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란 나라를 생각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국기를 장식하고 있는 단풍나무잎일 거예요. 나무는 국가와 민족을 상징할 만큼 인간에게 무척 중요한 존재랍니다. 하지만 이런 나무의 본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거예요. 언제부터 지구에 살기 시작했는지, 풀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 우리는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아요. ‘알면 사랑하게 된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나무란 친구의 본질에 대해 먼저 알아봅시다.
나무의 나이는 3억 5000만 살
나무는 언제부터 지구에 나타났을까? 과학자들은 나무가 출현한 것은 3억 5000만 년 전이라고 이야기한다. 약 41억 년 전 바다에서 출현한 단세포 생물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녹조류가 광합성을 하면서 공기 중에 산소를 만든 덕분에 나무가 나타난 것이다. 3억 5000만 년 전은 공룡이 나타나기도 전이다. 나무보다 늦게 등장한 공룡은 중간에 멸종했지만 나무는 빙하기와 혜성 충돌 같은 혹독한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생명력을 이어와 지구에서 가장 번성하고 있는 생명체가 되었다. 사실 나무는 아무리 환경이 달라져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다.
나무와 풀은 어떻게 다른 걸까?
나무와 풀은 같은 식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나무와 풀을 구분할 수 있을까? 덩치가 작으면 풀, 크면 나무일까? 키가 1〜2cm 밖에 안 되면서도 나무로 인정받는‘돌매화나무’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나무와 풀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부피가 커지게 하는 분열조직인 ‘부름켜’ 가 있냐, 없냐다. 풀은 이 부름켜가 없어서 키는 자라도 부피가 커지지 않아 대부분 1년이면 죽지만, 나무는 부름켜 덕분에 매년 성장하면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천 년을 살아간다. 나무의 나이테는 이 부름켜의 분열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대나무는 식물계의 박쥐
나무도 아니면서‘나무’란 이름이 붙어 있는 묘한 풀이 있다. 바로 우리에게 친근한 대나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식물학적으로 대나무는 풀이다. 부름켜가 없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바로 말라죽기 때문. 여느 풀과는 달리 오래 살고 덩치도 크지만 고스란히 풀의 특징을 갖고 있는 대나무. 이솝우화 속에서 새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모습을 보여 줬던 박쥐와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우리가 몰랐던 신기한 나무의 세계
구름을 뚫을 만큼 키가 큰 나무,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 열매를 맺는 나무, 뿌리를 다리 삼아 걸어다니는 나무 등 동화 속에는 신기한 나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현실 속에도 신기한 나무들이 많답니다.‘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하룻밤 사이에 쑥쑥 자라 하늘 끝까지 닿은 나무는 없지만 말이지요.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나무의 독특한 특징도 많답니다.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는 나무의 세계로 한번 빠져 볼까요?
나무를 죽이는 나무들
나무를 죽이는 무서운 나무들이 있다고? ‘살인(人)자’가 아니라‘살목(木)자’라고 불러야 할 그들은 누굴까? 그 선두주자는 맛있는 열매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무화과나무’중 하나다. ‘교살자무화과’라는 무서운 이름을 갖고 있는 이 나무는 땅에서 싹을 틔우는 게 아니라 숙주
로 삼을 나무의 줄기 위에서 싹을 틔운다. 그리고 나서 뿌리를 땅으로 뻗어 내려가는 과정에서 숙주나무를 완전히 감싸 햇빛을 못 받도록 한다. 또 자라난 줄기와 뿌리로 숙주 나무를 휘감고 옥죄어 결국은 죽이고야 만다. 호주에서 볼 수 있는‘피그트리’는 더욱 더 잔인한 교살자다. 무화과나무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될 큰 덩치를 자랑해 나무를 휘감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숙주로 삼았던 나무를 가려 버린다. 호주 퀸즐랜드 지역의‘커튼 피그트리’라는 이름이 붙은 한 나무는 그렇게 자라난 모습이 너무 거대해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사람들이 즐겨 먹는‘칡’도 식물계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난폭자다. 아무곳에서나 잘 자라고 생명력도 왕성해 순식간에 다른 나무의 줄기를 휘감아 버린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칡 때문에 수많은 나무들이 햇빛을 못 받고 죽어 골칫거리다.

