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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24시간 동해 관측,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에 가다

    인구수가 채 7000명이 안 되는 조용한 바닷가 마을인 경북 울진 후포면. 이곳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4번째 해양과학기지이자, 동해 최초의 해양과학기지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과학동아가 한국 언론 최초로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를 둘러봤다.

     

    ▲KIOST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에 선박이 정박하는 모습. 파도나 너울이 있을 때는 배를 타고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7월 29일, 기자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구원들과 함께 기지를 둘러본 뒤 다시 육지로 나가고 있다.

     

    동해 환경 변화 추적의 최적지, 왕돌초


    7월 29일 아침 7시 30분, 후포항 6번 구역에서 만덕호가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잘 주무셨어요? 오늘 바다 날씨가 꽤 좋습니다.” 정진용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데이터·인프라본부장이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선박 탑승 명부에 이름과 연락처, 비상 연락처 등을 적은 뒤 기자를 비롯해 만덕호에 처음 탑승하는 KIOST 연구원들과 함께 후포파출소로 이동했다. 선박 탑승 신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장갑과 구명조끼까지 착용한 뒤 배가 후포항을 떠난 시각은 약 8시, 이날의 목적지는 동해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였다. 해양과학기지란 바다 한가운데 세워진 철골 구조물 형태의 해양 연구 시설이다. 바다와 대기 변화를 24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수집한다. 이렇게 모인 자료는 기상 예보부터 해양 환경 연구, 재해 예방 등에 사용된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후포에서 동쪽으로 약 23km 떨어진 수중 암초인 ‘왕돌초’에 건설됐다. 왕돌초는 전체 면적이 약 15km2에 달하는 대형 기반암 구조의 수중 암초다. 왕돌초에는 3개의 수중 봉우리가 있는데 기지가 위치한 봉우리인 ‘맞잠’은 수심이 23m밖에 되지 않는다. 동해에서 보기 드물게 얕은 곳까지 툭 튀어나온 지형이다.


    “그래도 편도 1시간 30분 걸리는 왕돌초는 갈 만해요. 이어도, 가거초, 소청초에 있는 기지는 배 타고 편도 6~8시간씩 걸리니까요.” 민인기 해양재난연구부 책임기술원이 말했다. 남해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는 2003년 건설된 한국 최초의 해양과학기지다. 한국 최남단 제주 마라도의 서남쪽 약 149km 떨어진 해상에 있다. 서해의 가거초와 소청초는 각각 2009년과 2014년 건설됐다. “동해에 이제서야 첫 기지가 만들어졌다니 좀 늦은 것 같아요.” 기자의 질문에 정 본부장은 어쩔 수 없는 예산 문제라 설명했다. “계획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다만 예산 확보가 계속 미뤄져 지금에서야 건설이 된 거죠.” 기약 없이 늦어지던 왕돌초 해양과학기지가 첫 삽을 뗀 것이 2024년 1월, 그리고 약 2년의 공사 기간 끝에 2026년 1월 준공됐다.


    그렇다면 왜 왕돌초였을까? 암초의 얕은 수심 때문에 철골 구조물을 바다에 세우기 적합했기 때문이다. 또한 얕은 암초 근처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아간다. 정 본부장은 “부착생물부터 작은 물고기, 큰 물고기, 돌고래와 상어로 이어지는 해양 생태계 전반을 추적하기에 적합한 곳”이라 설명했다. 무엇보다 왕돌초는 동한난류와 북한한류가 교차하는 곳이다. 동한난류는 한반도 남동쪽 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대표적 난류다. 동한난류는 북위 36~38도에서 북한한류를 만난다. 126종 이상의 정착성 생물과 계절별로 200종 이상의 해양 생물이 공존하는 동해안 최고의 생태학적 요충지가 바로 왕돌초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의 연구 장비들
    ▲KIOST
    ❶ 기상 및 대기 관측 장비
    ❷ 공중 드론(UAV)
    ❸ 연구선(정선관측)
    ❹ 원통형 해양 무인 관측 장비(아르고 플로트)
    ❺ 인공생태암반(암스)
    ❻ 자율무인잠수정(AUV)
    ❼ 파랑유속관측 장비
    ❽ 수중로봇
    ❾ 무인해양 자율로봇(웨이브 글라이더)
    동해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2027년 8월까지 연구 장비를 갖춰 수온과 해류, 파랑 및 기상환경 등 동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를 관측하고 기록할 예정이다.

