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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 까마귀 자판기로 돈을 벌겠다고?

 


“쉿! 온다!”
까마귀 떼가 날아들자 급히 바위 뒤로 몸을 숨기는 두 남녀. 설치해 놓은 장치와 까마귀를 지켜 보는가 싶더니 곧 옥신각신 다투기 시작한다. 여자가 남자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인데…. 무슨 일로 까마귀 떼 옆에서 싸우는 걸까? 저 장치는 또 뭐지?

사건 의뢰 - 백만장자 프로젝트?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기발 군. 하지만 빛나는 아이디어에 비해 정작 만들어 내는 발명품은 실용성이 떨어져서, 늘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자 친구인 모지란 양은 늘 이기발 군의 아이디어를 칭찬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기발 씨의 아이디어는 누가 뭐래도 최고예요. 하지만 까마귀에게 땅콩을 팔아 부자가 되겠다니….
이번엔 닥터고글이 기발 씨를 좀 말려 주세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눈물까지 고인 모지란 양. 하지만 이기발 군은 이번이야말로 백만장자가 될 수있다며 오히려 고글에게 여자 친구를 설득해 달라고 한다.
“그 동안 내가 만든 발명품들이 모두 실패했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구요.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성공할 자신이 있다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 까마귀죠? 까마귀가 무슨 돈이 있다고?”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닥터고글은 까마귀 자판기에 가까이 가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바로 그 때.
“휙~!”
까마귀 한 마리가 닥터고글 일행을 지나쳐 까마귀 자판기로 날아가고, 순간 무언가 반짝 빛을 낸다.
“저건 뭐죠? 까마귀가 뭘 물고 온 걸까요? 설마, 동전…?”
“봐요, 닥터고글! 이제 시작된 거라구요. 지란아, 우린 불행 끝 행복 시작이야.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해 줄게. 유후~!”

사건 분석 ❶ 까마귀는 반짝이는 걸 좋아해~

까마귀가 돈을 물고온거라고 확신하는 이기발군과 달리 모지란 양의 표정은 밝지 않다. 닥터고글도 마찬가지. 까마귀 자판기로 정말 돈을 벌 수 있을지 차근차근 따져 보기로 한다.
“내가 황당한 생각만으로이장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닥터고글. 까마귀의 특성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이 말이에요.”
닥터고글을 까마귀 자판기로 데리고 가면서, 무턱대고 만든 황당한 발명품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기발 군. 높은 지능을 가진 까마귀의 생태 특성을 이용한 과학적인 장치라고 강조한다.
“까마귀는 반짝이는 물건에 본능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있어요. 돈이나 병뚜껑, 보석등반짝이는 모든 걸 다 좋아하죠.”
“하지만 기발씨. 까마귀는 새일 뿐이에요. 반짝이는걸 좋아한다고 해서 동전을 들고와 땅콩을 사 먹을 리는 없잖아요? 새는 사람이 아니라구요.”
여전히 못 믿는 표정을 짓고 서 있는 모지란 양. 이번만큼은 따끔하게 충고를 해 줄 참이다. 그런데 자판기를 살펴보던 닥터고글의한마디가 다시 이기발 군의 자신감에 불을 붙인다.
“음,‘스키너 상자’의 원리를 이용했군요.”
“오, 역시 닥터고글은 뭔가를 좀 아시는군요. 처음엔 먹이통에 땅콩과 동전을 함께 놓아야 해요. 그러면 까마귀는 땅콩을 먹기 위해 동전을 골라내어 통으로 떨어뜨리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까마귀는 동전을 떨어뜨려야 땅콩을 먹을수있다는 걸 알게 되지요.”
“그 결과 나중에는 땅콩을 먹기 위해 다른 곳에서 동전을 물어올 거라는 말씀이군요.”
“바로 그거예요!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서 나는 부자가 되는 거예요. 청소도 하고 돈도 벌고!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 아닌가요?”

 

미국의 한 대학원생이 설치해 놓은 까마귀 자판기의 모습. 이 장치는 유트브에 동영상으로도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스키너 상자
미국의 심리학자인 스키너가 고안한 실험장치. 상자 안쪽에 있는 지렛대를 누르면 먹이가 나오도록 만들어져 있다. 동물들은 먹이를 얻으려면 지렛대를 눌러야 한다는 관계를 학습하게 된다. 동물의 행동분석을 하는 장치로 유명하다.

사건 분석 ❷ 새대가리라고 얕보지 마라?