피그트리의 교살 과정
➊ 숙주 나무의 가지 위에 싹을 틔운다.
➋ 숙주 나무의 몸에 뿌리와 줄기를 휘감으며 자란다.
➌ 세월이 지남에 따라 무거워진 피그트리는 숙주 나무를 쓰러뜨려 죽인다.
➍ 원래의 숙주 나무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다른 나무들까지 죽이고 자신만 살아 남는다.

신이 거꾸로 심은 나무‘바오밥나무’
생텍쥐페리의 동화‘어린 왕자’에 등장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바오밥나무’. 하지만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에서 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나무다. 아프리카에서도 동쪽의 마다가스카르 섬 남부와 케냐 등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바오밥나무는 뿌리가 위로 올라 와 있는 듯한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는 신이 실수로 거꾸로 심은 나무라는 전설도 있다. 열매가 달려 있는 모습 또한 독특해 쥐가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죽은쥐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무 껍질은 완벽한 방수복
거대한 홍수가 나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으면 과연 저 속에서 살아남을 생명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무만큼은 꼭대기까지 물에 완전히 잠겨도 살아남을 수 있다. 나무를 감싸고 있는 껍질이 완벽한 방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나무껍질은 단단한‘코르크 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사람들은 이 코르크가 물과 공기를 완벽히 차단하는 것을 알고 일찍이 병마개나 뚜껑으로 사용했다.
비누를 만드는‘무환자나무’
나무가 비누를 만든다고? 얼토당토않은 말 같지만 사실이다. 인도가 원산으로 따뜻한 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무환자나무의 열매와 껍질에는 세포의 분해를 돕는‘사포닌’이라는 물질이들어 있어 비누처럼 쓸 수 있다. 실제로 이 나무의 영어 이름‘soapberry’는 비누열매란 뜻이다. 인도에서는 일찍이 빨래할 때 무환자나무의 열매를 사용했으며 껍질은 머리를 감는 데 썼다고 한다.
누군가를 때릴 운명을 타고난 ‘물푸레나무’
어린이 독자들도 지난 3월‘세계야구월드컵 (WBC)’을 무척 재미나게 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승엽 선수가 통쾌하게 홈런 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시속 150km가 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야구공을 때려 내는 야구방망이는 무엇으로 만드는 걸까? 바로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좋기로 소문난‘물푸레나무’로 만든다. 단풍나무도 단단해서 야구방망이의 재료로 인기가 많지만 물푸레나무만 못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물푸레나무는 누군가를 때리는 운명을 타고난 나무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서당의 회초리로 많이 쓰였으며 죄인에게 곤장을 칠 때도 단골손님이었다. 또 농부들은 타작할 때 휘두르는 도리깨를 만들었다. 서양에서도 창이나 도끼의 손잡이에 물푸레나무를 이용했다고 한다.
나무 기네스북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사람은 누굴까요? 현재 기네스북의 정확한 기록에 따르면 중국의 포우 시순이라는 남자로 그의 키는 2m 36cm라고 해요.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요? 놀라지 마세요. 무려 100m가 넘는다고 해요. 인간의 기네스북 기록과는 비교도 안 될 어마어마한 수치를 자랑하는 나무들의 기네스북. 지금 부터 구경해 봅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
세상에 나무만큼 오래 사는 생명체도 없을 것이다. 은행나무나 향나무, 느티나무 등은 1000년 정도는 훌쩍 넘길 정도로 긴 수명을 자랑한다. 현재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 미국 뉴햄프셔 주의 화이트마운틴에 있는‘브리콜론소나무’(위 사진). 5000년을 넘게 살았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역사보다 긴 세월을 산 것이다.
