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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호기심, 정답을 넘어설 미래를 묻다 | 우리 발바닥은 바닥에 닿았을까?

2026년 7월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호기심 사이언스 페스티벌에서 발바닥이 바닥에 실제로 얼마나 닿아있는지 참가자들에게 설명하는 필자.  

 

쉬웠던 것이 어려워지는 그 순간

“사람의 발바닥 넓이를 어떻게 잴까?” 나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모눈종이에 발의 윤곽을 그려 그 안의 칸을 세는 식으로 넓이를 재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을 조금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발바닥은 바닥에 얼마나 닿아있을까?”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던 ‘접촉’이 새로운 문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호기심은 잘 안다고 믿었던 것이 설명되지 않을 때, 우리의 직관에 작은 금이 갈 때, 시작된다. 누구나 보지만 무심코 흘려보낸 작은 어긋남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호기심의 첫 걸음이다. 나는 오랫동안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대학생들에게도 물리학을 가르쳤다. 학생들은 F=ma를 외우고 문제도 잘 풀었다. 그러나 “1N(뉴턴)의 힘을 몸으로 느끼면 어느 정도일까?”라고 물으면 답하지 못했다. 힘의 공식이 실제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호기심을 품지 않은 것이다.

 

내가 ‘호기심의 과학’이란 책을 쓴 것은 이런 강의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수식을 쉽게 해설하는 것보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무엇인가?”를 학생들 스스로 질문하도록 이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수업은 학생이 자신만의 질문을 갖고 교실을 나서게 하는 수업이다.

 

AI의 계산, 인간의 탐구

 

재미있게도 우리가 쓰는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작동 방식에 붙은 이름은 ‘어텐션’이다. 그 유래는 2017년 미국의 정보통신(IT) 기업 구글의 AI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어텐션이 전부다)’이다. 여기서 어텐션은 말 그대로 ‘주의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시끄러운 교실에서도 선생님의 말을 골라 듣는 학생처럼, AI도 문장 속 많은 단어 중에서 서로 관련 있는 단어들에 더 크게 주의하는 법을 배운다. 학습한 모든 정보를 똑같이 처리하지 않고, 중요한 관계에서 결정된 가중치를 주는 것이 어텐션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AI의 어텐션과 인간의 호기심은 같을까? 지난 7월, 한 어린 학생을 보며 이 질문을 다시 생각했다. 과학동아 40주년을 맞아 ‘호기심 멘토’로 함께한 호기심 사이언스 페스티벌에서였다. 단상 화면에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크게 떠 있고, 연사의 손에는 살아있는 모기가 든 망사 케이지가 있었다. 한 학생이 화면 속과 눈앞의 모기를 번갈아 봤다. 모든 모기가 피를 빨까. 모기는 왜 피를 빨까. 사람의 체온과 냄새, 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중 무엇이 단서일까. 한 대상을 오래 바라보는 눈빛에서 질문이 여러 갈래로 자라고 있었다.

 

AI는 이 질문들에 몇 초 만에 답하고, 서로 먼 듯한 정보들을 연결하고, 다음 질문까지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어텐션은 주어진 문맥에서 정보들의 관련성을 계산해 각 정보를 얼마나 반영할지 정할 뿐이다. AI가 다음 질문을 제안해도, 그것을 왜 중요한 문제로 수용해야 하는지, 실제 관찰과 실험으로 확인할지는 인간이 결정한다. 인간의 호기심은 같은 정보 중에서 무엇을 문제로 삼을지 판단하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의미와 가능성을 질문으로 만드는 탐구의 원동력이다.

 

인간을 미래로 옮기는 호기심의 힘

 

주의를 기울였다고 호기심이 저절로 과학이 되지는 않는다. “왜?”가 “어떻게 확인할까?”로 바뀌어야 한다. 내가 서울대 교양 강의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에서 낸 숙제도 그랬다. 시계추 같은 작은 물체를 갖고 지하철을 타서 출발, 도착할 때 추의 가속도를 재고, 체중계를 밟고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며 수치가 어떻게 바뀌는지 기록하는 과제였다.

 

지하철이 출발하면 추가 뒤로, 도착하면 앞으로 기운다. 추가 기운 각도를 재면 가속도 크기를 추정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면 체중이 커지고 내려가면 작아지는 것은 몸의 질량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체중계는 우리 몸을 받쳐주는 힘을 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가속도가 중력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음을 몸으로 배운다.

