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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달달~! 나 너무 무서워용!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세계 프로레슬링계를 제패한 헐크호관. 보기만 해도 무서워 뒷걸음질친다는 그가 오늘은 웬일인지 벌벌 떨고 있다. 그런데 헐크호관 앞에 서 있는 건 조그마한 어린이? 대체 저 어린이들은 누구기에 헐크호관이 갑자기 겁쟁이가 된 걸까? 닥터고글, 아무래도 헐크호관을 도와 줘야 할 것 같아. 저 덩치에 너~무 안쓰럽잖아!

사건 의뢰 - 한국 어린이는 너무 무서워~

“신문을 보다 깜짝 놀랐어요. 어린이들이 그렇게 놀 정도면 어른들은 얼마나 더 무서운 건가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경기를 마치고 서울행 비행기에 오를 때만 해도 헐크호관은 기분이 무척 좋았다. 먼 나라의 귀여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아‘여름방학 특별 프로레슬링’에 초청되다니! 특히 한국은 태권도의 나라라고 하니 뭔가 통하는 게 있을 것 같았다.
“이해가 안 가는군요, 헐크호관. 그렇게 기대를 하고 오셨다면서 왜 갑자기 어린이들이 무서워진 거죠? 혹시 지금 연기하시는 건가요?”
“오우, 노우! 절대 연기 아니에요. 한국에 오기 전엔 한국 어린이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몰랐다구요.”
헐크호관을 겁에 질리게한사건은 경기가 시작되기전대기실 복도에서 일어났다. 경기를 관람하러 온 초등학생 몇몇이 모여 놀고 있기에 사인이라도 해 줘야겠다 싶어 가까이 다가간 바로 그 순간!
“한 어린이가 다른 어린이의 가슴을 누르는가 싶더니 그 아이가 픽~ 쓰러지는 거예요.”
더욱 놀란 건 옆에 있던 친구들의 태도. 놀라는 헐크호관을 보며 킥킥 거리던 어린이들은 이게 요즘 유행하는 ‘기절놀이’라고 알려 주었다. 세상에! 기절시키는 게 놀이라고?
“그렇게 무서운 어린이들은 처음 봤어요. 레슬링 경기에서 목을 조를 때도 조심스러운데 아이들이 서로 기절시키면서 놀다니…. 오우~ 마이 갓!”
결국 헐크호관의 여름방학 특별 경기는 취소되기 직전에 이르고 말았다. 그런데 정말기절시키는게놀이라니, 닥터고글도이번 사건에선 몸조심해야 할 것 같아!


사건 분석 ➊ 기절놀이가 뭐야?

“헐크호관 씨, 우선 기절놀이를 어떻게 하는지부터 알아보도록 해요. 정말 기절하는 건지 아닌지 아직 모르니까요.”
“냥냐옹!(저기닷!)”
닥터고글 일행이 경기장 밖으로 나온 바로그순간, 벽에 기대 기절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발견!
“얘들아, 기절놀이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 거지?”
기절놀이를 즐겨한다는 아이들 말에 따르면 기절놀이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목을 조르거나 가슴을 심하게 눌러 기절시킨다고 한다.
“오우, 레슬링과 똑같아요! 끝내기 기술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 궁금하구나. 대체 왜 기절놀이를 하는 거지?”
“닥터고글이 해 보질 않아서 기절놀이의 재미를 모르시네요. 기절놀이를 하면 빛이 보이면서 주변이 환해져요. 그러다 나른해지고 몽롱해져요. 꿈을 꾸는 것처럼요.”
기절은 뇌로 가는 혈액이 갑자기 줄어들어 의식을 잃는 상태로,‘실신’이라고도 한다. 기절놀이처럼 일부러 목을 조르면 숨을 쉬는 기도가 눌려 호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다, 혈관이 눌리면서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든다. 가슴을 눌렀을 때도 마찬가지. 폐가 눌리면서 호흡을 제대로할수없게 된다.
“호흡이 가빠지면서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든다는 건 혈액을 타고 뇌로 공급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든다는 걸 뜻합니다. 그럼 뇌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의식을 잃게 돼요. 그게 재미있다니, 정말 황당하군요.”
 

