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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2600년 묵은 미스터리, 정전기 범인은 공기 속 ‘탄소 먼지’?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 스웨터를 벗을 때 타닥거리는 불꽃, 플라스틱 빗에 달라붙어 이리저리 뻗치는 머리카락, 그리고 건조한 날 문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흠칫 놀라게 만드는 ‘정전기’다. 정전기의 범인은 누구일까. 2600년간 풀리지 않던 미스터리를 파헤친 연구가 드디어 나왔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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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은 나뭇진의 화석으로, 장식품이나 절연재에 쓰인다. 기원전 600년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호박을 모피에 문지르면 가벼운 깃털이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정전기를 발견했다.

     

    물체 위에 정지한 전하가 만든 전기, 정전기. 기원전 600년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호박을 모피에 문지르면 가벼운 깃털이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관찰한 이래, 인류는 2600년 넘게 정전기와 함께 살아왔다. ‘전기(Electricity)’라는 단어 자체가 호박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엘렉트론(Elektron)’에서 유래했을 정도다.


    이토록 오랜 기간 함께 지내 왔음에도 그간 정전기가 정확히 왜 발생하는지는 과학계가 밝히지 못한 오랜 난제였다. 호박을 모피에 문지르는 것처럼, 물체가 서로 마찰하면 한 물체의 전자가 다른 쪽으로 쏠린다. 그러면서 전자가 많아진 물체는 음전하(-)로, 전자가 부족해진 물체는 양전하(+)로 대전된다. 서로 다른 전하로 대전된 물체 사이엔 빗과 머리카락처럼 끌어당기는 인력이 생긴다. 


    그런데 정전기의 발생 원리, 즉 전하가 왜 대전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특히 가장 큰 미스터리는 ‘같은 물질’끼리 부딪힐 때 일어나는 정전기였다. 서로 다른 물질 사이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것은 물질의 특성이 달라서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완벽하게 똑같은 유리구슬 두 개를 부딪쳤을 때에도 왜 서로 다른 전하로 대전되는 지는 설명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최근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원(ISTA) 연구팀이 마침내 오래된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아냈다. 범인은 물질 자체가 아니라 물체의 표면에 내려앉은,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 분자’들이었다. 연구는 2026년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됐다. doi: s41586-025-10088-w

     

    ‘공중부양 실리카’가 밝힌 정전기의 비밀

    음향 부양은 초음파를 쏴 물체를 공중에 띄워 물리적 접촉 없이 물질을 조작할 수 있는 기법이다. 연구팀은 음향 부양으로 실리카 구슬을 공중에 띄운 뒤, 탄소 분자가 묻은 실리카 판과 묻지 않은 실리카 판에 각각 접촉시켜 대전시켰다. 그 결과, 깨끗한 표면에서는 실리카 구슬이 일정하게 대전됐다.

     

    Nature

     

    자료: Nature

     

    정전기 실험, 너무 랜덤해서 골칫거리 

     

    정전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접촉 그 자체다. 실험을 위해 핀셋으로 표본을 집는 순간 이미 정전기가 발생해버리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스콧 와이투카이티스 ISTA 교수는 “시료를 물리적으로 잡을 수조차 없는 까다로운 실험”이라며 “수만 번의 실험을 자동 수행할 수 있는 장비를 완성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고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초음파로 물체를 허공에 띄우는 ‘음향 부양’ 기술을 동원했다. 이 기술로 지름 0.5mm의 작은 실리카(모래알에서 주로 발견되는 규소와 산소의 화합물) 구슬을 공중에 띄웠다. 이후 구슬을 아래에 놓인 같은 재질의 실리카 판에 살짝 부딪히게 한 뒤 다시 허공에 띄웠다. 외부의 어떤 간섭도 없이, 오직 두 실리카 물질만의 순수한 충돌이 일어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혼란스러웠다. 어떤 때는 구슬이 양전하를, 어떤 때는 음전하를 띠었다. 전하의 방향마저 무작위였다. 구슬과 판은 충돌을 반복할수록 같은 방향으로 전하가 쌓였지만, 어떤 쌍이 양전하를 띠고 어떤 쌍이 음전하를 띠는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돌파구는 ‘열’에서 나왔다. 실리카 구슬을 섭씨 200℃로 2시간 동안 구워낸 뒤 실험하자, 구워낸 구슬은 판과 부딪힐 때마다 예외 없이 음전하(-)를 띠었다. 반대로 판을 구워내면, 구슬이 더 강하게 양전하(+)를 띠었다. 실리카 자체는 열에 변화를 겪지 않는 물질이다. 열에 의해 사라진 ‘무언가’가 정전기의 방향을 결정짓고 있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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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대표적인 기상 현상인 번개 역시 정전기의 원리에 의해 발생한다. 구름 속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가 마찰하며 생성된 막대한 양의 정전기가 공기 중으로 한꺼번에 방전되며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비밀은 오염물질인 줄 알았던 탄소 분자

