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로켓에 쓰레기를 담아 우주로 쏘아 올려야 한다는 결론을 낸 과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깡통과 음식찌꺼기들이 위성처럼 지구궤도를 돌고있는 끔찍한 광경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고학자들이 쓰레기를 매우 귀중하게 생각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선사시대의 집터에서 나온 조개껍질이나 동물의 뼈, 흙아궁이속의 탄화미(炭化米) 한 알조차도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을 추측케 하는 증거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의 쓰레기는 아예 금귀걸이 못지않은 귀중한 보물로 취급된다.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도 언젠가 그런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박물관으로 향하게 될까? 아마도 10만년후 혹은 1백만년후의 고고학자들은 난지도를 발굴 대상지 1호로 꼽을지도 모른다. 원숭이를 닮은 고고학자들이 난지도 매립장에서 수천명 인부들을 거느리고 흙을 파내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면 웬지 숙연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그들은 트로이 유적을 찾아낸 슐레이만이나 진시황(泰始皇)의 무덤속에서 7천명의 지하군단을 찾아낸 고고학자들이 경험했던 벅찬 희열을 느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쓰레기 더미를 파내려가는 미래의 고고학자들은 먼 옛날에 살았던 선조들이 무척 낭비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에서는 쓰레기 관리가 아주 엉망이었다는 분석을 할 것이 분명하다. 종이와 연탄재 음식찌꺼기 플라스틱 깡통 쇠붙이 유리병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그중에는 꽤 쓸만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먹는데 사용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독성이 강한 유해폐기물들이 뒤범벅이 되어 나올 때마다 선조들의 어리석음에 쯧쯧 혀를 찰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약 3천만t의 생활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국민 한사람당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2kg이 넘는 셈이다. 연탄재가 쓰레기의 2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지만 쓰레기버리기 1위인 미국 사람들의 1인당 1.7kg에 비하여 그리 뒤지지 않는 실력이다. 미국에서는 73%를 위생매립하고 있고, 14%를 소각, 13%를 재활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70%를 소각처리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94%를 매립에 의존하고 있고, 소각처리는 2%, 재활용률은 3%에 지나지 않는다. 신문과 빈병, 놋냄비를 모아서 강냉이를 바꿔먹을 줄 알았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재활용 정신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재활용률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있는 6백여개의 매립장중에서 네군데만이 위생 매립지인 실정이라, 침출수나 발생되는 가스로 인한 2차적인 환경문제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쓰레기의 총량으로 보면 미국은 우리나라의 60배를 버리는 명실공히 쓰레기 생산의 우승국이다. 뉴욕에서 사흘동안 버리는 생활쓰레기는 우리나라 전체의 1일 쓰레기 발생량과 맞먹는다. 미국에서 1년동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아기 기저귀는 1백80억개나 되는데, 한줄로 엮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7번 가는 길이가 된다. 미국사람들은 하루에 6천만개나 되는 플라스틱병을 쓰고 버린다. 1년동안 나오는 유해폐기물은 3억t 이나 되고, 국민 모두가 나눠 가진다면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한사람에 1t씩 배당을 받게 된다. 버릴 곳이 없다면 1t을 큰방 한가득 채워두고 파묻혀 지내야만 할 판이다.
불매운동으로 코카콜라사 굴복
가위 '쓰레기 위기'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쓰레기는 미국의 골칫거리가 되어버렸다. 78년 이후 1만4천개의 매립지 중에서 약70%가 문을 닫았고, 현재 사용중인 매립장의 50%가 앞으로 5년 이내에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환경청은 92년까지 재활용률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쓰레기의 발생량을 줄이고, 쓰고난 물건을 다시 쓰는 운동이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과대포장된 물건이나 일회용 상품, 분해되지 않는 물건들은 아예 사지 말자는 소비자 캠페인도 크게 확산됐다.
햄버거에서 버리는 폴리스티렌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도 불가능하고 태우면 일산화탄소와 발암성물질이 생기게 된다. 1만개가 넘는 맥도널드 판매점에서는 폴리스티렌 용기를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상자로 바 꾸고 재활용 운동을 벌이는 열의를 보였다. 코카콜라 회사는 플라스틱에 담긴 콜라를 시판하여 크게 히트를 쳤지만 환경운동단체들이 전국적으로 '반대 편지 쓰기운동'을 벌이자 결국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포기했다. 코카콜라의 플라스틱 용기는 아래쪽은 투명한 플라스틱이고 윗부분은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어서 알루미늄 깡통으로 오인되어 함께 수거된 후 녹여지게 되면 재활용 산업의 기반이 되는 알루미늄 재활용 공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률도 눈에 띄게 신장되고 있는데, 플라스틱의 재질에 따라 7가지 코드를 병 밑바닥에 표시하여 손쉽게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재활용 시스템이 미국의 36개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소각시켜 그 열을 이용하기도 하고,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화분 세제 병 관개용배관 보도의 방어벽 담장 주차장바닥 지게차의 팔레트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쓰레기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지구안에서 이 싸움을 승리로 끝맺지 못한다면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는 푸르고 아름다웠지만 지상은 쓰레기로 덮여 있다던 우주비행사들의 탄식이 옛날 이야기가 될는지도 모른다. 지구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로켓에 쓰레기를 담아 텅빈 우주로 쏘아버리지 않을 수 없다는 의욕적이고 참신한(?) 결론을 낸 과학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깡통과 찢어진 구두, 음식 찌꺼기들이 위성처럼 지구의 궤도를 돌고 있는 끔찍한 광경은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