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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왕자님이 곧 오실 거야. 라랄라~!”
리본에 레이스, 꽃 무늬까지 온갖 치장을 한 소녀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난로에 장작을 지피고 있다. 이 소녀의 이름은 발그레. 오랫동안 친구였던 닥터고글을 짝사랑하고 있는 소녀다. 그녀의 초대를 받고 방문한 닥터고글은 발그레 양의 부담스러운 옷차림과 노랫소리에 차마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발그레 양은 뭐가 그리 좋은지 난로 속에서 익어가던 고구마를 꺼내 장미꽃처럼 향기를 맡기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마에 손을 대고 쓰러지는 발그레 양. 으악! 발그레 양을 구해야 해!

 

사건 의뢰 - 나 너무 어지러워~!

평소 순정만화를 좋아하고 순정만화처럼 살고 싶어하는 발그레 양. 쓰러질 때도 어김없이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고구마를 장미처럼 들고 빙그르 돌아 픽 쓰러지고 만다. 때마침 뛰어 들어온 닥터고글이 멋지게 발그레 양을 받아 안는데….
“발그레 양, 도대체 무슨 일이야?”
“오~, 닥터고글! 역시 당신은 나의 왕자님이야!”
“뭐야?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쓰러진 거야?”
“그게 아니야~.”
조금 화가 나려고 하는 닥터고글에게 발그레 양은 뺨을 붉히며 상황을 설명한다.
“순정만화처럼 집 안에 멋진 난로를 켜놓고 맛있는 겨울 간식 고구마를 굽고 있었어. 오늘은 나의 왕자님, 닥터고글이 오는 날이잖아.”
“웬 왕자님? 게다가 웬 고구마?”
“어머, 네가 군고구마를 무척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를 위해서 준비한 거라구. 그런데 갑자기 핑그르~ 현기증이 나지 뭐야?”
두 눈을 반짝이며 닥터고글의 눈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발그레 양.
“나 왜 이렇게 어지럽지? 혹시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빈혈에 걸린 건 아닐까?”

사건 분석 ❶ 어지러운 건 빈혈 때문?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빈혈로 쓰러진 거라고 확신하는 발그레 양과는 달리 닥터고글은 뭔가 의심스럽다. 닥터고글이 알고 있는 발그레 양은평소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혈색도 너무 좋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름이 발그레일까!
“발그레, 일단 빈혈인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적혈구를 살펴봐야 할 것 같아.”
“어머, 내 적혈구를 보겠다고? 적혈구가 뭔데?”
“적혈구는 우리 몸의 곳곳에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피 속의 세포야. 동그랗게 생긴 빨간 세포지. 우리 피가 빨갛게 보이는 것도, 네 얼
굴이 발그레한 것도 다 적혈구 때문이란다.”
“그렇구나~. 그런데 적혈구는 왜 보는데?”
“빈혈은 적혈구의 수가 감소하거나 적혈구 속에 헤모글로빈이 부족한 상태를 말해. 빈혈 환자들이 느끼는 어지러움은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지.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빈혈은 어지럼증이 아닌 다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두통이나 답답한 느낌이 있는 경우가 더 흔하지.”
닥터고글의 과학적 설명에 발그레 양은 어서 나의 적혈구를 확인해 보라며 발그레해진 얼굴로 손을 내민다.
“조금 아프겠지만 참아!”
발그레 양의 손가락에서 피를 뽑아 현미경으로 보니, 역시나 적혈구의 수와 모양이 정상이다.
“발그레, 빈혈은 아닌 것 같은데?”
빈혈이 아니라는 말에 깜짝 놀라는 발그레 양. 순정만화 주인공으로 살고픈 그녀에게 순정만화 속 주인공들이 잘 걸리는 빈혈이 아니라면….
 
정상 적혈구(왼쪽)와 빈혈 환자의 적혈구(오른쪽). 철분이 부족해 빈혈에 걸리면 적혈구 수가 줄어든다. 빈혈은 여자만 걸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성장기에는 남녀 모두 철분 부족으로 빈혈에 걸릴 수 있으므로 철분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사건 분석 ❷ 원인은 불완전 연소!

