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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북라이프,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감정을 이해하는 과학자의 최적 경로

    감정의 기원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칼 다이서로스 지음│최가영 옮김│북라이프│384쪽│2만 1000원

     

    광유전학은 빛에 반응하는 감광단백질로 세포를 제어하는 비교적 신생 학문이다. 2005년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 및 정신의학·행동과학부 교수가 감광단백질인 채널로돕신을 이식한 생쥐 신경세포에 빛을 쪼여서 흥분시킨 실험 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하면서 광유전학이 시작됐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 광유전학은 세포를 매개로 치료와 진단을 아우른 의학 혁신의 전기로 평가받는다.


    ‘감정의 기원’은 이 광유전학의 창시자인 다이서로스 교수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신경과학자, 신경정신과 임상의, 광유전학의 창시자이자 이 분야 교육자로서의 독보적 경험과 이 속에서 자신이 찾은 통찰을 결합했다. 그의 진료 경험은 2001년의 9·11 테러를 계기로 갑작스럽게 성격이 바뀌어 자원입대에 나선 노년의 은퇴자부터 뇌의 정보 처리와 사회적 상호작용 간의 연관성을 보여준 두 내담자, 자해의 고통과 충동 사이에 갇힌 환자까지, 이해 불가한 감정의 사례들로 차 있다. 저자는 이 경험들을 현대 과학이 접근하기 시작한, 인간 감정의 최전선으로 재구성한다. 자신의 신경정신과 임상 경험을 광유전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 경험, 지식과 절묘하게 교차시킨 저자의 필력 덕분이다.


    저자 자신이 감정에 대한 편견에서 이해로 나아간 과정을 진솔하게 표현한 점도 ‘감정의 기원’에 설득력을 더한다. 너무 극단적인 타인의 감정을 처음 접하는 과거의 저자는 현재의 독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가 기억하는 과거의 자신은 조급하거나 소심한 의사다. 그는 진료가 바쁜 와중에도, 속내를 교묘하게 숨기는 10대 환자와 기싸움을 피하지 않고 가능한 진단까지 빠르게 짚는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결정적 징후는 놓쳐 버린다. 미화되지 않은 저자에게  독자 자신을 비춰볼 수 있다.


    여기서 과거와 현재의 저자는 어린 환자에 대한 인간적 실수와 의학적 통찰을 오가며 지적 긴장감을 높인다. 결국 저자가 이 환자를 의대 학생인 준인턴에게 잠시 맡기고, 급한 호출을 받은 후의 긴박한 전개는 이 책에서도 손꼽게 인상적이다. 저자는 타인의 마음을 단정할 때 겪을 수 있는 깊은 자괴감, 긴장감을 기억 속에서 생생히 되살린다.


    현재 다이서로스 교수는 광유전학의 창시자로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과학자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의 전 단계로 불리는 레스커상을 비롯해 한국의 아산의학상, 일본의 교토상 등을 수상하며 노벨 생리의학상의 유력 후보로 꾸준히 지목되고 있다. ‘감정의 기원’은 과학의 혁신을 선도하는 연구자가 되기 위한 자질과 통찰을 살펴보면서, 인간을 향한 과학적 공감의 가치까지 확인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민음사, GIB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는 과학동아 편집부가 있는 서울 충정로에서도 걸어갈 수 있는 한 그루 회화나무에 관한 책이다. 책에 실린 회화나무 사진 속에 익숙한 건물들이 보인 덕분에, 이 나무의 위치를 알아챘다.


    일제 강점기에 덕수궁이 크게 축소되기 전까지, 이 나무는 흥덕전, 선원전 뜰을 지켰다. 2004년엔 화재를 당해 고사 판정을 받는다. 그런 회화나무가 2015년에 돌연 잎이 나고 꽃을 피웠다. 이 돌연한 소생을 이명호 사진가가 선원전 터에서 들으면서 이 책이 시작됐다.


