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며 위대한 테크 거물들의 미래
불멸의 설계자들
트랜스휴머니즘에서 바이오해킹까지, 실리콘밸리 영생 프로젝트를 추적하다
알렉스 크로토스키 지음│최정숙 옮김│미래의창│368쪽│2만 2000원
‘불멸의 설계자들’은 테크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알렉스 크로토스키의 신간이다. 그는 지난 25년간 영국 BBC와 옥스퍼드대 등에서 첨단 기술 산업을 취재, 연구해 왔다. 이 책의 주제는 ‘죽음’을 머지않은 시간 내에 해결 가능한 마지막 과제로 확신하고,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인 미국 테크 산업이다. 암호화폐 이더리움의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 특이점 개념의 창시자 레이 커즈와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까지 이미 낯설지 않은 미국의 테크 거물들이 ‘조만간의’ 불멸, 영생이란 목표에 얼마나, 어떻게 진심인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일론 머스크와 자신의 몸속 혈장을 어린 아들의 혈장으로 교체한 브라이언 존슨도 등장한다.
우선 과학, 기술의 힘으로 인간이 영원에 가깝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확신이 미국 테크 거물들의 논리적 출발점임을 ‘불멸의 설계자들’은 차근차근 보여 준다. 테크 거물들의 많은 결정, 주장의 중심에 이 불멸의 과학이 있다는 것이다. 샘 올트먼이 빌 게이츠 등과 함께 ‘AI 위험 공동 성명’에 서명했지만 ‘유익한’ 범용 인공지능(AGI)의 선제적 개발을 추구하고, 일론 머스크가 뇌와 컴퓨터를 직결시키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가속한 동기는, 불멸의 과학이 임박했다는 믿음이다.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을 혁신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가 증명했듯 인공지능(AI)은 수명 연장 연구의 핵심 수단이며, 육체 수명을 연장한다면 그다음은 정신, 뇌의 차례다. 결국 이들은 준비된 불멸의 과학을 실현하거나 그 실현 이후를 겨냥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 셈이다.
크로토스키는 인간의 불멸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는 다루지 않는다. 그가 분석한 불멸 과학의 본질은, 소수의 사람이 이런 확신을 품은 동기와 그에 대한 집착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반도체에 집적 가능한 트랜지스터가 18~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 생성형 AI의 비약적 발전, 인체를 단순한 데이터들로 환원시켜 조작 가능한 시스템으로 보는 공학적 관점을 그 동기로 본다. 특히 무어의 법칙을 경험한 것이 테크 기업가들의 신념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불멸의 설계자들’이 소수 테크 기업가에게 주목한 것은 첫째, 불멸의 과학 자체가 완전한 허구는 아니고 둘째,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이 급격히 오래 생존하며 발생할 것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하지만 샘 올트먼이 “위대한 미래는 복잡하지 않다”라고 단언했듯, 이 소수가 설계한 미래는 단순하다. 죽음만 벗어나면 된다. 저자는 테크 거물들의 단순한 미래를 위해 인류의 현재가 복잡해지는 맥락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