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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새책] 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문학동네,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인공지능의 가장 확실한 미래

컴퓨터과학이 여는 세계

소프트웨어의 원천, 그리고 인공지능의 미래

이광근 지음│304쪽│2만 원

 

  흔히 우리는 사고가 터지면 그 원인을 찾지만, 혁신이 일어나면 그 결과를 궁금해한다. 혁신의 한복판에서 그 원천을 돌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 일이 어려워서는 아니다. 혁신의 방향을 예측하고 직접 참여하는 쪽의 보상이 더 크다고 쉽게 확신하는 것이다. 현재의 인공지능(AI)도 예외는 아니다. AI의 성장과 속도에 쏠린 시선은 그 원천을 좀처럼 살피지 못한다. 이광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신간 ‘컴퓨터과학이 여는 세계’에서 AI의 미래가 궁금한 독자를 컴퓨터의 원천으로 자신 있게 이끈다.

 

‘컴퓨터과학이 여는 세계’는 컴퓨터와 컴퓨터과학이 탄생, 성취해 온 이론적·기술적 과정을 이야기한다. 특히 컴퓨터가 그동안 문제를 해결했거나 아직 해결 못한 원리와 이유에 초점을 맞춰서 이 과정을 살펴본다. 저자는 단지 컴퓨터와 그 과학의 역사를 나열하지 않았다. 그는 왜 컴퓨터는 글과 그림을 생성하는 AI에 이르렀고, 그런데도 왜 이런 생성 AI가 수시로 검색에 거짓 정보를 제시하고 지적받으면 또 냉큼 사과하는지, 이 질문의 답을 컴퓨터의 원천에서 찾는다. 컴퓨터는 모든 문제를, 시간 내에 신속히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 현재가 AI의 광범위한 생성 능력과 턱없는 환각(할루시네이션)이다. 더 다양한 문제를 더 신속히 해결하는 AI가 여전히 틀리는 문제가 있다는 건 우리 생각보다 자연스러운 과정인 셈이다.

 

모든 문제를 푸는 ‘보편만능 기계’라는 이론적 기반이 소프트웨어란 기술적 도구와 결합해서 우리가 아는 컴퓨터가 된다. 이 책은 컴퓨터의 만능 도구인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의 ‘난제’를 활용해서 명쾌하게 해설한다. 왜 어떤 문제들은 컴퓨터가 못 푸는지 읽으면, 왜 컴퓨터가 대부분의 다양한 문제는 빠르게 잘 푸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다. 즉 저자의 목적은 앞으로 독자가 소프트웨어, AI의 핵심 과제를 해결하고, 이 새로운 AI로 다음 문제를 해결할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독자는 이 책과 함께 현재의 AI가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를 딛고 올라서서, 앞으로의 AI에 필요한 문제와 원리를 내다볼 수 있다.

 

이 책은 초판 출간 후 11년 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저자는 개정판 서문에서 지난 100년과 앞으로의 100년을 합쳐 “컴퓨팅 혁명 200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래까지 합한 200년조차 한 과학의 역사로서 매우 짧고 젊다. 이 책의 컴퓨터과학을 AI 혁신의 원천이자, AI 혁신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천둥을 알리는 번개처럼, AI의 가장 확실한 단서인 컴퓨터과학을 만나보자.

 

▲아작, GIB
 

펫페페페

현실이 미래보다 경이로운 SF

짐리원 지음│아작│304쪽│1만 6800원

 

‘펫페페페’라는 특이한 제목의 이 책은, 2026년 상반기 과학동아에 SF ‘한여름의 투명도감’을 연재한 짐리원 작가의 SF 단편집이다. ‘PET’ ‘PE’ 같은 표지의 재활용 마크를 보고서야 펫페와 페페의 뜻을 조금 짐작했다. 이 둘은 이 책의 표제작인 SF 단편 ‘펫페페페’에 나오는 오리들의 이름이다. 서로 다른 플라스틱을 먹어서 분해시킬 수 있는 돌연변이 오리들에게 각자 먹을 수 있는 소재 이름을 붙인 것이다.

 

‘펫페페페’의 화자인 ‘예나’는 고등학생이자 과학부원. 이 오리들을 학교에 맡긴 바이오 대기업과 공동 연구 중이다. 예나는 오리들의 정체도, 사료 대신 플라스틱을 먹이는 연구의 목적도 처음부터 의심했다. 하지만 과학부원들은 생기부에 들어갈 대기업과의 연구 논문이 대입에 필요하다. 도입부의 이 짧은 묘사가 날카롭게 스친다.

