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입에선 하얀 김이 호호 나오고, 귀가 시리도록 추운 날씨. 바야흐로 겨울이에요. 겨울 방학이 코앞에서 기 다리고 있는 신나는 때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런 겨울이 춥다고 집안에서 꼼짝 않고 있다면 결코 신나는 겨울을 보낼 수 없답니다. 오히려 밖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무척 많아요. 스키, 스노보드, 스케이트, 눈 썰매 등등….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그런데 이런 겨울 스포츠를 더 잘 하고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어요. 바로 겨울 스포츠 속에 있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물리 법칙들이죠. 더 빠른 속도를 내려면 어떡해야 하는지,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잘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모든 고민들을 과학이 해결해 줄 수 있답니다. 그러면 신나는 겨울 스포츠의 세계로 한번 빠져 볼까요?
겨울이다!
신나는 겨울 스포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물의 성질을 알아야 겨울 스포츠를 즐긴다!
겨울 스포츠의 세계로 들어가기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겠어요. 아마 스키를 좋아하는 친 구들이 많을 텐데 혹시 스키를 타다가 이런 궁금증이 든 적은 없었나요?‘ 눈은 푹신푹신한데 왜 빠지지 않 고 스키를 탈 수 있는 걸까?’란 궁금증 말이에요. 아무 것도 신지 않고 눈 위에 서면 몸무게와 중력 때문 에 푹푹 빠지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눈이 많이 온 들판을 걸어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 본 친구는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스키를 타면 눈이 얼마나 쌓여 있냐에 상관없이 눈 위에 설 수 있답니다. 또 마음대로 이동할 수도 있지요.얼음 위에서도 마찬가지지요. 신발만 신었을 땐 가만히 있기도 힘들만큼 미끄러운데 스케이트를 신으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스키와 스케이트가 적절한 압력과 마찰열을 이용해 물의 성질을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압력 덕분에 스키를 탄다?
얼음에 압력을 가하면 어는점이 낮아져 힘을 받은 부위가 일시적으로 녹았다가 압력을 제거하면 딱딱한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이와 같은 현상을‘복빙 현상’이라고 한다. 스키를 탄 사람의 압력이 눈을 녹여서 스키가 미끄러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 때 눈 표면과 스키 바닥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열 역시 눈을 녹여 스키가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준 다. 이 현상은 스케이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스케이트 날은 왜 그렇게 가늘까?
인라인스케이트처럼 바퀴를 달아 놓으면 안정적일텐데 말이다. 하지만 괜히 스케이트 날을 가늘게 만든 게 아니다. 그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물의 성질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얼음과 스케이트 날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열은 압력이 높을수록 더 커진다. 이 압력은 압력을 가하는 부분이 좁으면 좁을수록 더 강해진다. 강한 압력은 얼음 표면을 더 미끄럽게 만들어 빠르고 부드럽게 얼음판 위를 움직이게 해 준다.
*유리판 위에서도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까?
스케이트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바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케이트는 단지 미끄럽기만 하다고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압력과 마찰열에 의해서 얼음이 녹아 물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물이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윤활제 역할을 하는 것인데 유리판은 이런 윤활제를 만들 수 없다. 만약 압력을 받을 때 얼음처럼 스스로 윤활제를 만들어 내는 유리를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나무 스키가 금속 스키보다 더 뛰어나다?
옛날에나 썼을법한 나무 스키가 성능이 더 뛰어나다니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열전도율’때문. 1898년 북극을 횡단하던 한 탐험대는 단풍나무로 만든 썰매와 금속인 니켈로 만든 썰매를 동시에 썼는데 기온이 영하 40도 이하로 떨어지자 니켈 썰매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것은 니켈의 열전도율이 너무 높아 눈표면에 효과적으로 마찰열을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무는 열전도율이 낮아 마찰열을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녹일 수 있었던 것.
속도를 빨리 내고 싶다면?