     

    망망대해의 철골 구조물, 동해 관측 최전선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에 도착하자 파란 바다와 그보다 더 파아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이 360도로 펼쳐졌다. 그야말로 바다 한가운데 있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오늘은 좀 바다가 탁하네요.” 함께 바다를 내려다본 정 본부장이 말했다. 맨눈으로도 커다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이 잘 보였던지라 이 정도가 탁하다는 것에 놀랐다(민 책임기술원은 이것이 ‘부시리’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정 본부장은 “오늘 너울이 좀 있는 편인데 이 때문에 물속에 부유물이 섞인 것 같다”면서 “이보다 잔잔한 날에는 기지에서 왕돌초까지 뻗은 철골기둥이 훤히 보인다”고 말했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총 높이가 약 53m다. 아파트 19층 높이와 맞먹는다. 최대파고 19.24m, 순간최대풍속 초속 75.5m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파고는 파도의 골에서 마루까지 잰 수직 높이라 해수면을 기준으로 기지의 약 10m 정도까지 파도로 잠기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거예요.” 최대파고나 최대풍속의 기준은 늘 태풍이다. 실제로 태풍이 오면 하단부는 잠기게 설계됐다. 


    계단을 올라 위층 셀라 데크로 향했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의 연구 및 실내 공간은 총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아래, 셀라 데크는 전력 및 설비 공간이다. 분리된 공간에 2대의 디젤엔진 발전기와 2V 배터리 110개가 각각 들어가 있었다.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있고, 평소에는 태양광으로 만들어낸 전력만으로 기지를 운영하기에 충분합니다. 추후 연구자가 들어와 생활하면서 추가적인 전력을 사용하는 경우 디젤 엔진을 가동해 사용할 거예요.” 민 책임기술원이 설명했다.


    셀라 데크 위로는 메인 데크가 있다. 제어실, 침실, 식당 겸 회의실 등이 위치한 공간이다. 제어실에서는 두 대의 컴퓨터 화면에서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의 상태뿐만 아니라, 기지에 설치된 기상장비와 해양장비 등이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각종 데이터가 모이고 있었다. 해양과학기지에서 수집되는 자료는 위성통신을 통해 KIOST 본원 등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여기 화면에 보이는 건 기지 다리에 설치한 ‘인공생태암반(암스)’ 예요.” 정 본부장이 가리키는 화면 안에 여러 개의 사각형이 보였다. 암스는 인공 암초 역할을 하는 인공 구조물이다. “암스를 만들어 두면 무척추동물이나 미세조류 등 부착생물이 이곳에서 자라요. 여러 개의 암스를 수심별로 설치한 뒤 시간에 따라 하나씩 건져 올려 연구하면 시간에 따라 동해의 해양 생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죠. 현재 최대 8년 동안 생물 군집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하는지 관찰할 수 있게 장비를 설치해 뒀어요.”

     

    기자는 정진용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데이터·인프라본부장과 함께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를 둘러봤다(위). 민인기 해양재난연구부 책임기술원은 태양광 및 디젤엔진으로 만든 전기가 2V 배터리 110개에 저장돼 기지 운영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아래).

     

    ▲Shutterstock
    기후위기로 인한 급격한 해수온 상승으로 한반도 인근 해양 생태계도 달라지고 있다. 동해안 수온이 크게 오르며 참치가 동해 연안에서 포획되고 있다(위).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이러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기지 내외 관측 장비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동해 정보를 제어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아래).