     

    연구팀이 찾아낸 범인은 바로 ‘우발적 탄소’였다. 대기 중에 1조분의 1 수준(ppt)으로 떠돌다가 모든 물체의 표면에 자연스럽게 내려앉는 탄소 기반의 유기 분자들이다. 연구팀이 실리카 표면을 분석하자 꼼꼼히 씻어냈다고 생각한 실리카 표면에서 프로펜, 뷰테인 같은 탄소 분자들이 빼곡히 검출됐다. 연구팀이 공간 분해 이미지로 표면을 들여다보자, 이 분자들이 표면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탄소는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정전기가 쌓이지 않게 방출하거나, 반대로 특정 조건에서 전하를 잘 모으게 한다. 탄소가 많은 곳은 전하가 이동하기 쉬운 통로가 되어 정전기가 한곳으로 집중되거나 빠르게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 탄소막이 물체마다 다르게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같은 방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실리카 구슬이라도,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나 온도 차이, 놓여 있던 시간에 따라 표면에 묻은 탄소의 양과 종류가 달라졌다. 이 탄소막의 미세한 차이가 앞으로 어떤 전하와 방향의 정전기를 대전할지 결정하는 ‘전기적 지문’ 역할을 한 것이다. 

     

    270년 묵은 마찰전기 서열을 통째로 뒤집다

     

    탄소의 위력은 같은 물질을 넘어 서로 다른 물질 간의 정전기에서도 발휘됐다. 1757년 스웨덴의 물리학자 요한 칼 빌케가 처음 고안한 이래, 과학계는 어떤 물질이 양전하를 띠기 쉽고 어떤 물질이 음전하를 띠기 쉬운지를 서열처럼 나열한 ‘마찰전기 계열’을 사용해 왔다. 270년간 정전기 연구의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연구팀은 알루미나, 실리카 등 4가지 산화물을 쌍으로 부딪쳤다. 이때 알루미나가 가장 양전하를 띠고 실리카가 가장 음전하를 띠는 기존의 서열대로 결과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두 물질 중 양전하를 띠는 쪽 표면의 탄소를 제거하니 정전기의 극성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270년간 굳건했던 마찰전기 서열이 통째로 역전된 것이다.


    이는 두 물체 표면의 탄소량이 비슷할 때는 물질 고유의 특성이 정전기를 결정하지만, 한쪽의 탄소가 씻겨나가 비대칭이 커지면 탄소의 유무가 물질의 특성마저 압도해 버렸기 때문이다. 탄소가 지배적인 상황에서는 재료의 서열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결과다. 마치 절대적인 정전기 계급 사회에서, 겉옷(탄소) 하나를 벗었다고 왕과 노예의 신분이 뒤바뀌는 것과 같은 결과였다.


    사소한 현상 같지만, 지구 위 산업 현장에서 정전기는 현대 산업의 숨은 복병이다.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는 정전기 방전이 전체 불량의 최대 33%를 차지한다는 추산이 있을 정도다. 이번 연구는 정전기를 제어하려면 물질의 종류뿐 아니라 표면의 ‘탄소 이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졌다. 나아가, 정전기의 비밀은 우주적 규모까지 확장한다. 와이투카이티스 교수는 “지구가 형성될 때 우주의 먼지 입자들은 정전기적 인력이 없다면 이들은 결코 행성 크기로 자라날 수 없다”면서 “전하 교환 덕분에 먼지들이 안정적으로 응집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탈레스가 호박을 문지르던 그 순간부터 지금 이 기사를 읽는 독자의 손끝까지, 모든 물체의 표면에는 각자의 역사를 담은 탄소 지문이 새겨져 있다. 때로는 가장 거대한 자연의 비밀이, 눈에도 보이지 않는 사소한 오염물질 속에 담겨 있다. 문손잡이에 손을 뻗다가 찌릿한 충격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쩌면 수십억 탄소 분자가 남긴 지문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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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박동현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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