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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나면 소방차는 가능한 빨리 달려가야 합니다. 서울연구원이 2010~2014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분석한 결과, 소방차 출동 시간이 5분을 넘으면 재산 피해가 3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피해를 줄이려면 모든 지역까지 5분 안에 갈 수 있는 곳에 소방서를 세워야 해요.
이처럼 건물의 위치를 정하는 문제는 수학에서 ‘K-중심 문제’라고 부릅니다. 지어야 할 소방서가 K개일 때, 소방서에서 가장 먼 곳까지의 거리를 가장 작게 하는 위치를 찾는 문제예요. 이때 거리는 소방차가 도형을 벗어나지 않고 움직일 때의 최단거리인 ‘측지거리’를 말합니다. 그리고 소방서가 자리 잡을 위치를 ‘측지중심’이라고 합니다.
직사각형 섬에서 측지중심을 찾아 소방서를 세워볼까요? 소방서에서 가장 먼 곳은 언제나 꼭짓점 네 개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측지중심은 가장 먼 꼭짓점까지의 거리가 가장 작은 곳입니다. 그러려면 소방서는 네 꼭짓점까지의 거리가 서로 같은 점에 있어야겠죠. 마찬가지로 예각삼각형에서도 세 꼭짓점으로부터 거리가 같은 점이 측지중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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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특이한 지형에서 측지중심을 찾는 건 계산량이 많아요. 안희갑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2014년에 임의의 도형에서 측지중심을 찾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만들었습니다. 도형의 꼭짓점이 N개면 N번만 계산하면 돼 세계에서 가장 빠르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허허벌판에 소방서를 세운 셈입니다. 건물이나 길이 하나도 없어 소방차가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었죠. 그래서 두 점 사이의 측지거리는 중간에 꺾지 않는다면 그림➊처럼 AB의 길이와 같습니다. 이걸 ‘유클리드 거리’라고 해요.
맨해튼 거리와 카를스루에 거리
그러나 소방차는 도로로만 움직입니다. 이때 측지거리는 도로 모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왼쪽 아래 격자형 구조로 만든 도시를 보세요. 서울 강남과 성남 분당처럼 비교적 최근에 만든 구역에서 자주 봤죠? 여기서 측지거리는 그림➋처럼 구합니다. 이걸 ‘맨해튼 거리’라고 합니다. 미국 뉴욕시의 맨해튼이 이런 모양이거든요.
왼쪽의 큰 그림은 방사형 구조입니다. 여기서 두 점 사이의 측지거리는 그림➌처럼 구합니다. 도시의 중심 O에서 출발점과 도착점까지 선을 각각 그을 때 사잇각이 114.59°보다 크면 원의 중심을 거쳐서 가는 게 빠르고, 114.59°보다 작으면 원의 중심을 거치지 않고 곡선 도로로 가는 게 빠릅니다. 이 각도는 수학자들이 계산한 값이랍니다. 방사형 도로의 거리를 ‘카를스루에 거리’라고 합니다. 독일의 작은 도시이자 방사형 모양으로 생긴 카를스루에의 이름을 따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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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뻥뻥 뚫리는 도로 깔기
Part 2. 소방서와 경찰서를 지어라!
BREAK TIME. 우리 동네 소방서 집중 점검!
Part 3. 비상! 쓰레기 홍수 발생
Part 4. 거대 도시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