     

    바다와 하늘, 기지를 완벽하게 만드는 추가 연구


    한편 후포항에서 함께 배를 타고 온 이재익 해양재난연구부 선임기술원과 채정엽 해양재난연구부 선임연구원은 기자가 기지를 둘러보는 사이 다시 배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기지 근처 8개의 연구 정점이 있어요. 북쪽으로 2개, 남쪽으로 6개죠.” 연구 정점이란 해양 환경, 생물, 수질 등을 조사하거나 시료를 채집하기 위해 위도와 경도가 정확하게 지정된 관측 지점이다. 각 정점에서는 해양환경 상태를 연구원들이 직접 조사한다. 기지 관측 자료의 정확도를 확인하고 보정하기 위해서다. “바닷속에 장기간 설치된 센서는 오염되거나 부착생물 때문에 측정값이 어긋날 수 있어요. 주기적으로 주변 정점에서 직접 얻은 현장 관측값과 비교해 센서의 정확도를 살펴야 해요.” 정 본부장이 설명했다.


    가장 위층, 옥상 데크에는 태양광 패널과 함께, 기상 및 대기 관측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풍속계와 온습도계부터 일사량계와 가시거리 측정 장비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이종석 해양재난연구부 선임연구원이 드론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옥상 데크 한 편에 마치 아이스박스처럼 생긴 ‘드론 스테이션’이 설치돼 있다. 드론 스테이션은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드론이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이륙해 바다를 관측하고 돌아와 충전되는 시스템이다. 드론은 한 시간에 한 번, 하루 최대 24번 자동으로 비행한다. 이 연구원은 “정각 관측을 위해 드론은 56분쯤 이륙해 관측 지점으로 이동하고, 약 10분 동안 동한난류의 영향 범위와 흐름을 관측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시간은 10시 55분, 곧 드론이 이륙할 시간이었다. “연구원님 드론 내려놔야 하시는 거 아닌가요?” 마음이 급해진 기자의 질문에 이 연구원이 웃으며 답했다. “드론을 점검하려고 자동 비행 모드를 껐어요.”


    해양과학기지는 수온, 파도 높이, 해수면 변화 등 바다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기후변화와 기후재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정보를 만든다. “처음 기지를 짓는다고 했을 때, 후포 지역 어민들의 반발이 거셌어요. 어업 활동에 방해가 될 것이라 우려했던 거죠. 하지만 해양과학기지로 인근 해역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이 정보가 어민들의 어업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해 드리니 이해해 주셨죠.” 정 본부장이 말했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가 동해의 최전선에서 관측과 감시 그리고 연구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실험 장비가 들어오지 않은 곳이 많아요.” 옥상 데크 뒷쪽 텅 빈 방문을 열며 정 본부장이 말했다. “물론 준공하자마자 한 번에 장비를 설치하면 좋겠지만, 장비를 사는 것도 다 돈이니 가용할 수 있는 예산 안에서 하나씩 하나씩 들여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총 34종의 연구 장비 45점은 2027년 8월까지 순차적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저 태극기 2주 전에 새로 단 거예요.” 민 책임기술원이 옥상에 설치된 태극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른쪽 위 감괘()와 오른쪽 아래 곤괘()까지 닳은 모양새였다. 세찬 바닷바람이 실감나는 모습이었다. 


    후포로 돌아오는 배에서 정 본부장이 말했다. “처음 해양과학기지를 만들었을 때 기지의 생김새 때문에 ‘석유 캐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어요. 그럴 때마다 ‘이건 해양 데이터를 캐는 곳’이라 설명했죠.”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이제부터 50년간 동해의 데이터를 캐며, 바다의 변화를 지켜보고자 한다. 


    이종석 해양재난연구부 선임연구원이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에 설치된 무인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드론은 한 시간마다 한번씩 하늘에서 동한난류를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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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희
    • 사진

      장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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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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