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양이의 이름은 레오파두스 틸카요. 볼리비아 안데스산맥 동쪽 비탈의 숲에 사는 작은 야생 고양이다. 현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고양이를 틸카요라고 불렀지만, 과학계의 생물 목록에는 그 이름이 없었다. 2026년 9월, 틸카요는 마침내 학명을 얻었다. 고양잇과에서 100여 년 만에 나온 신종이다. 이름을 얻는다는 건 이 고양이에게 어떤 의미일까.

타이거캣은 그동안 남미 곳곳에 사는 한두 종으로 여겨졌다(왼쪽). 유전체 분석 결과, 사는 지역에 따라 타이거캣은 다섯 종으로 재분류됐다(오른쪽). 페루의 타이거캣은 멀리 떨어진 기아나의 타이거캣과 같은 종이지만 다르게 생긴 아종이고, 볼리비아 융가스의 틸카요는 별개의 종이다.

Fernando Faciole/National Geographic
파올라 노갈레스 아스카룬스 연구원이 센다 베르데 보호소에서 틸카요를 관찰하고 있다. 노갈레스 연구원은 틸카요를 신종으로 밝힌 연구를 이끌었다.
남미 볼리비아의 ‘융가스’는 안데스산맥의 고원과 아마존 저지대 사이에 걸친 산지 숲이다. 이 숲에 집고양이만 한 야생 고양이가 산다. 연갈색 털 위로 짙은 갈색과 검은색 고리 무늬가 흩어져 있고, 꼬리는 길고 풍성하다. 2026년 9월 17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틸카요가 새로운 종이라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학명은 레오파두스 틸카요(Leopardus tilcayo). 벨기에, 브라질, 볼리비아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고양잇과에서 100여 년 만에 처음 기재된 신종이라고 밝혔다. doi: 10.1016/j.cub.2026.08.059 신종의 이름을 지은 파올라 노갈레스 아스카룬스 볼리비아 산안드레스대 화학과 연구원과 10월 1일 인터뷰했다. 그가 이 고양이를 처음 만난 곳은 2017년, 야생동물 보호소였다. 250년을 붙잡은 그림 한 장 틸카요는 남미의 작은 야생 고양이 무리인 ‘타이거캣’에 속한다. 타이거캣은 1775년 독일 박물학자 요한 슈레버가 펴낸 포유류 도감에 처음 기재됐다. 근거는 프랑스령 기아나의 카옌에서 온 고양이를 그린 그림 한 장이었다. 이후 남미 곳곳의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들이 모두 이 이름 아래 묶였다. 지역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달랐지만, 그 차이가 미묘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수수께끼를 유전체로 풀었다. 레오파두스속 고양이 38마리의 전장 유전체를 분석했는데, 이 중 8마리는 박물관 표본에서 얻었다. 최초 기재 지역인 기아나의 타이거캣은 워낙 드물어 유전 정보가 없던 탓이다. 연구진은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된 두개골의 귓구멍으로 작은 드릴을 밀어 넣어, DNA가 잘 남아 있는 귀 안쪽 뼛조각을 떼어 내 조사했다. “틸카요 시료를 다른 타이거캣과 함께 분석했더니, 주성분 분석 그래프에서 따로 무리 지었어요. 하지만 정말 다른 종인지 알려면 타이거캣이 처음 기재된 기아나의 개체까지 함께 비교해야 했어요.” 결과는 놀라웠다. 타이거캣은 실제로 다섯 종이었다. 틸카요는 약 140만 년 전 다른 타이거캣과 갈라진 독립된 종이었다. 반대로 페루의 타이거캣은 바로 옆 볼리비아가 아니라 수천 km 떨어진 기아나의 타이거캣과 같은 종이었다. 펭귄도 도롱뇽도 점점 늘고 있는 이유 5월에는 펭귄 분류학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 칠레와 미국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젠투펭귄 64마리의 전장 유전체를 분석해, 한 종으로 알던 젠투펭귄이 사실은 네 종이라는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doi: 10.1038/s42003-026-10081-7 신종 발견은 지금 역사상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2015~2020년 전 세계에서는 해마다 1만 6000종 넘는 생물이 새로 기재됐다. 