가장 키가 큰 나무
‘제너럴 셔먼 트리’가 아무리 덩치가 커도 키로는 시합이 안 되는 나무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국립공원에 있는 ‘톨트리’ (왼쪽 사진). 역시 아메리카삼나무로 키는 37층 빌딩 높이인 약 110m이며 아직도 자라고 있다. 하지만 레드우드국립공원에는 높이가 100m가 넘는 아메리카삼나무들이 수두룩해서 챔피언이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가장 키가 작은 나무
아메리카삼나무처럼 빌딩 만한 나무도 있지만‘ 이게 풀이지 나무야?’라고 의심될 정도로 키가 작은 나무도 있다. 바로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 우리나라 제주도 등에서만 드물게 발견되는 ‘돌매화나무’. 돌매화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나무다. 보통 1〜2cm 밖에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부름켜가 있어 계속 자라며 몇 해를 사는 ‘당당한’나무다.

가장 무거운 나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코이아국립공원에 있는 아메리카삼나무‘제네럴 셔먼 트리(셔먼장군나무)’의 몸무게는 얼마나 될까? 2톤 무게의 코끼리 1000마리를 합친 2000톤이다. 키는 82.4m, 둘레는 31m, 껍질의 두께만 61cm라고 하니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뚱뚱한 나무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몸통의 굵기만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무가 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한 유럽밤나무는 둘레가 무려 58m나 된다. 얼마나 뚱뚱해 보였는지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 나무에 붙인 이름은‘백 마리 말의 나무’. 백 마리의 말들이 모여 있는 광경만큼 거대해 보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열매를 맺는 나무
가장 큰 과일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아마 어른 머리보다 큰 수박일 것이다. 하지만 수박은 나무가 아니라 풀이 맺은 열매이며 인도양 세이셸 제도에 있는 겹야자나무의 열매에 비하면 큰 것도 아니다. 겹야자나무의 열매는 길이가 평균 45cm, 무게는 13.5〜30kg이다. 열매를 맺는 데 무려 10년이 걸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열매를 맺는 나무는 모과나무다.
가장 느리게 자라는 나무
100년을 넘게 살아 온 노인이 평생 동안 지켜봐도 키가 그대로인 나무가 있다. 멕시코에 있는‘디운에듈’이란 나무는 1년에 평균 0.76mm 밖에 자라지 않는다. 100년 동안 8cm도 자라지 않는 셈. 우리나라의‘회양목’도 아주 느리게 자라는 나무로 300년을 자라도 그 두께가 20cm도 안 된다고 한다.
가장 빨리 자라는 나무
사람도 성장기가 되면 1년에 10cm가 넘게 쑥쑥 키가 큰다. 하물며 나무는 얼마나 빨리 자랄까? 말레이시아의 사바지방에 있는‘알비치아 팔커타’란 나무는 13개월 동안 약 10.7m가 자랐다는 기록이 있다. 열대의 축복 받은 기후 속에서 1년에 10m 가까이 자란셈이다. 참고로 가장 빨리 자라는 식물은‘제네라대나무’로서 하루에 93cm나 자랐다는 기록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나무가 많은 곳
우리나라 국토의 64%는 숲. 우리나라도 나무가 많다고 자랑할 수 있지만 브라질을 비롯한 9개 나라에 걸쳐 있는 아마존 강 일대의 숲에 비하면 코끼리 앞의 개미 수준이다. 아마존 숲의 면적은 600만㎢로 우리나라 숲 넓이의 94배다. 한 해 2000mm 이상의 비가 오고 기온이 높아 나무가 살기엔 최고의 조건인 이 곳은 지구에 필요한 산소의 3분의 1을 공급해 주는‘지구의 허파’다. 하지만 산업이 발달하면서 아마존 숲은 파괴되고 있어 1960년부터 2000년까지 40년 동안 한국의 8배 넓이의 숲이 사라졌다고 한다.

나무, 사람에게 할 말이 있다는데〜!
