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 양이 다니는 산비탈, 혹은 언덕에 가면 흔히 계단식 지형 ‘테라셋’을 볼 수 있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을 포함한 과학자들이 그동안 테라셋이 자연적으로 생기는 원인을 추측해 왔지만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했다. 7월 1일, 사드 밤라 미국 조지아공대 화학·생체분자공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100년 만에 그 비밀을 풀어 ‘영국왕립학회보 인터페이스’에 공개했다. doi: 10.1098/rsif.2025.0451
테라셋의 원인으로는 그동안 두 가지 가설이 제기됐다. 토양과 암석이 중력에 의해 천천히 아래로 꺼졌다는 가설, 그리고 양과 소 등 동물들이 산을 밟기를 반복하면서 지형이 바뀌었다는 가설이다.
연구팀은 동물의 움직임과 지형 변화 사이의 명확한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동물의 움직임이 언덕의 형태에 미치는 영향을 ‘능동적 보행’ 모델로 시뮬레이션 했다. 능동적 보행은 보행자와 주변 지형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모델이다. 모델의 객체는 소로 설정했다. 연구팀은 볼츠만 확률 분포를 활용해 소가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도록 구현했다. 이에 소는 풀이 많이 남은 자리를 향해,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는 경로를 따라 찾아가도록 설계됐다.
소가 한번 지나간 자리는 소가 풀을 뜯어 풀이 줄어들고, 흙이 밟혀 다져진다. 따라서 시뮬레이션에서 소는 먹이를 찾을 때 평탄해진 길을 다시 지났고 길은 밟히면서 더 파였다. 30도 경사각인 산으로 실험한 결과, 소가 1750 걸음 움직인 뒤부터 소가 자주 다니는 길의 윤곽이 잡혔고, 3500 걸음부터 테라셋이 형성됐다.
테라셋은 산이 가파를수록 빠르게 만들어졌다. 산이 가파르면 소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완만한 지형으로 우회하면서, 등고선 주위로 테라셋이 더 깊게 파였다. 뜯긴 풀이 다시 자라는 속도도 지형에 영향을 미쳤다. 소가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풀이 너무 빠르게 다시 자라나면, 동물이 밟으면서 파였던 길이 쉽게 사라질 수 있다. 풀이 너무 느리게 자라도 먹을 풀이 고갈되면서 소가 덜 움직였다. 연구팀은 소가 에너지 효율을 더 민감하게 여기도록 설계된 경우 소가 지나간 길과 완만한 길을 반복해 다니면서 테라셋이 잘 생긴다는 결과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동물들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계단식 지형을 만들 수 있고, 변화된 지형은 다시 동물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침을 밝혔다. 밤라 교수는 “소 발굽이 지형 패턴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밝힌 최초의 모델”이라며 “이는 테라스뿐 아니라 개미 길이나 사람이 지나다니는 잔디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