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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요! 식물도 힙합을 즐긴다고요?


“요~, 베이베! 쿵쿵! 오~, 베이베! 쿵쿵!”
요란한 힙합음악과 마룻바닥을 들썩이는 소리가 온 건물에 울려 퍼진다. 이 때 음악 소리를 비집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그 힙합 때문에 도저히 살 수가 없다구욧! 어떻게 좀 해요!”
“무슨 소리! 힙합은 우리의 태양, 우리의 희망~! 식물도 힙합의 위대함을 아는데~, 힙합을 모르는 너는 오우~, 마이 갓!”

사건 의뢰 - 식물도 힙합을 즐긴다?

어린이발레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사뿐히양. 우아하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사
뿐사뿐 춤을 추는 것이 사뿐히 양의 직업이자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뿐히 양의 발레교실
위층에 한 남자가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 사건은 시작됐다.
“모두 손을 흔들어~, 엉덩이도 흔들어~♪”
그 남자의 직업은 바로 힙합교실 강사. 매일 쿵쾅 거리는 것은 기본이고,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요
란한 음악을 시시때때로 틀면서 사뿐히 양의 신경을 긁기 시작했다. 이에 짜증이난사뿐히 양은 힙합교실 강사 쉐이킹 군을 찾아가몇번이나 항의를 했지만 그 때마다 쉐이킹 군의 대답은 똑같았다.
“에이~, 요! 힙합이 시끄럽다고? 모르는 소리! 힙합을 모르는 사람과는 말을 할 수 없어!”
도저히 쉐이킹 군과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뿐히 양. 마침 지나가던 닥터고글을 붙잡고
하소연하기 시작한다.
“엉엉! 저보고 힙합의‘ㅎ’자도 모른다며 뭐라고 하잖아요. 식물도 힙합을 즐긴다면서 저를 대놓고 무
시하는데, 엉엉!”
사뿐히 양의 말을 들은 닥터고글은 위층으로 올라가서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저…, 힙합음악이 너무 시끄러….”
“에이~, 요! 힙합을모르는사람이두명이나있다니! 식물도 힙합을 즐기는데 말이지! 너희 둘은 식물
보다 힙합을 모르는 불쌍한 존재! 에이~, 요!”
“저…, 그런데 식물이 힙합을 즐긴다는게 도대체 무슨…?”
“에이~, 요! 저기를보라구! 줄기를 흥겹게 흔들며 힙합을 추는 저 모습을!”
쉐이킹 군이 가리킨 곳을 쳐다보니 이게 무슨 조화? 정말 식물이 춤을 추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사건 분석 ➊ 식물도 움직인다?

“요! 식물도 춤추게 만드는 위대한 힙합의 힘! 이래서 내가 힙합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니까!”
“저~, 닥터고글. 식물이 춤을 추는 게, 아니 움직이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사뿐히 양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식물이 움직인다는 말조차 들어본적이없다. 그런데 식물이 춤을 추
다니? 정말 황당할 노릇이다. 정말 힙합이 식물을 춤추게 할 만큼 위대한 걸까?
“흠…. 사실 식물도 움직이긴 해요. 다만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느리게 움직일 뿐이죠. 이 영상
을 같이 살펴봅시다.”
 

사뿐히 양은 닥터고글이 보여 주는 영상을 살펴본다. 화면에 보이는건 잎사귀가 두 개 달린 줄기가가
만히 옆으로 누워 있는 모습. 그런데 어~, 이럴 수가! 줄기가 점점 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 이영상은 영국 요크대학교 생물학과 존 포스터 교수가 찍은 것으로, 평범한 식물에 빛을 쪼였을때
일어나는 변화를 5시간 동안 촬영해 빠른 속도로 재생시킨 거예요. 보기에는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움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움직인거죠.”
이때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던 쉐이킹 군이 끼어들며 하는 말.
“오우! 저 식물은 무려 5시간 동안이나 힙합을 췄다는 말인가? 정말 대단한 경지로군.”
“이런! 그게 아니라 빛 때문에 움직인 거예요. 식물은 빛을 향해 움직이는 성질을 갖고 있어요. 빛을
받아야 영양분을 만들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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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분석 ❷ 만지면 움직인다?

설명을 들은 사뿐히 양은 그래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인다면 맨눈으로 보기는 힘들잖아요. 하지만 아까 봤던 식물은 움직이는 순간이 정말 보였다구요.”
“요~, 베이베! 그렇다면 저 식물은 힙합의 대단한 은총을 받은 게 틀림없어! 힙합을 추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현실로 나타난 거야!”
“냐냐냥~, 냐냥!(닥터고글~, 가져왔어!)”
어느새 냥냥이가 화분 두 개를 물고 닥터고글의 옆에 서 있다.
“냥냥! 고마워! 두 분을 위해 특별히 두 종류의 식물을 준비했어요. 한번 만져 보시겠어요?”
사뿐히 양은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레 식물의 잎을 건드려 본다. 어엇! 그런데 이게 웬일? 한 식물은 갑자기 시든 듯이 잎사귀를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다른 식물은 냄비 뚜껑 닫듯이 잎을 휙~ 닫는게 아닌가?
“닥터고글~.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새로 나온 로봇 식물이라도 되는 건가요?”
“이건 미모사와 파리지옥이에요. 식물 가운데 빠른 움직임을 보여 주는 것들이죠.”
사뿐히 양은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움직일 수가 있는 거지? 그저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사뿐히 양의 그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닥터고글이 설명한다.
“파리지옥의 잎을 두 손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두 손이 박수치듯 맞닿아 있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
이죠. 그런데 손바닥에 해당하는 안쪽 잎의 세포에 물이 들어가면 세포가 부풀어 오르면서 잎이 벌어
지게 되죠. 더 이상 벌릴 수 없는 상태까지 입을 벌려 놓았다가 벌레가 와서 잎을 건드리면 세포에서
물이 빠져나가게 돼요. 그러면 잎은 원래의 닫혀 있는 모습으로 돌아가죠. 미모사도 이와 비슷한 원리
로 움직인답니다.”