“좀 창피하지만…, 사실 어렸을때내별명은‘새대가리’였어요. 머리 나쁜 사람을 그렇게 놀릴 만큼 새는 머리가 나쁘다고 알려져 있다구요.”
감추고 싶은 과거까지 밝히며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모지란 양. 흠칫 놀라는 이기발 군을 뒤로 하고 닥터고글은 제트에게 똑똑한 새들의 영상을 보여 달라고 부탁한다.
“새가 똑똑하다는 연구결과는 오래 전부터 발표되어 왔어요. 특히 까마귀과의 새들은 주어진 상황에 맞게 도구를 이용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답니다. 가늘고 긴 통에 들어 있는 먹이를 먹을 때는 철사를 구부려서 사용하는게확인되었어요. 또 종이에 싸여 있는 먹이는 물에 불려 먹을 줄도 알고, 나무 구멍 속의 벌레를 먹기 위해 부리로 나뭇가지를 물어 구멍을 쑤시기도 하지요.”
“어머머! 그러면 구멍 속의 벌레가 구멍 밖으로 나오겠네요. 그 때 잡아먹는 거로군요!”
“거 봐, 지란아. 새는 정말 똑똑하다구. 호두 같은 딱딱한 열매의 껍질을 깨기 위해서 높은 곳에서 일부러 떨어뜨릴 정도라니까. 더 놀라운 건, 얼마나 높은 데서 떨어뜨려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는 거야.”
새의 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 제트는 눈이 내린 경사면에서 까마귀가 데굴데굴 구르는 영상을 보여 준다.
“어머? 저건 또 뭐죠?  뭘 잘못 먹어 아픈건가요?”
“아니에요. 신나게 놀고 있는 거랍니다.”
“엥? 놀고 있다구요? 새도 노나요?”
“까마귀들은 저렇게 눈이 쌓인 곳에서 구르거나, 아래로 내려오다 갑자기 위로 날아올라가는 놀이를 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놀이는 먹고 사는 문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놀이를 하는 동물은 지능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에서 실험한 까마귀‘베티’. 철사를 구부려 먹이통에 들어 있는 먹이를 꺼내고 있다.

 


 
까마귀과에 속하는 어치가 먹이통에 즐비한 먹이들 중에서 상한 것을 피해 먹이를 골라 먹고 있다. 먹이를 보관한 장소뿐만 아니라 시간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 분석 ❸ 사람도 알아본다고?

“까악~ 까악~!”
이야기를 나누던 닥터고글이 무심코 까마귀에게 다가가자 놀란 까마귀들이 울음소리를 내며나무 위로 날아올랐다. 닥터고글은 이 또한 까마귀가 똑똑하기 때문이라며 설명을 계속한다.
“까마귀과의 새들은 기억력이 좋아서 주변 사람들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 저처럼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면 경계하기 위해 우는 거지요.‘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도,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습성에서 나온 말이랍니다. 까치도 까마귀과에 속하거든요.”
이 때 부스럭대며 풀숲을 헤치는 이기발 군. 그곳에서 누군가 숨겨 놓은 듯한 땅콩 몇 알을 찾아낸다.
“이것 좀 봐요. 겨울에 먹이가 부족할 때 먹으려고 땅콩을 숨겨 놨어요. 얼마나 기억력이 좋은지, 숨겨둔 장소와 먹이의 종류까지 다 알고 있답니다.”
“그래서 미국 듀크대학교의 에릭 저비스라는 신경생물학자는 새의 뇌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새의 뇌가 대부분 원시적인 영역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전 학설과 달리, 사람처럼 복잡한 처리를 하는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예요.”
“도구를 만들어 쓰고, 기억력이 뛰어난 데다 대상을 정확히 알아차리는 걸 보면 새의 머리가 나쁘다는건말도안되는 얘기예요. 그래서 내가 이런 장치를 만들었다구요. 새의 지능을 세상에 알리는 동시에, 저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거죠. 아흐~, 상상만으로도 신나요!”
“기발 씨, 나도 새의 지능이 높다는 사실이 무척 기뻐. 그럼 어렸을 때 새대가리로 불렸던 나도 머리가 그다지 나빴던건아니란 얘기니까. 그치?”

사건 해결 - 실험은 실험일 뿐!

각자 엉뚱한 공상에 빠져 있는 이기발 군과 모지란 양. 아무래도 닥터고글이 이쯤에서 정리를 해야 할 듯 하다.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물론 까마귀는 지능이 높고, 또 반짝이는 걸 좋아하니 분명 동전을 물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죠? 역시 닥터고글은 이해가 빨라요. 어때요? 나랑 동업하지 않을래요? 그럼 닥터고글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어요!”
“하하, 전 사양하겠습니다. 동전이 얼마나 모일지 사실 장담할 수 없거든요. 보세요. 아까 그 새가 물어온 것도 동전이 아니라 동전처럼 둥그렇고 반짝이는 병뚜껑이었어요.”
“엥? 병뚜껑? 괜찮아요. 나는 동전만 물어오도록 훈련시킬 자신이 있다구요. 그리고 이참에 까마귀와 대화하는 장치를 만들어서 아예 동업을 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벌써 그 장치의 설계도가 머리에 막 떠오르고 있다구요.”
“오우, 노우! 아무리 새가 머리가 좋다지만 동업이 가능할까 걱정되는군요. 이 실험은 실험으로서 가치가 있지만, 이걸로 백만장자가 되겠다는 건 무리한 공상 같군요.”
닥터고글의 말이 통하지 않자 다시 이기발 군을 막고 나서는 모지란 양. 역시 이기발 군의 허황된 꿈을 막을 사람은 모지란 양밖에 없는 듯하다.
“기발 씨, 그러지 말고 좀 더 실용성이 높은 다른장치를 만들어 봐. 머리가 좋은 동물로 침팬지 같은 영장류도 있잖아? 그러니까 차라리 영장류랑 동업을 할 수 있는 장치는 어때? 똑똑한 내가 도울게.”
세상에나, 이제 모지란 양까지! 황당한 이 커플, 누가 좀 말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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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선아
  • 일러스트

    이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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