힘과 가속도
겨울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즐거움은 속도감이지요. 바람을 가르며 눈부신 설원을 내려 올 때 느끼는 속도감은 정말 짜릿하답니다. 4년마다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서 우열을 가리는 가장 큰 기준이 속도일 만큼‘얼마나 빠른 속도를 내느냐’는 겨울 스포츠에서 아주 중요하답니다. 그렇다면 빠른 속도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해법은 ‘힘과가속도’에 대해 공부하고 나면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운동을 하게 하는 기본적인 힘
스키나 스노보드를 탈 때의 기본적인 힘은 중력이다. 스키장은 경사가 있으므로 가만히 있어도 물체를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해 미끄러지게 된다. 그렇다면 평지에서 타는 스케이트에서는 어떨까? 이 때는 얼음판을 미는 동작이 기본적인 힘이 된다. 온몸의 근육이 뿜어 내는 힘은 얼음판에 작용하고 반대로 얼음판은 그 힘을 밀어 내는 반작용을 하게 되면서 사람의 몸은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뉴턴의 운동법칙 3가지
일단 출발하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스키를 탈 때는 가만히 있어도 계속 밀려 내려간다. 이것은 뉴턴의 운동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다리에 체중을 실어 힘을 가해 주면 속도가 더 붙는데 이 때 뉴턴의 운동 제2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이 작용한다. 스케이트도 마찬가지다. 일단 출발하고 나면 사람은 계속 움직이는데 이 때 지속적으로 힘을 더 가해 줘서 가속도를 늘린다. 이후 일정한 힘을 가해 주면 스케이트 선수는 등속도 운동을 하게 된다. 운동 제3법칙인 작용과 반작용 법칙은 항상 사람과 바닥 사이에서 작용한다.
나는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원심력과 구심력
빠른 속도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어요. 하지만 무작정 속도만 낸다고 겨울 스포츠의 고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빠른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얼음이나 눈밭 위에서 꽈다당 하고 넘어질 수밖에 없어요. 심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답니다.
진정한 겨울 스포츠 고수는 속도를 내야 할 곳에서는 최대한 내고, 속도를 줄여 할 곳에서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조절 능력과 균형 감각을 가진 사람이랍니다. 그 비밀은 어디에 있냐구요? 바로‘원심력과 구심력’입니다.
*원심력과 구심력
둥그런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면서 회전을 할 때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앞의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큰 사고를 당할 것이다. 이것은 원운동을 하는 물체가 바깥으로 나가려는 힘인‘원심력’때문이다. 반대로 원의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은‘구심력’이다. 이 구심력을 원심력보다 크게 해야 넘어지지 않고 효과적으로 회전을 할 수 있다.
*원심력과 구심력 쉽게 이해하기
➊양동이에 물을 반쯤 넣고 크게 원을 그리며 돌려 보자.
➋양동이의 바닥이 하늘로 향할 때 물이 쏟아지는지 살펴 보자.
➌물은 쏟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양동이 속의 물은 원 운동을 하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이런 물의 움직임은 원심력이며 못 나가게 하는 줄의 힘은 구심력이다.
빙글빙글 도는 얼음판의 요정
각운동량 보존법칙
속도를 내면서도 안정되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힘과 가속도, 원심력과 구심력에 대해 알고 나니 벌써부터 스키장이나 스케이트장에 가고 싶어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순 없죠. 바로 겨울 스포츠의 꽃인 피겨스케이트가 있으니까요. 마치 요정처럼 우아한 동작으로 얼음 위를 누비는 피겨스케이트. 여학생이라면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종목일 거예요.
피겨스케이트의 동작 하나 하나가 다 아름답지만 특히 몸을 활처럼 제치며 빠르게 회전하는 기술은 정말 놀라울 정도예요. 사람 몸이 팽이도 아닌데 어떻게 제자리에서 그렇게 빨리 회전할 수 있는 걸까요?