 

흔한 현실이 과학과 맞물리며 낯설어지는 상상은 SF만의 즐거움이다. ‘펫페페페’도 플라스틱, 오리, 고등학생처럼 익숙한 요소들 사이에서 의외의 출구로 빠져나온다. 예나의 과학부 선배인 보현이 처음부터 오리 펫페, 페페의 정체와 대기업이 오리를 연구하는 목적에 의문을 던진 반면, 예나는 그런 의심보다 대입이 중요한 자신의 일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예나도 일상에 의문을 던지자, 플라스틱을 먹는 오리는 SF가 된다. 환경 보호보다 수익성 높은 사업에 이용하려는 기업에게서 펫페, 페페를 지키는 고등학생들이 플라스틱을 줄이는 인간의 목표와 함께 오리가 바라는 삶을 생각할 때도 이 의문이 놓인다.

 

이 SF 단편집에는 과학동아에 앞서 게재된 ‘기억과 사회’ ‘수면 예찬’ 외에 8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만만치 않은 현실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결정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이야기들이다. 기후대격변의 미래에서도 기꺼이 찾아오는, ‘올림픽공원 산책지침’ 속 2020년대 서울 올림픽공원의 평범하며 안온한 어느 가을처럼. 다른 작품들에서도 과학은 미래를 구원할 수단 대신, 현실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에 가깝다. ‘펫페페페’의 SF는 과학이 미래의 타임머신보다 현실의 도시에서 더 경이로운 순간들을 보여준다. 

 

 

▲이봄
 

빛나는 문명, 길어지는 그림자

 

주목받는 환경사 연구자인 수닐 암리스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석좌교수가, 인류 문명이 환경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했다. 인류의 번영이 자연환경과 인간 사회에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오늘날의 위기가 형성된 과정을 살펴본다. 전쟁, 학살, 농경의 확대 등이 이어진 800여 년 동안,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기후위기의 시대를 만들게 됐는지 흡입력 있게 서술한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대한 사료도 이 책의 장점이다.

번영의 대가 수닐 암리스 지음│추선영 옮김│이봄│576쪽│3만 2000원

 

▲김영사

 

양자는 어떻게 문명이 됐나

 

양자역학이 어렵기만 하고 정작 일상과는 멀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양자가 어떻게 우리 생활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근대 유럽부터 양자역학이 탄생한 20세기, 양자 컴퓨터에 도전하는 21세기까지 새로운 도구와 발견이 축적된 역사를 따라가며 양자 문명이 건설된 과정을 다채로운 자료와 함께 만난다.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과 양자 기술의 발전을 아우르며 양자역학이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지 이해할 수 있다.

양자 문명 한정훈 지음│김영사│356쪽│2만 2000원

 

 

▲디플롯

 

상실 이후, 절뚝거리며 춤추는 법

 

이 책의 저자이자 신경학자인 바버라 블래츨리는 2018년, 36년을 함께한 남편을 잃었다. 60세를 넘긴 그의 삶에서 남편은 단순한 동반자가 아니었다. 함께 살아온 과거이자 현재의 일상이었으며,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라 믿은 미래였다. 상실의 세계를 탐험한 신경학자가 가장 먼저 나아간 주제는 죽음에 관한 이해와 탐구다. 이 책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받아들이는 뇌의 메커니즘을 가장 인간적인 언어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슬픔의 발견 바버라 블래츨리 지음│제효영 옮김│디플롯│320쪽│1만 9800원

 

 

▲후마니타스

 

‘한국의 새’라는 말에, 터전을 잃는 새들도 동의할까

 

한국 최초의 탐조 여행가가 쓴 책이다. 탐조 여행가는 어제까지 새가 머물던 곳이 오늘 가서 보면 허물어져 있고, 내일이면 완전히 파괴되는 현장을 가장 먼저 눈으로 본다. 새를 오래 관찰한다는 것은 결국 환경이 변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이기도 하다. 새를 관찰하는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풍경을 바라보는 여정에서 멈추지 않고,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남겨야 하느냐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새와 여행  이병우 지음│후마니타스│288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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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라헌
  • 에디터

    김희언·김강현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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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컴퓨터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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