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 오면 전기 소비량이 증가한다. 또 습기가 많아져 감전사고와 누전이 많아진다. 왜 전기는 고압으로 전송할까. 인간은 전기자극을 어느 정도 견뎌낼까. 습기가 많아지면 왜 감전이 잘 되는 것일까. 함께 의문을 풀어보자.
얼마 전 강원도에서 30대 남자가 목숨을 잃은 사고가 있었다. 그는 저수지에서 낚싯대를 들고 자리를 옮기다가 고압전선에 감전됐던 것이다. 사고 후 그의 유가족들은 한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의 요지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저수지 부근에 감전위험 표지판을 세우지 않고 8m 불과한 높이에 6만6천V의 고압전선을 설치해 감전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한전에 있다는 것이었다.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왜 위험하게 높은 전압을 사용해서 송전을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냥 가정에서 쓰는 전압으로 송전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또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압을 1백10V 에서 2백20V 로 높인 까닭은 무엇일까. 그 답을 얻기 위해 1백년 전의 미국으로 가 보자.
에디슨의 직류송전 참패
1893년 시카고에서는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4백주년을 기념하는 생일잔치가 성대하게 열렸다. 바로 만국박람회다. 이 박람회는 미국의 기술적 업적을 과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관람객들에게 여러가지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 중에서 특히 관람객들을 즐겁게 한 것은 조지 웨스팅하우스라는 사람이 설치한 25만개의 전등불이었다. 관람객들은 그 휘황찬 전등불 아래서 즐겁게 밤을 지샐 수 있었다. 이 전등불은 직류송전을 주장한 에디슨에 맞서 교류송전사업을 벌인 웨스팅하우스사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송전사업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에디슨으로, 그는 직류를 사용했다. 그러나 전력 손실이 커서 기껏해야 발전소 주위 3-4km까지 밖에 송전할 수 없었다. 이에 반해 웨스팅하우스는 교류를 이용했다. 교류의 특징은 변압기를 사용해 전압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교류는 고전압으로 송전한 뒤 가정에 배급하기 전에 다시 전압을 내리면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전압을 높이면 전류의 세기는 반비례로 줄어든다. 또 전류가 작을수록 그 제곱에 비례해 송전에 의한 전력 손실이 줄어든다. 만일 전압을 두배로 높이면 전류는 반이 되고 전력 손실은 4분의 1로 떨어진다.
웨스팅하우스의 도전으로 위협을 받은 에디슨은 신문기자들을 불러놓고 들개나 들고양이를 고전압으로 태워 죽이는 실험을 해 고전압의 위험성을 알렸다. 이 때문에 웨스팅하우스는 한때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만국박람회에서 전등을 켜는 사업을 낙찰받아 성공을 거두었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이용한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까지 맡음으로써 오늘날 널리 이용되는 교류 고전압 송전을 정착시켜 나갔다.
사람은 전기 충격을 얼마나 견뎌낼까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압을 2백 20V로 높인 것은 도선을 통해 낭비되는 전력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압이 높아짐에 따라 전기에너지의 효율은 높아졌지만 감전사고로 피해를 입을 확률도 높아졌다.
감전이란 사람의 몸안을 따라 흐르는 전류에 의해서 근육이나 심장 등 내부기관이 손상을 입는 현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몇V의 전압에 의해서 감전되는가보다 얼마의 전류가 몸에 흐르는가에 따라 피해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표1)은 인체에 흐르는 전류의 양과 그 피해정도를 나타낸 것이다.
같은 전압에 감전되더라도 피해 정도는 전원이 교류인가 직류인가에 따라 다르다. 또한 인체 내를 흐르는 통로나 피부의 건조 정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몸이 활동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 최대한의 전류를 가수전류라고 한다. 교류인 경우 성인 남자의 가수전류는 9mA이고 성인 여자는 6mA 정도이다. 반면 직류의 경우는 가수전류가 다소 높아져서 남자는 62mA 정도 이고 여자는 41mA 정도다. 교류인 경우 사람의 몸에 흐르는 전류의 세기가 20mA 이상이면 화상을 입는다. 만익 1백mA 이상의 전류가 흐르면 심장이 경련을 일으켜 치명적이다.
접지의 위력
사람이 감전되는 직접적인 요인은 전류이다. 하지만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두점 사이에 전압차가 있을 때마 전류가 흐른다. 달리 말하면 사람 몸의 두 부분이 서로 다른 전압을 가진 곳과 연결되었을 때 전류가 흐르는 것이다.
아무리 고압선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이 한 손으로 매달려 있으면 전압차가 생기지 않으므로 전류가 흐르지 않아서 안전하다. 물론 이때 두발은 땅에서 완전히 떨어져 있어야 한다. 가정용 전선은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사람이 벗겨진 전선을 잡았을 때 전압에 의한 충격을 적게 받도록 하기 위해서 전선 중 하나는 미리 땅과 연결시켜 두었다. 땅과의 전압차를 없앤 것이다.
1백10V용 콘센트에 있는 두개의 구멍에 검전 드라이버를 차례로 꽂아보면 한쪽 구멍에서만 불이 들어온다. 불이 켜지지 않는 구멍까지 온 도선은 땅과 연결돼 있다. 그래서 우리가 벗겨진 도선을 잡더라도 몸속으로 전류가 흐르지 않아 감전의 영향이 전혀 없다.
2백20V용 콘센트는 아이들이 젓가락 등으로 찌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두 개를 동시에 꽂을 때만 들어가게 만들어졌다. 플로그 외에는 꽂히지 않도록 한 것이다.
