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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플러로 깨끗한 세상을 꿈꾸는 문학소녀

스타과학자 13 이영숙

봉숭아로 손톱에 빨갛게 물도 들이고, 분꽃 씨를 쪼개 나온 하얀 가루로 화장도 하고….
중금속을 먹어치우는 식물을 개발한 이영숙 교수님의 어린시절 이야기예요. 식물이 만드는 깨끗한 세상을 꿈꾸는 이영숙 교수님. 그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아름다운 식물 사랑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볼까요?

 

★이영숙 교수님은
1955년 전라남도 광주 출생
1978년 서울대학교 식물학과 졸업
1980년 서울대학교 식물학 석사
1988년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식물학 박사
1988년-1990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1990년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조교수
현재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꽃 보고 책 보던 소녀

봉숭아, 채송화, 분꽃, 접시꽃, 나리꽃…, 계절마다 가득 꽃이 핀 마당에 삐약삐약 병아리와 꽥꽥 오리, 멍멍 강아지가 뛰어 놀고 있어요. 마당 한 켠에서 봉숭아꽃을 꽁꽁 빻아 손톱을 빠알갛게 물들이던 소녀였던 이영숙 교수님은 어린 시절 그렇게 꽃도 들여다보고, 씨앗도 깨뜨려 보고 여러 가지 곤충도 잡으며 자연 속에서 자랐답니다.
“어린 시절 누구도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부담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마음대로 놀고, 놀다가 심심하면 책을 보았어요.”
어린 시절 파브르 곤충기와 에디슨의 발명 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 셜록 홈즈, 심청전, 콩쥐팥쥐 등 여러 종류의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 손을 뗄 수가 없었다고 해요. 이렇게 책읽기를 무척 좋아했기에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는 글짓기에도 도전을 했지요. 우연히 글짓기 반에 들게 되었는데 글짓기를 잘 한다는 칭찬도 많이 받고 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타게 되어서 신이 났지요. 그래서 더 글짓기를 하게 됐고요.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책사랑은 계속돼 방학이 되면 도서관에서 책을 몇 십 권씩 빌려 쌓아 두고 하루 종일 읽을 정도였어요.
이렇게 책을 사랑하고 글짓기를 좋아하는 문학소녀였던 교수님이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수님은 어느 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까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이란 책을 읽었는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고 해요. 그때부터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기 힘든 문학보다는 실험을 통해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과학에 마음이 쏠리기 시작했답니다.
특히 조용하고 평화스럽지만 항상 새롭고 다양하고 복잡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중금속을 먹어 치우는 포플러?

이런 식물 사랑의 마음은 식물과 중금속에 관련된 연구로 이어지게 되었지요. 식물이 자라는 환경이 납이나 카드뮴 같은 중금속으로 오염되면 식물이 왜 잘 살지 못 하는지, 식물이 중금속을 어떻게 흡수하고 해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한 것이죠. 교수님은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중금속을 먹어치우는 식물을 개발해 냈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식물이 환경에 해로운 중금속을 없애 주는 것일까요? 그 비밀은 바로 유전자예요. 식물의 여러 유전자 중 중금속을 흡수하는 데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 내 식물에 넣어 주면 중금속을 흡수해 버리는 식물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죠.
특히 *포플러는 오염된 환경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연구 대상으로는 최고였지요. 결국 중금속을 먹어치우는 포플러를 만들어 냈답니다.
똑같은 원리로 중금속을 흡수하지 않아 건강에 좋은 채소나 과일도 만들 수 있고요. 해충에 강한 식물이나 영양소가 풍부한 식물 등 여러 가지 유용한 기능을 가진 식물도 만들어 낼 수 있답니다. 이렇게 유전자를 이용한 기술로 만들어 낸 식물이나 동물이 바로 여러분들이 뉴스
나 책을 통해 보았던 ‘유전자재조합생물체(GMO)’랍니다.
교수님은 앞으로 중금속을 먹어치워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포플러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실험을 계속 하고 있답니다. 포플러가 만드는 깨끗한 세상! 상상만 해도 신나는 것 같아요.

*포플러 - 버드나무목 버드나무과 사시나무속에 속하는 식물의 총칭. 사시나무,
은사시나무, 현사시나무 등을 포플러라 부른다.

사랑은 사랑을 만들고

이렇게 멋진 연구를 해낼 수 있었던 데에는 교수님의 스승님이 큰 영향을 미쳤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식물학을 공부하고 있던 이영숙 교수님은 세미나 때문에 한국에 오신 코네티컷대학교의 새터 교수님을 만나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됐어요. 언어가 달라 공부를 따라가는 것도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던 교수님에게 새터 교수님은 큰 힘이 되어 주었지요.
이영숙 교수님은 아이를 낳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이를 함께 데려갈 수는 없었답니다. 그래서 아이는 한국에서, 교수님은 미국에서 서로 떨어져 지내야 했었죠. 그런 안타까움을 안 새터 교수님은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도와 주셨어요. 이렇게 공부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생활까지 관심을 가져 주신 새터 교수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었지요. 이런 새터 교수님의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이영숙 교수님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매년 1,000만 원씩 박사과정의 여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했어요. 장학금의 이름도 ‘새터 장학금’으로 지었답니다.
“빚을 갚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새터 교수님께 받은 사랑을 학생들에게 전해 재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 하려고 합니다.”역시 사랑은 사랑을 만드나 봐요.
 
 
과학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작은 꽃씨를 심고 싹이 나기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 적 있나요? 며칠 지나면 작고 예쁜 싹이 트고 잎이 나고 키도 쑥쑥 자라고 꽃이 피고 또 열매를 맺지요. 이렇게 식물은 항상 변한답니다. 그런데 이런 식물 친구가 잎이 노랗게 변하거나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가 죽어 버린 경험도 있을 거예요. 이영숙 교수님은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관심을 가지게 되죠? 이처럼 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관찰하다 보면 식물에게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식물을 잘 관찰해 보면 똑같이 생긴 것은 하나도 없어요. 식물은 이렇게 여러 가지 모양을 하고 있고 조건에 따라 늘 변하기 때문에 신기하고 아름답지요.”
교수님은 식물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어떠한 환경에서 식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떻게 해 주면 식물이 잘 자라는지 알게 되면 사람들에게 좋은 일도 많이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셨어요. 예를 들어 벼를 잘 자라게 하는 환경과 방법을 알아내면 쌀을 많이 만들어서 배고픈 사람들을 도와 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과학은 우리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 남을 도와 주고 싶어 하고 부모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씀하세요.
친구들도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과학을 공부해 보고 싶지 않나요? 교수님의 말씀처럼 성실하게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과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이 생기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2005년 07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현수랑 기자
  • 사진

    박창민 객원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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