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인 코카인이 중독을 일으키는 원리가 밝혀졌다. 마약 중독 억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팀은 코카인이 중독을 유발하는 뇌 기전을 밝히고, 코카인 중독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알아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9월 9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126/science.abi9086
코카인은 마약의 한 종류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의 재흡수를 차단해 뇌 속에서 이들의 농도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도록 한다. 그 결과 행복감을 강렬하게 느끼게 되고, 이런 효과로 코카인에 중독된다.
연구팀은 코카인 중독성을 파악하기 위해 쥐에게 스스로 코카인을 투여하는 방법을 가르친 뒤, 쥐가 코카인을 흡입할 때마다 전기 충격과 공기 분사 등 불쾌한 자극을 주는 실험을했다. 대부분 코카인 섭취를 중단했으나, 12%가량은 코카인에 중독돼 불쾌함을 느껴도 여전히 코카인을 섭취했다.
이어 연구팀은 세로토닌 전달체가 기능을 못하도록 형질전환한 쥐에게 위와 같은 방식으로 코카인을 섭취하게 해 도파민 수치만 증가하도록 했다. 그러자 실험대상의 56%가 중독 증상을 보였다.
코카인에 중독된 형질전환 쥐에게 다시 세로토닌을 유도하자 중독률이 15%로 뚝 떨어졌다. 세로토닌이 코카인 중독에 제동장치 역할을 한 셈이다. 연구팀은 두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지고, 도파민이 세로토닌 분비량을 앞지르면 비로소 중독된다고 추정했다.
미야자키 카츠히코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 연구원은 사이언스 기고를 통해 “세로토닌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을 찾는 연구를 추가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