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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PART 1] 물과 전력 삼키고 연기 내뿜는다. '불쾌한 이웃이' 된 데이터 센터

미국 현지 취재

열·물·전력의 삼중고, ‘불편한 이웃’ 될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이름,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 인공지능(AI)이 방대한 데이터를 요구하며 데이터센터의 몸집도 ‘하이퍼 스케일’로 불어났다. 열을 뿜어내고, 물과 전력을 빨아들이는 데이터센터는 지구와 지속가능한 공존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과학동아는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모습을 다룬 7월호 기사에 이어, 현실의 데이터센터가 어떤 식으로 설치돼야 할지 알아봤다.

 

▲Alamy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불과 150m.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현지에서 목도한 데이터센터는 말 그대로 ‘집앞’에 다가와 있었다. 피닉스 주민들은 이미 그 열기를 피부로, 공기로 체감하고 있었다. 무덥고 건조한 사막 기후인 애리조나 피닉스는 데이터센터의 뜨거운 입김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가장 격렬하게 겪고 있는 곳이다. 2027년부터 인천과 울산, 포항, 강원 곳곳에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차례로 맞이할 한국의 교보재이기도 하다. 데이터센터를 이웃으로 맞은 주민들의 삶은 과연 안녕할 수 있을까. 사막의 도시를 직접 찾아 거주지와 데이터센터 사이, 열·물·전력을 두고 벌어지는 줄다리기를 취재했다.

 

▲전성훈
미국 애리조나에는 사이러스원(CyrusOne)뿐만 아니라 여러 데이터센터 기업이 진입하고 있다. 이에 애리조나 주민들과 기업들 사이에 수자원과 전기료 문제 등으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최소한, 한낮의 태양과 맞먹는 열을 뿜어냅니다. 심하면 대여섯 배까지도요.” 9월 17일 오전,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동쪽 지역에 위치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사이러스원(CyrusOne) 앞에서 만난 데이비드 세일러 애리조나주립대(ASU) 지리과학 및 도시계획학부 교수가 데이터센터를 비추는 열화상 드론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내민 화면 속 색상은 붉은색. 데이터센터 위로 늘어선 컴프레서(냉각 장치)마다 열화상 카메라가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을 토해내고 있었다. 표면 온도는 주변 기온보다 약 15℃ 높았다. 사이러스원의 흰색 벽돌 담장 너머로 시선을 돌리니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사이러스원은 북미, 유럽, 아시아에서 4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이다. 세일러 교수는 도시가 뿜어내는 열과 건물, 에너지의 접점을 20년 넘게 연구해 왔다.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솟아난 최근에는 관심사를 데이터센터로 좁혀 열섬 연구를 이끌고 있다. 이날은 데이터센터의 열섬을 직접 느끼기 위해, 아침 일찍 실제 열섬 측정에 동행했다.

 

세일러 교수팀의 조사 차량 보조석에 올라타자, 일라이 마틴 ASU 현장연구원이 측정용 전기차량 양쪽 창문과 차량 머리에 가느다란 막대형 센서들을 고정했다. 온습도를 비롯, 데이터센터의 열섬 효과를 측정하는 장치다.

 

차가 출발하자 GPS 로거가 차량의 이동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차량 두 대를 이용해 한쪽은 데이터센터 인근을, 다른 한쪽은 주거지를 돌며 온열 효과를 비교한다. “지금 북동쪽을 향해 서늘한 공기가 불어오고 있습니다. 이 서늘한 바람이 데이터센터와 부딪히는 순간 열을 흡수하고, 데워진 상태로 주거지 쪽으로 흘러들죠.” 마틴 연구원이 설명했다.

주거지로 흘러든 열을 주민들은 일찍이 체감하고 있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환경 운동 단체 돈 웨이스트 애리조나(Don't Waste Arizona, DWAZ)의 스티브 브리틀 회장은 “위협은 이미 일상으로 들어왔다”며 “데이터센터를 주변에 둔 주택들의 집안은 훨씬 덥고, 전기료 인상은 현실이 됐다”고 주민들의 실황을 전했다. 

