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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급락장에 ‘손절’한 당신, ‘전치 4주’만큼 아프다?

    ▲GIB, AI 생성 이미지(ChatGPT)

     

    ▲동아DB
    코스피(한국의 대표 주식들이 모인 한국종합주가지수)는 20여 년간 2000~4000대 사이를 맴돌다 2026년 들어 수직 상승을 거듭해 6월엔 9000대를 돌파했다. 이에 많은 국민이 주식 투자에 성급히 뛰어들었고, 이후 이어진 급등락의 증시 속에서 손해를 겪기도 했다.

     

    손절, 정말 ‘전치 4주’만큼 아플까


    바야흐로 2026년, 한국 증시는 유래 없는 폭등장과 폭락장을 동시에 맞았다. 2025년 6월 기준 2700대에 머물던 코스피(한국의 대표 주식들이 모인 한국종합주가지수)는 2026년 들어 수직 상승을 거듭해 6월엔 9000대를 돌파했다. 연일 위로만 솟구치던 증시는 남녀노소 불문 전 국민을 유혹했고, 일확천금과 인생역전을 꿈꾼 많은 이들이 코스피에 올라탔다. 이에 편승하고자 빚투(빚 내서 투자) 같은 ‘모험적 투자법’이 투자자 사이에서 횡행했다. 허나 그들의 꿈을 짓밟기라도 하듯, 7월이 되자 코스피는 급락을 거듭하며 한때 5000대까지 내려앉았다.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서술했지만, 실은 기자도 손이 떨리는 건 피차일반이었다. 주식 계좌를 나날이 들여다보는 사람으로서 기자 역시 내가 ‘손절(손해를 보고 주식을 파는 것)’하는 와중 누군가의 ‘익절(이익을 보고 주식을 파는 것)’을 목격하고 머리가 지끈거린 날이 적잖았다. 증시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잃은 사람이 있는 반면 본인 월급의 몇 배, 연봉의 수 배를 벌었다는 인증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남이 벌고 내가 잃을 때 느끼는 뒤처짐의 공포, 일명 ‘FOMO(Fear Of Missing Out)’는 정말로 실체가 있는 고통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먼저 고통을 느낀다는 발언은 뇌과학적으로 근거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이인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사회적 배제나 소외를 겪을 때 활성화되는 전대상피질과 전측 뇌섬엽이 신체적 통증을 처리하는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은 신경과학에서 꽤 널리 알려진 결과”라고 인터뷰에서 전했다. ‘아프다’는 표현이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뇌 수준에서는 실제 통증과 유사한 신호로 처리된다는 뜻이다.


    다만 전치 4주라는 표현은 주의해야 한다. 전치 4주면 상처나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는 데 약 4주(28일)의 치료 기간이 걸린다는 진단이다. 기자 역시 지난 1~2개월을 떠올려 보면 분명 고통을 동반했지만, 치료하는 데 꼬박 28일이 걸린다는 의학적 정의만큼 괴로운 건 아니었다. 이 교수는 “FOMO가 전치 4주의 고통과 유사하다는 표현은 과학적으로 측정된 등가 관계라기보다, 심리적 압박을 강조한 비유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중독자의 뇌, 어떻게 망가지나
    ▲Neurobiology of Stress
    건강한 사람의 뇌
    ▲Neurobiology of Stress
    알코올 사용장애군의 뇌
    요즘의 주식은 도박적이거나 중독적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주식으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게 돼도 도박 중독과 같은 기전으로 뇌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한 애나 렘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알코올이나 약물뿐 아니라 도박 등 행동중독도 뇌의 같은 도파민 경로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적 있다.

    이는 중독자의 뇌를 들여다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2024년 미국 예일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사용장애군은 건강한 대조군보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호가 주요 뇌 영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편도체와 전전두피질 등에서 녹색·노란색·붉은색 영역이 더 넓게 관찰됐다. 중독에 빠진 뇌는 코르티솔 조절과 관련된 효소의 신호가 높아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며, 이로 인해 알코올이나 도박 등에 더 중독된다는 뜻이다.

     

    도파민은 정답보다 ‘불확실’을 좋아한다


    문제는 주식 투자로 인한 고통이 고통에서 끝나지 않고 더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할 때다.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김재성 서울으뜸정신건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과열된 투자로 인한 부작용이 임상 현장에서 더 뚜렷하게 관찰된다고 증언했다. “최근 주식 중독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늘었습니다. FOMO는 실제 손실이 없어도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감정을 만들어내요. 여기에 실제 투자 손실까지 더해지면 불안과 자책감, 상실감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이는 다시 도박적 투자를 부르게 되죠.” 


