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이 사기꾼아! 내 돈 내놓으라고!”
“무슨 소리예욧! 절 보고 사기꾼이라뇻!”
정겨운 시골장터 한가운데서 두 남녀가 닭 한 마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기라는 둥 네 잘못이라는 둥, 분명 누군가가 잘못을 한 것 같기는 한데 서로 남 탓만 하고 있다. 흠~, 도대체 무슨 일이지?

사건 의뢰 - 닭 한 마리 값이 노총각 장가 밑천?

“뭐라구요? 이 닭 한마리를 그렇게나 많은 돈을 주고 샀다구요?”
며칠 전 열린 장터에서 고작 닭 한 마리를 어마어마한 돈을 주고 샀다는 가고파 군의 말에 닥터고글은 그만 깜짝 놀란다.
“아휴~, 제 말이 그 말이에요. 닭이 그렇게 비쌀 리가 없는데, 이 여자의 말에 혹하는 바람에…. 제가 장가가려고 모은 돈을 몽땅 날렸다니까요. 이건 명백한 사기라구요!”
“아니! 자기가 덥석 사 놓고 왜 이제 와서 딴소리예욧!”
가고파 군에게 닭을 판 닭장수 나몰라 양은 앙칼지게 말을 이어나간다.
“저 아저씨가 산 닭은 분명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닭이었다구요! 저 아저씨도 그 때 분명히 두 눈으로 확인했다니까요! 나 참~, 기가 막혀서!”
나몰라 양의 말에 닥터고글은 닭을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한다.
“흠~, 제가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닭일뿐인데요. 혹시 황금알을 낳는 닭이라도 되나요?”
“이봐요~! 황금알을 낳는 닭이 세상에 어디 있어욧! 그렇게 말하고 팔았으면 제가 정말 사기꾼이에요. 이 닭의 특별한 능력은 말이에요….”
나몰라 양이 닥터고글 앞으로 삶은 달걀을 반으로 갈라 쑤욱~ 내민다. 그런데 노른자와 흰자의 위치가 서로 반대다!
“아니! 이럴 수가! 이런 희한한 달걀은 저도 처음 보는군요.
“냐냐~ 냐냐냥? (그럼 저 닭이 이 달걀을 낳는 닭?)”
“만약 이 달걀이 진짜라면 저 닭은 분명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닭이겠군요. 그렇다면 비싼 것도 일리가 있….”
닥터고글의 말에 가고파 군이 가슴을 치며 외친다.
“아이구 답답해! 이 달걀도 가짜! 저 닭도 가짜! 다 사기라구요!”
 


사건 분석 ❶ 쌍란이 있으니, 뒤바뀐 달걀도 있다?
 
두 개의 난자가 동시에 성숙되어 배란되면 쌍란이 나온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쌍란을 낳는다고 알려져 있다.

“휴~, 제발 꼭 좀 해결해 주세요. 제가 쌍란은 본 적이 있어도 저렇게 위치가 뒤바뀐 달걀은 처음 본다니까요. 아니 도대체 저런 달걀이 어디 있답니까? 분명히 저 여자가 술수를 부린 거라구요!”
“아니. 쌍란도 있는데 왜 뒤바뀐 달걀은 없대? 이렇게 보고도 모르겠어욧?”
“워워~, 두 분 다 고정하세요. 두 분 말씀이 다 일리가 있긴 있어요. 흠~, 일단 달걀에 대해 알아보는 게 순서인 것 같군요”
닥터고글은 제트를 이용해 달걀의 단면도를 두 사람에게 보여 준다.
“암탉의 난자가 바로 달걀이에요. 수탉의 정자가 이 난자로 들어와 수정이 된 뒤, 암탉이 알을 낳아 품으면 병아리가 되죠. 달걀은 보통 한가운데 있는 노른자와 노른자를 빙~ 둘러싸고 있는 흰자로 구분돼요. 대부분 노른자가 병아리로 변한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노른자와 흰자 둘 다 병아리가 알 속에서 자라면서 먹는 영양분이에요. 노른자에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몸에 좋은 것들이 많이 들어 있거든요. 흰자는 거의 대부분이 수분이고, 약간의 단백질이 들어 있어요.”
“어? 근데 저 점과 끈은 뭔가요?”
가고파 군이 제트의 영상을 보고 묻는다.
“저 점이 바로 병아리가 되는 부분이에요. 눈 또는 배아라고도 하죠.”
“흠~,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저는 병아리가 노란색인 건, 노른자가 병아리로 변하기 때문인 줄 알았어요.”
“후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잘못 알고 있지요. 또 저 끈은 알끈이라고 하는데 노른자 양쪽에 붙어 있어, 노른자의 위치가 틀어지지 않게 꼭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해요.”
닥터고글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고파 군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크하하! 이제 당신의 사기극이 밝혀졌어요! 알끈이 있는데, 어떻게 노른자의 위치가 바뀔 수 있다는 거예요? 빨랑 내 돈 물어 내요!”
“아…, 아니. 알끈이고 뭐고 이렇게 증거가 눈앞에 있잖아욧!”
 

