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체물리학 박사, 전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과학책 저자이자 번역가, 그리고 137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과학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의 핵심 멤버. 과학 커뮤니케이터 ‘항성’으로 잘 알려진 강성주 모어사이언스 이사를 수식하는 말들입니다. 어쩌다 연구자에서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풀어 전달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길을 걷게 됐을까요. 최근 책 ‘알면 재미있지 않나요?’를 낸 그를 만나 샅샅이 물었습니다.

강성주
강성주 모어사이언스 이사는 평소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에서 천체 관련 이슈를 비롯해 여러 과학 소식을 전하고 설명한다.
인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항성
Q 어쩌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과거 일부 연구자들이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경시한 적도 있었지만, 저는 대중의 지지 없이는 연구가 지속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학부 시절부터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박사 학위를 따겠다고 결심했어요.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전업으로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은 3~4명일 정도로 극소수입니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특히 저의 전문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른 과학을 다룰 수 있다는 신뢰를 확보하는 데 공들였습니다. 박사 학위가 대중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기반이 됐죠.
Q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자신만의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안될과학’의 시청자 중 한 명이었어요. 그러다 결심했죠.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직을 그만두겠다고요. 이후 한국과학창의재단 프로그램을 통해 우연히 ‘안될과학’에 합류했습니다. 박사 학위로 전문성을 입증하고, 대중의 언어로 풀어내는 연습을 끊임없이 되풀이한 결과였어요.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트렌드를 빠르게 쫓고 글이나 영상으로 풀어내는 능력까지 요구하거든요.
Q 과학을 쉽게 전달하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요?
과학자의 입장이 아닌 대중의 입장에서 풀어내는 점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정확성을 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거예요. 쉬운 비유가 오히려 내용을 꼬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정확한 것’과 ‘쉽지만 오류가 있는 것’ 사이에서 항상 정확함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대중이 관심을 두는 지점이 어딘지를 생산자 입장이 아닌 대중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해요. 어려운 용어를 피하기 위해 평소에도 고심합니다. 과학자 사이의 소통은 서로 이미 아는 것을 토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대중과의 소통은 대중이 아는 것을 토대로 해야 합니다. 가장 어렵고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과거에 비판받았던 부분이 ‘아는 척’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AI) 때문에 그럴듯한 정보가 많아지는 시대일수록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경계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 지속성을 갖출 수 있다고 봐요.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확신하는 순간 신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름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 과학의 힘이에요. 과학 커뮤니케이터 역시 모름을 인정하고 밝히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며,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분야만 다루는 일이 중요합니다.

강성주
강성주 모어사이언스 이사가 이정모 전 과천과학관장과 함께 대중 소통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강 이사는 유튜브 등 과학 커뮤니케이터 활동이 과학을 대하는 관점을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과학책 저자 항성
Q 최근 ‘알면 재미있지 않나요?’라는 과학책을 출간하셨습니다. ‘만약에’라는 질문을 통해 과학적 상상을 펼치고 물리법칙으로 답하는 형식이 독특했어요.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이 책에선 답을 주기보다는 호기심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만약에’는 과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단어거든요. 아이들에게 ‘만약에 하늘이 파랗지 않다면?’ 하고 물어보며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처럼, 과학에서도 상상으로 진행하는 사고실험이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만약이라는 질문을 끝까지 파헤쳐 보면 당연한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여겨지는 순간이 옵니다. 대기의 조성이나 먼지 등 상태에 따라 항상 하늘이 푸른색이 아닐 수도 있고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당연한 세상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 즉 정교한 물리법칙 위에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Q 유튜브 활동이 책 집필에도 영향을 줬을 것 같습니다.
대중이 과학을 소비하는 방식과 과학자가 과학을 생산하는 방식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면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대중으로서 일상 속 질문들을 과학적으로 끝까지 파고들어 볼 기회를 많이 접했습니다. 학계에 있을 땐 중요한 질문에만 집중했던 것과 달리, 대중의 시점으로 질문을 던지는 훈련도 많이 됐죠. 과학자와 대중의 시선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데 유튜브가 큰 역할을 했다고 느껴요.
Q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특정 과학 개념이나 현상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조언해 주세요.
책에서 가정한 일들은 실제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일어난 것도 아닙니다. 독자들이 당연하게 여기던 세상 속 일들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겨울에 눈이 내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그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닫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서 생각조차 안 하는 점에 대해서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책에 담은 숫자나 수식, 계산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거든요.

Sasquatch(W), 강성주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시절의 강성주 모어사이언스 이사는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 천문대(위)에서 천체의 움직임을 연구하기도 했다. 연구실 동료와 함께 찍은 사진(아래 오른쪽).
꿈을 가진 과학 멘토 항성
Q 앞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시나요?
미국의 ‘코스모스’ 같은 과학 다큐멘터리의 호스트가 되는 게 꿈이에요. 내용을 잘 전달해 주는 다큐를 직접 제작해, 그 프로그램의 호스트로 참여하고 싶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진공 챔버에서 위성이나 장비 실험을 하는 것처럼, 저는 커뮤니케이터로서 볼링공과 깃털을 떨어뜨려 보고 싶다는 유쾌한 상상을 종종 하거든요.
Q 많은 과학동아 독자가 안될과학 채널을 보고 있을 거예요. 과학의 꿈을 가진 청소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있으신가요?
중학교부터 과학이 어려워지고 싫어지는 이유는 시험과 점수 때문이라고 봅니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도 호기심을 먼저 챙기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제가 우주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보이저 1호가 찍은 항성들 사진이 너무 멋있고 호기심이 커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거창한 결심에서 꿈이 꽃피기도 하지만, 보통 꿈은 좋아해서 마음이 머무르는 순간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집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이 쌓이는 순간들을 잘 포착한다면, 어느 분야든 자신과 잘 맞는 나만의 분야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과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질문을 멈추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쓸데없는 질문’이라는 책망이나 ‘틀릴까 봐’라는 두려움 때문에 질문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AI 시대, AI가 오히려 호기심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거든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답해주지 못하는 질문들도 AI를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과학이 발전하는 과정이에요. 제가 미처 하지 못한 상상을 여러분도 꼭 해보시길 권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