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핵실험으로도 생길 수 있다. 핵실험으로 발생한 엄청난 힘이 지하 공간을 붕괴하는 등 주변 지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작은 지진들은 보통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잦아든다. 그런데 2017년 북한의 마지막 핵실험 이후, 핵실험장 주변 지역이 8년 동안 오히려 점점 더 자주 흔들리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와 판싱리 중국 청두이공대 지구탐사 및 정보기술 핵심연구실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의 지진 활동을 17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9월 1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doi: 10.1126/science.adx5917
연구팀은 함경북도 길주군 만탑산 아래의 풍계리 핵실험장에 주목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이곳에서 모두 6차례 지하 핵실험을 한 뒤 2018년 5월 폐쇄했다. 연구팀은 중국과 한국의 지진 관측소 자료를 분석해 2008년부터 2025년까지 만탑산 주변에서 일어난 작은 지진 1399건을 찾아냈다. 이는 기존 지진 목록에 기록된 것보다 훨씬 많은 수다.
연구팀은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 이후 지진 활동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6차 핵실험은 폭발력이 약 100~250kt(킬로톤·TNT 1000t의 폭발력)으로 역대 북한 핵실험 중 가장 컸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를 규모 6.3의 지진으로 보고했다. 이로 인해 만탑산 정상부 지표면이 사방으로 최대 3.5m가량 밀려났고, 가운데는 0.5m가량 주저앉았다. 이후 3주 뒤인 2017년 9월 23일부터 지속적인 지진 활동이 관찰됐고, 지진의 횟수와 방출 에너지 모두 이전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그 원인을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단층이 다시 움직이는 ‘단층 재활성화’ 현상으로 꼽았다. 연구팀이 정밀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던 지진 955건을 대상으로 지진 발생 분포를 분석하자, 지진들이 실험장에서 북북서 방향으로 거의 나란히 뻗은 두 개의 띠를 이루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는 지진이 땅속 단층을 따라 일어났다는 의미다. 단층은 지질 활동으로 지층이 어긋나 있는 구조인데, 단층이 미끄러지며 생긴 지진은 지도상에 이어진 선 모양으로 늘어선다. 반면 폭발로 생긴 지하 공간이 무너지며 생기는 지진은 폭발 지점 주변에 뭉쳐 나타난다.
김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반복된 핵실험으로 누적된 암반 손상과 응력 재분배가 기존 단층의 재활성화를 촉진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열발전소 연구 과정에서 지하로 주입한 물 때문에 발생했던 2017년 포항 지진도 언급하며 “두 지진의 원인은 다르지만 인간 활동이 기존 단층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공통된 교훈을 준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