 

사건 분석 ❸ 들으면 움직인다?

“에이~, 요! 미모사 앤 파리지옥! 너희들을 이 쉐이킹 군의 힙합 친구로 임명한다! 너희들도 꽤 잘 추는걸?”
쉐이킹 군은 닥터고글의 설명은 귓등으로 흘린채, 춤추는 식물에게 미모사와 파리지옥을 소개시켜 주
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는 사뿐히 양.
“아무래도 저 사람이랑은 말이 통할 것 같지 않군요. 그런데 만지면 움직이는 미모사나 파리지옥과 달리 음악만 들어도 움직이는 식물이 정말 있긴 있는 건가요?”
쉐이킹 군의 춤추는 식물에 생물분석기를 대보는 닥터고글.
“이 식물은‘텔레그래프 플랜트’라는 콩과 식물로, 보통‘무초’또는‘도무초’라고 부르는군요. 소리에 반응해 움직인다고 알려진 식물이네요.”
“네에? 그럼 정말 춤추는 식물이 있다는 거네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무초가 움직이는 건, 파리지옥과 미모사가 움직이는 원리와 비슷해요. 잎사귀의 아랫부분을 자세히 보면 쿠션처럼 부푼 부분이 있어요. 그 곳을 엽침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물이 자유자재로 들락날락하죠.”
“그럼 물이 들어오면 가지가 팽팽해졌다가 물이 나가면 가지가 축 늘어지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마치 가지가 춤을 추는 것처럼 움직이는 거죠. 미모사가 자극을 받고 잎사귀를 아래로 늘어뜨리는 것과 달리 무초는 잎사귀를 상하로 빠르게 움직여요. 그래서 마치 손을 흔들며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어떻게 소리가 물의 움직임을 조절하죠?”
“무초는 흔히 소리에 반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과학자들은 빛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독일 식물연구소 번트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빛을 받아 온도가 변하면 엽침 속의 칼슘과 칼륨 같은 물질이 움직이고,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엽침 안의 농도가 변하게 돼요. 그러면 결국 물이 움직이면서 가지가 흔들리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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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해결 - 무초가 춤을 추는 이유

닥터고글의 설명을 들은 척도 안 하던 쉐이킹 군이 사실은 설명을 듣고 있었는지, 슬그머니 음악 소
리를 줄이고 대신 빛이 잘 들어오도록 커튼을 활짝 걷는다. 이 모습을 본 사뿐히 양이 소리친다.
“뭐예요! 힙합의 위대함 때문에 춤을 춘다면서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요오오오…, 베이베에…. 난 그저 힙합 음악 때문에 춤을 추는 줄로만….”
어쨌든 사건은 해결됐지만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두 사람을 보니 닥터고글은 마음이 편치 않다.
“혹시 식물이 왜 움직이는지 아시나요?”
“글…, 글쎄요. 갑자기 물으니 생각이 잘….”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식물이 빛 쪽으로 움직이는 것은 빛을 이용해 영양분을 만들기 위해서고, 미
모사가 움직이는 이유는 시든 식물처럼 보여 먹히지 않기 위해서죠. 또한 파리지옥이 움직이는 건 벌
레를 잡아먹기 위해서구요. 즉 대부분의 식물들은 생존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어요.”
뭔가 의아한 사뿐히 양. 닥터고글에게 질문한다.
“어? 그런데 무초는 왜 움직이는 거죠? 그저 잎사귀를 위아래로 움직이는게무슨 이득이 있다고?”
“살아가는데굳이 이득이 없는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아직 밝혀 내지 못했어요. 앞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죠. 그런데 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어요. 무초는 그저 춤을 추면서 사람들과 즐기고 싶은 게 아닐까라고. 두 분 다 춤이 사람을 친밀하고 즐겁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잘 아시잖아요.”
닥터고글의 말을 들은 두 사람. 그러고 보니 괜히 별것도 아닌 일로 아옹다옹한 것 같다. 이 때 눈치
빠른 냥냥이가 재빨리 신나는 음악을 튼다.
“냐냐냥~! (다 같이 춤을 추면서 화해하자구!)”
즐겁게 춤을 추는 두 사람. 어느 새 미소가 가득하다. 엇! 그런데 저 어색한 발놀림과 몸짓은 뭐지?
알고 보니 닥터고글, 완전 몸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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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맑아 기자
  • 도움

    이병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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