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가이드마이페이지








[주요기사] 2026년 이그노벨상

바퀴벌레 우유, 튐 방지 소변기… 웃기지만 다 생각이 있다

 

 돌아왔습니다! 과학 기자들이 노벨상보다 더 기다린다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2026년 9월 3일(현지 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렸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정책으로 사상 처음으로 미국 밖에서 열린 것입니다. ‘처음엔 웃기지만, 나중엔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에 주어지는 이그노벨상.
올해는 어떤 엉뚱한 연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을지 두 인턴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물리학상

“공중 보건과 환경 보호를 위한 튐 방지 소변기 발명”
자오 판 캐나다 워털루대 기계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팀

doi: 10.1093/pnasnexus/pgaf087  

 

| 경제학상

“있는 놈이 더하네, 부자일수록 비윤리적이다”
폴 피프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팀
doi: 10.1073/pnas.1118373109  

 

| 기술상

“모기 주둥이를 뽑아 3D 프린터에 달아봤습니다”
창홍차오 캐나다 맥길대 기계공학과 교수팀

doi: 10.1126/sciadv.adw9953  

 

| 후각상

“부모는 자식이 자랄수록 자식의 체취를 불쾌하게 여긴다”
아그니에슈카 소로코우스카 독일 드레스덴 공대 교수팀
doi: 10.1007/s12078-017-9230-x  

 

| 토양과학상

“토양 건강 측정, 속옷으로도 충분하다”
프란츠 벤더 스위스 취리히대 아그로스코프 공동연구팀

doi: 10.1126/science.adw0030 

 

 | 화학상

“바퀴벌레’ 우유, 일반 우유보다 ‘에너지 3배’ 더 많다”
산차리 바네르지 인도 줄기세포 생물학 연구소 박사 국제 공동연구팀

doi: 10.1107/S2052252516008903  

 

| 의학상

“올바른 코 푸는 방법, ‘한 쪽씩 풀고, 가볍게 숨 들이마시기’”
고(故) 운노 도쿠지 일본 아사히카와 의대 교수팀
doi: 10.3950/jibiinkoka.80.11  

 

| 생체역학상

“키스의 역사, 유인원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틸다 브린들 영국 옥스포드대 생물학과 연구원 국제 공동연구팀
doi: 10.1016/j.evolhumbehav.2025.106788  

 

| 생물학상

“부드럽게 뱀을 ‘밟아’ 연구했습니다”
존 미겔 알베스-누베스 브라질 상파울루 부탄탄 연구소 연구원팀
doi: 10.1038/s41598-024-59416-6  

 

| 평화상

“친구와 더 친해지려면? 함께 화를 내라!”
제이미 아로나 크렘스 미국 오클라호마 진화 분석 센터 교수팀
doi: 10.1016/j.evolhumbehav.2023.02.008

 

이그노벨 기술상

가느다란 ‘모기 주둥이’ , 3D 프린터 노즐 됐다
▲Shutterstock
이집트숲모기의 주둥이는 얇고 곧아서 적은 힘으로 혈관을 뚫을 수 있다.
▲Science Advances
3D 프린터 노즐을 모기 주둥이와 연결한 모습이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은 이 방법을 활용해 잉크 선의 폭을 22㎛로 만들어냈다.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기술은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옷이나 가방에 쓰는 일명 ‘찍찍이’도 도꼬마리 열매의 갈고리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자연을 닮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이 연구팀은 자연을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죽은 모기의 주둥이를 떼어내서 3D 프린터 노즐로 활용한 것입니다. 이 연구는 창홍차오 캐나다 맥길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5년 1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했습니다. doi: 10.1126/sciadv.adw9953

 

연구팀은 암컷 이집트숲모기의 주둥이를 3D 프린팅 노즐로 활용하는 ‘3D 네크로프린팅’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네크로(Necro)’는 죽음이나 시체를 뜻하는 접두사로, 죽은 생물 일부를 공학 부품으로 다시 활용한다는 의미입니다.

 

3D 프린터는 노즐의 구멍이 작을수록 물질을 더 세밀하게 뽑아내 정밀한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름이 30㎛(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미터) 이하의 초미세 노즐은 제작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비쌉니다. 기존에 쓰이는 유리, 금속이나 플라스틱 노즐은 배출 시 환경 오염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가느다란 관 구조로 해결했죠.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가느다란 관 구조는 뭐가 있을까요? 연구팀은 모양이 곧고, 잘 휘거나 터지지 않으며, 적당한 길이를 가진 가느다란 관을 기준으로 잡고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모인 생체 노즐이 모기, 빈대, 진딧물의 주둥이, 전갈의 독침 등이었습니다. 후보 목록 간 길이와 곡률 그래프를 비교한 결과, 이중에서 피부를 뚫을 정도로 뻣뻣하면서도 내부 지름이 매우 작은 암컷 이집트숲모기의 주둥이가 가장 최적의 노즐 모델로 선택됐습니다.

