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우당탕~ 퉁탕~!”
닥터고글의 사무실 문 밖에서 나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뉴턴은 거짓말쟁이야. 난 그런 거 배우지 않을 거라고!”
엥? 무슨 소리지? 닥터고글이 의아해 하는 사이 밖에서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린다.
어이쿠! 이번 의뢰는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드는걸?

 

사건 의뢰 - 중력이 거꾸로인 곳도 있다?

“아유, 얘가 도무지 과학 공부를 안 하겠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 공부 좀 시켜 주세요~.”
아들의 손을 꼭 붙들고 닥터고글을 찾은 한 엄마의 하소연이다. 아들이 열심히 과학 공부를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는데 말을 듣지 않아 속이 상한 것.
“저…, 죄송하지만 여긴 학원이 아닌….”
닥터고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엄마의 하소연은 계속 이어진다.
“어디서 이상한 걸 들고 와서는 뉴턴이 틀렸느니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이 틀렸느니 하면서 아예 과학 공부를 하지 않겠다잖아요.”
그 때 아들 도무지 군이 외친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과학은 엉터리라고요! 이게 바로 그 증거예요.”
도무지 군이 내민 건 꽁꽁 언 얼음이 담겨 있는 컵. 그런데 얼음 한복판에 뾰족한 얼음 기둥이 서 있다!
“야옹~ 야옹~.(고드름이다~ 고드름이다~.)”
“흠, 얼음 한복판에 솟은 고드름이라. 고드름은 처마 같은데 매달려 땅을 향하고 있어야 정상인데 희한하군요….”
닥터고글의 말에 더욱 의기양양해진 도무지 군. 더욱 소리 높여 외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듯이 중력이 지구 중심을 향하고 있다면 어떻게 이런 역고드름이 생길 수 있어요?
이건 분명히 중력이 거꾸로인 곳도 있다는 뜻이에요. 따라서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학이 틀린 거죠. 난 그런 걸 배울 수 없어요!”
“아이고, 이 녀석이!”

사건 분석 ❶ 얼음이 얼면 솟아오른다?

도무지 군을 붙잡아 엉덩이를 때려 주려는 엄마를 닥터고글이 겨우 뜯어말린다.
“고정하세요, 어머님.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아드님을 설득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난 닥터고글만 믿을게요. 그런데 저렇게 정말로 고드름이 거꾸로 자라기도 하나요? 너무 추워서 물줄기가 순식간에 얼어 버린 건 아닐
까요?”
“우리가 흔히 보는 고드름은 무조건 춥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에요. 추운 날씨와 따뜻한 날씨가 반복될 때 생기죠. 낮에 날씨가 따뜻하면 지
붕에 쌓인 눈이 녹아서 처마에 물방울로 맺히고, 밤이 되어 추워지면 그대로 얼어서 얼음이 되는 거예요. 이게 반복되면 고드름이 점점 커지지요. 그래서 고드름을 잘라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를 볼 수 있답니다.”
“그렇다면 고드름은 땅을 향해 자라야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를 수는 없잖아요?”
“솟아오른다…. 솟아…. 솟아오른다?”
뭔가 떠오른 듯 닥터고글이 유리컵을 가져와 찰랑찰랑 물을 채운다.
“궁금할 땐 직접 실험해 보는 게 최고예요. 자, 보세요. 컵에 물을 가득 담았습니다. 이제 이 컵을 얼려 보도록 하죠.”
닥터고글은 초강력 냉동기를 이용하여 순식간에 물을 얼린다. 냉동기에서 꺼낸 컵을 보며 닥터고글이 설명한다.
“보시다시피 찰랑찰랑하던 물이 얼음이 되자 넘칠 것처럼 솟아올랐죠? 이건 물이 얼 때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이에요. 물은 얼음이 되면 부피가 약 9% 늘어난답니다. 그래서 평평하던 표면이 산처럼 솟아오른 거죠.”
닥터고글의 설명에 엄마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러나 도무지 군은 고개만 절레절레 젓는데….
“아니 그게 어딜 봐서 이 역고드름하고 똑같나요? 이건 기둥처럼 서 있고 그건 둥그렇게 솟아 있을 뿐이잖아요!”
 
중력을 거스르는 듯 하늘로 자라나는 역고드름.

사건 분석 ❷ 물은 왜 표면부터 얼까?