 

▲씨즈
데이비드 세일러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 지리과학 및 도시계획학부 교수가 보인 사이러스원(CyrusOne) 데이터센터 열화상 드론 화면. 세일러 교수는 지난 8월 미국의 언론 매체인 블룸버그와 함께 현장을 촬영했다. 붉은색일수록 뜨거우며, 옥상의 냉각 장치가 뿜어내는 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주거지 덮치는 데이터센터 열기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또다른 데이터센터 아이언마운틴(Iron Mountain) 데이터센터는 더욱 극적으로 주거지와 맞닿아 있다. 데이비드 세일러 애리조나주립대(ASU) 교수는 바람의 세기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열기가 주거지로 얼마나 흘러드는지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바람이 세게 불수록 주거지로 넘어오는 열기가 더욱 컸으며, 공원이 있는 지점(파란 사각형)에서는 열기가 식는 모습을 보였다. 세일러 교수는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 시 인근의 공원이나 녹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David Sailor

 

주거지로 뻗는 데이터센터, 태양보다 뜨겁다

 

세일러 교수팀은 2025년 6월 18일부터 10월 25일까지, 36MW(메가와트·100만 W)급 단일 데이터센터부터 169MW급 복합 단지 규모의 데이터센터까지 피닉스 지역 4개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이 같은 측정을 반복했다.

 

데이터센터 열섬에 영향을 받는 주거지 4곳의 기온은 아닌 곳보다 평균 0.8°C 높았고, 조건에 따라 최대 2.2°C까지 벌어졌다. 데이터센터 근처의 열섬 효과는 데이터센터에서 최대 500m까지 뻗어나갔다. 데이터센터가 쉴 새 없이 뱉는 뜨거운 입김이 고스란히 주변으로 전이되고 있던 것이다. 이 결과는 2026년 5월 국제학술지 ‘지속가능 건물·도시 공학저널(Journal of Engineering for Sustainable Buildings and Cities)’에 실렸다. doi: 10.1115/1.4071922

 

연구 결과는 36MW급 단일 시설의 폐열량만으로도 4만 가구가 배출하는 열을 넘어섰고, 169MW급 복합단지에서는 20만 가구가 뿜어내는 열이 측정됐다. 세일러 교수는 “옥상 냉각 장비에서 나오는 열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옥상 냉각 장비가 뿜어내는 폐열 밀도는 1㎡당 1000에서 최대 6000W예요. 한여름 정오 태양 복사 에너지가 1㎡당 약 1000W입니다. 데이터센터 옥상은 최대 태양 에너지의 대여섯 배를 더하고 있는 셈이죠.”

 

이 열기는 물리 법칙상 피할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하다. 세일러 교수는 전력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쓰더라도, 그 전력이 결국 열로 바뀌어 어딘가로 빠져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짚었다. “데이터센터에 100MW의 전력이 공급되면, 건물 밖으로도 100MW만큼의 열이 나가야 합니다. 냉각 자체에 드는 에너지까지 더하면 에너지가 110, 120, 어쩌면 130MW까지도 커질 수 있죠.”

 

그렇다면 이어지는 문제는 그 열을 얼마나 멀리, 얼마나 높이 흘려보내느냐다. “외부가 더워지면 데이터센터 내부에 냉방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냉방을 더 하면 에어컨도 주변으로 더 많은 열을 배출하죠. 결국엔 스스로 열기 배출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되는 셈입니다.”

 

물이냐 전기냐, 딜레마 빠진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의 열기를 식힐 기술적 방법은 크게 둘로 갈린다. 물을 쓰는 수랭식과 공기를 쓰는 공랭식이다. 공랭식은 컴퓨터실 에어컨(CRAC)과 팬을 이용해 찬 공기를 서버로 불어넣고 더운 공기를 빼내는 방식이다. 수랭식은 차가운 물을 사용해 맞닿은 칩의 열을 직접 흡수한 후 증발시켜 바깥으로 배출하는 냉각 방식이다. “수랭식은 에너지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고 저렴합니다.” 9월 23일 만난 케리 히켄보텀 애리조나대 화학 및 환경공학과 부교수가 말했다. 그는 수자원 재이용을 비롯해 데이터센터의 물-에너지 접점을 연구하는 세계적 학자다.