 

그러면 다음으로, 모기 주둥이 노즐이 잘 작동할지 확인할 차례입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키운 암컷 모기의 주둥이를 떼어 기존 3D 프린터의 노즐 끝에 붙여 작동시켰죠.

 

실험 결과, 모기 주둥이 노즐은 잉크를 내보낼 때 약 60kPa(킬로파스칼·1000Pa)의 내부 압력까지 견딜 수 있었습니다. 이는 101kPa 대기압의 절반 이하를 견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기 주둥이 노즐로 만든 선의 폭은 약 18~28㎛로, 기존 금속 노즐이 만들 수 있는 35㎛ 보다 더 얇았습니다.

 

연구팀은 이후 연구에서 모기 주둥이 노즐을 바이오프린팅에서도 활용했습니다. 바이오프린팅은 세포와 바이오잉크를 혼합해 조직이나 장기와 같은 형상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포함된 젤을 모기 주둥이 노즐에 통과시켜 출력했는데, 암세포의 생존율은 약 86%로 나타났습니다. 매우 가느다란 모기 주둥이를 통과한 후에도 상당수의 세포가 살아남은 것입니다. 모기 주둥이가 일반적인 3D 프린팅뿐 아니라 세포를 이용하는 바이오프린팅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이 연구의 결론이 모기 주둥이가 기존 노즐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1㎛까지 더욱 가느다란 선을 만들 수 있는 유리 노즐이 이미 존재하고, 모기 주둥이는 생체 조직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고 보관상 어려움이 있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이그노벨 기술상은 받은 데에는 지속가능성이 한몫 했습니다. 연구팀은 “자연에 존재하는 소재를 공학 부품의 대체재로 활용하면 제조 비용과 환경 부담을 줄이고 첨단 제조 기술의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논문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그노벨 토양과학상/h4>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하면 의외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Gabriela Brändle, Agroscope
실험에 사용된 속옷을 모아뒀다. 왼쪽부터 밭(Ackerflache), 녹초지(Dauergrünfläche), 개인 정원(Privatgarten) 에 묻어둔 속옷이다.
▲Edie Lou Studio
스위스 패션 스튜디오인 ʻ에디 라우 스튜디오’는 토양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부패한 속옷을 수거해 드레스를 제작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한 시골 마을로 이사 온 클라우스 씨. 기념으로 이웃집에 인사를 갔습니다. 그런데 옆집 사람이 땅에서 수상한 물건을 꺼내 사진을 찍고 있네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썩은 팬티?

 

사실, 클라우스 씨의 이웃은 이그노벨 토양과학상을 받은 연구에 참여 중이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대와 스위스 연방 농업연구 기관인 ‘아그로스코프’ 공동연구팀은 속옷을 땅에 묻어 토양이 얼마나 건강한지 측정했습니다. ‘증거물: 속옷’이라고 이름 붙인 이 프로젝트엔 1000명의 시민 연구자가 참여했으며, 2025년 2월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습니다.doi: 10.1126/science.adw0030

 

흙은 물과 탄소, 영양분을 저장하는 귀중한 물질이자, 지구 생물의 절반이 넘는 종류가 살아가는 생태계입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토양 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아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종래 토양과학 연구자들은 ‘티백 지수’ 등을 만들어 오염을 판별하기도 했습니다. 티백을 땅에 묻고 분해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하는 방법이죠. 이번에 연구팀은 처음엔 무명 천 조각이나 양말을 쓸까 고민했지만, 일반 시민들이 흥미를 갖고 기꺼이 참여할 만한 소재로 ‘고무줄 달린 속옷’을 떠올렸습니다. 스위스 전역의 토양 건강을 알아보고, 토양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시민 참여 연구를 고안한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이후 데이터를 더 모아 정식 연구로 발전시켰고, 그 결과가 2026년 8월 26일 국제학술지 ‘플랜츠 피플 플래닛(Plants People Planet)’에 게재됐습니다. doi: 10.1002/ppp3.70259

 

1000명의 시민 연구자는 전례 없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를 위해 1000개의 장소에 2000벌 이상의 속옷을 묻었습니다. 먼저 참여자들은 연구팀으로부터 받은 두 개의 속옷을 땅에 묻고 한 달 뒤에 첫 번째 속옷을, 그로부터 한 달 뒤 두 번째 속옷을 꺼냈습니다. 그 속옷의 분해 정도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추가 분석을 위해 분해된 속옷을 실험실로 보냈습니다.

