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인류멸망시나리오① 3℃ 더워진 2050년, 문명이 붕괴했다

지구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는 인류에게 고하는 최후통첩에 가까웠다. 마지노선이라 여겨지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상승이 2040년 이전에 도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만일, 인류의 이기심이 극에 달해 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인류가 살 터전이 남아있을까. 2050년, 산업화 이전 대비 3℃가 상승한 지구를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상해 봤다.

 

2050년 지구 표면의 평균 기온은 결국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3℃가 올랐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했지만, 1.5℃ 이내 상승이라는 목표는커녕 여기에서 1.5℃가 추가로 올라버렸다. 인류는 이제 이산화탄소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다. 

 

지구가 이산화탄소를 내놓기 시작했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해 북극의 툰드라 지역(빨간 원)에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화재가 자주 일어난다. 사진은 실제로 2017년 그린란드 서쪽에서 일어난 화재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다.


툰드라 지역의 들불이 거세졌다. 동토였던, 그래서 절대 불이 붙지 않을 것 같던 곳까지 불이 타올랐다. 높아진 기온은 툰드라를 이전보다 훨씬 깊고 넓게 녹였다. 표면 수백m 아래 녹아 있던 생물의 사체가 녹으며 메테인생성균에 의해 부패가 진행됐고, 이렇게 생성된 메테인이 표면으로 뿜어져 나왔다. 대기로 솟은 메테인은 산소와 만나 격렬히 연소하며 또 다른 온실가스, 이산화탄소를 내뿜었다. 시베리아 툰드라에서 들불이 난 지역은 2020년대엔 한반도 면적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6배를 훌쩍 넘었다. 


불길은 북극해에서도 치솟았다. 불길의 시작은 북극 얼음 아래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던 메탄하이드레이트였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메테인생성균이 바다생물의 사체를 분해하면서 발생한 메테인 가스가 차가운 바닷물과 함께 얼음이 되며 생성됐다. 북극해에 유례없는 따뜻한 여름이 찾아오자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녹기 시작했다. 해안과 가까운 바다 밑 대륙붕 곳곳에서 메테인 가스가 솟아나왔고 역시 대기 중의 산소와 만나 불타올랐다.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졌다. 러시아와 캐나다 알래스카 해안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중위도 지역에서는 껍질이 녹은 게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2020년대에는 북극 부근에서만 목격되던 현상이었는데 태평양과 대서양 중위도 해역까지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게뿐만 아니라 새우와 가재, 산호의 껍질까지 녹았다. 


갑각류와 산호의 껍질은 이들이 호흡할 때 생성하는 이산화탄소와 바닷물에 녹아 있는 칼슘 이온이 결합한 탄산칼슘(CaCO3)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탄산칼슘이 아니라, 탄산수소칼슘(Ca(HCO3)2)이 만들어진다. 탄산수소칼슘은 물에 녹는다. 


이런 현상은 바닷물에 이산화탄소가 포화됐다는 전조다. 더 이상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이 지난 200여 년 간 만들어낸 이산화탄소 중 절반 이상은 바다가 흡수했다. 바다가 없었다면 기후위기는 이미 20세기에 정점에 이르렀을 것이다. 


사실 산호 껍질이 녹은 것은 약과다. 지금은 전 세계 바다에 서식하던 산호의 99%가 사라졌다. 수온과 바닷물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탓이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전 세계 해양 생태계의 25%가량을 책임지던 산호가 사라지면서 해양 조류들이 흡수하던 이산화탄소 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바다 생태계는 무너지고, 동시에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담을 그릇도 없어졌다.


육지에서는 사막화가 가속화됐다. 스페인 남부는 이미 사막이 됐고 이탈리아와 그리스 남부, 터키, 미국 서부, 호주, 아프리카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2020년 대비 20% 이상 사막이 늘었다. 육지의 숲이 줄어들자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제 지구가 이산화탄소를 내놓기 시작했다. 툰드라와 북극해에서 메테인 가스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냈고, 바다는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생태계에서 이산화탄소 흡수원이었던 조류와 식물도 점점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북극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륙붕 바닥에 잠들어 있던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녹아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인간이 이때까지 사용한 석유와 석탄에서 배출한 총량을 가볍게 넘어섰다. 더이상 인간의 어떤 노력도 이산화탄소량을 줄일 수 없게 됐다. 2050년, 지금의 기후학자들 대다수는 2100년까지 이산화탄소 농도가 최대 600ppm까지 높아지고 대기 평균 온도는 6℃까지 오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동의했다.