다시 어두워지는 엄마의 표정. 닥터고글이 이번에는 얼음이 어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해 보자고 제안한다. 냉동기 안에서 벌벌 떨며 물이 어는 모습을 관찰하는 닥터고글과 냥냥. 추위를 견디다 못한 냥냥이 빨리 나가자고 성화다.
“야…, 야오~ㅇ. 캬아아~ 옹!(무…, 물 다 얼었어요. 빨리 나가요!)”
“아…, 아니야. 아직 표면밖에 얼지 않았어!”
이 때 닥터고글의 머릿속에 전구가 반짝 켜진다.
“유레카! 드디어 알아 냈어요. 역시 거꾸로 된 중력 따위는 없었어요. 모든 건 간단한 과학 원리에서 비롯된 거라고요.”
도무지 군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친다.
“강이나 호수가 어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표면부터 얼기 시작하지요. 차가운 물은 뜨거운 물보다 무거워 가라앉기 마련인데 왜 아래부터 얼지 않을까요? 그건 물의 *밀도가 4℃일 때 가장 크기 때문이에요. 4℃ 아래에서는 오히려 온도가 낮아질수록 가벼워져요. 따라서 어는점인 0℃에 가까운 물은 표면으로 올라와 얼기 시작해요.”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의 엄마와 도무지 군. 닥터고글의 설명이 이어진다.
“표면이 얼면 물은 그 아래에 갇혀요. 만약 물컵이 아래쪽부터 차가워진다면 더욱 좋아요. 표면은 물론 바닥과 옆면까지 모두 얼어 안쪽의 물
을 완전히 감싸 주니까요. 그런데 아까 물이 얼면 부피가 어떻게 된다고 했죠?”

사건 분석 ❸ 모세관 현상이 역고드름을 만든다?

“커, 커진다고….”
도무지 군이 얼떨결에 대답한다.
“맞아요. 부피가 늘어난 얼음은 안쪽의 물에 압력을 가하죠. 그러면 압력을 받은 물은 표면이 완전히 얼어붙기 직전 아직 얼지 않은 작은 구멍을 통해 새어나오는 거예요. 바로 이게 역고드름의 비밀이랍니다!”
“그래도 새어나오는 것만으로는 고드름이 될 수 없다고요!”
도무지 군이 애써 반박해 보지만 이미 목소리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될 수 있어요. 구멍을 통해 새어나온 물은 어는점에 가깝기 때문에 나오는 즉시 얼게 되죠. 게다가 모세관 현상에 의해 구멍이 좁을수록 물이
더 잘 흘러나와요. 이렇게 계속 물이 흘러나와 얼기를 반복하면 역고드름이 완성되는 거예요.”
엄마가 기쁨에 겨워 도무지 군에게 외쳤다.
“봤지, 얘? 역고드름은 과학적인 현상이야. 학교에서 틀린 내용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란다.”
“흠, 그런데 도무지 군은 어디서 이 역고드름을 얻었죠?”
 


사건 해결 - 역고드름은 자연스러운 현상!

“저, 저번에 마이산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때요….”
도무지 군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한다.
“아이고, 그 때 추운데 벌벌 떨면서 들고 온 게 그거란 말이야?”
그 사이 닥터고글은 제트로 마이산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다. 마이산에 대한 정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닥터고글.
“마이산에 역고드름이 잘 생길 만한 이유가 있군요. 마이산 계곡은 밤에 땅이 쉽게 차가워지기 때문에 표면과 함께 바닥과 옆면도 잘 얼어요. 그러면 아까 설명했듯이 안쪽의 물이 밀폐된 공간에 갇히고 표면의 구멍으로 물이 흘러나와 역고드름이 생기는 거죠. 마이산의 신비란 것도 알고 보면 모두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답니다.”
하지만 엄마와 도무지 군은 닥터고글의 설명을 듣고 있지 않은 눈치.
“그러니까 과학 공부가 하기 싫어 핑계를 댄 거라 이거지?”
“네에….”
도무지 군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갑자기 엄마가 분노의 화신으로 돌변한다. 도무지 군은 물론 닥터고글과 냥냥이마저 깜짝 놀라고 마는데….
“하하. 그런데 설명을 듣고 나니 과학이 재미있어졌어요….”
도무지 군이 애써 이 상황을 수습해 보려 하지만 엄마의 분노는 누그러질 기색이 아니다. 그러자 잽싸게 도망치는 도무지 군과 무섭게 쫓아가는 엄마.
“엄마, 죄송해요~! 앞으론 과학 공부 열심히 할게요~.”
“너 거기 안 서~!”
“아이고~, 어머님 고정하세요~.”
역고드름 현상을 멋지게 과학적으로 해명해 준 닥터고글. 과연 엄마와 아들의 평화로운 관계도 회복시킬 수 있을까? 닥터고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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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 도움

    윤마병 교사
  • 진행

    이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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