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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인간두뇌 뉴런컴퓨터 가능한가

인간의 두뇌를 닮은 컴퓨터를 꿈꾸기 전에 먼저 두뇌에서 진행되고 있는 복잡한 정보처리과정의 원리가 밝혀져야 한다.

사람들은 인간의 두뇌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을 실감 못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흔히 머리가 좋은 사람을 가리켜 '컴퓨터'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마치 성능이 뛰어난 컴퓨터를 '주판'에 비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사람의 두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 및 정확성에 컴퓨터에 뒤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사람의 두뇌가 컴퓨터에 못 미치는 열등한 정보처리기관이라고 판단한다면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컴퓨터와 인간의 두뇌를 제대로 비교하자면 컴퓨터가 무엇을 잘하는가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잘 할 수 없는가를 동시에 생각해 보아야한다.

사람의 생존환경은 컴퓨터의 계산환경과는 달리, 변화가 무상하고 복잡하여 수시로 변화되는 잡다하고 모호한 자극들로부터 사물과 사건에 대해 신뢰롭고 타당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가 된다. 사람은 매우 뛰어난 감각기관과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어 복잡하고 변화 무상한 주위 환경으로 부터 사람과 사건에 대한 불변타당한 정보를 얻어내는 어려운 과제를 힘들이지 않고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예를들어 사람은 자기 앞에 컵과 사과가 놓여 있는 경우, 그것들이 무엇이며 무엇에 소용이 된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에게는 무엇이 컵이고 무엇이 사과인지를 아는 것, 심지어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를 분별하는 것 조차도 매우 힘든 과제가 된다.

컴퓨터는 계산조건이나 범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특정한 문제를 신속 정확하게 푸는데 있어서 사람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일단 계산조건이 잘 규정되어 있지 않고 계산의 범위가 확실하지 않는 일반적인 문제상황에서는 그 능력이 빛을 잃게된다.


(그림1)인간의 두뇌에는 수백억개의 신경원들이 무려 5백여조에 달하는 신경회로로 상호 연결되어 있어 고도의 감각 지각 및 사고능력을 가능하게 해준다.


하나의 신경원은 중형컴퓨터

사람의 두뇌는 이와 같이 컴퓨터처럼 수리적인 연산을 신속 정확하게 할 수 는 없으나 모호한 주변 환경으로 부터 정보를 수집, 분석 및 재구성하여 사고와 행동의 기초가 되는 의미를 찾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나 능력은 사람의 두뇌를 구성하고 있는 신경조직망의 놀라우리만치 복잡한 회로와 막대한 용량에서 부터 비롯된다. 정신작용을 맡고 있는 두뇌의 기초 구성단위는 신경원인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하나의 신경원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중형컴퓨터의 그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사람의 두뇌에 수백억개의 신경원이 무려 5백조개의 회로로 연결돼 있어 인간만이 지니는 고도의 감각 지각 및 사고능력을 가능하게 해준다. 어떤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한 인간의 두뇌가 지니는 연산용량이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컴퓨터의 용량을 앞지르며, 최첨단 슈퍼컴퓨터의 능력도 지각 사고 행동 및 기타 일반 문제해결 능력을 모두 고려할 때, 사람은 커녕 곤충인 벌의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인간 두뇌의 잠재력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가지 실례를 들어보기로 한다.

우선 인간의 뛰어난 감각 및 지각능력에 대하여 논의해 보기로 하자. 숲속에서 햇살에 반짝이는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짙은 녹음 속에서 청초한 풀꽃 내음을 맡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도, 신호등 차선 횡단보도의 행인들을 끊임없이 살피며 자동차의 운전에 안전을 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모두 인간 특유의 뛰어난 감각 및 지각능력의 덕분이다.

우리의 감각기관과 지각체계가 놀라운 성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통하여 아무런 불편없이 세상을 인식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으며 감각과 지각의 능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정작 그 원리를 이해하려 시도해 본 사람들은 다정한 어머니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눈의 망막에 맺힌 상이나 고막의 진동으로 부터 구분해 내는 것과 같은 일상적이며 간단한 지각현상들 마저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정보처리의 산물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눈의 망막에 비쳐진 사물의 영상은 빛의 얼룩에 불과하다. (그림2)는 이러한 사실이 좀 과장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그림을 이모저모 살피다보면 우리는 한 마리의 개, 얼룩 반점이 있는 포인터가 보도가 교차하는 곳에서 땅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지각기관은 빛의 얼룩으로 부터 이처럼 의미있는 사물의 형태를 어떻게 복원해 내는 것일까? 이 그림은 영상처리를 목적으로 개발된 현존하는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도 인식해낼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 두뇌의 무엇이 이 그림속의 개를 인식하도록 해줄 만큼 특별한가?