    이 고통은 다시 단타 매매나 레버리지 투자와 같은 모험적 투자를 강화할 수 있다. 단타 매매는 초단위로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를, 레버리지 투자는 2배나 3배의 고배율을 건 주식 투자를 말한다. 둘 다 낮은 확률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법이다. 김 원장은 “불안함이 커질수록 이를 달래기 위해 습관적으로 거래 앱을 열어 매매하거나, 레버리지같이 리스크가 큰 상품에 유혹된다”며 “투자의 성격이 자산을 늘리기 위한 계획적 행동에서 불편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행동으로 바뀌며 중독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상습적으로 주식 앱을 확인하던 기자 또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렇다면 왜 하필 모험적인 투자가 이토록 중독적일까. 이 교수는  중뇌 복측피개영역(VTA)에서 측좌핵으로 이어지는 도파민 경로를 지목했다. 핵심은 ‘보상’ 그 자체가 아니라 ‘보상을 예측하는 불확실성’이다. “도파민은 실제로 돈을 벌었을 때보다 결과가 나오기 직전, 즉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그 몇 초, 몇 분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됩니다.” 이 교수는 말했다.


    임상 현장에서는 이 학습 신호가 특히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이 있다고 김 원장은 말한다. “손실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주가가 급등해 손실을 모두 만회하는 경험을, 뇌는 단순한 수익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보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 행동을 다시 하라’는 학습 신호가 매우 강하게 만들어지죠.” 레버리지 투자나 초단타 매매처럼 행동과 결과 사이 시간이 짧아질수록, 그리고 그 폭이 커질수록 이 학습은 더 강해진다.


    이렇게 투자에서 고자극이 반복될수록 뇌의 보상 기준 자체가 바뀐다. 김 원장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만 원이 오르내리는 자극을 매일같이 반복해 경험하면, 친구를 만나거나 운동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등의 일상적인 보상은 상대적으로 너무 작게 느껴지게 된다”고 말했다. 

     

    ▲동아DB
    2026년 7월 28일, 코스피는 10.84% 폭락하며 1989년 개장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낙폭을 맞았다.

     

    투자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그렇다면 기자도 빠진 투자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을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돈을 벌고 이곳을 탈출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전문가들은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현재처럼 급변하는 주식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투자자의 뇌가 성공과 실패를 단순히 금액으로만 기억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면 뇌는 그 직전의 선택을 강화한다. 반대로 손실은 뇌섬엽과 편도체를 활성화시켜 위험 신호로 각인된다. 손실 회피 현상처럼,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이 심리적으로 훨씬 크게 다가오도록 뇌가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손실에 대한 반응은 이성적인 ‘손절’보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더 투자하는 ‘물타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본전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편도체의 경보 반응과 맞물려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뇌의 작동 방식을 안다고 충동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나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착각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짚었다. 감정이 격해지기 전에 의사결정 규칙을 미리 문서로 써두고 그것만 따르기, 실시간 시세창을 계속 보지 않기 등이 구체적인 방법이다.


    두 번째로는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해야 한다. 김 원장은 “아직 행동의 주도권을 잃기 전이라면 ‘이번엔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근거 있는 판단인지, 흔한 착각이나 확증편향은 아닌지 점검만 해도 충동적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천생재주도 실패하는 주식, 범재가 살아남으려면


    위대한 과학자이자 인류사 최고 지성이라 손꼽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아이작 뉴턴도 대차게 주식을 말아먹은 일화로 유명하다. 세상의 질서를 바꾼 천재도 못하는 게 주식인데, 평범한 개인이라고 별 수 있을까. 기자가 만난 현장의 전문의들도 더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긴 시간을 들이는 행동에 보상이 돌아온다는 믿음이 유지될 때 사람들은 장기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며, “종목 고르는 법보다 확률과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금융교육이 먼저”라고 제안했다.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앞에서 가장 필요한 태도는 모험심이 아니라 한 번 더 고민할 줄 아는 신중함이라고, 중독적 투자 광풍을 바라본 뇌과학자와 심리학자, 정신건강전문의들은 강조했다. 김 원장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주식 시장도 삶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우연과 확률이 작용하는 영역이에요. 좋은 투자자는 매번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댓값이 높은 판단을 반복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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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9월 과학동아 정보

    • 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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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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