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반가운 탄생
북극의 겨울은 춥고 길다. 극야현상 때문에 낮에도 밤처럼 짙은 어둠이 내리는 날이 이어진다.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아득히 쌓인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 추위가 모든 생명의 흔적을 쓸어가 버린 듯 조용하다. 북극의 자연환경은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생명의 탄생은 북극이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다. 지난 봄, 사랑에 빠졌던 암컷 북극곰이 열심히 눈을 판다. 곧 태어날 새끼들과 겨울을 함께 보낼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여덟 달의 기다림 끝에 북극곰은 드디어 어미가 되었다. 귀여운 두 마리의 새끼가 태어난 것이다. 어미 북극곰은 새로 생긴 가족을 데리고 오로라 구경에 나섰다.
“얘들아, 아주 오래 전 에스키모들은 오로라가‘영혼이 춤추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단다.”
봄날의 북극을 좋아하세요?
새끼 북극곰들이 태어난 지도 벌써 100일이 되었다. 어느새 동굴로 스민 햇살이 코를 간지럽힌다. 봄이다. 겨우 내 어미의 젖만 먹었는데도 새끼들의 몸에는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3월이 되어 날이 조금씩 풀리자 북극곰 가족은 동굴을 떠난다.
봄이 오면 북극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동물들은 겨울잠 자는 동안 참았던 식욕도 맘껏 채우고, 굳은 몸을 풀기 위해 수영을 즐긴다. 바다표범도 새끼를 낳았다. 20일 정도 젖을 먹은 새끼는 얼음을 뚫고 헤엄치는 법을 배운다. 북극해를 신나게 누비는 새끼 바다표범은 곧 당당한 북극 생태계의 일원이 될 것이다. 바다를 헤쳐 나가는 거대한 순록의 무리도 보인다. 여름이 가까워올수록 모기 떼가 늘고 먹이가 줄어든다. 순록은 신선한 이끼와 새순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다.


북극의 여름 이야기
바다를 덮고 있던 얼음이 녹으며 물길이 열리자 멀리서 동물들이 찾아왔다. 1년 만에 북극을 다시 찾은 긴이빨돌고래는 신나게 헤엄친다. 머리 앞에 뿔처럼 길게 뻗은 것은 왼쪽 앞니 한 개가 비틀어져 자란 것으로 길이가 2~3m나 된다. 독특한 외모 때문에 긴이빨돌고래를 ‘바다의 유니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북극에는 북극곰, 남극에는 펭귄이 산다고 알고 있는데 대체 저건 뭐지? 북극에 펭귄이라니. 사실은 펭귄을 닮은 바다오리다. 바다오리 떼는 매년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북극해를 찾는다. 먼 거리를 이동했으니 당연히 배가 많이 고프다. 바다오리의 날개는 물에 들어가면 훌륭한 물갈퀴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녀석들의 수영 실력은 수준급이고, 물고기 잡는 기술도 뛰어나다.
높은 절벽 근처의 바다오리 둥지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녀석이 있다. 바로 북극여우다. 날씨가 따뜻해져 새들이 많이 찾아오자 신이 난 북극 여우는 바다오리의 알을 훔쳐 유유히 사라진다. 북극여우는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먹고 남은 먹이를 눈 속에 파묻어 둔다.

위기에 처한 얼음왕국
겨울과 반대로 북극의 여름은 해가 지지 않는다. 단지 미국 알래스카의 일부 지역에서만 백야 기간에도 4시간 정도 어둠이 내린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북극의 동물들은 꿀맛 같은 잠을 즐긴다.
봄에 헤어진 북극곰 가족이 여름을 잘 보내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태어난 지 8개월이 지난 새끼 북극곰들은 제법 의젓해졌다. 혼자 힘으로 바다표범을 사냥하며 북극의 제왕다운 모습을 뽐낸다. 그러나 배가 부를 정도로 바다표범을 잡기는 힘들다. 8월의 뜨거운 태양은 얼음을 사정없이 녹여 버렸고, 얼음 위에서 놀고 있는 바다표범을 사냥할 기회도 덩달아 줄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10년마다 8%씩 줄어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2060년에는 더 이상 얼음으로 덮인 북극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북극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머지않아 생활 터전을 잃게 될 거라는 얘기다. 아름다운 얼음왕국이 서서히 녹아 사라지고 있는 이 때, 북극곰과 바다표범, 북극여우 등 북극의 동물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