궁금한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개를 찾아내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개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한달, 또는 일년이 지난 뒤에도 어김없이 그림을 보는 순간 즉각적으로 그 개를 알아볼 수 있다. 처음엔 잘 알아볼 수 없었던 개가 이처럼 한번 볼 수 있게 되면 뒤에 어김없이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 그림의 예는 우리의 두뇌가 단순히 감각자료에만 의존하여 사물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있는 이전의 경험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감각자료를 해석함으로써 지각이 발생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림2)눈의 망막에 사물의 영상은 빛의 얼룩에 불과하다. 인간두뇌는 이와같은 빛의 얼룩으로부터 의미있는 형태들을 재구성함으로써 사물을 지각한다. 우리는 이 그림 속에서 보도가 교차되는 곳에 냄새를 맡고 있는 개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우리의 두뇌가 의미있는 형태를 재구성하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해준다.


「48」과 「나팔」

인간의 두뇌는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을 활용하여 모호한 자극 상황에서 가장 그럴듯한 정보를 찾아낸다. 예를 들어 우리는 '48'을 숫자로 읽지만 '나팔'은 악기 이름으로 읽는다. 똑같은 '4'자가 그다음에 숫자 '8'이 오느냐, 글자 '팔'이 오느냐에 따라 달리 지각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위 맥락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여 모호한 사물이나 사건의 정체를 파악하는 능력도 현재에는 컴퓨터로 흉내내기 어려운 인간 두뇌만의 전유물이다.

인간 두뇌는 이와 같이 뛰어난 감각 및 지각능력을 지니고 있을뿐 아니라 그것에 의해 수집되는 주변 대상에 대한 정보들을 저장하는 거의 무한한 용량의 기억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성인의 머리 속에는 어마어마한양의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태어나서 경험한 모든 것,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보고 듣고 배운 모든 것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어 필요할 때마다 그것들을 기억으로부터 인출하여 사고하고 행동하는데 반영함으로써 생존과 관계된 여러 문제들을 적절하게 해결해나간다. 인간의 기억용량은 실로 어마어마 하여 한 사람이 늙어서 뇌의 기능에 큰 이상이 오기 전까지는 용량이 부족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더이상 수집하여 저장할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결코 발생되지 않는다.

인간의 두뇌의 놀라운 능력은 그것이 정보를 기억 속에 저장하는 방식에서도 잘 엿볼 수 있다. 기억된 정보들은 머리속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도서관에 가면 내용이 비슷한 관련 서적들이 함께 분류되어 보관되고 있듯이 인간의 두뇌에서도 정보내용의 범주에 따라, 또는 경험의 빈도에 따라 정보가 체계적으로 묶이어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이 순신'하면 '거북선'이, '제주도'하면 '한라산'이 금방 머리 속에 떠오는 것은 바로 이와같은 인간 두뇌의 기억 저장방식을 엿볼 수 있도록 해 주는 현상이다. 일부 인지심리학자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경험적 연구를 토대로 (그림4)에서와 같은 명제 조직망으로 인간 두뇌에 기억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양식을 설명한다. 그림에서 보듯이 각 명제 마디(타원)들은 그것들의 구성요소들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명제가 활성화되면 그 활성력이 명제 그물망을 타고 다른 명제 마디로 확산되어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명제 조직망은 서로 관련된 명제들이 함께 활성화됨으로써 조직적이고 일관된 사고의 진행을 가능하게 해줄 뿐 아니라 입력되는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정보내용들에 꿰어맞추는 구성의 틀과 같은 기능을 해줌으로써 정보처리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준다.


(그림3)같은 모양의 기호도 그것이 제시되는 맥락에 따라 달리 지각될 수 있다. 그림의 내용을 가로로 읽으면 숫자 '48'이 되고 세로로 읽으면 악기명인 '나팔'이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간단한 지각 상황에서도 이전의 경험이나 지식에 근거하여 사물이나 사건의 정체를 합당하게 파악하려는 인간두뇌의 능력을 엿보도록 해준다.