 

속옷이 묻혔던 토양의 정보도 분석하기 위해 토양 표본도 함께 실험실로 보내졌습니다. 연구팀은 분해된 속옷이 새 속옷과 비교해 남은 면적을 계산했습니다. 이를 백분율로 계산해 ‘속옷 지수’라 이름 붙였습니다. 속옷이 더 많이 분해됐을수록 속옷 지수는 더 높은 셈입니다. 속옷 지수는 땅의 이용 목적에 따라 달랐습니다. 개인 정원은 속옷 지수가 58%로 가장 높았고, 잔디는 40%로 가장 낮았습니다. 토양 표본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속옷 지수와 비교한 결과 유기 탄소 함량이 높고 영양분이 많은 토양에서 속옷 지수가 더 높았습니다.

 

다시 말해, 속옷지수가 높을수록 토양이 건강하다는 의미입니다. 연구를 이끈 마르셀 반 데르 하이덴 스위스 취리히대 식물미생물학부 교수는 취히리대 보도자료를 통해 “토양의 관리 방식이 토양의 생물과 질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가 이그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연구 자체보다 속옷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토양 건강의 중요성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강력한 비주얼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25개국 이상의 매체에서 빨랫대에 널려있는 부패된 속옷 사진과 함께 ‘증거물: 속옷’ 프로젝트를 다뤘습니다.

 

또 부패한 속옷을 이용해 드레스를 제작하고, 심지어는 ‘묻혀있는 내 속옷(My Buried Underpants)’이라는 노래를 작곡해 부르기도 했죠. 연구팀은 시상식에서 “우리는 발밑의 토양보다 천체의 움직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라는 다빈치의 말이 유효하다며, 토양 과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직접 ‘묻혀있는 내 속옷’을 부르며 유쾌하게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습니다.

 

이그노벨 물리학상

“소변기, 이제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NAS Nexus
1 실험에 사용된 소변기를 3D 렌더링으로 그렸다. 왼쪽부터 뒤샹의 ‘샘’ 변기와 현재 보편적으로 쓰이는 변기, 연구팀이 설계한 코르누코피아, 그리고 노틸러스. 2 노즐에 빨간 물로 소변을 대신해 실험을 진행했다. 충돌 각도가 60도인 경우 아직 튐 현상이 관찰된다. 3 충돌 각이 30도인 경우 튐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자오 판 캐나다 워터루대 기계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와 랜디 허드 웨버주립대 기계공학과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소변이 튀지 않는 변기를 설계해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논문은 2025년 4월 8일, 국제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에 게재됐습니다. doi: 10.1093/pnasnexus/pgaf087

 

연구팀은 소변이 소변기 표면에서 튀어 바닥이나 사용자에 소변이 묻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소변 튐’ 현상은 개인의 불쾌감에서 끝나지 않고 높은 청소 비용과 인력 낭비의 주범이란 겁니다.

 

어떤 유체가 평면에 충돌하고 흩어지면서 발생하는 ‘튐’은 여러 요인이 관여하는 복잡한 현상입니다.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충격 속도와 각도, 유체의 점도, 방울의 직경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여기서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소변과 소변기 접촉면의 충돌 각도입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충돌 각도가 30도 이하일 때 ‘튐’ 현상이 감소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소변이 30도, 혹은 그 이하의 각도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소변기를 설계하면 됩니다. 연구팀은 3차원의 문제를 두 문제로 쪼개 단순화 했습니다. 소변줄기 곡선이 소변기에 닿을 때 30도인 소변기를 설계하는 겁니다. 먼저 옆면에서 본 소변줄기의 튐을 방지하기 위한 소변기는 옆을 가리는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형태가 신화에 나오는 ‘풍요의 뿔(Cornucopia)’을 닮아 ‘코르누코피아’라는 이름이 붙었죠. 위에서 본 소변 줄기의 방향, 즉 사용자가 조준하는 좌우 방향에 따른 튐을 막도록 만든 소변기는 위아래로 길쭉한 모양새입니다. 이 소변기의 곡선이 앵무조개(Nautilus)의 외피에 존재하는 곡선과 동일해 ‘노틸러스’라고 이름 붙었습니다.