    이 사진가는 매체의 경계와 사진의 범주를 넘어선 ‘사진-행위 프로젝트’ 작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에선 그가 이 회화나무에 캔버스를 설치해서 촬영한 사진들과 복원 중인 덕수궁의 고목을 배경으로 거대한 캔버스를 설치하는 과정들을 섬세하게 담은 사진들이 실렸다. 특히 캔버스 앞의 고목에 감탄하는 덕수궁 복원 현장의 목공, 석수들을 나무와 함께 촬영한 사진과 글이 인상적이다. 도심의 생태와 예술이 주변의 사람들과 자연히 공명하는 순간을 포착해낸 까닭이다.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에선 덕수궁이 덕수궁 터가 되기까지의 200여 년에 뿌리 내린 한 그루 회화나무에 담긴 생태, 역사, 예술, 조경, 건축, 법률 등의 맥락을 한국의 각 분야 전문가가 아우른다. 이 나무에서 읽어낸 다양한 의미는 도시 생태의 사회적, 과학적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서 가치가 있다. 이 사진가의 작업이 캔버스를 지탱할 견고한 골조 공사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짚는 이은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의 사진 비평, 옛 덕수궁 경관의 복원에서 과거의 심미적 경관을 추정하는 창발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소현수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의 글에서 과학, 공학이 예술, 역사와 교차하는 도시 생태적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어느 한 지역이나 한 학문, 분야에 갇힌 이상이 아니라, 다양한 질문이 오가며 어디서나 구현돼야 하는 현실이다. 덕수궁과 회화나무가 없는 도시가 훨씬 많은 까닭이다. ‘덕수궁 회화나무 프로젝트’의 풍성한 질문들은 고목에 싹 트는 기적이 없어도 스스로를 잊지 않는 도시를 위한 성찰이다. 

     

    아카넷

     

    물리학을 위한 ‘결정적’ 실험은 없다

     

    프랑스의 이론물리학자이자 과학사·과학철학 연구자였던 피에르 뒤엠의 대표작으로, 물리 이론의 성격과 과학 이론과 실험의 관계를 탐구한 과학철학의 고전이다. 이 책은 빛의 굴절 이론의 역사와 뉴턴의 천체역학, 앙페르의 전기역학 등을 검토하며 물리 이론의 핵심이 실험 결과를 체계적으로 서술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뒤엠은 물리학에서 ‘결정적 실험’은 존재할 수 없으며 실험은 하나의 가설을 직접 검증하거나 반증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리 이론의 목적과 구조     피에르 뒤엠 지음│이정우, 이규원 옮김│아카넷│460쪽│3만 원

     

    김영사

     

    인류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알려주는 생물들

     

    도로 위 차량 사이를 날기 위해 날개 형태를 바꾼 절벽제비, 독성 오염에 맞서 빠르게 변이를 일으킨 대서양톰코드, 열섬 현상에 적응해 껍데기 색을 바꾼 도시 달팽이, 중심 신경계 없이도 최적의 경로를 계산하는 점균류까지. 생물들이 환경에 반응하며 남긴 ‘선택의 흔적’을 좇는 책이다. 동시에 자연의 원리를 배우려는 인간의 실험도 조명한다. 미래는 우리가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얼마나 배우느냐에 달려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자연의 상상력    데이비드 패리어 지음│이은진 옮김│김영사│408쪽│2만 5000원
     

     

    푸른숲

     

    화학오염의 역사에서 찾은 기후위기의 해법

     

    28년간 환경부 공무원으로서 환경정책과 리스크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온 정선화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이 기후위기가 몰고 오는 실질적 위기를 과학과 정책의 언어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과거의 과불화화합물부터 현재의 기후위기에 이르는 화학오염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해법을 네 흐름으로 정리한다. 특히 이 대오염의 시대를 건너갈 실천적 설계도로서 과학의 혁신이 정책의 결단, 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오염의 시대     정선화 지음│푸른숲│308쪽│ 2만 1000원

     

    구픽

     

    괴수는 누가 돌보나요?

     

    갑작스러운 팬데믹으로 삶의 기반이 무너진 혼란의 와중에 괴수 보존 협회에 입사한 주인공 제이미가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겪는 SF다. 괴수 보존 협회는 이 거대한 생명체들을 파괴가 아닌 보존의 대상으로 관리하는 비밀 조직이다. 괴수를 보호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업무는 항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고된 노동으로 묘사된다. 괴수라는 장르적 장치로 필수노동과 위험 부담이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사회적 모순을 예리하게 짚는 작가의 통찰이 돋보인다.

     

    괴수 보존 협회     존 스칼지 지음│정세윤 옮김│구픽│360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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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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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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