 

히켄보텀 교수는 “다만, 수랭식의 문제는 막대한 물 사용”이라고 짚었다. 미국 환경에너지연구소(EESI)는 몸집이 큰 데이터센터 한 곳이 하루 최대 1900만 L가량의 물을 쓸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인구 최대 5만 명 도시 하나가 하루에 쓰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 중간 규모의 데이터센터도 냉각에만 연간 약 4억 1600만 L를 쓸 수 있는데, 이는 약 1000가구가 1년간 쓰는 물의 양에 달한다.

 

데이터센터는 이렇게 물과 전력 사이에 놓인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히켄보텀 교수팀이 피닉스 지역의 54MW급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공랭식 냉각기는 전력을 가장 많이 쓰고 수랭식 냉각기는 지하수 등 지역 물 사용량이 가장 컸다. doi: 10.1016/j.applthermaleng.2025.126802 이에 그는 “최근 몇 년 새 사막 지역인 애리조나에서는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면서, “이곳의 데이터센터들은 수랭식 냉각기에서 공랭식으로 빠르게 갈아타고 있다”고 전했다.

 

공랭식의 장점은 수랭식보다 물을 덜 쓴다는 점이다. 대신 공랭식 데이터센터는 수랭식보다 통상 2~3배 많은 전력을 쓴다. 조진균 국립한밭대 건축설비시스템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같은 조건일 때 총 에너지 소비량은 공랭식의 경우 1만 5961kWh(킬로와트시), 수랭식의 경우 7498kWh로 두 배 이상 차이났다. doi: 10.5659/JAIK.2026.42.4.321 잠열이 높은 물 대신 공기로 식히려면 그만큼 더 많은 냉풍을 가동해야 하는 탓이다.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쓰는 물만 놓고 보면 공랭식이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그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물까지 계산하면 또 한 번 이야기가 달라진다. 석탄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 같은 발전소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해서도 물을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현장과 현장 밖 물 사용을 다 합쳐도, 공기로 식히는 쪽이 여전히 물을 덜 씁니다. 다만 그 대가로 전력은 훨씬 많이 들고요. 물을 아끼면 전기가 늘고, 전기를 아끼면 물이 늘죠. 어느 쪽으로도 완전히 빠져나갈 수 없는 저울입니다. 우리는 현재, 이 딜레마에 갇혔어요.” 세일러 교수가 짚었다.

 

열·물·전력의 트릴레마에 갇힌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의 지상 목표는 단연 열 관리다. 서버는 연산 과정에서 막대한 열을 방출하고, 열을 식히지 않으면 데이터센터의 가동도 멈춰선다. 냉각이 요구되는 이유이며, 냉각 과정에서는 물 또는 전력이 소비된다. 서버에서 발생한 열은 냉각수(물)나 냉방기(공기)로 식히며, 냉각 공조 시설로 이동한 열은 외부 열교환기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외부로 배출된다. 현재 물로 식히는 ‘수랭식’과 공기로 식히는 ‘공랭식’ 두 방법이 주로 쓰이며, 기업은 지역 여건에 따라 다른 냉각 방식을 채택한다.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공랭식 데이터센터, 어떻게 작동할까
▲자료: Aban Energy
공랭식 데이터센터의 일반적인 냉각 구조. 사이러스원(CyrusOne) 데이터센터는 수자원이 부족한 애리조나 지역 특성을 고려해 공랭식 냉각을 채택한다고 공지한다. 컴퓨터실 에어컨(CRAC) 또는 공조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들고, 차가운 공기는 서버실의 랙을 식히는 데 쓰인다. 랙에서 발생한 뜨거운 열은 열교환기를 통해 바깥으로 배출된다. 

