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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장내미생물의 은밀한 속삭임, 스마트 팬티가 알려준 방귀의 과학

    GIB

     

    뿡, 뿌웅, 뿌우웅! 당신은 하루에 방귀를 몇 번이나 참고 뀌는가. 끝내 참지 못해 방출한 방귀 때문에 얼굴을 붉힌 적은 없는가. 부끄러운 것, 참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방귀를 최근 미국의 한 연구팀이 수집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장을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다. 연구팀이 발견한 방귀의 쓸모에 주목해 봤다. 방귀가 어떻게 장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 자야 하는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 식후 혈당 수치가 어느 정도여야 정상인지 잘 압니다. 하지만 장이 얼마나 활발히 움직여야 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4월 1일, 브랜틀리 홀 미국 메릴랜드대 세포생물학·분자유전학과 교수가 기자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유쾌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어투로 인터뷰에 응했고, 연구 주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연구팀이 최근에 발표한 연구 주제는 방귀다.


    “장에서 일어나는 매우 중요한 생리 현상인데도 오랫동안 제대로 탐구되지 않은 방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방귀 측정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가 진지한 태도로 말을 이어 나갔다.


    2025년 10월 11일, 홀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사람들은 기존의 상식보다 방귀를 두 배 가까이 많이 뀐다고 발표했다. doi: 10.1016/j.biosx.2025.100699 은밀하기 이를 데 없는 방귀의 사생활을 어떻게 알아낸 걸까. 출발점은 연구팀이 직접 만든 ‘스마트 팬티’다.

     

    Brantly Hall

    브렌틀리 홀 교수팀이 제작한 스마트 팬티. 홀 교수는 실험 전 직접 수소 가스를 ‘분출’해 보며 팬티 성능을 시험했다.  

     

    스마트 팬티 만들어 방귀 측정하다

     

    사람의 장에서는 하루에 약 0.6~9.9L의 기체가 생긴다. doi: 10.1152/ajpgi.1997.272.5.G1028 355mL 콜라캔 약 28개 부피다. 4월 1일 만난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에 찬 가스가 모여 압력이 높아지면서 방귀로 새 나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물리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스는 장에 사는 미생물이 음식을 발효하면서 생긴다. 즉 음식을 분해하는 장내미생물의 종류와 활동에 따라 방귀 냄새와 횟수가 달라진다. 이 기체를 분석하면 장과 장내미생물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연구팀은 방귀의 성분 중 수소 가스에 주목했다. 장내미생물은 수소와 이산화탄소, 질소, 메테인, 황화수소 등 다양한 기체를 만든다. 이 가운데 이산화탄소와 수소는 모든 사람의 장에서 대량으로 발생한다. 장내미생물만이 만들어내는 수소와 달리, 이산화탄소는 방귀 외에도 세포 호흡으로도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중에서 장내미생물의 활동 결과를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소가 장내미생물의 활동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지표라는 것이다.


    그럼 이 기체를 어디서 구할까. 기존에 장내미생물을 분석하던 방식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대변과 혈액에 섞인 기체는 실시간 분석이 어렵고, 호흡을 통한 장내 가스 분석은 검사실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한다. 물론 장내 가스를 직접 채취해 분석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직장에 바로 관을 삽입해(!) 가스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읽기만 해도 감이 오듯, 매우 번거롭다. 그런데 방귀는 음식을 섭취한 지 수 시간내에 바로 나와서 실시간 분석이 가능하다. 홀 교수팀이 방귀에 섞인 수소를 분석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연구팀은 이 수소를 감지하기 위해 ‘스마트 팬티’를 제작했다. 이 팬티는 회음부에 전기 화학 센서를 부착했다. 수소가 센서 안 전극에 닿으면 수소 분자가 이온으로 분해되면서 전자가 발생하고, 이 전자가 센서 내 회로를 따라 움직이며 전류가 생긴다. 센서는 전류를 통해 수소 발생 횟수와 지속시간을 파악한다.


    방귀가 자주 나오면 장내미생물이 활발히 활동한다는 뜻이다. 음식 섭취 시간으로부터 방귀 발생 시간을 계산하면, 장내미생물의 활동 위치도 알 수 있다. 홀 교수는 “식후 90분~2시간에 나온 방귀는 소장에서, 식후 6~8시간 뒤에 나온 방귀는 대장에서 발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 38명이 이틀 동안 스마트 팬티를 입고 하루는 일반 젤리 6개를, 다음날에는 식이섬유가 함유된 젤리 6개를 먹었다. 식이섬유는 사람의 장이 아닌 장내미생물만 분해할 수 있다. 그래서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방귀 양이 늘어난다. 실험 결과, 참가자의 94.7%가 식이섬유 젤리 섭취한 이틀차에 수소 농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스마트 팬티가 미생물 활동을 94.7%의 정확도로 측정한 셈이다.