*각운동량 보존법칙
피겨스케이트 회전의 비밀은‘각운동량 보존법칙’에 있다. 회전하는 물체는 각운동량을 갖는데, 이 각운동량은 회전 운동을 하고 있는 물체의 질량, 속도, 회전 반지름을 곱한 값이다. 따라서 회전할 때 팔을 오므리면 회전 반지름이 줄어들게 되고 계속 똑같은 각운동량을 유지하기 위해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회전 속도의 비밀
각운동량은 회전 관성과 회전 속도의 곱이기도 하다. 회전하는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또한 회전할 때 질량이 회전축에서 멀수록 회전 관성이 커진다. 회전 관성이란 회전에 저항하려는 성질이다. 회전 관성이 크다는 것은 회전에 저항하려는 힘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겨 스케이트 선수가 회전을 하다 속도를 줄일 때는 팔을 벌리고 다리를 굽혀 회전 관성을 적게 한다. 반대로 속도를 빠르게 할 때는 팔과 다리를 오므려 회전 관성을 크게 한다.
더 먼 곳을 향하여!
포물선 운동
겨울 스포츠의 멋지고 화려한 동작에는다과학이 숨어 있었다니 놀라 울따름이에요.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겨울 스포츠의 하이라이트인 스키점프에 도전해 보도록 해요. 다리를 V자로 쭉 벌리고 푸른 하늘 위를 한 마리 새처럼 날아가는 스키점프. 어떤 종목보다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 주지요. 그러니 직접 즐기는 사람은 얼마나 즐거울까요? 스키점프는 무엇보다 얼마나 멀리 날아 가느냐가 중요한 스포츠입니다. 여기에도 물론 물리학이 숨어 있지요
*포물선 운동
포물선 운동은 갈릴레이가 처음 주장한 이래로 어떤 물체를 던졌거나 발사시켰을 때 곡선으로 움직인다는 중요한 운동 법칙이다. 곡선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바로 중력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포를 쏘았을 때 중력이 없다면 대포알은 땅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력이 있기 때문에 대포알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게 된다. 이것은 스키점프에서도 마찬가지다. 90m가 넘는 슬로프를 빠른 속도로 내려온 스키 선수는 그 운동 에너지를 이용해 수평으로 날아가려 한다. 하지만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곡선을 그리면서 점차 땅으로 떨어지게 된다. 스키점프는 이 경우 얼마나 멀리 날아갔는가와 착지할 때의 동작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종목이다.
*어떻게 하면 멀리 날아갈 수 있을까?
포물선 운동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멀리 날아가는 각도는 45°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스키 점프를 할 때 발사대의 각도는 45°다. 그렇다면 각도는 모든 스키 점프 선수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인데 왜 선수마다 거리는 차이가 나는 걸까? 그것은 바로 속도에 달려 있다. 처음 점프할 때의 속도가 빠를수록 포물선은 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더 멀리 갈 수 있다. 때문에 선수들은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출발을 할 때 최대한 몸을 낮추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한다. 또한 공중으로 점프한 후에도 최대한 몸을 진행 방향으로 쭉 펴서 공기 저항을 최소화시킨다.
발을 V자로 만드는 것은 멀리 가기 위해서보다는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기 위한 이유가 더 크다.
떠나자! 겨울 스포츠의 세계로~!
어때요? 겨울 스포츠 속에 숨어 있는 과학의 원리가 생각보다 많지요? 지금까지 그냥 별 생각 없이 즐겼던 겨울 스포츠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왜 이렇게 나는 자꾸 넘어지지?’‘왜 생각보다 빠른 속도가 나지 않는 걸까?’같은 고민은 이제 작년까지만 하는 거예요. 이제 겨울 스포츠와 관련된 과학 원리를 알게 되었으니 이번 겨울에는 멋진 겨울 스포츠 고수가 될 수 있으니까요.
또 학교에서 배울 땐 그렇게 지루하고 어렵던 물리학이 겨울 스포츠를 통해서 배워 보니까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이란 것도 느꼈을 거예요. 아마 이번 겨울엔 무릎이 더 까지거나 엉덩이에 멍이 더 생길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아마 친구들은 최고의 겨울 스포츠 선수가 되는 동시에 최고의 물리학 박사도 될 수 있을 거랍니다. 자, 그럼 올 겨울에는 이번에 배운 과학 지식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설원과 빙판을 누벼 보는 거예요. 준비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