그 배경 가운데 하나가 겉모습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은닉종(cryptic species)’이다. 유전체 분석이 발달하면서, 한 종으로 알던 생물 속에 숨어 있던 종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젠투펭귄 네 종도 깃털 무늬가 거의 같고 몸 크기만 조금씩 다르다. 포유류만 봐도 2005년 이후 인정된 종 수가 약 25% 늘었는데, 늘어난 종의 절반가량이 기존의 한 종을 여러 종으로 나눈 경우였다. doi: 10.1093/jmammal/gyaf047 노갈레스 연구원은 “기재되지 않은 종 대부분은 겉모습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종 복합체’ 안에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은닉종 발견이 먼 대륙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반도에도 ‘한국판 틸카요’, 도롱뇽이 있다. 2000년대 이전까지 한반도의 도롱뇽속(Hynobius)은 도롱뇽과 제주도롱뇽 두 종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이 더해지면서 숨어 있던 종들이 드러났다. 2003년 고리도롱뇽이 신종으로 기재됐고, 2021년에는 거제도롱뇽, 숨은의령도롱뇽, 남방도롱뇽이 새 이름을 얻었다. 20여 년 사이 한국의 도롱뇽속은 2종에서 7종으로 늘었다. 이렇게 늦게 안 데는 한반도 분류학의 역사도 한몫했다. “우리나라는 개화기 무렵까지 자생 생물을 분류한 연구가 거의 없었어요. 처음 한반도 생물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건 일본 학자들이었는데, 이들이 참고한 문헌은 대부분 유럽 문헌이었죠. 유럽종과 생김새가 비슷하면 같은 종이라고 기록한 거예요. 다시 살펴보니 신종이었던 경우도 생각보다 많아요.” 10월 8일 최현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가 들려준 이야기다. 유럽 문헌에 기대 붙인 옛 이름이 최근에야 하나둘 고쳐지고 있다. 한 이름 아래 숨은 위기 새로 이름을 얻은 종이 모두 위기에 처한 건 아니다. 하지만 종을 지키는 일은 이름을 붙이는 데서 시작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과 멸종위기종의 국제 거래를 규제하는 협약(CITES)은 기본적으로 종 단위로 작동한다. 이름이 없으면 멸종 위험을 평가받을 수도, 보호받을 수도 없다. 그리고 하나의 이름 아래 여러 종이 묶여 있으면, 그중 한 종이 사라져 가도 알아채기 어렵다. 젠투펭귄이 그렇다. IUCN은 젠투펭귄을 한 종으로 보고 위험이 낮은 ‘관심대상(LC)’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전체 개체의 약 65%를 남극반도 일대의 남부 젠투펭귄이 차지한다. 남극반도가 따뜻해지면서 남부 젠투펭귄은 오히려 늘고 있다. 그 증가가 끌어올린 평균 아래에서 다른 종의 개체수는 줄고 있다. 동부 젠투펭귄은 매쿼리 섬에서 최근 세 세대 동안 번식 쌍이 절반으로 줄었다. 틸카요와 고리도롱뇽도 마찬가지다. 따로 이름을 얻으면 종마다 사는 범위가 좁아지고, 사는 범위가 좁을수록 멸종 위험은 높게 평가된다. 그동안 다른 타이거캣과 함께 ‘취약(VU)’ 등급으로 묶여 있던 틸카요는 지금까지 볼리비아 융가스에서만 서식이 확인됐다. 부산과 경남 일부 지역에만 사는 고리도롱뇽은 2003년 신종으로 확인된 뒤 2017년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됐다. 실제로 늦게 이름을 얻은 종일수록 위험한 경우가 많다. 2022년 중국 푸단대와 호주국립대 등 공동 연구팀이 척추동물 5만여 종을 분석한 결과, 2011~2020년에 기재된 종의 30%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었다. 1758~1767년에 기재된 종(11.9%)의 2.5배다. 이름을 나눠야 비로소 누가 위험한지 보인다. 이름 붙이기가 보전의 출발점인 이유다. 화려하지 않지만 위대한 일 이름 붙이기는 우리 곁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 최근 생물 보전의 초점은 위험한 종 하나를 지키는 데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서식지를 지키는 쪽으로 옮겨 가고 있다. 