살아있는 정보와 죽은 정보

소형컴퓨터의 플로피디스크나 하드디스크 또는 대형컴퓨터의 테이프나 디스크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두뇌의 기억 용량에 대한 역설이 별로 큰 관심을 못 끌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 컴퓨터에 사용되는 정보 저장매체들을 인간의 기억체제와 동일한 수준에서 이해해서는 안된다. 인간 두뇌의 기억속에 있는 정보는 (그림4)에서 본 바와같이 정보단위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서 서로가 서로를 자동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살아있는 정보이며 컴퓨터의 기억 매체 내에 있는 정보의 단위는 죽어있는 정보이다.

(그림4)에 있는 것과 같은 모형들을 토대로 사람의 기억 구조와 과정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려 시도하고 있는 일부인지심리학자및 전산과학자들은, 그 작업 자체가 매우 힘들며 제한된 범위의 기억정보 표상에도 엄청난 컴퓨터의 기억용량이 필요하다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인간의 두뇌가 거의 무한한 기억용량을 지닌다면 시험장에서 답이 생각나지 않아 쩔쩔매는 것처럼 왜 우리는 종종 한 때 분명히 알고 있었던 정보를 잘 기억해내지 못할까? 이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기억에 대하여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기억을 현재의 의식 내용 속에 담겨있는 기억과 현재의 의식내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두뇌의 어디엔가 저장되어 있는 기억으로 나누어 분류한다. 의식내용에 반영되는 것을 활동중이라 하여 의식내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어딘가 영구적으로 저장되어 있다하여 장기기억이라 부른다.

활동기억은 5~9개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무한한 양의 정보 가운데 극히 적은 일부분만을 한 순간의 의식내용 속에 반영한다. 즉 장기기억은 용량에 거의 제한이 없는데 비하여 활동기억은 용량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활동기억은 5~9개의 정보단위 밖에 저장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가 한 때 알 고 있던 것을 기억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그것이 장기기억 속에는 저장되어 있지만 제한된 용량의 활동기억 속으로 인출되어 나오는 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 할 수 있다.

잘 아는 사람의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 혀끝에서 맴도는 현상이나 어떤 것을 회상할 수는 없으나 그것을 보여주면 그것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현상 등은 기억 정보가 장기기억 어딘가에 있는데 그것을 의식의 내용인 활동기억으로 인출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현상들이다.

활동기억의 용량문제는 의식의 진행을 뒷받침하고 있는 정신자원(mental resource)의 한계에서 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개의 신경원이 중형 컴퓨터와 맞먹는 연산용량을 지니며 대뇌에는 이러한 신경원이 수백억개나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의 정보처리 기관이 이러한 정신자원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안될는지 모른다.

그러나 활동기억은 현재의 의식내용을 담고 있는 곳으로서 이곳에서 자극정보들이 해석 및 지각되어 의식에 반영된다는 것과 의식이 일관되게 흐르기 위해서는 이전의 의식내용에 적절히 부합될 수 있는 정보만이 현재의 의식속에 포함되어져야 한다는 제약들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정신자원의 한계가 납득할만한 현상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다.

활동기억의 용량이 7개 내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인간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유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7개 정도의 정보단위 밖에 한순간에 파지할 수 없다면 어떻게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을까?

인간의 정보처리 기관은 얼핏 보기에는 불가능한 것 같은 이러한 문제를 매우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 한 예로, 우리가 1131419625815라고 가정해보자. 앞에서 설명했듯이 숫자의 기억용량은 7개인데 거의 그 용량의 2배인 13자가 제시 되었기 때문에 이를 외운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숫자들이 1월1일, 3월1일, 4월19일, 6월25일, 8월15일의 숫자들 만을 모아 써 놓은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 한 순간에 이숫자들을 모두 외울 수가 있다. 이렇게 숫자를 그냥 외우려는 경우와 달리 의미있는 날로 구분하여 외우는 것이 한결 쉬운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보내용을 근거로 13개 단위의 정보를 5개 단위로 묶어 활동기억의 용량내에서 무리없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보처리 기관은 이처럼 경험을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나 의미를 통해 정보를 큰덩어리로 묶음으로써, 활동기억의 용량한계문제를 해결한다.

