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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과동 피플] 오늘의 도전이 내일의 연구가 됩니다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해 다양한 책과 잡지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부모님께서 과학동아, 어린이과학동아, 수학동아를 모두 정기구독해 주셨을 정도로요. 만화로 쉽게 설명해 주는 과학동아 기사들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과학동아 기사도 2008~2009년에 연재된 만화 ‘빛공장에서 꿈을 쏘다’입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의 3세대 방사광가속기 이용자와 운영자가 주인공인 이 만화를 읽으며 가속기가 화학, 생물학, 재료과학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2022년 대한화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하고 우수포스터상을 받은 필자.

     

    대학원생 같았던 학부 4학년생

     

    초등학생 때는 세상 모든 것의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을 설명해 주는 과학에 흥미를 느꼈고, 과학책을 읽으며 호기심을 푸는 순간을 참 좋아했어요. 과학을 배울수록 현대 과학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이 아직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미국의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과정을 쓴 ‘이중나선’처럼 과학자의 삶을 다룬 책을 읽으며 과학은 변화하는 학문이고 지금 답하지 못한 질문도 미래에는 답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저도 그런 새로운 답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POSTECH 화학과에 진학했습니다.


    POSTECH 4학년이 된 해에 김경환 교수님께서 부임하셨습니다. 저는 대학 입학 전부터 X선으로 분자 구조를 밝히는 연구에 관심이 커서, 김 교수님께서 관련 연구를 하신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학부 연구생으로 연구에 참여하고 싶다는 연락을 드렸습니다. 당시 연구실에 대학원생이 아직 없어서, 학부생으로서 연구의 많은 부분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참여한 실험 결과가 2020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돼 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요. 현재는 POSTECH의 석박사 통합과정에 진학해 지도교수이신 김 교수님과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방사광가속기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현미경입니다. 특히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태양 밝기의 100경 배인 X선을 만들어, 매우 짧은 순간만 존재하는 원자 규모의 구조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는 놀라운 장비입니다. 이 X선을 연구하려는 물질에 비추고 그 반응 신호를 분석하면, 물질의 특성이나 구성하는 원자들의 배열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 단 5대만 있어서 각국의 많은 과학자가 이 가속기의 사용을 원하고 각 연구팀이 실험할 수 있는 기간도 매우 짧습니다. 이런 이유로 가속기 실험 데이터를 빠르게 해석, 판단하는 효율적인 프로그램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학부에서 화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한 덕분에 포항가속기연구소의 4세대 방사광가속기인 PAL-XFEL의 실험 데이터를 실시간 해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컴퓨터공학의 지식을 방사광가속기 연구에 접목해서, 분자 구조 정보를 파악하고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여러 현상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도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1 2022년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해외 대학의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한 필자(오른쪽 두 번째). 2 방사광가속기 실험을 진행하며 지도교수인 김경환 POSTECH 화학과 교수(왼쪽)와 논의 중인 모습. 3 필자는 국내외의 방사광가속기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른 분야 연구자와의 협업 능력이 혁신적 연구의 필수 역량이라는 점을 배웠다. 사진은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 선형가속기 센터에서 공동 연구자들과 토의 중인 필자(가운데).


    30년 만에 해결한 물의 결정적 난제

     

    저는 석박사 통합과정 동안 지도교수님과 포항가속기연구소의 3세대 방사광가속기 PLS-II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 PAL-XFEL은 물론이고 미국, 스위스, 독일, 일본의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다양한 물질의 구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국내외의 여러 방사광가속기에서 여러 물질로 실험을 수행했고, 이를 통해 수용액, 작은 액체 방울, 과냉각수와 결정성 얼음과 같은 다양한 환경에서의 물질 구조의 변화를 연구했습니다.


