예술 아카데미

1821년 10월에 컨스터블이 그린 구름은 마치 아이스크림을 쌓아놓은 듯 평평하고 위가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네요. 기상학자들은 이런 구름에 ‘적란운’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➌).
1827년 그린 바다 그림에는 푹풍우가 몰아치는 비구름이 그려져 있어요(➍).

아찔아찔~ 안개 덮인 산!

독일의 프리드리히라는 화가도 특이한 풍경화를 남겼어요. 바로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라는 작품이에요. 독일 드레스덴의 엘베 지역에 있는 실제 산 풍경을 배경으로 작가 자신의 뒷모습을 그렸지
요. 마치 또 다른 자신이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이 그림은 과학적으로 보면 좀 이상해요. 우뚝 서 있는 작가 앞에 광활한 자연이 펼쳐져 있는
데 잘 보면 작가가 서 있는 곳과 가까운 그림 앞 부분은 어둡고 진하게, 멀리 보이는 부분일수록 밝게
그려져 있거든요. 마치 그 곳에만 빛이 비추는 것처럼요.
그 이유는 이 작품이 컨스터블의 그림과 달리 관찰만으로 그려진 풍경화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이그림 속 풍경은 모두 진짜지만, 각각 무엇인가를 나타내고 있답니다. 바로 산은 종교를, 주변에 가득찬 안개 또는 구름은 베일에 가려진 진리를 의미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멀리 보이는 밝은 빛은 해나 달, 별처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빛이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의 빛인 셈이지요. 프리드리히는 무한한 자연 앞에 선 사람이 얼마나 힘 없는 존재인지를 그리기 위해 이런 방법을 썼답니다.


프랑스에서도 컨스터블의 영향을 받은 풍경화가 나타났어요. 수도 파리에서 남쪽으로 약 6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시골마을인 바르비종과, 파리 근처의 퐁텐블로 숲은 야생의 자연 상태가 가장 잘 보존된 지역이었어요. 또 수도가 가까워 자연을 동경하는 예술가들이 좋아하는 장소였지요. 이 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을 ‘바르비종파’라고 불렀는데, 바르비종파 중 한 명인 루소는 퐁텐블로 숲의 터줏대감인 떡갈나무를 그렸답니다.

 

❶ 테오도르 루소, <;퐁텐블로 숲, 아프르몽의 떡갈나무들>;, 1852년, 63.5×99.5㎝, 캔버스에유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❷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산보자>;, 1818년, 94.5×74.8㎝, 캔버스에 유채, 독일 함부르크 아트센터

100년 뒤, 새로운 세잔의 풍경화

이번엔 컨스터블과 프리드리히의 시대로부터 100년을 건너뛰어 볼까요? 지난 ‘그림 속 과학’에 소개된 20세기 정물화의 대가 세잔도 풍경화를 남겼거든요. 세잔은 색채나 공간을 교묘하게 구성해 새로운 풍경화를 탄생시켰어요. 예를 들면 멀리 있는 산을 마을보다 크고 뚜렷하게 그리거나, 수평선으로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는 식이었지요. 그럼, 어떤 그림이 있었는지 한 번 볼까요?

수평과 수직으로 이뤄진 풍경!

<;에스타크의 바다>;는 프랑스 마르세이유 근처의 에스타크라는 작은 마을에서 본 바다의 경치를 그린 작품이에요. 소나무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희끄무레하고 밝은 청색으로, 파도도 일지 않고 배도 보이지 않는 바다는 짙은 청색으로 색칠했어요. 덕분에 선명한 수평선이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여기에 가로로 뻗은 지붕과 벽이, 세로로 길게 뻗은 굴뚝과 대조를 이루고 있어요. 곡선 모양으로 아름답게 휘어져 있는 소나무는 가로세로 구도에 새로움을 더해 주고 있어요.

색으로 표현한 원근감!

세잔의 또다른 작품인 <;생트 빅토와르 산>;이에요. 세잔은 고향인 남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이 산을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해 60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어요. 세잔은 “따뜻한 색은 앞으로 도드라져 보이고 차가운 색은 뒤로 물러난다”는 색채이론을 그림에 적용했어요. 그래서 화면 앞쪽에는 따뜻한 색인 노란색을 칠했고, 멀리 떨어진 산에는 차가운 색인 푸른색을 칠했답니다.
덕분에 산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지요.
도드라져 보이는 색은 ‛진출색’, 물러나 보이는 색은 ‛후퇴색’이라고 불러요.
 



❸ 폴 세잔, <;에스타크의 바다>;, 1878-79년, 73×92㎝, 캔버스에 유채, 프랑스 파리 피카소 미술관
 




❹ 폴 세잔, <;생트 빅토와르 산>;, 1885-7년, 65×92㎝, 캔버스에 유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기술과 산업이 발달하던 200년 전, 사람들은 그 이전보다 더욱더 자연을 동경하게 됐어요. 과학자 처럼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탐구한 풍경화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태어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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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공하린 과학저술가
  • 진행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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