많은 양의 정보가 하나의 정보단위로 묶일 수 있도록 해 주는 장기기억내의 심리적 구조로서 최근 인지심리학에서 도식과 각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도식은 우리가 경험을 통하여 그 속성을 익히 알고 있는 사물에 대한 이해의 틀이며 각본은 사건에 관계된 도식이다. 예를 들어 '집'이라는 도식은 건물의 일종이며 방 가구 등과 같은 속성을 위계적으로 갖추고 있다. '식당가기'라는 각본은 메뉴보기, 주문하기, 먹기 등과 같은 하위속성들을 거느린다. 이와 같은 심리적 구조들은 많은 양의 다양한 정보를 구성해 주는 틀의 역할을 해주어 정보내용의 손실없이 큰 덩어리의 정보단위를 형성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활동기억의 용량부담을 해소시켜 주는데 기여한다. 종합하건대 인간의 두뇌는 막강한 기억용량을 바탕으로 하여 기억정보들을 경험이나 범주 또는 의미중심으로 조직화하는 고도의 정보처리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현재로서는 컴퓨터가 도저히 흉내낼수없는 복잡한 의식과정을 주도할 수 있다.


(그림4)이순신과 임진왜란에 관계된 명제그물망 모형. 그림의 타원들은 '이순신은 거북선을 만들었다' '이순신은 임진왜란 때의 조선수군 명장이다'와 같은 명제들을 나타낸다. 그림에서 보듯이 각 명제들은 그것들의 구성요소들을 매개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명제가 활성화되면 그것과 관련된 명제 마디들이 함께 활성화되도록 되어 있다. 그림에서의 점선 화살표는 더 많은 명제들이 이 명제그물망에 추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해결 능력에서의 차이

인간두뇌와 컴퓨터를 비교하는 자리에서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문제해결 능력이다. 인간 두뇌는 지금까지 논의된 뛰어난 감각 지각 및 기억능력을 기초로 하여 모호한 상황속에서도 신뢰롭고 타당한 최적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낸다. 낯선 곳에서 길을 찾아 간다든지, 장기나 바둑을 둔다든지, 어려운 기하문제를 푼다든지, 증세를 관찰하여 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등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해결 상황을 보면 문제의 성격이 불분명하고 문제해결의 방향이 모호하다. 컴퓨터는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이처럼 문제의 본질이 잘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현재 사람의 문제 해결 능력과 원리를 연구하여 그것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 하려는 노력이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시도되고 있다. 그 중 어떤 프로그램들은 프로급의 장기를 두는 등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도 있다. 특히 요즈음 전문인력들의 지식을 집대성한 데이타베이스를 가지고 문제를 입력하면, 의사결정 단계를 거쳐 해결책을 제시하는 소위 '전문가시스팀'이라는 것이 의학 이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개발되어 실용화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 시스팀이라는 것도 특정한 범주의 문제에 대한 전문인의 문제해결 원리를 원용하고 있을 뿐 인간의 두뇌가 보편적으로 지니는 일반 범역 문제 해결 능력에 비교하면, 아직도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컴퓨터는 하루가 새롭게 발전하고 있으며 어느 단계에 가면 스스로 진화하는 단계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현 시점에서 비교하는 것은 컴퓨터에 불리할 수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1980년대 들어와서 부터 인간의 두뇌를 닮은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기존 컴퓨터와 인간두뇌의 작용원리에서 기본적인 차이점의 하나는 컴퓨터는 직렬 또는 순차적인 정보처리를 하며 인간 두뇌는 병렬적인 정보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인간 두뇌가 능력에서 차이를 보이게 되는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가 바로 이와 같은 직렬 및 병렬 처리라는 정보처리 양식에서의 차이라는데 착안하여, 최근 일부 인지 심리학자들이 병렬처리 컴퓨터의 구현에 필요한 기초 작업을 하고 있으며, 전자 및 전산과학계에서 이미 그 실용화 가능성의 검증을 시작한 단계에 와 있다.

인간의 두뇌를 닮은 컴퓨터가 과연 출현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유럽의 합리주의 철학자들에 의해 회의론이 제기된 바 있고 과학철학자 심리학자 등에 의해 아직도 활발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과연 인간의 의식 과정이 진행되는 기본 원리를 밝힐 수 있는가?"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컴퓨터가 아직 인간의 두뇌를 시뮬레이션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인간 두뇌의 작용원리가 먼저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먼 훗날 판가름이 나겠지만 현재 두뇌 신경계의 병렬처리 원리에 입각한 뉴런 컴퓨터의 개발에 대한 열기가 지속되고 있는 한, 앞으로 점점 인간의 두뇌와 비슷한 컴퓨터들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에 가서 비로소 우리는 성능이 매우 뛰어난 컴퓨터를 '인간의 두뇌'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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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정찬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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