 

연구팀은 ‘튐 패턴’을 확인하고, ‘튀는 양’을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코르누코피아와 노틸러스의 대결 상대는 일반 소변기, 마르셀 뒤샹의 ‘샘’에 등장한 소변기였죠. 그 결과, ‘샘’ 변기는 소변기 양쪽으로 1m, 현대 소변기는 0.5m까지 물방울이 튀었지만 새롭게 디자인된 소변기는 튐 현상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소변기에 뿌린 물의 양과 바깥에 튄 물의 양을 비교하여 ‘튐’ 비율을 계산했습니다. 소변기 앞에 선 사람의 키와 소변의 양에 따라 5가지 조건으로 나누어 실험했더니, 모든 조건에서 코르누코피아와 노틸러스는 놀라운 튐 방지 성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노틸러스’였습니다. 노틸러스가 키가 작은 아이들, 휠체어 이용자 등 여러 사용자에게 더욱 접근성 있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1세기 동안 정체돼 있던 기본적인 장치에 새로운 기능적 설계를 제시했다”라고 밝히며, 전 세계 소변기에 이 디자인이 도입되면 보다 지속 가능하고 접근성 높은 사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그노벨 화학상

“‘바퀴벌레 우유’ , 과연 마실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의 SF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하층민 사람들에게 바퀴벌레를 갈아 만든 ‘단백질 블록’을 식량으로 배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소 과격한 영화적 상상력이 곧 현실로 도래할지 모릅니다. 과학자들이 바퀴벌레에서 독특한 에너지 공급원인, 바로 바퀴벌레 ‘우유’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인도 줄기세포 생물학 연구소, 미국 아이오와대, 일본 구조생물학 연구센터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어미 바퀴벌레가 새끼에게 먹이는 우유의 단백질이 배아의 장 속에서 고농도로 응축된 ‘결정’으로 저장된다는 것을 2016년 국제학술지 ‘국제결정학연합저널(IUCrJ)’에 밝혔습니다. doi: 10.1107/S2052252516008903

 

잠깐, 포유류도 아닌 곤충이 우유를 분비한다고요? 흔히 대부분의 바퀴벌레는 알을 낳는 ‘난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태생 바퀴벌레’는 어미의 몸속에서 배아가 깨어나면, 배아에게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하죠. 연구팀은 어미가 배아에게 먹이는 이 액체 영양분을 ‘바퀴벌레 우유’라고 표현했습니다.  

 

연구팀이 주목한 바퀴벌레 종 ‘태평양딱정벌레바퀴(Diploptera punctata)’는 새끼가 어미의 몸속에서 자라는, 현재까지 밝혀진 유일한 태생 바퀴벌레입니다. 바퀴벌레 배아가 양분이 담긴 액체를 계속 먹으면, 장 속에서 배아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주요 영양 단백질인 ‘Lili-Mip’의 농도가 점점 높아집니다. 그리고 배아의 장 속에서 ‘단백질 결정’이 만들어지죠.

 

연구팀은 임신 54일째인 바퀴벌레 뱃속 육아낭에서 배아를 꺼내 장 속의 단백질 결정을 채취했습니다. 이들은 전기장을 이용해 단백질을 크기별로 분류하는 전기영동 실험과 질량 분석 등의 방법으로 영양 성분과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Lili-Mip 결정 내부엔 소수성 주머니 같은 구조가 있어 리놀레산, 올레산 같은 지방산이 담겨있고, 바깥 표면엔 당 분자가 붙어있었습니다. 탄수화물(당), 단백질, 지방의 3대 영양소가 한 번에 모여 있다니, 연구팀은 이 자체로 ‘완전한 영양소’라고 논문에서 밝혔죠.

 

연구팀이 단백질과 당, 지방의 양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 Lili-Mip 결정은 100g당 약 232kcal의 에너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같은 양일 때 소가 만든 일반 우유가 낼 수 있는 에너지인 70kcal의 약 3배에 달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바퀴벌레 우유를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드시는지요? 아쉽게도 연구를 이끈 수브라마니안 라마스와미 교수는 이론상 이 바퀴벌레 우유를 먹을 순 있지만, 사람이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보도 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바퀴벌레 우유를 직접 마실 수 없어 안타깝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서로 다른 단백질과 당, 지방이 섞인 상태에서도 규칙적인 구조의 결정을 만들 수 있다는 화학적 의미를 찾았습니다. 더해 이런 방식으로 작은 공간에 많은 영양분을 저장할 수 있음도 알아냈죠. 연구팀은 “영양분을 결정 형태로 저장하면 많은 양을 좁은 공간에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할 때 다시 녹여 공급할 수 있다”고 논문에서 강조했습니다.

▲GIB, IUCrJ<
태평양딱정벌레바퀴의 생체 내에서 발견된 ‘Lili-Mip’ 결정을 편광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배아의 중장에서 추출한 결정을 확대한 모습이다.

 

 

용어 설명
 뒤샹의 샘(Duchamp’s Fountain)  
1917년 마르셀 뒤샹이 제작한 변기 모양의 작품. 기성품에 미적 의미를 부여하여 제작한 ‘레디메이드’의 시초로, 예술의 정의를 바꾼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강현, 김희언
  • 디자인

    박주현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