 

과학 실험은 당초의 직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드러낸다. 실험 결과를 토대로 직관을 넓히는 것이다. 이 피드백 과정은 머릿속으로 생각만하면 충분하지 않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끼는 ‘몸으로 배우는 과학’이 필요한 이유다. AI는 몸으로 학습하는 이 회로가 없다. AI는 방대한 문장에서 정보의 관련성을 계산하지만, 지하철에서 몸이 뒤로 쏠리는 느낌을 받아 자신의 직관을 고쳐본 적은 없다. 호기심이 계산과 갈라지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왜?”에서 시작한 호기심은 “어떻게 재지?”로, 다시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지?”로 나아간다. 예상과 관찰의 차이를 따져보는 것은 비판적 사고를, 측정 방법을 궁리하는 것은 창의성을, 방법과 결과를 친구에게 설명하는 것은 소통 능력을 키운다. AI 시대의 미래 역량들은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런 숙제 하나에서 함께 자란다.

 

 

 

유재준, 남윤중,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발과 바닥은 붙어있을까? 원자 단위에서 생각하자. 바닥 재료의 원자와 발바닥 원자는 척력으로 서로 밀어내고, 구형인 원자핵들은 각각 점으로만 만난다. 이런 상태를 발이 바닥에 붙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닿다’의 뜻이 달라지는 것이다. 

 

필자는, 호기심은 세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모기, 발바닥처럼 평범한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호기심 사이언스 페스티벌의 참가자들은 필자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AI의 경로를 결정할 인간의 알고리즘

 

호기심을 키우기 위해 오늘부터 바로 해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먼저, 검색하거나 AI에게 묻기 전에 나의 답을 생각해 보자. 내 예상과 실제 결과가 다른 지점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그다음에는 직접 관찰하고 비교하자. 그 결과의 근거와 조건이 무엇인지도 확인하자.

 

마지막으로 조건 하나를 바꿔보자. 모기가 사람의 체온을 느끼지 못한다면 무엇으로 사람을 찾을까. 이런 ‘만약’의 질문이, 이미 배운 지식을 새로운 문제로 옮겨준다. 내 방법과 결과를 친구에게 설명해보는 것도 좋다. 설명이 막히는 부분에서 바로 다음 질문이 시작된다. AI를 쓸 때도 같다. 같은 질문을 다르게 물어보고, 답이 달라지면 무엇이, 왜 다른지 살펴보자. AI를 정답 자판기로 쓰면 생각이 짧아지지만, 내 예상과 AI의 답을 비교하는 도구로 쓰면 내 질문이 더 깊어질 수 있다. 교사와 부모의 자리도 여기 있다. 학생이 엉뚱한 답을 하면 틀린 부분부터 고쳐주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라고 묻는 것이다. 틀릴 여유가 있어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질문들이 세상에 나온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장으로 일하면서 정답 찾기 수업을 ‘문제 발견과 탐구’로 바꾸자고 제안한 이유도 이와 같다. 앞서 소개한 지하철 과제에서 공대 학생은 F=ma를 정확히 적용해 가속도 값을 계산하는 데 몰두했다. 반면 미대 학생은 추의 기울기를 더 정확히 잴 방법을 고민하다 근사한 측정 장치를 직접 만들어왔다. 같은 문제를 다르게 발견한 것이다.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로 문제를 볼 때, 예상 못한 질문이 태어난다. 호기심은 개인의 재능인 동시에, 자신의 질문을 환영하고 스스로 탐구하도록 권하는 환경에서 더 잘 자라는 습관이다.

 

호기심은 세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하는 힘이다. 호기심의 알고리즘이 있다면 아마 이런 순서로 작동할 것이다. 주의를 기울이고, 예상과의 차이를 발견하고, 질문하고, 관찰과 측정으로 확인한 후에 생각을 고쳐서 다음 질문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AI와 답을 찾는 속도를 경쟁할 필요는 없다. 대신 AI가 내놓은 답 앞에서 잠시 멈추고 “그런데 정말 그런가?”라고 물어야 한다. 하나의 답을 질문의 끝으로 만들지, 다음 질문의 출발점으로 바꿀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만능 답변기의 시대에 교육이 지켜줘야 할 핵심은, 당연한 지식에 학생이 스스로 물음표를 붙일 수 있는 시간이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서울대 기초교육원장, 자연과학대 학장 등을 역임했고 2007년 서울대 자연대 우수강의상, 2012년 서울대 교육상을 수상했다, 과학은 자연과 인간의 대화이자 생각하는 방법임을 강조하며, 단편적 지식을 넘어선 과학적 사고방식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 ‘호기심의 과학’을 냈다. jyu@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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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 에디터

    라헌
  • 사진

    남윤중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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