사건 분석 ❷ 위치를 바꾸는 강력한 힘

가고파 군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나몰라 양은 그저 달걀만 내민 채 나몰라~하고 있다.
“흠~, 그러면 알끈이 기형적으로 없는 달걀일수 있겠군요.”
닥터고글은 조심스레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 본다. 이에 화가 더욱 솟구친 가고파 군.
“아니! 그럼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구요. 알끈이 없다고 해서 그렇게 노른자와 흰자의 위치가 홀라당 바뀔 수 있냐구요! 누가 노른자를 일부러 밀어 내지 않는 이상….”
“앗! 잠깐만요! 밀어 낸다…, 밀어 낸다…?”
가고파 군의 말을 듣고 무언가가 닥터고글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지나간다!
“범인은 바로 힘이군요!”
“아니. 닥터고글~! 범인이 힘이라뇨?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나요?”
영문을 몰라 눈이 동그랗게 커진 가고파 군에게 설명하는 닥터고글.
“알끈의 기능마저도 무시하면서 노른자와 흰자의 위치를 바꾸는 강력한 힘이 이 달걀을 만든 거예요! 그건 아마…, 원심력일 거예요!”
“네에? 원심…, 뭐라구요? 괜히 어려운 말로 날설득시키려나 본데, 이건 사기라니까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의 가고파 군.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예요. 놀이동산에서 뱅뱅~ 돌아가는 놀이기구 타 본 적 있죠?”
가고파 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몸의 움직임이 어땠나요?”
“더 빨리 돌아갈수록 자꾸 바깥쪽으로 튕겨 나가려고 했어요. 그래서 꼭 붙잡고 타야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탈 수 있었죠. 그런데 그건 왜요?”
“그게 바로 원심력이에요. 원심력은 원 모양의 운동을 할 때 원의 중심에서 자꾸 멀어지려는 방향, 즉 바깥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죠. 즉 달걀
의 가운데에 있던 노른자가 원심력 때문에 밖으로 밀려난 것이죠.”
“네에? 그럼 달걀이 놀이기구라도 탔다는 말이에요?”

사건 분석 ❸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냐아아옹~!(찾았다!)”
“오, 냥냥! 그래, 그거라면 가능하겠군!”
냥냥이 나몰라 양의 트럭에서 가지고 나온 건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게 늘어진 스타킹. 그 모습을 본 나몰라 양은 애써 당황한 기색을 감춘다.
“어머머~, 뭐예욧? 왜 남의 트럭을 뒤지고 그래요? 그리고 스타킹이 뭐 어쨌다는 거예욧?”
“이게 바로 달걀에게 원심력을 준 놀이기구, 아니 스타킹이에요! 제가 하는 걸 잘 보세요.”
닥터고글은 스타킹의 가운데에 달걀을 집어 넣고, 빠른 속도로 빙빙 돌리기 시작한다. 한 10여분을 돌리고 난 뒤, 제트의 초고속 끓이기 장치를 이용해 삶기 시작한다. 달걀이 다 삶아지고 이제 자르기 시작하는 닥터고글. 놀랍게도 노른자와 흰자가 뒤바뀐 달걀의 모습이 보인다.
“어~, 어~! 이게 바로 제가 봤던 그 달걀이라구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달걀을 스타킹에 넣어 빙빙 돌리면 원심력을 받아요. 원심력을 받게 되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원의 중심에서 멀어지려고 하기 때문에 노른자와 흰자가 움직이게 되는 거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어쩌면 그렇게 흰자와 노른자의 위치가 홀라당 바뀔 수가 있나요?”
가고파 군은 아직도 이 현상을 믿을 수가 없다.
“그건 밀도와 점성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어요. 달걀을 돌리면 밀도가 서로 다른 흰자와 노른자는 각각 다른 크기의 원심력을 받아, 서로 다른 위치로 움직여요. 바로 그 때 점성이 낮은 노른자는 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바깥쪽으로 밀려나고, 점성이 높은 흰자는 안쪽으로 뭉치는 거예요.”
 

사건 해결 - 아무거나 돌리면 안 돼~

“결국 당신이 사기꾼이라는 게 밝혀졌군! 이 사기꾼아~, 내 돈 내놔!”
사기극이 완전히 들통난 나몰라 양. 그런데 오히려 자기가 엉엉 운다.
“그 돈으로 시집 갈 밑천 하려고 했었는데, 이제 다 틀렸어! 감옥에 가게 될 거야! 엉엉~!”
여자의 눈물에 약한 순박한 농촌 총각 가고파군은 이런 나몰라 양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한다.
“모…, 몰라 양…. 우…, 울지 마세요. 오해가 풀렸으니 전 괜찮아….”
“훌쩍~, 정말요?”
나몰라 양은 자신의 사기극을 용서해 주는 가고파 군이 괜히 멋져 보인다. 자신을 감탄의 눈길로 보는 나몰라 양을 본 가고파 군도 괜시리 얼
굴이 붉어진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닥터고글. 두 사람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진다.
“결국 두 사람은 돈이 필요한 거군요. 그렇다면 뒤바뀐 달걀을 만들어 팔면서 과학의 원리도 설명해 주는 그런 체험 행사를 여는 건 어떨까요? 제가 잘 만드는 비법을 알려 드릴게요.”
두 사람은 눈을 반짝이며 집중한다.
“일단 노른자와 흰자가 쉽게 바뀌기 위해서는 싱싱한 달걀을 이용해야 해요. 달걀은 시간이 지나면 흰자에 있던 수분이 노른자로 점점 스며들거든요. 그러면 흰자와 노른자의 밀도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잘 바뀌지 않아요. 또 무정란보다 는 유정란을 이용하는 게 좋아요. 무정란은 유정란보다 흰자 부분이 두꺼운 편이라 만들기가 더 힘들거든요.”
닥터고글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고, 고마운 마음씨에 감동한 두 사람. 닥터고글을 위해 특별히 뒤바뀐 달걀 100개를 만들 수 있는 체험 쿠폰을 주기로 한다. 덕분에 하루 종일 팔이 빠져나가도록 스타킹을 돌리는 닥터고글.
“으악~, 닥터고글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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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맑아 기자
  • 진행

    이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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