    최근에는 영하 60℃ 이하의 얼지 않은 물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액체들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밀도가 증가하지만, 물은 영상 4℃에서 가장 밀도가 크고 그보다 온도가 낮아지면 오히려 밀도가 감소합니다. 그 덕분에 겨울에 언 호수에서도 생물이 살 수 있지만, 물이 이런 특이한 성질을 갖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1992년 물에 고밀도와 저밀도의 서로 다른 두 액체상이 함께 존재하며, 이 두 액체상 사이에 액체-액체 임계점이 있기 때문에 물이 이런 특성을 갖는다는 가설이 제시됐습니다. 하지만 두 액체상의 임계점이 있다고 추측된 영하 40℃ 이하에서는 물이 수 마이크로초(μs·100만분의 1초) 만에 얼어버립니다. 이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이 가설의 임계점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저와 지도교수님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영하 60℃의 과냉각수에서 액체-액체 임계점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습니다. 물이 지닌 특성의 이유를 30년 만에 증명해 낸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3월 ‘사이언스’에 발표됐습니다. 지금은 이 연구를 토대로 액체-액체 임계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이 임계점 주변의 과냉각수의 구조를 자세히 밝히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세계의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을 탐구하는 만큼, 참고 자료가 없어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공동 연구자이신 앤더스 닐슨 스웨덴 스톡홀름대 물리학과 교수님께서는 “아무도 하지 못한 연구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회의 중에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POSTECH과 포항가속기연구소, 스웨덴 스톡홀름대, 캐나다 세인트 프랜시스 제이비어대 등의 여러 과학자가 협력해주신 덕분에, 불가능해 보였던 이 연구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하려면 여러 분야의 연구자와 협업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번 연구와 같은 도전적·혁신적 연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2024년 POSTECH에서 ‘액체-액체 임계점’의 실험적 증거를 영하 60℃의 과냉각수에서 관측하는 연구에 관해 발표 중인 필자.


    호기심을 연구로 해결하는 즐거움

     

    아직 원리를 알 수 없는 어떤 현상이 있을 때, 그 원리를 밝히는 연구를 직접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는 무척 즐겁습니다. 단순히 궁금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떠올리고 하나씩 검증하며 우주의 비밀로 조금씩 나아가는 기쁨이죠.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현상의 원리를 밝히는 연구를 하려는 이유입니다. 


    방사광가속기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아주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영역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기존 방사광가속기의 성능을 크게 개선하거나 차세대 가속기를 건설하는 이유이고, 한국도 충북 오창에 새로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건설 중입니다. 저는 이번 액체-액체 임계점 연구의 몇몇 한계도 차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개발되면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발전하는 가속기들로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연구를 개척하는 것이 저의 다음 목표입니다.


    물론 모든 연구가 성공할 수는 없고, 예상 못 한 어려움을 항상 마주합니다. 액체-액체 임계점 연구에서도 과거의 액체-기체 임계점에서 측정된 신호와 유사한 신호를 예상했지만, 실험에서 얻은 신호는 크게 달랐습니다. 지난 6년간 이 신호를 해석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고 실패했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과냉각수의 특성을 자세히 이해하게 됐고, 액체-액체 임계점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실패의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새로운 연구의 시작에 중요하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진정 좋아하고 원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학생 시절에는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잘 이해하려면 여러 경험을 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좋게 보였던 일도 안 맞는 부분이 많을 수 있고, 정말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일을 즐기게 될 수도 있지요. 잘 모르는 일에 도전해서 실패하면 시간 낭비가 아닐까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실패들이 없었다면 액체-액체 임계점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학생 독자들께서도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기를 권합니다.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에서 얻는 것들이 있다면 충분히 값진 시간과 도전이 될 것입니다. 

     

    과동 피플에게 묻는다
    Q.당신의 호기심은 보통 어떤 순간에 시작되나요?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게 됐을 때 주로 시작됩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의 연구 방식이나 지식과 비교하면서 왜 이런 방식으로 연구하게 됐을지, 어떤 부분에서 유사한지, 우리 분야의 연구 방법을 접목하면 어떨지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합니다.


    Q.과학동아에서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기사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잘 모르던 다양한 과학 분야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는 기사들이 주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빛공장에서 꿈을 쏘다’처럼 이름은 들어봤지만 정확히는 모르고 있던 분야를 쉽게 알려준 기사들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Q.지금 과학동아를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과학동아 기사만 읽어도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여러 과학 분야의 지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과학동아에서 접한 새로운 분야의 지식들과 여러분이 잘 아는 분야의 공통점, 차이점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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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9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유선주 POSTECH 화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연구원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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