     

    Brantly Hall

    브렌틀리 홀 교수팀의 연구실. 여기저기 엉덩이 모양의 마네킹에 팬티가 씌워진 모습이 특이하지만, 실제로는 스마트 팬티를 제작하는 연구 현장이다.


     
    연구팀이 알아낸 방귀의 사생활

     

    스마트 팬티가 밝혀낸 방귀 데이터는 기존 상식과 달랐다. 대표적인 예가 방귀 횟수다. 이전까지 알려진 사람들의 하루 방귀 배출 횟수는 10~20회였다. doi: 10.1007/BF02087912 홀 교수팀이 19명의 스마트 팬티 데이터를 모은 결과, 실제로 사람은 하루에 방귀를 약 32회 뀌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자신이 인지하는 것보다 방귀를 자주 뀐다”며 “무의식적으로 지나친 방귀가 많을 것”이라고 논문에 밝혔다. 그렇다면 적정한 방귀 양도 있을까. 기자의 질문에 홀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4회부터 59회까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었어요.” 


    이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방귀 횟수에 정상 기준이란 없으며 개인차가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 교수 또한 이 결과를 “장에는 소화기 질환을 일으키는 유해균 외에도 장의 면역을 지켜 주는 유익균도 많기 때문에 미생물의 활발한 분해 활동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귀 냄새 역시 정상 기준은 없었다. “식단에 따라 방귀 냄새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무조건 장 건강이 나쁘다고 해석할 수 없습니다.” 황이 많이 함유된 달걀이나 브로콜리, 김치 등을 섭취하면 방귀에서 계란 썩은 냄새가 나는데, 이럴 때 장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단순히 방귀 횟수가 많냐 적냐, 냄새가 독하냐로 장 건강을 파악할 수 없다. 장내미생물 환경과 맞지 않는 음식, 과민성장증후군의 여부를 파악해서 개개인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Brantly Hall

    스마트 팬티 속 센서는 수소 가스의 발생을 감지한다. 브렌틀리 홀 교수팀의 연구실에서 방귀 센서를 제작하는 모습이다.

     

    GIB

    당근과 생선, 오이 등의 저포드맵 식단을 먹으면 장내미생물을 굶겨 방귀 발생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방귀, 무작정 참지 말고 줄이는 법

     

    홀 교수팀이 방귀를 연구한 이유는 장내미생물 파악과 장 건강이지만, 많은 사람의 고민은 방귀 그 자체에 있을 것이다. 홀 교수에게 방귀가 많이 나오는 사람이 방귀를 줄일 방법도 있냐고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식단 조절”이었다. 대표적인 식단 개선 방법이 ‘포드맵’ 조절이다. 포드맵은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이동해 발효되는 음식이다. 고 포드맵 음식으로는 브로콜리와 사과, 배, 우유, 밀가루 등이 있고, 저포드맵 음식으로는 당근과 바나나, 딸기, 쌀밥, 두부가 있다. “저포드맵 식단을 섭취하면 미생물을 굶겨 방귀 횟수를 줄일 수 있죠.” 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여기에 더해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위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스트레스 원인을 찾아 제거하거나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등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운동과 식단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항생제와 프로바이오틱스, 위장 운동 촉진제 등을 섭취할 수도 있다. “장내 유해균이 많으면 항생제로 유해균을 죽이고, 프로바이오틱스로 유익균을 장에 유입시켜 장내미생물 환경을 개선하거나 위장 운동을 조절하기도 한다”며 “과도한 방귀 원인이 워낙 다양해서 하나씩 제안하며 경과를 지켜본다”고 말했다.


    홀 교수는 “스마트 팬티를 이용하면 사람들이 방귀 원인을 더 명확히 짚어 내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개인화된 식단 관리와 수면 등 바이오리듬 개선, 프로바이오틱스 섭취의 효과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스마트 팬티를 대규모로 보급해서 식단을 기반으로 방귀 발생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고, 건강하면서도 가스 발생이 적은 식단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홀 교수팀은 지금도 스마트 팬티를 통해 방귀를 수집 중이다. 내 방귀를 분석해 보고 싶다면, QR 코드를 찍고 ‘인류 가스 지도(Human Flatus Atlas)’라는 거대한 이름의 방귀 프로젝트에 동참해 보자. 한 명의 인간에겐 작은 방귀 소리가, 미래 인류의 장 건강에는 위대한 도약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용어 설명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장내 유익균을 증식하고 유해균을 억제해 장내 면역 증진을 돕는 유산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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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5월 과학동아 정보

    • 장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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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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