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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지질학이 만든 유럽 성당의 색채

2026년 6월 1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가 공식 완공됐다. 1882년 착공 후 무려 144년 만, 대성전을 설계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사망 100주년이었다.


사람들은 성당의 어두운 공간에서 신성을 찾는다. 지질학자는 성당을 쌓아 올린 돌에서 시간을 느낀다. 다른 듯 보이지만, 비슷하다. 성당을 만든 암석들이야말로 지구의 억겁 시간이 만들어낸 영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완공을 맞아, 유럽 성당으로 특별한 지질학 여행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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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 특유의 색을 만든 노란 사암.

 

▲Shutterstock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높이 172.5m의 중앙 주탑인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준공하며 핵심 외관을 완성했다.

 

노란빛 사암이 완성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사그라다 파밀라아는 오랜 공사 기간 동안 시대별, 부위별로 여러 석재를 섞어 만들어졌다. 건설 초기, 주요 기둥과 외벽은 바르셀로나 인근 몬주익 산에서 채굴된 사암으로 만들었다. 사암은 모래 알갱이가 쌓인 뒤 압축돼 굳은 암석이다. 가공하기 쉬워 건축 재료로 많이 쓰인다. 특히 몬주익 사암(Montjuïc sandstone)은 색이 다양하고 강도가 좋아 당시 바르셀로나 건축가들이 선호한 재료였다. 몬주익 사암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특유의 색을 만들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사암이 부족해지면서 이후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 비슷한 돌을 들여왔다. 특히 영국 랭커셔 브린스콜 채석장의 사암이 기존 몬주익 사암과 색감 및 구조적 성질이 비슷해 2018년부터 사용됐다.


주탑의 높이가 172.5m에 달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하중을 많이 받는 내부 주요 기둥은 화강암과 현무암으로 만들었다. 그중 붉은빛 또는 자줏빛이 도는 중심부 기둥은 가장 단단한 화강반암 계열이다. 화강반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천천히 식어 굳은 화강암 성분을 지니면서도 작은 결정으로 이루어진 바탕 속에 큰 결정이 박힌 반암 조직을 보이는 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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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되기 전 쾰른 성당은 조면암의 베이지색이었다.

 

황산화물이 만들어낸 잿빛 위용, 쾰른 대성당


하늘에 닿을 듯 압도적인 첨탑의 위용을 자랑하는 고딕 양식의 정수, 독일 쾰른 대성당의 주재료는 화산암 계열의 조면암이다. 조면암은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에서 비교적 빠르게 식어 굳은 암석이다. 표면이 거칠어 보이는 특징 때문에 ‘조면’이란 이름이 붙었다. 쾰른 대성당의 조면암은 인근 라인강 근처의 드라헨펠스 산맥에서 채석돼 배로 운반됐다.


검게 그을린 지금의 외관과 달리, 초기 쾰른 대성당은 밝은 회색과 베이지색이었다. 그런데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며 화석연료에서 나온 그을음 입자와 황산화물이 성당 표면에 달라붙었다. 황산화물은 빗물과 습기를 만나 외벽에 석고성 풍화 껍질을 만들었고, 이 껍질은 다시 검은 오염 입자를 붙잡아 성당 전체가 짙은 회색과 검은색의 거대한 석조 건축처럼 보이게 됐다. 쾰른 대성당의 어두운 위용은 실은 오염의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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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사암은 철분이 풍부해 붉은빛을 띤다.

 

철이 만든 따뜻한 빨강,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은 1015년 공사를 시작해 1439년 완성됐다. 이 성당은 약 60km 떨어진 보주 산맥에서 채석한 붉은 사암(Pink Vosges Sandstone)으로 지어졌다. 철분 성분이 풍부해 따뜻한 붉은빛을 띤다. 햇빛을 받으면 더 짙은 붉은 빛을 발한다.


과거 보주 지역은 강줄기가 얽힌 넓은 평야와 분지였다. 이곳에 쌓인 모래와 자갈이 땅속에서 눌리고 굳어 사암이 됐다. 모래 알갱이에 스민 철분은 산화되며 분홍빛과 붉은빛을 띠게 됐다. 사암 조직은 모래 알갱이 사이로 미세한 틈이 많은데 이 틈으로 물이 드나들며 주변 점토막에 들어 있는 산화철을 사암 알갱이 표면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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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물이 없는 상앗빛의 칸돌리아 대리석.

 

상앗빛 대리석의 고귀함, 밀라노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완공에 걸린 144년은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밀라노 대성당은 14세기에 시작돼 무려 600년 가까운 공사 끝에 20세기에 와서야 완공됐다. 대성당은 롬바르디아 마조레 호수 근처에서 독점적으로 채굴되는 칸돌리아 대리석으로 지어졌다.


대리석은 탄산염 성분의 퇴적암이다. 조개껍데기나 산호 같은 유기물이 쌓여 굳어진 석회암이 수백만 년 동안 땅속 깊은 곳에서 열과 압력을 받아 변성된 돌이다. 칸돌리아 대리석은 분홍빛이 도는 흰색을 띤다. 칸돌리아 대리석은 약 80~85%가 탄산칼슘이지만 나머지는 다른 광물이다. 이 불순물 중 산화철 성분이 분홍빛을 만들어냈다. 칸돌리아 대리석에선 짙은 녹색도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투휘석과 투섬석 같은 규산염 광물이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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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건축에 쓰인 프랑스산 석회암.

 

석회암이 증언하는 죽음과 부활, 노트르담 대성당


1163년 초석이 놓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1345년 완공됐다. 노트르담 대성당에 사용된 주요 석재는 옛 파리 근교의 채석장에서 공수된 것이다. 현재 파리 5구와 12구 지하에서 온 루테시안 석회암(Lutetian Limestone)이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재료였다.

루테시안 석회암은 4500만 년 전 신생대 에오세에 파리 분지 일대에 형성된 고급 건축용 석회암이다. 가공하기 쉬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 파리의 상징적인 건축물과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노트르담 대성당이 위치한 곳에는 4세기부터 총 4개의 성당이 차례로 있었다. 시대별로 증축, 개축, 재건되며 성당의 모습이 바뀌었고 노트르담 대성당은 다섯 번째 성당이다. 노트르담 성당을 지을 때 쓰인 돌의 일부는 이 성당들의 잔해를 재사용한 것이다. 2019년 화재 후 5년 동안 진행된 복원 공사에도 중세 건축 당시와 동일한 프랑스산 석회암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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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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