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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학통신 연구회

"농사도 이제는 정보시대"

하이텔에 둥지를 튼 지 1년 된 농업과학통신연구회는 농민을 비롯한 농업 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국내 유일의 순수 농업통신모임이다.
 

농업과학통신 연구회 초기 화면. 메뉴부터 토속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농업의 중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많지만, 기실 '농사짓는 일' 자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혹 당신이 진정으로 우리 농업을 걱정하고, 또 농민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통신인이라면 몇 안되는 농업인들이 모여 힘들게 일군 농업 통신 모임에도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하이텔에 자리한 농업과학통신연구회(go agris)는 농업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최초의 순수 농업 통신모임이다. 정보 통신 분야의 눈부신 발전을 토대로 사회 각 영역에 '정보 마인드'가 확산되고 있는 이즈음, 그동안 상대적으로 '정보'에서 소외된 농업 관련자들이 '이제는 피동적인 정보이용에서 벗어나 스스로 농업정보화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꾸민 농과연은 애초의 취지를 잃지 않고 과학영농의 훌륭한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이 모임은 작년 6월 인천지역정보센터에서 운영하는 인디텔에 '뿌리내림'이란 이름의 농업동호회를 만들면서 출발했다. 그러나 '뿌리내림'은 회원 부족 등으로 인해 운영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회원들간의 협의를 거쳐 9월에 하이텔로 이사를 했다. 이후 정식 동호회로 자리를 잡고 '뿌리내림' 대부분의 회원이 다시 하이텔에서 활동을 재개하면서 제 궤도에 오른 농과연은 8월 중순 현재 3백50여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수천 수만을 헤아리는 대형 동호회를 놓고 보자면 이 정도 인원이 그리 대단치 않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상당수의 가입자가 컴퓨터가 덜 보급된 농촌에 거주한다는 점을 헤아린다면 적다고만 할 수도 없을 듯하다.

현재의 회원 분포를 보면 농업 동호회답게 농민과 농대생·대학원생이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를 차지하고 있고 농진청과 같은 농업 관련 기관종사자, 대학교수 등 '관련 인사'들도 적지 않은 인원이 참여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농업과 관련없는 일반 하이텔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통신을 통한 '도농결합' 역할까지 하고 있다. 연령대로 보자면 20대 후반이 가장 많고 30대 40대 50대 10대 순. 환갑을 지낸 분도 있다고 한다.
 

지난 겨울 부산 경남지역 모임 당시 찍은 사진. 오프라인 모임은 대개 농번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농한기에 오프라인 모임도

전국에 흩어진 이들 농과연 회원들은 보다 효율적인 농업정보 활동을 위해 시간적·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난 통신이란 미디어의 성격을 십분 활용, 자신이 알고 있는 '생생한' 각종 농업 정보를 비롯해 '과학영농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주고 받고 있다. 특히 농업인 및 관련 기관·단체와 농사에 관한 '정보 교환의 장'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개설된 자료실에는 국내외에서 발간된 농업 논문 등과 같은 학술 자료도 구할 수 있으며, 이들 논문은 운영진에서 공지를 통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과연의 전문 마당 메뉴에는 작물분과 축산분과 경영분과 지속농업분과 농공학분과 PC분과 등의 분과 게시판이 마련돼 있어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 정보를 교류하고 있는데, 회원들의 자발적인 질의 응답형식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반응이 아주 좋다고 시삽을 맡고 있는 우태하씨(밀양 산업대 농학과 3학년)는 전한다.

물론 이 동호회가 농업만을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명의 첨단 이기인 PC통신을 통해 만나는 만큼 컴퓨터에 관한 각종 정보들도 적지 않게 오고간다. 즉 효율적인 농업정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내외 농업정보 서비스 활용법과 농업 소프트웨어 수집 분석, 필요한 하드웨어 정보, 통신 관련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호회의 애초 설립 취지가 컴퓨터가 아닌 농업이다 보니 전문성에서는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인데, 앞으로 회원수가 증가하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과연은 통신을 통한 만남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지역 모임을 갖고 있다. 계절을 타는 농업의 특성상 대개 농한기에 열리는 오프라인 모임은 지금까지 대구 충남 경남 전북에서 열렸다. 앞으로 회원수가 지역별로 고루 분포하면 지역 회원들끼리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자리를 자주 마련할 계획. 시삽 우태하씨는 오는 11월로 마감되는 자신의 임기까지는 일단 기존 회원들의 결속력을 높이는데 주력하면서 여기에 신입 회원의 확대를 꾀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흔히 노하우의 시대는 가고 노웨어(know-where)의 시대가 왔다고 하지요. 농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농진청의 '농업종합기술정보' 농림수산정보센터의 'AFFIS'농수산물유통공사의 'AMIS'를 비롯해 각 지역 정보 센터별로 많은 농업 정보가 있지만, 농업인들은 이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농과연은 앞으로 국내외 농업 정보를 알리고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할 일을 찾을 것입니다. 관심있는 여러분들 많이 와서 도와주세요."


지역별로 벌어지는 회원들의 모임은 항상 잔치분위기다.
 

199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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