“닥터고글, 빈혈이 아니라면 이건 분명히 백설공주의 왕비처럼 나의 미모를 질투한 사람이 우리의 고구마에 독약을 넣은 것이 틀림없어!”
이 정도면 발그레 양의 공주병도 정말 대단하다.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고 이젠 속도 안 좋다는 발그레 양. 그녀가 일부러 어지러운 척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말 고구마에 이상이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고구마를 꼼꼼히 살펴보는 닥터고글. 그런데, 갑자기 닥터고글도 핑그르~ 어지럽다. 속도 메슥메슥하다. 냥냥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좋지 않다고 야옹거린다.
“고구마를 먹지도 않았는데 냥냥과 나도 어지럽고, 머리가 아픈 걸 보니 고구마 때문은 아닌 것 같아. 한 가지 짐작 가는 것이 있어. 냥냥, 제트
에서 공기 성분 분석기를 가져와 줘!”
삐릿삐릿. 실내 공기를 분석해 보니 일산화탄소가 높다는 경고음이 울린다.
“창문이 모두 닫힌 밀폐된 공간에 난로…. 내 짐작이 맞았어! 이건 바로 불완전 연소로 생긴 일산화탄소 때문이야. 일단 어서 창문을 열자!”
황급히 창문을 여는 발그레 양. 그런데 닥터고글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불완전 연소는 뭐고, 일산화탄소는 뭐지?”
“연소는 물질이 산소와 결합해 빛과 열을 내는 현상이야. 어려운 말 같지만 성냥이나 장작이 불타는 게 연소지. 원래 물질이 탈 때는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는데, 불완전 연소는 산소가 충분하지 않거나 온도가 낮아 완전히 타지 못하는 걸 말해. 이 때 일산화탄소(CO)가 생성되지.”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우리가 어지러운 게 바로 일산화탄소 때문이거든!”

사건 분석 ❸ 일산화탄소는 정말 무서워~

닥터고글은 서둘러 난로를 껐다. 열어 둔 창문으로는 차가운 겨울바람이 휘잉 불어 들어왔다. 발그레 양은 몸을 부르르 떨며 닥터고글에게 이
제 그만 창문을 닫자고 칭얼댔다. 그러자 닥터고글이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발그레 양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신선한 산소를 더 많이 쐬어야 해. 이 정도이기 망정이지 일산화탄소가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일산화탄소가 도대체 뭐가 무섭다고 그래? 무섭게 생긴 거야?”
“일산화탄소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담배 연기에도 들어 있는 유해한 기체야. 색이 없고 냄새도 나지 않아서 일산화탄소가 있는지 알아채기 무척 힘들어. 지난해 1월, 울산에선 밀폐된 횟집에서 숯불에 조개를 구워 먹던 사람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어. 한 달 전엔 보일러의 가스 배기구 이음새가 벌어지면서 집 밖으로 배출돼야 할 일산화탄소가 방 안으로 스며들어 가족세 명이 질식사한 사건도 있다구!”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발그레 양은 이젠 추워서가 아니라 일산화탄소가 무서워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일산화탄소가 사람을 죽게 만드는 걸까?
“산소보다 일산화탄소가 적혈구와 더 잘 결합하기 때문이야. 적혈구는 산소와 손잡고 산소를 온 몸에 데려다 주어야 하는데, 일산화탄소가 적혈구 손을 잡고 있어서 몸에 산소를 데려다 주지 못하지. 결국 사람은 산소 부족으로 죽게 되는 거야.”
 

사건 해결 - 아무리 추워도 환기가 필요해!
 
발그레 양은 무서움에 눈물을 글썽이며 닥터고글에게 물었다.
“일산화탄소를 마시면 모두 죽는 거야? 우리도?”
“아니야, 우린 짧은 시간 동안 농도가 약한 일산화탄소를 마신 거라 신선한 산소를 많이 마시면 괜찮아질 거야. 일반적으로 1000ppm*의 일산화탄소를 2~3시간 마실 경우 경련을 하면서 기절하게 되고, 2000ppm의 일산화탄소를 1시간 이상 마실 경우엔 사망하게 돼. 일산화탄소를 마신 사람을 발견했을 땐 빨리 일산화탄소가 없는 곳으로 옮기고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하지.”
“색깔도 냄새도 없는 일산화탄소를 도대체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 거지?”
“일산화탄소 사고는 대부분 난방 기구를 잘못 설치하거나 배기구가 고장났을 때 일어나. 보일러나 난로 등은 꼭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전문가가 설치해야 해. 이런 기구들이 낡아서 일산화탄소가 새어 나올 구멍이 생기면 위험하니까 안전 점검도 자주 해야 한단다. 또 밀폐된 공간에서 난방 기구를 사용해야 하거나, 요리처럼 어쩔 수 없이 불을 사용해야 할 땐 자주 환기를 해야 해.”
멋지게 설명하는 닥터고글의 모습을 보고 발그레 양의 볼은 갑자기 더욱 붉어졌다.
“역시 나의 왕자님 닥터고글은 뭐가 달라도 달라! 일산화탄소로부터 내 생명을 구해 준 닥터고글, 나랑 결혼해 줘~!”
“허걱, 난 공주병은 질색이라구~! 냥냥, 도망가자!”
 
겨울엔 차가운 바람 때문에 창문을 여는 것을 꺼리지만 환기는 꼭 필요하다. 두통, 눈의 질환, 후두염, 알레르기성 질환, 어지러움 등의 각종 증세는 실내공기오염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세 시간마다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 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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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현수랑 기자
  • 도움

    양동규 원장
  • 진행

    이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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