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완벽한 구 모양이 아니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기는 원심력으로 인해 극지방은 약간 납작하고 적도 부근은 살짝 불룩한 모습이다. 미세하게 양옆이 편평하게 튀어나온 모습이란 뜻이다. 그런데 최근 기후위기로 지구의 모양이 점차 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크리스토포로스 코차키스 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대 측지 및 측량학과 교수가 이끈 이 연구는 9월 9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에 게재됐다. doi: 10.1029/2026JB034224
지구의 편평도 변화는 주로 인공위성으로 지구의 중력장을 재는 ‘위성 중력 관측’으로 추적해 왔다. 그런데 이 방법은 땅의 모양과 함께 그 위 질량의 분포에도 영향을 받는다. 빙하가 사라진 자리의 지각이 솟아오르는 효과와 녹은 얼음물이 바다로 옮겨가는 효과가 뒤섞여 감지돼, 땅의 모양 변화만 따로 보기 어렵다. 코차키스 교수는 실제 땅 표면 형태 변화를 쉽게 알아내기 위해, 여러 위성이 보내는 전파가 지상 관측소에 도달하는 시간을 재 관측소의 위치를 알아내는 ‘전 지구 위성항법시스템(GNSS)’ 자료를 사용했다. GNSS는 관측소가 놓인 땅이 실제로 얼마나 솟아오르거나 가라앉았는지를 순수한 기하학적 위치 변화로 직접 측정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상반되는 두 가지 변화가 관찰됐다.
먼저, 극지방 지표면의 상승 속도는 1997~2000년 연평균 약 0.5mm였지만, 2011~2015년에는 연평균 1mm로 빨라졌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지각이 천천히 솟아오르는 ‘빙하 후 지각 평형 조정’만으로 설명되는 속도(연간 0.3mm 미만)를 크게 넘는 값이다. 코차키스 교수는 그린란드와 남극의 얼음이 줄면서 지각을 누르던 무게가 가벼워진 영향으로 해석했다. 무거운 짐이 사라진 지각이 반동으로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동시에 적도 주변 지표면은 녹은 물이 저위도 바다로 옮겨 가 해저를 눌러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즉 양극 방향 반지름은 커지고 적도 방향 반지름은 줄어들면서, 고체 지구의 편평도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결론이 다. 지구가 이전보다 더 동그래지는 셈이다.
그런데 중력장으로 본 지구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력장은 질량을 가진 물체 주변에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을 뜻한다. 기후위기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바닷물이 돼고, 이 바닷물이 적도 부근으로 이동하면서, 지구의 질량은 오히려 저위도에 더 많이 분포하게 됐다. 중력장을 기준으로 지구는 가운데가 더 불룩한 형태가 된 것이다.
코차키스 교수는 논문을 통해 “중력장으로 본 지구의 편평도는 커지는데 땅의 편평도는 줄어드는 것이 언뜻 모순처럼 보일 수 있지만, 두 효과는 물리적으로 양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IB
AI 생성 이미지(ChatGPT)
빙하가 녹으면서 바뀐 지구 표면의 모양을 나타낸 개념도.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질량이 줄어든 극지방은 땅이 위로 솟아오른다(빨간 화살표). 반면 녹은 물이 몰린 적도 부근은 바닷물 질량에 눌려 가라앉는다(노란 화살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