 

가난한 이들은 더 가난해졌다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에서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도시가 침수되는 장면. 영화에선 해류의 변화로 전 지구가 얼어붙는 재앙이 나타났다.

 

멕시코 만류의 흐름이 바뀌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열대 바다에서 시작한 멕시코 만류는 대서양을 따라 북상해 일부는 영국 위쪽으로, 다른 일부는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반도까지 올라갔다. 이 만류가 북극 부근까지 올라온 건 북극해의 결빙 덕분이었다. 얼음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소금은 얼음에서 밀려나와 바닷물의 밀도를 높였고 물은 가라앉았다. 그 결과 주변 바닷물이 밀려들어왔고, 연쇄반응으로 멕시코 만류가 북극까지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북극은 얼지 않는다. 멕시코 만류를 북극까지 끌어오는 연쇄 반응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더이상 멕시코 바다의 따뜻함이 전달되지 않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은 이상 저온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고산지대에는 일 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 곳이 늘어났다. 겨울에 내린 눈은 봄이 다 지났는데도 녹지 않는다. 한여름 기온은 20℃ 부근에서 머물고 노약자들의 사망률은 치솟았다. 


이전엔 경험하지 못한 태풍과 홍수가 찾아왔다. 그래도 두 재앙만 있었다면 버틸 만했을지도 모른다. 해수면 상승은 인류에게 직격탄을 던졌다. 만조가 될 때 태풍이 몰아치면 삼각주를 거슬러 역류하는 바닷물에 농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농지를 내줘야 했다. 몇 번 바닷물이 밀려들기를 반복해 땅이 염분을 가득 머금게 되자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곳도 많았다. 베트남 메콩강의 삼각주, 방글라데시 갠지스강 삼각주, 이집트 나일강과 미국의 미시시피강 등 전 세계의 주요 곡창 지대가 바닷물에 휩쓸렸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 전 세계는 이전엔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홍수, 가뭄, 폭염, 폭설 등으로 고통받을 것이다.


농민들은 주변 도시로 피난을 왔다.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치민에는 매일 몇천 명씩 밀려들어왔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도 같은 이유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기후 난민의 규모는 일찌감치 10억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도시에서 도시 빈민, 노숙자가 됐다. 도시가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난민이 몰려오자 도시의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도 식량도 전기도 부족했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며 여름에는 일사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겨울에는 동사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곡창지대의 침수는 곡물 가격을 두 배 이상 상승시켰다.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 곳곳에선 식량을 구하지 못해 폭동이 일어났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G20이 긴급 자금을 투여했지만, 높아진 곡물 가격 상승분에 대처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실은 이미 식량 자체가 부족했다. 세계 곳곳에서 굶어 죽는 이들이 증가했다.


뒤늦게 각국 정부는 탄소세를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모든 제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탄소세가 부가됐고 물가는 일제히 치솟았다. 소고기는 다섯 배, 돼지고기는 세 배, 닭고기는 두 배로 뛰었다. 도축된 고기는 부자들만의 전유물이었다. 서민들은 탄소세가 적은 대체육을 먹었다. 


석탄과 석유에도 탄소세가 붙어 가격이 세 배로 올랐다. 화력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했고, 전기 생산량이 모자라자 각국 정부는 전기요금을 올렸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것 같았던 물가는 한 번 더 치솟았다. 가동을 중단하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실업자가 급속히 증가했다. 배급에만 의지하는 가난한 이들이 늘어났다.


정부 배급이 나오는 나라는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세금은 걷히지 않고 써야할 돈은 늘어나자, 대책을 세울 예산 자체가 없는 국가가 늘어났다. 이들 국가에서 부자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곳을 찾아 떠났다. 가난한 이들은 절망 속에 죽어갔다. 

 

※필자소개.

박재용. 작가. 과학과 사회, 과학과 인간이 맞닿은 지점에 대해 살펴보고 이야기하길 즐긴다. ‘냉장고를 여니 양자역학이 나왔다’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탄소중립으로 지구를 구한다고?’ ‘불평등한 선진국’ 외 15권의 과학책을 썼다.

 

 

※ 참고 자료 
IPCC 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 책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파란하늘 빨간지구’,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기후변화 시나리오

글 : 박재용 과학작가

과학동아 2022년 02호

태그

과학동아 2022년 02호 다른추천기사
  • 폴리매스 문제는 2019년도 정부의 재원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입니다.

  • ☎문의 02-6749-3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