지도가 정확해야 어디를 지킬지도 정할 수 있다. 이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 분류학자다. 분류학자는 먼저 생김새로 생물을 가른다. 가죽에 난 무늬가 큰지 작은지 들여다보며 생물을 나누고, 차이가 애매하면 유전자 분석으로 증거를 더한다. 최 연구사는 분류학을 모든 생물 연구의 바탕에 비유했다. “생물을 산업에 활용하고 싶어도 그게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으면 소용없잖아요. 위대한 발견을 하려면 그에 맞는 기초 데이터가 있어야 해요. 분류학이 바로 그 자리에 있어요.”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연구자들은 한반도에 10만 종 넘는 생물이 살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름이 붙은 생물은 6만 2604종. 적어도 4만 종 가까이 아직 이름 없이 우리 곁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한 종인 줄 알았던 생물 안에 여러 종이 숨어 있다면, 서식지 하나가 사라질 때 이름 한번 불려 보지 못한 종들이 함께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려는 사람은 줄고 있다. 2021년 분류학자 80여 명은 공동 논문에서 신종 기재가 더딘 가장 큰 원인으로 기술이 아닌 전문 인력 부족을 꼽았다. “분류학은 화려하지 않아요. 그래서 연구하는 사람이 줄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저는 이것만큼 중요하고 위대한 일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연구실에 인턴 학생들이 오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오는 연구자처럼 살 수 있다고 낭만을 심어 주곤 합니다.” 야생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틸카요는 이름을 얻는 데 9년이 걸렸다. 그 이름을 찾아 준 건 박물관 서랍을 뒤지고, 두개골에 드릴을 넣고, 현미경 앞에서 털 한 올까지 세어 온 분류학자들이었다. 이름은 보전의 출발선이고, 그 선을 긋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도 융가스의 안개 낀 숲 어딘가에서 틸카요가 먹이를 찾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숲과 갯벌에도 아직 이름을 기다리는 생물들이 있다. 그 이름을 불러 줄 다음 사람은,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일지도 모른다.
젠투펭귄은 양쪽 눈 위를 잇는 흰 띠와 주황색 부리가 특징이다. 깃털 무늬가 거의 같아 한 종으로 여겨졌지만, 유전체 분석 결과 네 종으로 나뉘었다.
닮은 듯 다른 세 고양이
틸카요와 페루 타이거캣, 기아나 타이거캣은 오랫동안 한 종으로 묶였다. 유전체 분석 결과 틸카요는 별개의 종이었고, 수천 km 떨어진 페루와 기아나의 타이거캣은 같은 종에서 갈라진 두 아종이었다. 아종은 같은 종이지만, 오래 떨어져 살아 지역마다 유전적 특징이 쌓인 관계를 말한다. 만나면 짝짓기해 자손을 낳을 수 있다.
틸카요
볼리비아 융가스 운무림에 산다. 크고 불규칙한 고리 무늬, 길고 풍성한 꼬리가 특징이다.
페루 타이거캣
페루 안데스 산지 숲에 산다. 몸이 다부지고, 길쭉한 반점이 줄지어 있으며, 꼬리는 가늘고 끝이 뾰족하다.
기아나 타이거캣
기아나 고원의 사바나에 산다. 다리가 길고 귀가 크며, 잔 점무늬가 촘촘하다.
AI 생성 이미지(ChatGPT), 자료: Current Biology
전장 유전체 생명체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DNA 염기서열.
주성분 분석 수많은 유전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래프로 요약하는 방법. 유전적으로 비슷한 개체일수록 그래프 위에 가까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