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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체계에서 입자물리학은 가장 기초적인 것이다. 사다리의 맨 아래에 입자물리학이 있고 그 위로 핵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등이 있으며 맨 꼭대기에는 천문학(우주학)이 있다. 그러나 입자물리학과 천문학, 즉 가장 작은 것을 취급하는 학문과 가장 거대한 것을 취급하는 학문은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물질의 기본을 파악한다는 것은 바로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는 것과 같다.

최근 수십년 동안 특히 80년대에 들어 이 양 극단에 위치학 학문은 보다 근접하게 되었다. 두 학문의 통일을 향해 큰 진보를 하였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며 앞으로 과학자들의 임무로 남겨진 부문이 더욱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상의 원자와 원자를 구성하는 입자를 더 잘 앎으로써 어떻게 별들이 탄생하고 죽어가는가, 은하의 시초는 어떠했나 등을 헤아릴 수 있으며 반대로 관찰을 통해 얻어진 우주에 대한 지식은 입자물리에 상당한 시사를 던져주기도 한다.

예컨대 우주는 자체의 중력 때문에 붕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중성미자가 질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단히 가볍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또한 우주에 헬륨이 풍성하다는 관찰결과는 중성미자의 종류가 4개는 넘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미 두개종의 중성미자는 확인이 되었고 세번째의 것도 곧 확인될 단계에 와있다. 제제바의 CERN이 89년 여름 가동되면서 나머지 두종의 중성미자는 곧 탐지·확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87A 슈퍼노바와 중성미자

1938년 '한스 베테'에 의해 태양은 핵융합에 의해 열과 빛을 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이래 태양의 핵융합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많이 밝혀졌다. 그러나 최근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태양의 중심부에 있는 양자는 계속 중성자로 바뀌는데 이때 양전자(반전자)와 중성미자가 생겨난다. 양전자는 곧 자유전자를 만나 서로를 없애면서 에너지를 내고 이것이 서서히 태양의 표면에 번지면서 햇빛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성미자는 태양표면을 뚫고 유령처럼 나와 지상에까지 도달한다. '레이몬드 데이브스'는 이 중성미자를 모으고 관찰하는데 20여년의 세월을 보낸 사람이다.

그는 한달에 수십개의 중성미자를 모았다. 이것이 세번째 종의 중성미자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태양에 대한 이론은 의문과 좌절을 맛보아야만 했다. 혹시 태양내부에 불랙홀이 있는 것은 아닌가? 또는 우리의 입자물리학 어딘가에 흠이 있는 것은 아닐가? '태양-중성미자'의 수수께끼는 천체물리학의 전선에 등장한 과제가 되었다. 그래서 거대한 중성미자 망원경이 건립되고 있는 중이다.

1987년에 천문학자들은 지난 4세기 동안 보지 못했던 초신성을 보았다. '1987 슈퍼노바A'라고 이름 붙여진 이 초신성은 천문학의 발달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최소한 천문학자에게) 이 죽어가는 별로부터 나오는 중성미자였다.

폭발에너지의 99%는 중성미자의 형태로 방출되었다. 지상에서 중성미자가 검출되는 것은 입자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의 근접성에 대한 완벽한 예가 되는 것이다. '슈퍼노바 1987A '가 발견되기 전인 80년대 초에는 지하의 거대한 탐지기로 슈퍼노바 아닌 양자가 붕괴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근거를 찾는 노력이 진행되었다. 양자가 붕괴한다는 것은 지구의 모든 물질의 수명은 유한하다는 것을 뜻한다.

물리학자들은 약력과 전자기력의 성공적인 통일에 대해 자랑스러워했고 중력을 뺀 나머지 자연계의 힘을 하나로 통일하는 '대통일 이론'을 세우려 했다. '하워드 조지'나 '셸든 글래쇼'가 세운 이론은 보통의 양자는 ${10}^{30}$년의 수명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10}^{30}$개이상의 양자를 관찰하면 몇개의 양자는 붕괴되어야 이 이론은 증명이 되는데 양자붕괴는 관찰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슈퍼노바로부터 약 20개의 중성미자를 관찰·포착되었다. 슈퍼노바로부터의 중성미자는 10초의 간격을 두고 지상에 도착했으며 이는 중성미자가 모두 같은 속도로(거의 빛의 속도로)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중성미자는 '전자형중성미자'로 알려졌고 거의 질량이 없다. 은하나 성운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검고 신비스런 물체의 정체는 무엇일까? 중성미자가 그것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컴퓨터 실험에 따르면 중성미자가 주체일 가능성은 의문시되면 여기에서 천문·우주학자와 물리학자가 긴밀히 협조해야할 필요성이 다시 강조된다.

액시온(axions), 포티노(photinos), 자기(磁気)모노폴(monopoles), 윔프(wimps)가 검은 물체의 구성요소라는 가설도 나와 있고 전하를 가진 무거운 입자(charged massive particles) 즉 챔프를 내세우는 학자들고 있다. 이 중대한 의문은 90년대에 가서 보다 깊이있게 파헤쳐질 것이다. 챔프를 찾아내려고 깊은 바다의 침전물을 끄집어내 분리하는 작업도 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만약 챔프가 존재한다면 가속기에서 반(反) 챔프로부터 분리할 수 있을 것이다.
 

슈퍼노마 1987A는 물질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했다.
 

가속기의 공헌

80년대 물리학과 우주학의 진보에 크게 기여한 것은 가속기이다. 유럽의 CERN과 미국 일리노이에 있는 '페르미'연구소는 1조의 전자볼트로 입자를 충돌시키는 개척척 실험을 해왔다. 가속기는 우주탄생의 직후, 1초의 1조분의 2~3이 지난 때의 에너지상태를 반들었다. 가속기 실험을 통해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시키는 이론이 확인되었다. 더이상 흥분을 자아낼 실험은 유럽의 가속기가 완전히 가동된 89년 가을부터 시작되었다. 실험결과는 내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미국이 유럽의 가속기보다 훨씬 큰 52마일의 초전도 거대가속기(Superconducting Supercolider)를 세우게 되면 고에너지 물리학은 크게 진보될 것이다. 가설만 무성한 입자 물리학에 실험으로 뒷받침된 진리를 찾아내는 일은 가속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주 탄생의 시초에 현재까지 존재가 확인된 입자는 모두 질양이 없었고 약력과 전 자기력 사이의 균형은 완전했다. 현재의 차갑고 무질서한 우주와는 딴판이었다.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여러가지의 쿼크와 랩톤, 보손은 제나름의 질량을 갖게 되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수수께끼를 조금씩 풀어나가는 도구가 가속기이다.

하지만 초전도 거대가속기가 등장하고 이보다 더한 가속기가 만들어진다 해도 우주의 기원에 관한 완전한 해답을 얻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세계 일급 과학자들의 거의 공통된 견해이다. 우주탄생 당시와 똑같은 온도를 얻기 위해서는 광년(光年) 규모의 가속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주탄생과 진화의 비밀을 파헤치는 다른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머리'는 가속기 이상의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의 과학적 업적을 보더라도 인간의 머리는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가속기실험과 기타 여러가지 실험, 그리고 우주에 대한 관측으로 두뇌에 의한 작업은 보완되어야 한다.

인류는 사고(思考)와 실험을 통해 우주가 왜 생겨났고,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식의 진보에 힘입어 인류가 멸망한 후의 우주의 모습에 대해서도 상당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자가속기는 물질의 기본과 우주의 이해에 필수적인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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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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