수많은 세월을 인간과 함께 살아온 나무. 그런 만큼 사람과 나무 사이에는 많은 사연이 있는데요. 식목일이 있는 4월을 맞아 나무들이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세상을 놀라게 할 깜짝 고백을 할 나무도 있고, 훈훈한 사연을 전해 줄 나무도 있고, 또 가슴 아픈 하소연을 할 나무도 있다는데요. 정말 기대되는군요. 그럼 현장에 있는‘어과동 리포터’를 불러 볼까요?
춤추는 나무‘무초’
리포터 네, 저는 춤을 추는 나무가 있다는 현장으로 나왔습니다. 나무가 춤을 추다니 믿어지십니까? 과연 어떤 나무인지 인터뷰해 보겠습니다.
무초 안녕하세요. 저는‘무초’입니다. 이름에 ‘초(草)’가 붙어 있어 풀로 생각하기 쉬운데 엄연한 나무랍니다. 2m까지 자랄 수도 있다고요. 저는 25〜30℃에 습도 70% 정도의 장소에 있을때 이상하게 소리가 나면 잎사귀를 흔들고 싶어요. 특히 남자의 낮은 소리보다 여자의 아리따운 높은 소리에 더욱 더 반응을 잘 하지요. 그런데 사실 제가 춤을 추는 건 아니에요. 소리가 나면 제 잎몸과 잎사귀 사이의 세포에서 물이 이동하여 잎이 움직이는 건데 사람들에겐 그것이 춤추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 하하~!
소가 가장 싫어하는‘노간주나무’
리포터 참 신기하네요. 아직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속 시원히 밝혀 내지 못할 정도로 무초는 비밀이 많은 나무라고 합니다. 앗! 그런데 왜 저 소는 나무를 보고 도망가는 걸까요? 한번 따라가서 인터뷰해 보겠습니다.
소 음머어〜, 저는 세상에서‘노간주나무’가 가장 싫어요. 왜 사람들은 제 코를 뚫는 코뚜레를 만들 때 노간주나무를 쓰는 지 모르겠다니까〜! 노간주나무를 불에 살살 구우면 플라스틱처럼 잘 휘어지면서도 절대 끊어지지 않고 질기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노간주나무가 코를 뚫을 때 고통을 사람들도 한번 느껴 봐야 한다고요.
새끼를 낳는 나무 ‘맹그로브’
리포터 나무가 참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여기서 정말 신기한 나무를 인터뷰해 보겠습니다. 바로 새끼를 낳는 나무라는데요. 도대체 어떤 나무일까요?
맹그로브 “아들아, 거기는 수심이 너무 깊어요. 딴 곳에서 뿌리를 내려〜.” 호호, 저는 식물계에서 유일하게 새끼를 낳는 태생식물 ‘맹그로브’예요. 우리는 카리브해나 동남아시아 같은 따뜻한 열대바다에 뿌리를 담그고 살지요. 번식할 때가 되면 저는 제 몸에 싹을 틔워요. 몸에서 어느 정도 자란 새끼나무는 때가 되면 바닷물로 떨어져 바다 밑의 땅에 뿌리를 내리게 되지요. 그러면서 점점 영역을 늘려 가는데 저희 때문에 열대 지방의 해안선이 매년 바뀔 정도라니까요. 사실 새끼를 낳는 게 아니라 번식의 한 방법인데 사람들 눈에는 마치 새끼를 낳는
것처럼 보이나 보죠? 호호.
나무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이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리포터 소의 하소연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나무를 아주 다양한 용도로 써 왔습니다. 땔감, 집 짓는 재료 등으로 말이지요. 요즘은‘웰빙’열풍에 힘입어 삼림욕까지 즐기고 있는데요. 거기에 대해 나무들이 할 말이 있다는군요.