 

주민 갈등으로 번진 데이터센터의 갈증

 

데이터센터가 인근 수자원을 빼앗아가는 현실은 실제 주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그 실례가 애리조나 투손시에 있었다. 이름조차 베일에 싸여 있던 개발 프로젝트, ‘프로젝트 블루’다.

 

“지난 달(8월)에 1000명이 넘는 주민이 투손 시의회에서 ‘물을 존중하라’라고 외쳤답니다. 2025년부터 익명의 데이터센터가 투손시의 수자원을 점유하기 위해 행정 구역 편입을 물밑에서 시도했던 게 들통났던 거였죠.” 9월 22일 만난 샤론 메그달 애리조나대 수자원연구센터(WRRC) 소장이 지역 내 수자원 갈등의 실황을 전했다. “나중에서야 데이터센터의 주인이 아마존(AWS)이라는 게 알려졌죠.”

 

메그달 소장은 이 사례를 미국 경제학에서 흔히 쓰는 원칙 하나로 요약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겁니다. 물을 아끼면 에너지가 늘고, 그 에너지에도 물이 숨어 있어요. 어느 쪽을 택하든 대가가 따른다는 뜻이죠.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이를 정확히 알고 있어서 외부로는 절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연락한 수십 곳의 북미 데이터센터가 모두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를 돌아보며 늘상 든 의문 하나, ‘왜 이렇게 주거지 가까이에 하이퍼스케일러를 짓는가’. 데이터센터는 어디서든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거지를 향해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라 포터 애리조나주립대 카일수자원정책센터 소장은 데이터센터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골칫거리인 ‘전력망’을 짚었다.

 

“현재 데이터센터 입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땅값보다 전력 접속성이에요. 지금 애리조나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전력망입니다. 전력회사 대기 줄에 개발사들이 늘어서 있죠. 넓고 평평하면서 도로, 전력, 통신망에 연결된 땅은 도심 밖에서는 찾기 어렵습니다. 결국 데이터센터가 누울 곳을 찾으면서 도시 외곽으로 좁혀져 오다가 주거지랑 맞닿게 되는 거죠. 앞으로는 주거지로 더욱 침투해 올 겁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연평균 약 1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다른 모든 부문의 총 전력 소비량 증가율보다 네 배 이상 빠른 속도다.

 

포터 소장은 그다음 단계에서 진짜 병목이 터진다고 짚었다. “열과 물 사이의 줄다리기 끝에서 데이터센터가 부딪히는 것은 결국 전력망이라는 세 번째 벽이죠.” 애리조나가 지금 통과하고 있는 것은 열과 물, 전력이 서로를 밀고 당기는 삼중고, 말 그대로 트릴레마였다.

 

하이퍼스케일러 맞을 한국, 준비돼 있을까

 

세일러 교수는 인터뷰 말미, 한국의 상황을 전해 듣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에선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많은 열을 내뿜는지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기도 전에, 이미 많은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세일러 교수가 권한 최소한의 원칙은 명확했다. “주거지·학교·공원과 충분한 이격거리를 두고, 건물을 좁고 높게 지어 열을 보행자 높이가 아닌 상공으로 흩어지게 하기, 그리고 에너지와 물의 효율적 사용을 의무화하는 일입니다.”

 

2027년부터 한반도 곳곳에 거대 데이터센터가 잇따라 들어선다. 애리조나가 여러 해에 걸쳐 부딪혀 온 열, 물, 전력의 트릴레마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한국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이어지는 파트에서는 한국의 데이터센터가 몰고 올 지역 기후변화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한발 앞서 살폈다. 

 

▲전성훈
9월 17일, 일라이 마틴 애리조나주립대(ASU) 현장연구원과 함께열섬 측정용 차량에 탑승해 데이터센터 인근 주거지의 열섬 효과를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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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박동현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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