전기포트와 같이 몸체가 금속으로 돼 있는 전기기구를 사용할 때는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접지되지 않은 쪽 전선이 잘못돼 몸체와 연결된다면 땅과 몸체 사이에 전압차가 생긴다. 이 때 몸체에 손을 대면 전류가 흘러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2백20V용 도선은 세가닥으로 사용한다. 2백20V용 플러그에는 두개의 단자 외에도 위아래에 가늘고 긴 금속판이 있다. 이 금속판에 연결된 도선은 전기기구 몸체와 만나고 플러그쪽 닿는 부분을 따라가 보면 땅과 연결돼 있다. 2백20V용 스테인레스 전기포트의 몸체와 플러그의 금속판부분을 멀티테스터로 저항을 재보면 이 두 부분이 도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만일 접지되지않은 도선이 몸체와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이 길을 통해 전류가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에 몸체에 손을 댄 사람이 감전될 위험은 없다.
접지를 하면 감전의 위험은 줄어들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전기기구의 바깥쪽 몸체에도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전류가 새어 나왔다고 해서 누전이라고 한다. 누전이 되면 가정으로 과도한 전류가 흘러 들어와 화재발생의 요인이 된다.
전기안전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95년 한해동안 누전에 의한 화재가 총9천3백7건 일어나서 78명이 숨지고 3백3명이 다쳤으며 3백90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것은 화재발생수로 보면 전체의 35.7%, 재산피해액으로 보면 39.6%%에 해당한다.
가정의 안전 장치
갑자기 과도한 전류가 흘러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직렬로 퓨즈를 장치한다. 퓨즈는 허용전류 이상이 흐르면 열이 발생해 녹아서 끊어진다. 요즘 가정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안전차단기는 자석이나 바이메탈로 만들어져서 과도한 전류가 흐를 때 스위치가 내려가도록 돼있다.
퓨즈가 끊어지거나 차단기의 스위치가 내려가면 먼저 누전이 일어나는 곳을 찾아내어 그 원인을 제거한 후에 퓨즈를 새로 갈거나 안전차단기의 스위치를 올려야 한다. 특히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기 때문에 전기사고의 위험이 크므로 전기기구나 배선에 이상이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한달에 2만원 남짓한 비용만 지불하고 아주 유능한 하인을 부리고 있다. 전기 대신 사람을 써서 그 많은 일을 하게 한다고 상상해 보라. 전기는 잘 부리면 더할나위없이 충직한 하인이 된다. 그러나 주인이 아차 실수하게 되면 전기는 흉악한 날강도로 돌변해 순식간에 우리의 행복을 앗아가 버릴 수도 있다.
[탐구활동] 사람 몸의 저항 측정
우리 몸의 저항은 사람에 따라, 또 피부의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한다. 그 차이는 얼마나 되고 어떤 경우에 감전의 위험이 커지는지 알아보자.
디지털 멀티테스터는 전류, 전압, 저항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다. 이 멀티테스터를 사용하면 사람 몸의 저항을 간단히 측정할 수 있다. 멀티테스터의 측정값을 저항으로 선택한 뒤 두개의 측정단자를 양손 바닥에 하나씩 대고 저항값을 읽는다. 이 때 손바닥을 누르는 정도에 따라서 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사람이 모두의 저항을 재는 것이 좋다.
각각의 피험자에 대해 4가지 측정을 한다. 즉 그냥 맨손 상태에서,손을 물에 적신 상태에서, 또 손을 비누로 깨끗이 씻은 후 완전히 말리고, 마지막에는 이 손에 다시 물을 묻히고 저항을 측정해본다. 급우들의 저항을 측정한 뒤 결과를 표로 정리해 보자.
가장 저항이 큰 사람과 가장 저항이 작은 사람의 저항값 차이는 얼마인가. 오옴의 법칙(전압=전류X저항)을 이용해 1백10V와 2백20V 전압이 걸린다면 전류가 얼마나 흐르게 될지 예측해보자. 어떤 경우에 가장 많은 전류가 흐르게 되는가. 손의 상태에 따라 저항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토의해보자. 각자 가족들의 저항을 측정한 뒤 측정결과를 모아 정리해 보자. 연령별, 성별로 평균값을 구해 어떤 경우에 감전의 위험이 가장 큰지 결론을 내려보자. 아래(표2)는 영신고 1학년 남학생 4명이 자신의 저항을 측정해 2백20V의 전압이 걸렸을 때의 전류로 환산한 결과다.
(표2)를 보면 저항값의 개인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손이 젖었을 때(B와D) 저항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깨끗한 손(C와 D)으로 단자를 쥐면 씻기 전(A와 B)보다 저항값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순수한 물은 전기의 좋은 절연체라고 볼 수 있는데 왜 물 묻은 손으로 전기기구를 만지면 위험할까.
실제로 측정한 결과를 보면 물 묻은 손을 통해서 더 많은 전류가 흐른다. 이 실험을 통해 우리 손에는 전류를 잘 흐르게 하는 무엇인가가 묻어있다는 것을 생각해낼 수 있다.
중학교 물상시간에 전해질에 관해서 배운 적이 있다. 물에 소금을 녹이면 전류가 잘 흐른다. 이렇게 물에 녹으면 이온을 내어 전류를 통하게 하는 물질을 전해질이라고 한다. 평소 우리 피부는 땀과 함께 배출된 소금의 막이 입혀져 있다. 피부가 젖으면 이 소금이 녹아서 전류를 잘 통하게 하기 때문에 젖은 손으로 전기기구를 만지면 위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