소나무 우리가 많이 있는 숲 속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던데 그게 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피톤치드’ 때문이라니까요. 사람들이 이 피톤치드를 마시면 천식이나 폐결핵, 심장병에 좋다고 하지요. 머리도 맑아지고요. 하지만 피톤치드는 사실 사람들이 좋으라고 만드는 게 아니에요. 피톤치드는 움직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외부의 침입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뿜어 내는 살균물질이 라고요. 균이나 잡초 같은 침입자들이 바로 옆에 자라면 땅에서 받는 영양분을 고스란히 뺏기게 되요. 그래서 그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피톤치드를 뿜어 내는 거라고요. 못 믿겠으면 다음에 소나무 숲에 갈 때 소나무 주변의 땅을 한번 살펴보세요. 솔잎만 수북히 쌓여 있고 다른 식물들은 전혀 볼 수 없을 거예요. 이렇게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 하는 방어 행동을 ‘타감작용’ 이라고 하지요.
옻나무 우리 나무들이 본의 아니게 사람들을 도와 주는 경우는 또 있어요.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제 몸에서 나는 진물인‘옻’을 아주 유용하게 써 왔지요. 이 옻은 굳으면 수분이나 공기를 차단해 부패를 막아 주기 때문에 각종 가구나 공예품 등에 옻칠을 했다고요. 또 사람이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해서 닭백숙에 옻을 넣질 않나, 요즘에는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로까지 쓰고 있더군요. 하지만 옻은 그런데 쓰라고 만드는 물질이 아니에요. 몸에 상처가 나면 스스로 치료하기 위해서 내는 연고 같은 거라고요. 소나무가 내는‘송진’도 마찬가지지요. 앞으로는 사람들이 옻이나 송진을 쓰더라도 나무들이 왜 이런 물질을 만드는지 좀 알고 썼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세금 내는 나무가 있다고?
리포터 아무 생각 없이 나무를 대하면 안되겠네요. 나무도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니까요. 그런데 정말 사람처럼 세금 내는 나무가 있다는데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황목근 안녕하시오. 저는 세금 내는 나무 ‘황목근’ 이 올시다. 저는 500살이 넘은 팽나무로 경북 예천군 금남마을의 당산나무지요. 당산나무는 예로부터 마을 한 중앙에 떡 하니 자리잡아 사람들에게 휴식과 모임의 장소를 제공하는 마을 최고의 어른입니다. 제가 세금을 내게 된 사연을 말씀드릴까요? 일제시대 때 공동으로 갖고 있던 땅을 일일이 다 개인이 갖도록 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제가 살고 있는 땅마저 나누긴 싫었나 봐요. 그래서 아예 저를 땅주인으로 관청에 신고해서 제가 땅을 갖게 된 것이지요. 제가 갖고 있는 땅은 무려 2800평이나 되고 토지세로 매년 1만원이 넘는 돈을 낸답니다. 그러면서 마을 사람들이 저를 위해서 축제도 하고 지극히 보살펴 주니 사람이나 나무나 다 부러워하는 존재가 된 셈이지요, 허허!
사람들은 흡혈귀!
‘고로쇠나무’의 하소연
리포터 사람과 나무가 공존하는 아주 흐뭇한 사연이었네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인터뷰할 나무는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좀 해야겠다는데요. 만나 보겠습니다.
고로쇠나무 헉헉…. 저는 고로쇠나무라고 합니다. 말할 기운조차 없네요. 왜냐고요? 지난 2월부터 줄곧 사람들이 제 몸에서 물을 뽑아 내 갔기 때문이에요. 봄이 오기 시작하면 제 몸의 가지 끝에 있는 겨울눈이 봄기운을 알아차리고 뿌리에게 봄이 왔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뿌리는 겨우내 쌓아 놨던 수분과 영양분을 위로 올려 보내 주는데요. 그 물을 사람들이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지 이 때만 되면 너도나도 산에 몰려들어 제 몸에서 물을 빼갑니다. 적당한 양이면 상관없지만 말라죽을 정도로 물을 빼내는 통에 전국의 고로쇠나무들이 몸살을 앓고 있어요. 사실 저희 몸에서 나는 물은 그냥 건강음료 수준이지 병을 치료하는 특효약도 아닌데 말이지요. 사람들아! 제발 자기 건강만생각하지 말고 나무 건강도 생각해 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