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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퀴리 부인 아다 요나트 박사를 만나다!

프랑스에 퀴리 부인으로 유명한 *마리 퀴리가 있다면, 이스라엘에는 아다 요나트가 있어요. 아다 요나트 박사님은 191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마리 퀴리처럼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답니다. 학창 시절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으며 화학자의 꿈을 키웠던 그는 ‘이스라엘의 마리 퀴리’라 할 만한 인물이죠. 아다 요나트 박사님을 만나기 위해 기자는 1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지중해에 접한 이스라엘로 날아갔어요. 그리고 3월 29일 중부의 학술도시 레호보트에 있는 바이츠만연구소를 직접 방문했어요. 파란유리창에 덮인 건물로 들어가자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박사님이 자신의 손녀와 함께 반갑게 맞아 주었답니다.
*마리 퀴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났지만 피에르 퀴리와 결혼한 뒤 프랑스 국적을 얻었답니다.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소녀
아다 요나트는 1939년 6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매우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 무모한 실험을 많이 했답니다. 다섯 살 때는 집의 난간 높이를 재려다가 바깥뜰로 떨어져 팔이 부러졌어요. 또 한 번은 기름의 일종인 케로신을 갖고 실험하다가 불을 내기도 했대요. 그의 부모님은 비록 가난했지만 자녀 교육을 잘 시키기 위해 항상 애썼다고 해요.
하지만 아버지가 42세의 나이에 돌아가신 뒤, 가족은 텔아비브로 이사를 해야 했어요. 이 때 아다 요나트는 ‘티콘 하다시’라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돼요. 새로운 고등학교란 뜻을 가진 ‘티콘 하다시’는 수학, 화학, 물리 등을 수준 높게 가르쳤어요. 그리고 공부뿐아니라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도록 교육을 했지요. 또한 이스라엘 학교에서는 처음으로 아랍어를 가르치는 자유롭고 열린 학교였답니다. 이런 학교 생활 덕분에 요나트 박사님은 지금도 열린시각을 갖고 있어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학교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학비를 벌기 위해 거리 청소도 하고, 자신보다 어린 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과외 아르바이트도 해야만 했답니다.
 
▲ 10살 때 부모님, 동생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 맨 오른쪽이 아다 요나트다.
 
▲ 아다 요나트 박사가 리보솜 구조를 분석하는 실험 장비를 다루고 있다.



마리 퀴리를 넘어서
청소년 시절 아다 요나트는 폴란드계 프랑스 과학자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고 영감을 받았어요. 하지만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고 훌륭한 이야기라고 느꼈을 뿐, 마리 퀴리를 역할모델로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해요. 마리 퀴리보다 좀 더 당당하고 적극적인 여성 과학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인지 여성 과학자로서 힘들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호히 “아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아다 요나트는 고등학교 때부터 화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이후 히브리대학교에 진학한 뒤 에도 계속해서 화학을 좋아했어요. 당시 히브리대학은 이스라엘에서 최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였는데, 아다 요나트는 굉장히 열심히 공부해 선생님들한테 총애를 받았답니다. 가정 형편은 어려웠지만, 호기심이 많은 딸에게만큼은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한 셈이죠.
아다 요나트는 히브리대학교에서 계속 공부해 생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이스라엘 기초과학의 요람인 바이츠만연구소에서 *X선 결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답니다.

*X선 결정학 : 어떤 물체에 X선을 쪼인 다음, X선의 변화를 분석해 물체의 구조와 특징을 알아 내는 학문.



 






❶❷ 1989년 리보솜 결정에 X선을 쏴 구조를 분석하는 실험 장비를 점검하는 요나트 박사.


 

❸ 1991년 실험결과에 대해 동료 연구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요나트 박사(맨 왼쪽).


