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의 수많은 동물이 크기나 종, 의사소통 방식과 무관하게 하나의 공통된 박자에 맞춰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의 구애를 위한 춤부터 개구리의 울음소리, 반딧불이의 불빛, 심지어 인간의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들의 의사소통 템포가 초당 2회(2Hz) 부근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펜실베이니아대 공동 연구팀은 곤충, 양서류, 조류, 어류, 갑각류, 포유류 등 6개 동물군에 속하는 수십 종의 의사소통 신호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 결과는 4월 14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게재됐다. doi: 10.1371/journal.pbio.3003735
연구의 발단은 태국에서 진행한 현장 관찰이었다. 연구팀은 짝짓기를 위해 불빛을 내는 반딧불이를 관찰하던 중, 근처에서 우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반딧불이의 깜빡임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정밀 분석 결과 두 종이 서로 동기화된 것은 아니었지만, 각자의 의사소통 템포가 약 2.4Hz로 거의 일치했다.
이를 계기로 연구팀은 야생동물 소리 데이터베이스와 기존 문헌을 바탕으로 70여 종 동물의 의사소통 템포를 조사했다. 그 결과 파리부터 코끼리까지 체중이 몇만 배 차이나는 동물들이 육해공을 막론하고 0.5~4Hz의 주파수로 소통하는 경향을 보였다. 인간이 걷는 속도나 대중음악에서 흔히 쓰이는 120BPM(초당 2회)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연구팀은 이처럼 다양한 동물이 비슷한 템포를 공유하는 이유를 ‘수신자의 뇌’에서 찾았다. 신경 세포가 정보를 처리하고 다시 발화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시간이 약 0.5초이기 때문에, 이 박자가 뇌에서 가장 쉽게 공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리듬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신경 회로 컴퓨터 모델을 구축해 실험한 결과, 회로는 2Hz 신호에 가장 강하게 반응(공명)했다. 이는 특정 템포 자체가 신경 회로의 주의를 끌기 위한 기본 배경 역할을 하며, 그 위에 의사 소통을 위한 실제 내용이 실려 전달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다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백만 종의 동물 중 70여 종의 데이터만으로 보편성을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간의 지각 능력 한계로 인해 우리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의 신호에만 편향적으로 주목했을 가능성(선택 편향)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 역시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며, 이번 연구가 끝이 아닌 시작점임을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가이 아미차이 에반스턴 노스웨스턴 대학교 공학 및 응용수학과 연구원은 “우리 모두가 같은 파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탐구 중”이라며 “자연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더 연구에 나서겠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GIB
자연의 공통 템포, 2.4Hz
연구팀은 반딧불이부터 바다사자까지 최대 몸무게가 몇만 배 이상 차이 나는 자연계 동물들의 의사소통 주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종류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동물들의 의사소통 주기는 평균 2.4Hz의 주기를 지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료: PLOS Biolog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