사건 분석 ❷ 뇌는 산소가 필요해~

“의식을 잠깐 동안 잃는 건괜찮지 않나요? 그럴 만큼 재미있다니까요!”
여전히 재미있는 놀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 여전히 이런 어린이들이 무서운 헐크호관.
“얘들아, 그 잠깐 동안이 뇌에게는 치명적일 수가 있단다.”
우리 몸에서 뇌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뇌는 생각하고 움직이고 느끼는 등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지시하고 조절하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 결과 우리 몸에서 쓰는 총 산소량의 25~30%가 뇌에서 쓰인다.
“따라서 뇌로 가는 산소가 줄어들면 그 만큼 뇌기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거예요.”
뇌로 가는 산소가 줄어들면 우리 몸은 더 많은 혈액을 뇌로 보내 부족한 산소를 채우려고 한다. 그 결과 뇌혈관이 늘어나면서 뇌가 부어 오르고, 그러면 뇌를 둘러싸고 있는 두개골 안의 압력이 올라가 결국엔 뇌세포가 파괴된다.
“이렇게 우리 몸에 산소가 부족한 현상을‘저산소증’이라고 하지요. 보통 혈액의 흐름이 막히면서 의식을 잃기까지 30초 정도가 걸리는데, 4~5분 안에 뇌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뇌의 기능에 손상을 입게 돼요. 자칫 10~20분 정도 기절상태가 계속되면 뇌의 기능이 정지되는 뇌사상태에 빠질 수도 있어요. 뇌세포는 한번 파괴되면 되살릴 수 없답니다.”
“뇌세포가 파괴되면 머리가 나빠지나요?”
이제야 슬슬 걱정이 되는 기절놀이 어린이들. 떨리는 눈빛으로 닥터고글을 바라본다.
“머리가 나빠지는 건 당연지사! 기절놀이를 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심장, 간, 신장 등 주요 장기와 척추로 가는 산소가 줄어들어 몸 전체를 망칠 수 있지. 자칫하면 목숨까지 잃게 된다구!
“실제로 지난 6월에는 기절놀이를 하던 초등학생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면서요? 목숨을 걸고 지절놀이를 하다니 한국 어린이들 정말 무서워용~!”
 

사건 분석 ❸ 기절놀이로 스트레스를 푼다?

“제 친구는 기절놀이를 하다가 머리가 찢어져 꿰매기도 했어요. 사실 그 땐 피가 나니까 무서웠어요.”
“기절놀이는 의식을 잃은 채 어디로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해요. 쓰러지면서 바닥이나 벽에 부딪혀 뼈가 부러지거나 뇌진탕이 생기는 경우도 있거든요. 친구들이 잡아 준다고는 해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언제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요.”
“알면 알수록 궁금한 게 있어요. 닥터고글, 왜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이 이런 놀이를 즐기게 된 건가요? 위험하지 않은 다른 놀이를 하면 되잖아요.”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기절놀이를 하는 게 지나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요. 학교나 학원에서 경쟁을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큰 긴장감을 받는데, 이걸 풀려고 더 큰 긴장감을 찾는다는 거예요. 공포영화를 보거나 암벽 타기, 번지 점프가 비슷한 예지요.”
“게다가 요즘 어린이들은 웬만큼 잔인하거나 무서워서는 눈도 꿈쩍 안 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만 봐도 얼마나 잔인한지…!”요즘 어린이들은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의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해져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고 있다. 따라서 환각을 경험할 정도로 자극적인 기절놀이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학교 끝나면 바로 학원을 여러 개 가야 해서 놀 시간도 별로 없어요. 그러니까 짧은 시간 안에 놀긴 놀아야겠는데, 사실 뭐하고 놀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닥터고글, 갑자기 어린이들이 안쓰러워지는군요. 오~, 베이비!”

사건 해결 - 건강한 놀이, 건강한 정신!

“이제 기절놀이는 하지 않을 거예요. 기절놀이 때문에 친구랑 싸우기도 했거든요.”
“기절놀이는 얼핏 보면 친한 친구들끼리 하는 놀이 같지만 사실은 친구 관계를 나쁘게 만들기가 쉬워요. 흔히‘왕따’라고 불리는 집단 따돌림을 받는 아이들이 기절놀이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오우! 어른들 정말 나빠요. 어린이들이 이런 놀이에 빠지도록 내버려 두다니요! 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성적만을 강요하는 어른들을 모두 모아 코브라 트위스트를 해 주고 싶군요!”
아핫! 너무 흥분한 헐크호관. 이번 기회에 한국 어린이들의 스트레스를 없애 주는 코믹 프로레슬링 경기를 열기로 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닥터고글을 번쩍 들어올리며 상대역으로 출연해 달란다.
“오~우 마이 갓! 닥터고글 살려~!”

기절놀이 응급조치법

기절놀이로 쓰러진 친구가 쉽게 깨어나지 못하면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어른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구조대가 오기 전에 반듯하게 눕히고 몸을 조이는 허리띠나 윗도리의 단추 등을 풀어준다. 이 때 고개를 젖히듯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열어 준다. 토할 경우에는 이물질이 기도를 막을 수 있으므로 옆으로 눕혀야 한다. 의식을 잃었을 때는 약을 강제로 먹이거나 손에서 피를 따는 것은 위험하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
 

2007년 1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선아 기자
  • 도움

    전창무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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