노벨상 수상 비결은 끝없는 호기심
요나트 박사님은 마리 퀴리(1911년), 그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1935년), 도로시 호지킨(1964년)에 이어 여성으로는 4번째로 2009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어요. 세포에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공장인 리보솜의 정밀 구조를 밝혀 낸 업적 덕분이었죠.
1970년대 말 요나트 박사님은 누구도 엄두조차 못 냈던 리보솜 구조 연구를 시작합니다. ‘세포의 일생에서 중요한 것은 뭘까?’라는 호기심에 이끌렸거든요. 당시 이 연구는 작은 보트로 큰 바다를 건너겠다는 것과 같은 무모한 시도처럼 보였다고 해요. 그만큼 어려운 연구 분야였지요.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의 구조를 알아 내려면, 먼저 리보솜을 세포에서 잘 분리한 뒤 결정으로 만들어야 해요. 이 결정에 X선을 쏴서 구조를 알아 내는 거죠. 일종의 X선 사진을 찍는 셈인데, 이 과정에서 리보솜 결정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해요. 초창기에 만든 결정은 매우 불안정해 몇 분만 지나면 녹아 버렸어요. 하지만 요나트 박사님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리보솜 온도를 영하 185도로 낮춰 안정적인 결정을 만드는 데 성공하게 돼요. 덕분에 리보솜의 3차원 구조를 밝혀 낼 수 있었답니다.


 
▲ 세포 내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의 3차원 구조.

 
▲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는 요나트 박사. 그는 리보솜의 정밀 구조를 밝힌 업적을 인정받았다.


단독 인터뷰
노벨상 박사님이 궁금하다!

아다 요나트 박사님은 오는 5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예정이에요. 호기심 많은 친구들의 질문에 박사님은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당장 궁금한 것도 많죠? 그래서 기자가 먼저 대표 질문을 여쭤 봤답니다.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리보솜 연구가 왜 중요한가요?

리보솜은 우리 몸 속에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기관이에요. 세포가 살아가고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생명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리보솜의 정밀 구조를 알아 낸 덕분에 인류는 병균의 리보솜을 공격해 병을 치료하는 신약을개발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무엇을 연구하고 계신가요?

요즘 슈퍼박테리아를 무찌를 수 있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항생제는 미생물이 만드는 화학물질로 된 약제인데, 세균 같은 다른 미생물이 성장하는 걸 막거나 아예 죽이죠. 슈퍼박테리아는 기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무서운 세균이에요. 이를 물리치는 방법을 꼭 찾고 싶어요.

앞으로 또 어떤 것을 연구할 계획인가요?

앞으로 리보솜의 기원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싶어요. 리보솜은 유전정보를 해독해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공장으로, 생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해요. 따라서 생명의 기원에서 리보솜의 역할이 중요했을 거예요. 하하! 리보솜에 대한 저의 호기심이 그칠 줄 모르네요.

노벨상을 꿈꾸는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에게 한 마디!

노벨상을 받고 싶나요? 하하~, 하지만 전 상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리보솜의 구조를 밝혀 노벨상을 받기까지 30년 가까이 걸렸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저를 이끈 것은 호기심이었답니다. 돈이나 명예보다 호기심을 좇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고, 또 그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제대로 과학을 하는 방법이랍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호기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바이츠만연구소에 과학동산도 있어요!

바이츠만연구소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남서쪽으로 20㎞ 떨어진 학술도시 레호보트에 있습니다. 1934년 초대 대통령 하임 바이츠만이 세운 농업연구소를 1949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어 출범했죠. 수학, 컴퓨터과학, 물리학, 화학, 생화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분야의 대학원 과정(석•박사과정)만 운영되고 있어요. 현재 학생,교수, 교직원 등 25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답니다.
바이츠만연구소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자의 대담한 아이디어를 오랜 기간 동안 지원하고 재정의 20% 이상을 기부금으로 충당한다는 점이에요. 요나트 박사님도 연구 초기부터 유대인 부자 일가인 키멜만 가문의 아낌없는 후원을 받았답니다. 그가 20년 이상 연구비를 걱정하지 않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리보솜 구조 연구에만 매달릴 수 있었던 비결이죠.
바이츠만연구소에는 청소년이 놀면서 과학 원리를 깨달을 수 있는‘클로어 과학동산(Clore Garden of Science)’이 있어요. 놀이기구를 이용하면서 파도가 생기는 원리, 도깨비 길의 원리, 소리가 전달되는 방식, 물이 나선형으로 올라오는 물레방아의 원리 등을 이해할 수 있지요. 매년 여름에는 4박 5일간 전세계 중고등학생을 연구소에 초청해 실험실을 공개하고 과학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캠프도 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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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 진행

    레이먼드 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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